본문 바로가기

재테크/기업

[승계시대 뉴리더] 이해욱① 도전적 경영 스타일…성공과 실패 모두 맛봐 (조선일보 2015.07.24 06:00)

[승계시대 뉴리더] 이해욱① 도전적 경영 스타일…성공과 실패 모두 맛봐

 

건설사 최초로 3세 승계에 성공한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만든 장본인 가운데 한 명이다. 경영 일선에 나선 초기인 2006년에는 이 부회장의 주도로 고강도 폴리에틸렌 생산에 성공하며 기술 개발 분야를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필리핀 RMP-2 프로젝트 계약식에 참석한 이해욱 부회장. /대림산업 제공
필리핀 RMP-2 프로젝트 계약식에 참석한 이해욱 부회장. /대림산업 제공

이후에도 이해욱 부회장은 2009년 ‘스마트 경영’과 ‘그린 경영’ 등을 내세우며 창립 70주년을 기념하기도 했다. 당시 이해욱 부회장은 녹색성장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기존의 사업모델과 성장의 패러다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비전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해욱 부회장이 도전적이면서도 앞서나가는 경영 스타일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 오너십 가져 도전적인 경영…성공과 실패 모두 맛봐

이해욱 부회장은 승계작업이 본격화하기 전에는 업무 추진이 도전적이었다. 2000년에는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출범시키는데 앞장섰다. 당시 이 부회장은 “아파트도 브랜드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을 하면서 브랜드 도입을 주도했다. e편한세상과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모두 2000년에 브랜드를 도입했는데, 상표권 등록은 삼성물산이 빨랐고 실제 브랜드를 도입해 아파트 분양에 나선 것은 대림산업이 빨랐다.

이후 2003년엔 한국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저에너지 건축 개념을 도입해 ‘에너지 제로(0) 아파트’ 개발을 이끌었다. 이 부회장은 평소 IT(정보기술)와 환경기술에 관심이 컸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녹색 성장을 통한 ‘지속가능 기업’을 목표로 조직 인프라와 성장 패러다임을 갖추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은 국내에서 최초로 브랜드를 도입해 아파트를 분양했다. /대림산업 제공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은 국내에서 최초로 브랜드를 도입해 아파트를 분양했다. /대림산업 제공

 

석유화학부문에서도 2006년부터 기술개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고부가가치 상품인 고강도 폴리에틸렌 생산에 성공하는 실적을 남겼다. 하지만 2013년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대림산업 고강도 폴리에틸렌 생산 공장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도 있었다.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었지만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냐는 평가가 사고 당시 나오기도 했다.

경영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업계 평가도 적지 않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 탓도 있지만, 부친인 이준용 명예회장이 잠시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2007~2008년에는 이해욱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에너지 제로 아파트에서는 나름의 성적을 거뒀지만 소음(층간 소음 등) 저감 아파트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젝트에서는 실패의 쓴 맛을 봤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국내 주택경기가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e편한세상 2.0’개발을 시작했다. 결로가 없는 아파트, 소음을 줄이는 아파트 등을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실용적인 부분을 강화해 설계에 반영하려고 했는데, 시장이 침체되며 미분양 단지가 발생해 실적이 악화됐다. 2007년 526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08년 4987억원, 2009년 501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내부거래로 키운 계열사…대림산업 최초 마이너스 성장

최근 들어 대림산업의 실적이 해외건설 현장에 발목을 잡혀 좋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이해욱 부회장의 경영 평가에 짐이 되고 있다. 게다가 승계작업에 중요한 열쇠였던 대림H&L과 대림I&S의 성장 과정이 외부 경쟁력이 아닌, 그룹 내부에서 받은 일감으로 회사 덩치를 키운 전형적인 ‘내부거래’를 이용했다는 점도 이해욱 부회장의 3세 경영에 흠으로 꼽힌다.

실제로 대림H&L은 플랜트 건설을 위한 철탑, 철구조물, 석유 시추를 위한 해상구조물 등을 다루는데 한때 대림산업 플랜트 프로젝트에 거의 의존했다. 대림I&S는 2012년 약 2900억원의 매출 가운데 2600억원 가량이 계열사 거래를 통해 달성하기도 했다.

대림산업 그룹의 물류 계열사였던 대림H&L은 이해욱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했던 곳이다. 그룹 유화부문의 해운중개 및 해운 대리점업, 복합운송업을 맡고 있는 대림H&L은 2001년에 설립돼 계열사와의 거래로 급성장했다.

2008년 대림H&L을 합병하기 전, 대림H&L은 2005년 1277억원의 매출에 44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2004년에는 1719억원의 매출에 7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2004년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대림산업, 대림코퍼레이션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로 이뤄졌다. 648억원에 달했다.

