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상생의 길은 (1) 연금 양극화 해소될까
고액 수령자 삭감액 현직 하위직보다 적어… 하후상박 '글쎄'
현재 월 500만원 받는 퇴직자 20만원가량 깎인 480만원으로
2006년 9급 임용 현직 공무원 월 210만원→160만원 뚝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갈등 국면으로 치달으며 공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부보다 재정절감 효과를 더욱 강화한 개혁안을 내놓고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개선해야 할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고위직과 하위직 사이의 연금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인지, 기대만큼 재정절감 효과가 있을 것인지, 기존 수령자의 연금 삭감이 법적 문제는 없는지 등 공무원연금 개혁이 상생의 길로 나아갈 방안을 찾아본다.
2004년 충청 지역 한 공립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이모(72)씨. 40년 넘는 교직생활 끝에 퇴직한 그는 한 달 500만원이 조금 넘는 연금을 받고 있다. 40대 공무원인 아들은 중고생 두 딸의 학원비와 생활비에 힘이 부치지만 자신은 손녀들에게 용돈 하나는 두둑하게 주는 ‘통 큰 할아버지’로 통한다. 반면 2006년 9급으로 서울시 공무원으로 임용된 A(34)씨는 현행 공무원연금 제도에서 30년 재직 후 퇴직할 때 월 210만원 가량(2012년 불변가)을 받게 된다. 최근 새누리당이 내놓은 연금개혁안이 도입될 경우 이들의 연금액은 어떻게 달라질까?
이씨는 공무원 평균 연금액(219만원)의 2배를 초과해 받는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2016년부터 10년간 물가상승률과 상관없이 연금액이 동결된다. 또 기존 수령자에 대해 2~4%를 떼어내도록 돼 있는 재정안정화 기여금이 4%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이씨는 월 20만원 정도가 깎인 약 480만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 퇴직하지 않은 C씨의 경우엔 연금액이 50만원 깎인 월 16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고액의 연금을 받고 있는 기존 수령자와 비교하면 고위직과 하위직 간 연금 양극화는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지는 셈이다.
기존 수령자들은 여전히 고액 받아
새누리당의 안이 안전행정부가 내놓았던 안과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하후상박을 강화한 점이다. 연금 납입액을 더 내고 덜 받는 것은 다를 게 없지만 연금액수가 낮은 하위직은 덜 깎고 많이 받는 고위직에게서 더 많이 깎도록 했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같은 해에 공무원생활을 시작한 높은 직급의 공무원과 비교해보면 연금액이 삭감되는 정도가 덜한 것은 사실이다. 2006년 5급으로 보건복지부 공무원으로 임용된 B(38)씨, 7급으로 경기도에 임용된 C(36ㆍ경기도)씨의 경우 현행 제도에서 30년 재직 후 받을 연금 월액은 각각 310만원, 250만원이다. 연금개혁안을 적용하면 이들의 연금 월액은 각각 220만원, 180만원으로 90만원, 70만원씩 깎인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개혁안 발표 당시 5급 임용자의 경우 정부안보다 연금액이 11만원 더 깎이고, 9급 임용자는 정부안보다 6만원 덜 깎인다고 밝혔다.
소득(직급) 수준에 따라 삭감 효과를 차등화했음에도 하후상박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는 고액 연금을 받고 있는 기존 수령자들의 연금액을 대폭 삭감하지 못했고, 하위직의 경우 덜 깎였다고 해도 절대 금액이 너무 낮아 노후 보장 기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에서 이미 퇴직한 기존 수령자들에 적용되는 내용은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연금액수에 따라 2~4%로 차등 부과하고 ▦고액연금자의 연금액 인상을 동결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삭감률이 현재 재직 공무원보다 크게 낮고, 연금액 동결 대상(438만원 초과 수령자)도 최대 1,800명에 불과하다.
