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첫 흑인 여성 법무장관 탄생
-前연방검사장 로레타 린치
어린 시절엔 따돌림·차별… 법정선 속기사로 오해도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흑인 여성 법무부 장관이 탄생했다. 미 상원은 23일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사장인 로레타 린치(56·사진)에 대한 법무장관 인준안을 찬성 56, 반대 43의 표결로 가결시켰다"고 발표했다. 여성인 클래어 매케스킬 상원 의원은 "오늘은 미국의 행복한 날이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계 흑인인 린치는 어릴 적부터 인종 차별을 몸소 겪으며 자랐다. 그는 초등학교 때 시험 성적이 좋으면 선생님으로부터 근거 없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재시험을 강요당했다. 반 친구들의 따돌림·냉대는 다반사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어린 린치의 '롤 모델'은 기독교 목사로 1930년대 미국 남부에서 인종 차별적 탄압을 피해 도망쳐온 흑인을 돕는 일에 투신한 그의 할아버지였다. '언젠가 나도 핍박받는 사람을 도울 거야'라는 소망을 품었던 린치는 틈만 나면 아버의 손을 이끌고 법정을 찾아 몇 시간이고 재판을 지켜봤다.
1977년 하버드대 영문학과에 들어간 그는 졸업 후 바로 같은 대학 로스쿨에 들어갔다. 스물다섯이던 1984년 법학 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검사였지만 젊은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법정에서 툭하면 속기사로 오해받았다. 검찰 내에서 '흑인에다 여성인데 무슨 수사를 할 줄 알겠느냐'는 비아냥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들이 기피하는 마약 등 강력 사건을 골라 해결해 인정받았다. 특히 1997년 아이티 이민자 남성이 뉴욕 백인 경찰관으로부터 가혹한 고문을 당한 사건을 맡아 유명해졌다. 이 사건은 대규모 정부 규탄 시위로 이어진 큰 사회적 문제였는데, 당시 그는 "이 사건은 인종차별이 아니라 인권 문제로 법대로 처리하겠다"면서 시위대를 설득했다. 이후 백인 경찰은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았다.
1999년 린치는 뉴욕 동부지구 연방검사장이 됐다. 2001년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으로 다시 같은 곳 연방검사장이 됐고, 작년 말 법무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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