합병의 두 번째 카드였던 대림I&S에서도 이런 사례가 나온다. 대림I&S와 대림코퍼레이션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이다. 이외에도 켐텍, 에이플러스디 등도 규제대상에 올라있다.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4년 이들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매출의 16.6%에 해당하는 3747억원이다. 2013년에는 켐택을 제외한 3개 사가 규제 대상이었는데 이때는 내부거래규모가 5247억원에 달했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하면 결과적으로 이해욱 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대림H&L과 대림I&S는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덕을 본 셈이다. 대림산업이 수행하는 플랜트 프로젝트 사업에는 대림H&L이 구조물 공사 일을 맡으며 실적을 올렸고, 대림I&S는 계열사의 통신공사, 시스템 유지관리, 빌딩유지보수 등의 일을 도맡아 수행하며 덕을 봤다.

이 때문에 이해욱 부회장에 대한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가 나뉘게 된다. 특히 최근에 승계작업에 몰입하면서 과거의 도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점도 재계에서 종종 언급되는 사항이다.

우선 대림산업의 실적이 악화된 점에서 이해욱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의문부호를 달기도 한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27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998년 이후 최초로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2013년에도 영업이익(3970억원)이 2012년(4조8610억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줄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추가비용이 큰 요인이라고 당시 대림산업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대림산업이었던 만큼 이 부회장의 리더쉽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었다.

2012년 1월부터 지속됐던 김윤·이해욱 부회장의 ‘투톱’체제는 2014년 초부터 이해욱 부회장 원톱 체제로 변경됐다. 이해욱 부회장의 나이가 어린 점 때문에 이 같은 체제를 마련했으나, 해외 플랜트 손실이 커지면서 김 부회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사우디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로 인해 이 부회장의 위기관리 능력이 의심받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1년 이후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고무줄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과거 도전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뤘던 성과에 비해서 경영 전면에 나서 위기관리를 한 시점부터는 아직 성과가 나오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이 어떤 식으로 오너십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승계시대 뉴리더] 이해욱② 비상장 계열사 합병, 지주사 지분 높여 올려 승계 마무리

(조선일보  2015.07.24 06:00)

 

[승계시대 뉴리더] 이해욱② 비상장 계열사 합병, 지주사 지분 높여 올려 승계 마무리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올해 계열사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이 대림I&S를 합병하면서 이해욱 부회장의 지분이 32.1%에서 52.3%로 늘어나며 최대주주가 됐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분 21%를 가진 그룹 지주사인 회사이기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최초로 3세 승계를 완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해욱 부회장은 1995년에 대림산업에 입사해 2001년 그룹 기획업무 담당 상무에 오를 때까지는 밖으로 드러나는 일은 맡지 않았었다. 그룹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이 밖으로 노출되는 것을 꺼려했다. 하지만 그룹 속사정과는 달리, 재계는 이미 당시 33세의 이해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2003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데 이어 2005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계엔 대림산업이 3세 경영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레 퍼졌다. 그는 2005년 초 대림산업의 지분 21%를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의 공동 대표이사에도 취임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당시 대림그룹의 지주회사격이었다. 경영승계 과정이 2015년에 마무리 됐으므로 승계 작업만 꼬박 10년이 걸린 셈이다.

취임 1년만인 2006년에는 이해욱 부회장에 대한 위기론이 회사 안팎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해욱 부회장의 아버지인 이준용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대림산업은 전문경영인 이용구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해욱 부회장은 당시 부사장에 머물렀다. 비슷한 시기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과 비교되기도 했다.

대림산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것은 당시 입사가 약 11년 밖에 안됐던 이해욱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이 다소 부담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DB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임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선일보DB

 

2008년에 접어들면서 승계 작업이 한 단계 더 이뤄졌다. 이해욱 부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의 공동대표에서 단일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에도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의 지분 21.67%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대림산업이 고려개발, 삼호, 여천NCC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림코퍼레이션이 지주회사인 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는 당시 지분 89.8%를 가진 이준용 회장이었다.

결국 지주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이를 위한 열쇠가 된 것이 이해욱 부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대림H&L 이었다. 결국 2008년 대림H&L과 대림코퍼레이션 합병이 추진됐다.

이해욱 부회장은 2006년 대림H&L의 주식 80만주를 무상으로 배정받고 이후 2008년 유상증자로 주당 5000원에 200만주를 추가로 배정받으며 지분을 100%까지 만들었다. 이해욱 부회장은 당시 대림H&L 주식이 시장에서 6만원 가량의 가치를 하는데 5000원에 거저 얻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후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H&L을 2008년 9월에 합병해 지주사의 지분율을 32.1%까지 끌어올렸다.