하위직 노후보장 안 돼 ‘하박상박’
전문가들은 이런 방안은 양극화 해소에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한다. 재정안정화 기여금은 2016년 1,900억원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제도에서 예상되는 2016년 공무원연금 적자 3조7,000억원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마저도 연금수령자의 재산권 침해 등에 따른 위헌논란까지 일고 있어 시행여부도 미지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등부과하는 비율 편차가 크지 않아 하후상박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재직자만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해도 임용시기가 오래될수록 개혁의 영향이 덜하다. 1990년 5급으로 임용된 D(55ㆍ국가직)씨, 7급 임용자 E(53ㆍ지방직)씨, 9급 임용자 F(53ㆍ지방직)씨가 현행 기준으로 30년 재직 후 받을 첫 연금 월액은 각각 360만원, 280만원, 250만원 가량이다. 개혁안이 도입될 경우 이들의 연금 월액은 각각 340만원, 260만원, 230만원 가량으로 떨어진다. 1990년 임용자들은 이미 납입한 기여금이 많아 하후상박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개혁안은 결국 연금액은 많이 깎이고, 소득재분배 효과는 미미한 ‘하박상박’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직종별 임금 특성 등을 무시한 채 마련된 개혁안이어서 일반직 하위 공무원들의 피해가 크다는 분석이다. 전체 공무원 중 교육직 연금수령자는 200만~400만원대에 약 90%가 몰려 있지만, 일반직은 40%에 불과하다. 1998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교장의 정년퇴임 연령이 65세 이르는 등 교육직의 경우 보수나 처우가 일반직에 비해 고액연금을 받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연금하한제 도입” “월급 인상 어렵다” 공방도
김진수 연세대 교수는 소득재분배 효과와 노후 보장을 위해 연금 상하한제(하한 150만원, 상한 350만원)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를 당론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 교수가 지난달 22일 선진복지사회연구회 ‘공무원연금 개혁과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발표한 이 안에는 상하한제 이외에 소득이 있는 퇴직 공무원의 연금지급 정지, 연금 지급연령 조기 상향 등이 포함돼 있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도 “노후 보장이라는 연금 본연의 성격을 우선시해 개혁하지 않는 이상 소득재분배가 되더라도 상박하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 TF팀장인 이한구 의원은 “하위직 공무원의 월급을 약 30% 가량 올려줘야 가능한 안”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도 “하위직의 임금 인상은 하후상박을 위해 분명히 필요하지만 하한선 150만원은 연금의 재정상황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연금, '세대 갈등' 시작되나
(한국일보 2014.11.10 00:00)
2016년 임용될 공무원은 국민연금 수준 재직자들과 큰 격차… 인력 수급 차질 우려도
공무원연금 개혁이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갈등 쟁점은 미래 공무원들과 현재 공무원들 간의 연금 격차다. 당정의 계획대로 연금 개혁이 시행될 2016년 이후 임용될 공무원들에게는 기존 연금 수령자, 현재 재직 공무원과는 전혀 다른 연금 체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재 월 급여의 7%를 납입하고 평균 소득의 70% 정도를 받도록 돼 있는 공무원 연금과 달리 미래 공무원들은 기여율(4.5%)과 소득대체율(40%)이 국민연금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 개혁안에 따라 기여율이 10%로 오르고, 소득대체율이 차츰 떨어지도록 돼 있는 현재 재직자들에 비해서도 연금 수령액이 더 줄어든다.
개혁안이 도입된 후 2016년 5급, 7급, 9급으로 임용될 예비 공무원들이 30년 재직 후 예상 연금액은 각각 180만원, 130만원, 120만원 정도다. 2006년 임용돼 30년 후 연금을 받게 될 5급(210만원), 7급(180만원), 9급(160만원) 공무원들보다 30만~50만원이 더 낮은 금액이다. 이미 2010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부터 2016년 임용될 예비 공무원들의 연금액은 9급 임용자의 경우 월 150만원 수준(30년 재직 기준)으로 떨어져 재직 공무원보다 희생이 더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연금 개혁 이후 미래 공무원들은 사실상 국민연금에 편입되는 셈이어서 흔히 공무원의 장점으로 꼽히던 연금 수혜가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하위직의 경우 노후 보장 성격을 잃고 ‘용돈 연금’에 그치게 될 미래 공무원들은 선배 공무원들과 비교해 적잖은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 예비공무원들은 또 65세부터 연금을 지급받게 된다. 공무원 정년 연령이 60세인 점을 감안하면 5년간의 ‘연금 보릿고개’를 겪게 된다.
