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테크/기업

'은둔의 경영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금호산업 거머쥐나 (조선일보 2015.03.26 17:56)

'은둔의 경영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금호산업 거머쥐나

 

'은둔의 경영자'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금호산업 거머쥐나

 

김상열 회장(사진)과 호반건설이 재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50대 사업가가 일군 중견 건설사가 재계 17위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노리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부터, 인수를 하더라도 호반건설의 출혈이 상당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재계에서는 ‘중견사의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① 자본금 1억원 회사가 25년만에 1조원대 매출

25일 대한상의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전에 끝까지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고 나서 시세차익을 거두고 도중에 나올 것”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이날 “호반건설 계열사의 도움으로도 충분하다”며 “다른 투자자 도움 없이 단독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고 했다.

호반건설은 1989년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된 회사다. 호남지역에서 주택사업을 하며 성장한 결과 현재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중견건설사가 됐다. 지난해 호반건설이 거둔 매출액은 9585억원, 영업이익은 609억원에 이른다. 1999년 38억원의 매출액과 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회사 규모가 250배 넘게 커진 셈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많이 올랐다. 현재 호반건설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15위. 인수하려는 금호산업(20위)을 앞선다. 부영과 한라, 코오롱글로벌, 쌍용건설 등 전통의 건설 강호들을 모두 제쳤다.

호반건설이 건설업계 불황 속에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김 회장의 경영 원칙인 ‘90% 룰’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 원칙은 앞서 선보인 아파트의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 분양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보수적인 경영 덕분에 외환위기와 세계경제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고 평가 받는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의 과감한 시도도 호반건설 성장의 요인이라고 본다. 1998년 당시 건설사들이 현금 마련을 위해 내놓은 땅을 헐값에 사들여 임대주택인 ‘호반리젠시빌’을 대거 선보이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2005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용인 흥덕, 인천 청라, 청주 강서 등의 택지지구를 사들여 자체사업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전경. /조선일보DB
인천 청라국제도시 전경. /조선일보DB


② 중견사 오너에서 광주 대표 재계인사로

호반건설을 일군 김상열 회장에 대해선 재계에서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언론에 얼굴을 비추는 일도 드물었고, 본인이 대외적인 행보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은둔형 경영자’라는 말이 붙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소탈한 성격을 갖고 있어 외부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없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말이 붙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김 회장의 행보도 과거와 달라졌다. 무엇보다 최근에 화제가 된 건 광주상의 회장으로 선출된 것이다. 광주지역 상공인을 대표하는 자리인 만큼 광주상의 회장은 대외적인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언론 노출도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김 회장이 이 자리를 적극적으로 노렸고, 회장직을 거머쥔 것이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전을 염두에 두고 광주상의 회장 선거에 나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광주상의 회장이라는 직함이 금호산업 인수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과 광주상의 회장 김상열의 무게감은 다르다”며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가진 회사이기 때문에 광주상의 회장이라는 명함이 금호산업 인수합병 승인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본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