이해욱 부회장이 3세로 전면에 나섰지만 당시 대림그룹의 지배권이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대림은 이같은 방식으로 이 부회장의 지배권을 강화한 것이다. 지주사의 2대주주에 오르면서 사실상 승계작업은 끝난 것과 다름 없었다.

지주사 지분까지 확보한 이해욱 부회장은 2010년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전면에 나선다. 이와 동시에 2010년부터 대림I&S라는 회사를 통해 도시형생활주택사업에도 진출했다. 바로 이 대림I&S가 이해욱 부회장이 대림산업의 3대 오너가 되게 해 준 마지막 카드였다. 대림I&S는 2014년 기준으로 이해욱 부회장 지분율이 89.69%였다.

이해욱 부회장은 2014년 7월 보유하고 있던 대림산업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전량 대림I&S에 매각했다. 보통주 16만3644주와 우선주 6990주를 판 매각금액은 총 145억원. 이해욱 부회장이 당시 대림I&S 대주주였는데, 사실상 주식의 소유주가 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결국 이해욱 부회장은 이 주식매각을 통해 현금 145억원을 마련하면서도 지배구조를 확실시하기 위한 초석을 다진 셈이었다.

이해욱 부회장이 가지고 있던 대림산업의 주식은 사업보고서 발행이 시작된 1999년 초 기준으로 이미 보통주 11만7518주와 우선주 6990주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주는 매각 때까지 변동이 없었고, 1999년 유상증자를 통해 3만4152주를 늘렸다. 2000년에 주식배당을 통해 이미 16만3644주로 늘렸다.

이 부회장은 당시 주식을 매각한 자금으로 지주사였던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확대하는데 사용할 것이란 예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그는 더 기발한 ‘한 수’를 던졌다.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I&S를 2015년 4월 합병한 것이다. 이로써 대림산업의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율이 이준용 회장과 이해욱 부회장 각각 60.9%와 32.1%에서 42.7%와 52.3%로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이해욱 부회장은 145억원도 챙기면서도 대림산업의 지배력은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결과가 됐다. 대림산업의 지분은 2000년에 이미 보유하고 있던 것에서 변동이 없었고 유상증자와 주식배당 등을 통해 늘렸던 지분인만큼 이득을 많이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엘리엇이 반대하면서 진통을 겪고있는 삼성그룹과는 다르게 이해욱 부회장은 특별한 장벽 없이 손쉽게 2번의 회사 합병을 통해 대림산업의 3세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승계시대 뉴리더] 이해욱③ 이재용, 정용진 등 재계 인맥 남달라

(조선일보  2015.07.24 06:00)

 

[승계시대 뉴리더] 이해욱③ 이재용, 정용진 등 재계 인맥 남달라

대림그룹의 3대째 승계자로 지목받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재계 3세 가운데 가장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 경영인 가운데 하나다. 대림그룹의 창업주인 고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로서 젊은 시절부터 줄곧 경영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재계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을 닦아 왔다.

이해욱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경복초등학교와 중앙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미국 덴버대학교 경영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응용통계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최고경영자(CEO)를 다수 배출한 경복초와 경복고를 졸업한 덕에 재계 선후배 관계가 튼튼하다. 경복초 후배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 구본상 LIG넥스원 사장이 있다.

경복고 동창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동문 선배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이병무 아세아시멘트 회장,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등이 있다. 경복고 후배로는 조현상 효성 부사장, 정교선 현대백화점 그룹 부회장,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인 구본혁 전무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경복고 동창인 덕에 범삼성가(家)와의 인연이 먼저 눈에 띈다. 이해욱 부회장의 생일이 빨라 학교를 1년 일찍 들어왔지만, 세 사람은 학창시절부터 유대관계를 돈독히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열린 대림그룹 신규 임원 부부 초청행사에 참석한 이해욱 부회장이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대림산업 제공
올해 1월 열린 대림그룹 신규 임원 부부 초청행사에 참석한 이해욱 부회장이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대림산업 제공

특히 이해욱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야구’라는 공통사가 있어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두 사람이 서울 잠실야구장 포수석 뒤쪽 VIP석에 나란히 앉아 맥주를 마시며 삼성라이온즈와 LG트윈스의 경기를 관전한 모습이 화제가 됐을 정도다.

이해욱 부회장의 재계 인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LG가(家)다. 이해욱 부회장은 친지의 소개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구훤미씨의 장녀 김선혜씨와 연애 결혼했다. 이해욱 부회장은 구 회장의 조카사위며, 구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 상무와는 매형, 처남 사이다. 이해욱 부회장은 과거 이재준 명예회장의 동생인 이재연씨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차녀 구자혜씨와 결혼했던 것에 이어 LG가와의 인연을 다시 한 번 이었다.