이 때문에 미래 공무원의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전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국가와 정부의 경쟁력은 이를 구성하는 공무원의 수준에서부터 출발하는데, 민간과의 인적자원 전쟁에서 앞으로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방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최성현(28)씨는 “인문학 전공자로 취업 문이 좁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데,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상생의 길은](2)위헌 논란 소송전 예고
(한국일보 2014.11.11 09:25)
퇴직자 연금 삭감,재산권 침해냐 공공복리 차원이냐
전공노는 "헌법 13조 위반이다"
소급입법으로 재산권 박탈 금지 명시
퇴직 당시 국가와 체결한 약속인데 신뢰 깨는 행위
정부·여당 "헌법 37조가 근거"
확정된 재산권은 맞지만 공공복리 위한 권리 제한
직접 손대는 게 아니라 문제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연금 개혁을 비판하며 내건 현수막이 1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 걸려있다. 신상순선임기자 ssshin@hk.co.kr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재정절감ㆍ소득재분배 효과를 크게 하려면 현재 고액 연금을 받고 있는 수령자들의 연금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위헌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게 문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측은 “여당이 당사자와 협의 없이 개혁을 강행하고, 이미 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퇴직자들까지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공무원의 신분보장ㆍ재산권 보호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위헌을 주장했다. 하지만 “공공복리를 위한 권리 제한이기 때문에 위헌 문제는 없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관련 법이 통과되면 일단 소송이 제기돼 사법부의 판단을 받게 될 전망이다
● 논란 휩싸인 퇴직자 연금 삭감
위헌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기존 퇴직자의 연금 삭감이 소급적 재산권 침해냐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새누리당이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퇴직자에게 연금액의 2~4%의 재정안정화 기여금을 걷고, 유족연금 지급률을 70%에서 60%로 낮췄다. 또 지금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도 오르지만 퇴직자 수가 많아지면 인상폭이 떨어지도록 하고, 고액연금자(평균 연금액의 2배인 월 438만원 초과 수급자)는 10년간 연금액을 동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는 이미 지급받고 있는 연금을 깎는 것이어서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는 헌법 13조 위반이라는 게 전공노의 주장이다. 정용천 전공노 대변인은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액은 각 수급자들이 퇴직 당시 국가와 체결한 약속인데 이를 사후에 축소하겠다는 것은 계약 위반”이라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소급 적용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직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 법조인도 “퇴직해서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공무원의 경우, 새로운 법을 종료된 사실관계에 적용하는 진정소급입법에 의해 확정된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돼 헌법에 배치된다”고 위헌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법조인은 공무원연금을 확정된 재산이 아니라 조정 가능성이 있는 기대재산으로 보더라도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직 공무원의 경우는 연금액이 변동가능하다고 예측할 수 있지만, 이와 달리 퇴직자는 퇴직 당시 정부가 정해진 금액의 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셈이어서 ‘확고한 신뢰’를 깨는 것이라면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직접 삭감 아닌 목적세 부과”
합헌이라는 반박 논리도 팽팽하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국민은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37조를 근거로 내세운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개혁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은 “재정안정화 기여금은 연금을 직접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세 형식으로 우회적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라며 “연금의 재정안정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한 재산권 제한이어서 위헌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논리를 폈다. 그는 “퇴직자의 연금이 확정된 재산권인 것은 틀림없지만, 재산권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목적세를 신설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정안정화, 신구 세대의 연대성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한 선택으로 헌법재판소에서도 사회정책적인 영역에서 폭넓게 판단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거에도 퇴직자의 연금액이 삭감되는 연금 개혁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광석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연금조정 방식을 임금연동에서 물가연동으로 변경해 퇴직자들의 연금액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퇴직자의 연금 역시 언제든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된다면 소급적 재산권 침해로 인한 위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헌재는 2003년 9월 퇴직공무원들이 은퇴 이후 소득이 발생할 경우 연금액을 최대 절반까지 깎을 수 있도록 한 공무원연금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 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이미 확정된 연금 수급권이라도 국가의 재정 상황 등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논리였다. 하지만 이 판례는 ‘연금 수급권자에게 퇴직 후 임금 등 소득이 새로 생겼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있어 이번 개혁안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공무원 신분보장 침해는 근거 적어
전공노는 또 ‘공무원의 신분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한 헌법 7조 위반을 주장하기도 한다. 당사자 동의 없는 일방적 개혁 추진 절차,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을 65세로 늦춰 60세까지 보장된 공무원 신분 보장과 괴리가 발생한 점 등이 결과적으로 공무원 신분보장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위헌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금 지급을 공무원의 신분 보장과 바로 연결지어 공무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헌 변호사는 “정책적 목적 때문에 불가피하게 제한하는 상황이라면 본인이 기대했던 이익을 침해한 사실 자체로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라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용어 그대로 퇴직 시 노후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이지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정년과 연금 수급연령을 일치시키는 것은 정책 과제이지 헌법에 명시된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금은 분할채권인데 본인 동의 없이 깎다니…위헌 소송 준비 중"
[공무원연금 개혁 상생의 길은] 퇴직공무원협의회 이주완 대표
이주완 전국퇴직공무원협의회 공동대표가 10일 서울 청량리 우정복지회 사무실에서 여당의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한형직기자 hjhan@hk.co.kr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 공무원들은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서 퇴직 공무원들의 연금삭감이 가시화하자 법적 대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퇴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전국퇴직공무원협의회가 바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집단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현재까지 우정ㆍ철도공무원으로 근무했던 퇴직자 1,000여명이 모였다.
