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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창 업

건전화’ 탈을 쓴 벤처규제로 10년 빙하기…그 사이 나스닥은 질주 (매일경제 2015.02.09 08:09:44)

건전화’ 탈을 쓴 벤처규제로 10년 빙하기…그 사이 나스닥은 질주

스타트업 울리는 연대보증 없애 창업안전망 확보
민간 엔젤투자·크라우드펀딩 통크게 육성해야
방과후학교 등 활용해 기업가정신 교육 의무화

 

◆ 벤처, 희망을 쏴라 / 이민화 명예기자의 벤처 활성화 제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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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명예기자

 

코스닥이 600선을 돌파했다. 벤처 창업 분위기가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과거 10여 년간 지지부진했던 코스닥이 재기의 몸짓을 보이기 시작했다. 창업 열풍이 일고 코스닥시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으면 벤처는 부활한다. 3만개가 넘는 벤처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고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코스닥 600선 돌파를 창조경제 정책의 시동으로 해석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벤처 거품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크다. 과거 2000년대 초반 한반도를 달궜던 벤처 붐이 ‘묻지마 투자’로 대변되는 거품이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부 내에서조차 그 당시 벤처 붐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결과 벤처정책의 방향 설정에 혼선이 빚어져 추진력이 분산되고 정부가 과감한 벤처 진흥 정책을 펴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IT 버블이 붕괴되면서 벤처 진흥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자 정부는 ‘벤처 건전화 대책’으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그것이 장장 10년간 한국에 ‘벤처 빙하기’를 가져왔다.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미국은 한국과는 정반대의 길을 갔고 결과도 정반대로 나타났다. 코스닥은 ‘침체’한 반면 나스닥은 ‘회복’했다.

벤처 건전화 정책은 한마디로 규제 정책이었다. 벤처확인제를 강화하고, 엔젤투자를 위축시키고, 코스닥 적자기업의 상장을 금지하고, 스톡옵션제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기술거래소를 통합하는 조치들이 이어졌다. 이후 결국 시장은 얼어붙었다.

미국의 나스닥은 조정기를 거쳐 원상회복한 반면 지수 2800에 육박했던 코스닥은 지금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만1000개가 넘던 벤처기업 수는 7000개 수준으로 격감했고, 스타 벤처기업 등장이 10년간 자취를 감췄다. 벤처캐피털 투자는 절반으로, 엔젤 투자는 17분의 1로 줄어들었으며, 창업에서 상장까지의 기간이 7년에서 14년으로 확대됐다. 코스닥 600 돌파로 새로운 모멘텀이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것은 벤처 건전화 정책으로 파괴된 벤처 생태계의 복원이다.

실제 2000년대 초 벤처 창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 상당수가 재도전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건전한 벤처기업가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사회에서는 혁신이 뿌리내리기 힘들다. 미국 벤처기업들이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과 달리 우리 벤처기업은 금융기관의 융자와 보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자본건전성을 이유로 기업인들의 연대보증을 의무화하면서 기업인은 재도전할 기회를 갖기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제2 벤처 붐을 위해서 창업자 연대보증 면제를 정부가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

연대보증을 면제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안전망은 엔젤투자 등 민간 벤처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벤처자금 조달이 ‘융자’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회수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벤처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기업공개(IPO)다. 그나마 있는 IPO도 보통 창업 이후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전문 투자기업들이 아니고서는 기다리기 어렵다. 상장 이전 단계에서도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중간 회수 시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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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중간 회수 시장은 중소 규모 인수·합병(M&A)뿐이다. 정부 역할은 스스로 엔젤투자자가 되는 것만은 아니다. 엔젤투자자가 투자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회수 시장을 만든다면 수익을 추구하는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레 엔젤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다.

제도적 뒷받침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라면 보다 본질적인 벤처 진흥 정책으로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꼽을 수 있다. 2006년 오슬로 어젠더를 통해 유럽은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이 기업가정신 함양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혁신을 위한 사회적 자산 축적이라는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창업은 결국 기업가정신의 구현이다. 한국도 이제 윤리 교육, 방과 후 교육, 자유학기제 등을 활용해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라도 기업가정신 교육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

크라우드 펀딩의 대대적 확산도 빼놓을 수 없다. 과도한 자영업 창업과 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엔젤투자 자금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 대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제대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창조경제의 구현을 위한 창업 활성화는 이제 지원 정책이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 완화에 달려 있다. 사전 규제에서 사후 책임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추가로 공정거래의 확립도 절실하다.공정거래는 대기업의 효율과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을 연결하는 고리다.M&A 확산, 코스닥 활성화 등 많은 과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공정거래에 달려 있다.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없어지면 실리콘밸리가 붕괴한다는 말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