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하이브리드’ 무인기로 세계 3위 무인기 강국 만든다
아스팔트길 한복판에 서 있던 비행기는 그 자리에서 수직 100m 상공까지 올라갔다. 길이 3m, 중량 20㎏의 이 비행체는 활주로를 달리는 대신 양날개(고정익) 끝에 각각 달린 프로펠러(회전익)를 이용해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이후 시속 160㎞까지 속도를 높이며 5㎞ 밖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양날개의 프로펠러(로터) 방향이 위쪽에서 앞쪽으로 기울어져(틸트) 있었다. 속도는 시속 250㎞까지 빨라져 있었고 다시 시야에서 사라진 후 처음 날아올랐던 곳으로 돌아왔다. 프로펠러는 이륙했을 때와 같은 위쪽 방향으로 바뀐 상태로 무사히 착륙했다. 모든 과정은 인간의 직접조종 없이 지상 운영인원의 원격조종으로 이뤄졌다.
지난 10일 전남 고흥군 고소리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항공센터에서는 ‘틸트로터 무인기(TR-60)’ 등 민·관이 개발한 무인항공기(무인기) 비행을 볼 수 있었다. 무인기란 무기나 화물을 탑재한 상태로 조종사 없이 공기의 힘으로 부양해 자율적으로 비행하는 동력 비행체다.
이 중 틸트로터는 일반적인 비행기 형태인 고정익 항공기와 헬리콥터와 같은 회전익 항공기를 결합한 무인기다. 고정익과 회전익의 장점인 ‘수직이착륙’과 ‘고속비행’이 모두 가능한 ‘하이브리드형’ 비행기인 셈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무인기 ‘틸트로터(TR-60)’(이륙)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무인기 ‘틸트로터(TR-60)’(비행)
항우연은 2002년 6월부터 2012년 3월까지 970억원을 들여 감시, 수색, 정찰, 운송, 통신 중계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TR-100’을 개발했다. 한국의 틸트로터 개발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였다. 항우연은 TR-100을 60%로 축소한 체공시간 6시간, 운용반경 200㎞의 TR-60을 2021년부터 양산하는 게 목표다.
김재무 항우연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틸트로터가 상용화된 사례가 없는만큼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첨단 무인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면서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 (상용화를)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무인기 시장은 점유율 70%에 가까웠던 미국과 유럽의 과점 체제에서 경쟁 구도로 바뀌고 있다. 특히 세계 9위 기술수준·세계 3위 시장규모의 중국은 내수시장을 개반으로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53억달러에서 2023년 125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미래성장동력-산업엔진 종합실천계획(안)’을 발표하고 “고속-수직 이착륙 무인기 개발로 현재 세계 7위 기술수준·30위권 시장규모를 2023년 세계 3위 기술수준·4위 시장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항우연 항공센터에서는 민간기업의 무인기 비행 시연도 있었다. 2001년 설립된 유콘시스템은 ‘리모아이-002B(리모아이)’를 선보였다. 길이 1.44m, 폭 1.8m, 이륙중량 3.4㎏의 주·야간 감시 및 정찰용 무인기인 리모아이는 운용인원이 모형글라이더를 날리듯 하늘로 ‘투척’하자 600m까지 비행한 후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지상 운용인원이 엔진을 끄자 에어백을 이용해 자동으로 지상에 착륙했다.
리모아이의 비행 가능시간은 1시간 이상, 운용거리는 10㎞ 이상, 최고속도는 시속 80㎞다. 유콘시스템은 2013년 방사청이 처음 실시한 소형 정찰용 무인기 입찰사업에서 대기업을 제치고 공급자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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