전국퇴직공무원협의회의 이주완(77) 공동대표는 10일 “법치주의 국가에서 공무원을 고용했던 정부가 앞장서 법률로 보장된 공무원의 재산권을 흔들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개혁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를 대비해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최근까지 우정공무원으로 32년 재직하다 퇴직한 후 퇴직공무원들의 모임인 우정복지회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근거로 공무원연금은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는 대신 나눠 받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는 “공무원연금은 일정 조건이 충족돼 계속 지급받는 분할채권인데 이를 본인의 동의 없이 일률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거 공무원연금 개혁 때도 퇴직자를 포함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노후 보장이 어렵다는 호소도 덧붙였다. 그는 “공무원연금은 1960~70년대에 대기업 연봉의 30~40%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국가에 봉사한 공무원들에게 최소한의 노후보장과 임금보상 차원에서 만든 제도”라며 “박봉에 시달린 하위직 공무원들은 그나마도 연금을 학자금, 전세 대출 등 빚을 갚는 데 쓰느라 생계유지만 겨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부득이하게 공무원연금제도를 손봐야 한다면 정부와 전ㆍ현직 공무원을 포함해 각계 각층이 터놓고 이야기를 한 뒤에 서로 양보할 지점을 찾아보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연금을 유일한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는 퇴직공무원의 연금을 깎기 전에 노령화 시대 국민 복지를 폭넓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상생의 길은 (3) 재정절감 효과 얼마나
(한국일보 2014.11.12 17:2)
"與, 퇴직수당 증가액 추계 잘못해 실제보다 축소 의혹
퇴직수당 민간 수준에 맞추겠다면서 2016~2080년 증가액 큰 격차
20년 분할 지급 일시금 수령 차단, 한시적으로 줄어드는 착시 효과
공무원연금 개혁의 주안점은 새누리당이 지난달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공언했다시피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연금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려는 데에 있다. 그러나 2080년까지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울 세금이 현행보다 356조원 줄어든다는 새누리당 연금 개혁안의 재정절감 효과가 부풀려있다는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에는 재정적자 보전금 외에 개인들이 납입하는 금액만큼 정부가 납입하는 연금부담금과 퇴직수당이 포함돼 있는데, 퇴직수당 추계를 놓고 새누리당과 일부 전문가 사이 의견이 갈린다. 개혁으로 깎인 연금의 보전 차원으로 퇴직수당을 인상해주면서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일시금으로 받지 못하도록 개정안에 못박아 개혁 초반 재정절감 효과만 극대화하고 지급의무는 미래의 정부에 전가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퇴직수당 증가액 차이만 70조원
연금 개혁안 적용시 2080년까지 절감할 수 있는 재정부담금은 356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연금부담금 절감액(146조원)과 정부보전금 절감액(442조원)을 합한 588조원에서 퇴직수당 증가액 232조원을 뺀 금액이다. 현재 공무원 퇴직수당은 민간(상시 근로자 100인 이상 중견기업 사무관리직 보수) 기준 최대 39%에 불과한데 정부와 여당은 이를 민간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이어서 소요 재정이 늘어난다.
