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운 기자의 초대]자수성가형 부자 1위인 부영 이중근 회장의 세발자전거론
최근 삼성과 롯데 등 대기업이 장악한 시장에 겁 없이 뛰어드는 중견기업이 있다. 바로 주택과 아파트 건설업체로 잘 알려진 부영그룹이다.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은 올해 일흔넷의 고령에도 최근 면세점과 병원 사업에 잇달아 도전장을 던지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부영의 움직임에는 어떤 배경이 숨어 있을까.
부영그룹 창업주 이중근 회장은 올해 일흔넷의 고령에도 최근 면세점과 병원 사업에 잇달아 도전장을 던지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부영의 움직임에는 어떤 배경이 숨어 있을까.
- 이중근 회장/부영그룹 제공
재계 순위 22위인 부영그룹은 작년 말 관세청에 제주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 신청서를 냈다. 호텔신라와 롯데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제주 면세점 시장에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면세점사업을 그룹 핵심사업으로 정할 만큼 입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영은 현재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특급 호텔 5개와 리조트ㆍ워터파크 등이 포함된 복합 리조트단지를 개발 중이다. 오는 3월 문을 여는 부영호텔 지하 1~2층에 5102㎡ 규모로 면세점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부영은 최근 전북 남원에 있는 서남대학교 인수에도 뛰어들어 병원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서남대병원을 운영 중인 서남대학교는 만성적인 재정난 해결을 위해 ‘학교법인 정상화를 위한 재정기여자’를 모집 중인데, 부영이 이 재정지원 우선협상자 공모에 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다.
부영은 전주예수병원과 컨소시엄 형태로 우선협상자 신청에 나서는 것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남대를 인수해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있는 옛 대한전선 부지에 약 1000병상을 갖춘 서남 의대 부속병원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공공연히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예로 서남대 인수 건에 대해 “사업가는 자기 구상이 나와야 (그 사업에) 손을 댄다. 내 목표는 성공”이라며 의지를 내비쳤다고 한다.
이 회장은 앞서 2013년에도 전북을 연고로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도 손을 뻗은 바 있다. 당시 경기도 수원을 연고로 한 KT에 밀려 유치전에는 최종 실패했지만, 전북 기반 기업으로서 끊임없이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회장의 이런 광폭행보 배경에는 탄탄한 재정 능력이 있다. 1983년 부영의 전신인 삼진엔지니어링을 창립한 후 30여년간 임대주택 시장을 장악하며 막대한 현금을 쌓아왔다.
이 회장의 경영철학은 ‘세발자전거론’이다. 서민들의 보금자리인 임대주택 건설사업은 일반분양과 달리 큰 수익을 기대하진 힘들지만, 미분양 위험이 낮아 사업 리스크가 적다. 즉, 임대주택사업은 세발자전거처럼 빠르게 달리기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안전하게 사업의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부진할 때도, 부영은 임대아파트라는 틈새시장을 독점하며 오히려 기업 덩치를 키웠다. 부영은 주로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5·10년 공공임대아파트를 짓고, 이를 입주민들에 임대한다.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 분양을 하게 된다. 과거 임대로 내놨던 공공임대 아파트의 분양전환 시기가 꾸준히 찾아오면서 부영은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또 통상 건설사들이 이용하는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쓰지 않아, 재무 안정성도 좋은 편이다.
작년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10년간(2004~201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영그룹의 재계순위는 2004년 36위에서 2013년에 22위로 14계단이나 껑충 뛰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2008년 8100억원에서 2013년에 1조3600억원으로 약 60% 늘었다. 이중 분양 수익만 전체 매출액의 90%에 달했다.
사업 호조에 따라 이중근 회장의 재계 위상도 재평가받고 있다. 작년 7월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이 회장은 개인 자산 1조원 이상의 ‘슈퍼갑부’ 리스트에서 12위(자산 규모 1조8100억원)에 올랐다. 상속형 부자가 아닌 자수성가형 부자 순위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재계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 회장을 회장단 영입 후보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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