이 부회장의 든든한 인맥은 경영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남용 전 LG전자 부회장이 이해욱 부회장의 신임을 등에 업고 약 2년 전부터 대림산업 고문 자격으로 경영 전반에 조언을 하고 있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남 전 부회장은 평소 이해욱 부회장의 경영 멘토 역할을 하면서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욱 부회장의 네트워크는 그가 대림산업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의사결정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씨앤앰 대표이사를 지낸 오규석 사장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영입한 것. 이해욱 부회장은 오 사장과 김동수 사장(토목본부장), 이철균 사장(플랜트 본부장), 김한기 사장(건축사업본부장) 등 각 사업부문의 수장들을 총괄하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은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승계시대 뉴리더] 이해욱④ 보수적인 대림家의 자유분방한 문화 애호가

(조선일보 2015.07.24 06:00)

 

대림산업은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힌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1939년 부림상회라는 건설자재 판매 회사로 시작한 이후 건설업 한 우물만을 70년 넘게 팠다.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회장의 ‘겸손한 부’는 지금도 대림가(家)의 정신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이 회장은 생전 “절약해야 한다”, “겸손해야 한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을 정도다. 경조사 등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큰 집안 갈등 없이 다른 대기업에 비해 조용한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이런 문화와 관련이 있다.

이해욱 부회장이 2012년 7월 대림그룹 신입사원 교육에 참석해 신입사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림산업 제공
이해욱 부회장이 2012년 7월 대림그룹 신입사원 교육에 참석해 신입사원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림산업 제공

하지만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이런 대림산업의 색깔과는 다른 자유분방한 면이 있다. 재즈와 록 등 저항의 뿌리를 가진 음악을 좋아하고, 드럼·기타 연주와 드라이브를 즐기며, 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상당한 것으로 유명하다. 어찌 보면 경영자로서의 DNA보다 예술가의 자질을 더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자유분방함은 미국 유학 생활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취미는 드럼이다. 이 부회장의 회사 이메일 주소에 ‘드럼(drum)’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을 정도다. 미국 유학 중 재즈를 접한 이후부터 좋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택에 드럼 연주를 위한 전용 방이 있을 정도다.

록 음악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기타 연주를 자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영국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와 그의 첫째 부인이었던 린다 매카트니의 다큐멘터리, 기타리스트 에디 반 헤일런, 드러머 스티브 겟 등의 영상을 즐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자동차광(狂)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자동차만 상당수다. 이 부회장은 특히 독일 스포츠카 ‘포르셰’를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림산업 계열사인 대림자동차에서 모터사이클 등을 제작·판매하는데, 이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을 공부한 것이 취미로 이어졌다. 휴가 때 해외에 나가 직접 자동차를 몰 정도로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2003년부터 대림미술관 관장을 맡고있다. 모친인 한경진 여사가 관장으로 있을 때부터 미술관 운영에 관여했을 만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직접 미술관 회의를 주재하며, 큐레이터들과 머리를 맞대고 전시회 주제를 선정하고, 공간 배치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포스터나 애니메이션, 조명, 인테리어 디자인 등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 왕세자 부부인 프레데릭 왕자와 마리 공주(오른쪽에서 네번째와 다섯번째)가 2012년 5월 자국 대표 디자이너인 ‘핀 율’의 탄생 100주년 전’ 관람을 위해 대림미술관을 찾았을 때 이해욱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이들을 환영하고 있는 모습. /대림산업 제공
덴마크 왕세자 부부인 프레데릭 왕자와 마리 공주(오른쪽에서 네번째와 다섯번째)가 2012년 5월 자국 대표 디자이너인 ‘핀 율’의 탄생 100주년 전’ 관람을 위해 대림미술관을 찾았을 때 이해욱 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이들을 환영하고 있는 모습. /대림산업 제공

사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재계 3세는 아니다. 외부 행사에 참가하는 일이 드물 뿐더러, 요즘 재계 리더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보수적인 대림산업의 특성상 리더가 굳이 앞장서서 일을 지휘하진 않는다. 재계에서도 ‘두문불출형 리더’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대림산업 안에서 이 부회장의 색깔은 확실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아버지 이준용 명예회장의 외모와 성격을 많이 닮아 체격은 크지만, 성격은 세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찍부터 경영 교육을 받았고 미국 덴버대에서 경영통계학과, 컬럼비아대에서 응용통계학을 전공해 실용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대림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 출범을 지휘하며 실용적인 디자인을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대표 부촌인 한남동이나 평창동 단독주택에서 사는 다른 재벌들과는 달리 대림산업이 지은 아파트에 산다는 점도 독특하다. 이 부회장의 자택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다. 2008년에는 대림산업이 서울 성동구 뚝섬에서 분양한 ‘한숲 e-편한세상’에 청약해 당첨된 적도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준용 명예회장도 이 아파트의 청약에 당첨돼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