그러나 퇴직수당 증가액 추계가 실제보다 축소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퇴직금 산정방식에 따라 계산해 보면 2016~2080년 퇴직수당 증가액이 (새누리당 추산처럼 232조원이 아니라) 299조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299조원은 올해 공무원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월액인 447만원에 전체 공무원 수인 107만명과 65년(2016~2080년)을 곱해서 나온 금액이다. 즉 공무원 한 명이 받을 1년치 법정퇴직금(30일분 평균 임금)에 공무원 수를 곱해 전체 공무원의 1년간 평균 퇴직수당을 어림잡은 뒤 65년치로 확대한 것이다. 윤 위원은 “정부가 지불할 총액을 구하는 데는 평균치를 활용해 계산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99조원은 새누리안의 퇴직수당 증가액보다 67조원이 많은 금액이다.
애초에 안전행정부가 내놓았던 연금 개혁안에는 2016~2080년 퇴직수당 재정부담이 637조원으로 새누리당의 안(494조원)보다 오히려 많다.
정창률 단국대 교수는 “새누리당 안이 실질적인 퇴직수당 인상분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면 재정절감 효과가 정부안의 재정절감 효과(113조원)를 크게 뛰어 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 재정절감 효과를 위해 사회가 이토록 분열되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퇴직수당 연금화에 따른 지급의무 미래 전가
새누리당이 퇴직수당을 현실화하는 대신 분할 지급하는 안을 내놓은 점이 당장 재정절감 효과를 커 보이도록 할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의 공무원연금법 일부 개정안 62조 3항(신설)에는 “퇴직수당은 퇴직수당연금으로 나누어 지급함을 원칙으로 하되, 퇴직수당 총액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퇴직수당일시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했고, 퇴직수당을 20년에 걸쳐 분할지급하는 것을 기준으로 퇴직수당 추계를 내놓았다. 일시불로 지급해야 할 것을 20년으로 나눠 주다보니 개혁안이 시행될 2016년부터 퇴직수당 재정부담이 크게 떨어진다. 현행 제도에서 2016~2025년 퇴직수당으로 22조1,000억원이 소요되지만 개혁안 적용 후엔 6조8,000억원으로 15조3,000억원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 같은 감소세는 2045년 이후로 시기를 넓히면 역전되기 시작해 결국 2016~2080년으로 확대하면 현행보다 232조원이 더 필요해진다. 윤 위원은 “현 정부와 차기(2018~2022), 차차기(2023~2027) 정부까지 재정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퇴직자 입장에선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어서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 태스크포스(TF)팀 김현숙 의원은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일시불로 받을 수 있는 길을 터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분할지급을 해도 1998년 외환위기 때와 같이 갑작스럽게 퇴직자가 늘어날 경우 재정부담은 커진다. 현 세대의 복지를 미래세대가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기준 공무원연금 충당부채(484조원)가 너무 커 퇴직수당을 일시금으로 주기엔 정부 재정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주장했었다. 충당부채란 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할 의무가 있는 연금액 추정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미 확정된 채무와 달리 지급시기나 금액이 불확실하다. 그런데도 국가 빚이 많다며 연금 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김한창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정책연구소장은 “부채 발생을 기준으로 회계방식을 변경한 탓에 지난해 충당부채가 전년 대비 130조원이 늘어났지만, 국제기준에 따르면 사회보험제도의 연금지급 의무는 국가 부채에서 제외시키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상생의 길은 (4) 불안 휩싸인 공무원 사회
(한국일보 2014.11.13 14:46)
"월급 좀 적어도 노후보장 굳게 믿고 공직 생활했는데…"
공무원 사기 뿌리부터 흔들, 공무원 70% "민간보다 노후 유리"
구체적 정보 공개 없어… 정부·여당, 시한만 정하고 밀어붙여
12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하후상박 공무원연금 개정추진, 이대로 좋은가?'란 주제로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실이 주관하고 경찰공무원노동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충청권의 지방직 6급 공무원 이모(47)씨. 소규모 유아복 회사에 다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뒤늦게 공직에 들어온 이씨는 요즘 어느 때보다 착잡하다. 이씨는 12일 “공무원 월급이 턱없이 적다는 것은 이미 알고 들어왔지만 연금이 있으니 노후에 최소한 생활은 유지하겠다 싶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어렵게 된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씨는 “지금대로라면 퇴직 후 첫 연금으로 140만원 받게 되는데 개혁안을 적용하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떨어질지, 앞으로 얼마나 더 개혁 바람이 불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노후보장 안 되면 공무원 왜 하나”
공무원연금 개혁이 몰고 온 불안감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뿌리부터 흔들 정도다. 2013년 한국행정연구원이 1,5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공무원인식조사를 보면 공무원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가 ‘신분보장’(31.3%)과 ‘연금 등 노후보장’(19.6%)이다. 공무원들은 보수는 민간보다 낮지만(89.5%), 노후생활이 민간보다 유리하다(69.3%)고 생각했다. 이렇듯 공무원의 강력한 장점으로 꼽혀온 노후보장이 무너진다면 공무원직에 대한 의미를 잃게 되는 셈이다.
특히 경찰, 소방 등 근무조건이 열악하고 위험한 특정직 공무원들의 박탈감이 심하다. 서울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윤모(46) 경위는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일반직이나 교육직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은 낮으면서도 훨씬 더 혹독한 근무환경에 놓여있다”며 “이를 버티게 하는 것이 연금인데 이게 없어지면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개혁안에 따라 내 연금이 얼마가 될지 정확히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불안감을 더 부추긴다. 통계청에서 연금 담당자로 근무하는 5급 공무원 전모(52)씨는 최근 직원들로부터 “개혁안이 통과되면 도대체 내 연금이 얼마나 깎이느냐”는 물음을 부쩍 자주 받는다. 지난 9월 연금학회안을 시작으로 최근 새누리당안까지 개혁안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데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연금 변동 추계 등 정확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전씨 자신도 연금을 계산하기가 역부족이다. 전씨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는데 정작 공무원 본인들은 합리적인 궁금증조차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각각의 개혁안을 적용했을 때 개인별 연금 변동액을 알 수 있게 해달라고 안전행정부에 요구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했다.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이 국민연금과 비교해 월등히 수령액이 높다며 공무원들을 ‘세금 도둑’으로 몰아세운 것도 공무원들을 자극했다. 서울시에 근무하는 한 고위 공무원은 “공무원연금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앞장서 공무원 집단을 ‘세금 도둑’으로 몰아세우다 보니 국민과 공무원 사이에 대립이 생겼다”면서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에 대한 비판으로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져 있는데 공무원을 점점 더 궁지로 몰아가니 공직자로서 자괴감까지 느낀다”고 털어놨다.
불안감 키우는 개혁논의 과정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 개혁 자체가 공무원들에게 반가울 리 없지만 일방통행식 논의 과정도 문제가 많다. 새누리당은 연말까지 개혁을 끝내겠다는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고 있다. 안행부도 홈페이지를 구축해 모든 정보를 의혹 없이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공개된 정부의 개혁안,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자료만 올라와 있을 뿐이다. 연금 개혁의 근거나 직급별 연금수령액, 기금이 어떻게 운용됐고 고갈됐는지 등 민감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하면서도 이에 합당한 논의나 설득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가령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하면서 수급개시 연령과 정년을 일치시키는 것이 상식인데 연금개시일을 65세로 연장하는 개혁안을 만들어 놓고 정년 연장 이야기는 없으니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혁 논의가 공무원들의 불안감은 최소화하면서 목표인 재정절감효과는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현재 개혁방식은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공무원들의 불안과 반발이 심할수록 유능한 인재가 모이지 않고, 사적으로 노후대책을 마련하느라 본연의 공직서비스에 전념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사회 전반이 의기소침해질 때 무사안일이라든가 부정부패가 나타나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국정 운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개혁안이 통과된 후 퇴직수당이나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연금 개혁의 재정절감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엄살이 아닌 ‘실체가 있는 불안’으로 인정하고 공무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권문일 덕성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들은 60년 이상 공무원연금제도를 유지하면서 오랜 기간 혜택을 경험했기 때문에 연금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높다”면서 “노후를 위한 대비를 못한 하위직 공무원일수록 노후 빈곤의 문제가 크게 다가와 불안 정도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자칫 흔들리면 여파는 국민에게 미친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지적
공무원사회가 흔들리면 그 여파는 국민에게 미칠 수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자칫 직업공무원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경우 공무원 본연의 업무인 대국민 서비스 질이 하락하고, 퇴직을 부추겨 오히려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연금이라는 유인책이 사라져 유능한 인재를 끌어오기 어려워진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4년 5급 공무원 공채는 430명 모집에 1만3,700명이 지원해 3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5급 공채 경쟁률은 2011년 평균 50대 1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소 사회조사센터장은 “2009년에 공무원연금이 한차례 개정되면서 공직 입직의 동기였던 연금과 노후보장 등 혜택이 크게 감소한 것이 큰 원인”이라면서 “민간과 비교해 공직에서 얻을 수 있는 메리트가 과거보다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인데, 현재 진행되는 연금 개혁안이 통과되면 이런 경향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적인 신분과 노후를 보장해 주는 것은 공무원들이 업무에서 청렴을 유지하고 영리적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울타리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자기 노후만 걱정하느라 비리에 취약해지거나 전반적으로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집단이 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감당하게 된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간 근로자와 달리 공무원들에게는 특수한 연금이 주어지기 때문에 청렴의 의무, 재직기간 중 영리활동 금지, 재취업 금지 등 제약을 감내하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국민연금 체제로 바뀌는 2016년 이후 임용자의 경우 선배 공무원들과 연금 격차가 커 이 역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재정안정화를 목표로 현재 공무원들과 미래 공무원 사이의 연금 격차를 크게 벌려놓으면 정부가 앞으로 공무원을 상대로 한 일괄적인 인사정책을 행사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번 개혁은 재정안정성 하나만 보고 국가관료제를 운영하는 여러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은 부정부패를 막고 장기근무가 가능하게 하며 우수 인재를 끌어들여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이라는 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삭감 서명거부' 고위공무원 열사의 탄생
(한국일보 2014.11.14 16:21)
※ 뉴스A/S는 이미 보도된 기사의 미비한 부분이나 기자들이 놓쳤던 팩트를 보강해 다시 기사로 만든 내용입니다. 하자가 있는 제품에 애프터서비스가 있듯이, 미진한 기사에도 당연히 애프터서비스가 있어야 한다는 한국일보닷컴만의 신념을 반영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국일보, 한국일보닷컴이 되겠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아래 기사에 대해 국무총리실 인사 담당자는 “10일까지 총리실 소속 전체 고위공무원의 서명을 받아 안전행정부에 제출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에 뉴스A/S를 통해 바로잡습니다. 다만 서명 제출 시한(11월 10일)을 넘겨 아직 서명을 하지 않은 다른 중앙 정부부처 소속 고위공무원들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명 운동을 주관하는 안전행정부 인사정책과에 확인한 결과, 복수의 중앙 정부부처들은 14일 현재까지 소속 고위공무원의 서명을 다 받지 못해 안행부에 취합한 서명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당초 고위공무원들에게 10일을 서명 시한으로 통보했던 안행부는 “서명은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면서도 제출 시한을 다음주까지 연장해 추가 서명을 받기로 했습니다. 안행부는 서명 미제출 부처명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원문기사]
윗사람들은 다 받았고, 자신도 당연히 받을 거라 생각했던 공무원연금을 이제부터 대폭 깎겠다는데 쌍수 들고 환영할 공무원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시가 내려오면 우선 따르고 봐야 하는 게 직장인, 특히 공무원의 비애입니다. 그런데 일반 공무원과 달리 신분 보장도 되지 않는 고위공무원이 소극적으로나마 연금 삭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고 알려져 화제입니다. ‘열사가 나왔다’는 목소리마저 들립니다.
13일 세종시 공무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국무총리실 소속 한 국장(2급)이 ‘연금 삭감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공무원연금 개혁 동참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앞서 안전행정부는 고위공무원단(1, 2급) 이상 공무원 2,213명에게 서명 요청 공문을 보낸 바 있습니다.
정홍원 국무총리 등 고위각료들이 지난 11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연금개혁 결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고위공무원의 서명 거부는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충성 서약’을 강요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실제 서명 거부자가 나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말이 요청이지 기명 서명이라 사실상 의무 사항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로도 공문을 받은 고위공무원 대다수가 울며 겨자를 먹는 심정으로 서명 했고요.
하지만 ‘열사’ 국장은 달랐다고 합니다. 그는 심지어 ‘깜빡 하고 서명하는 걸 잊은 게 아니냐’는 확인 요청에 “왜 서명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거듭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무원들 사이에선 ‘당장 옷 벗어도 생계 걱정이 없을 만큼 돈이 많은 게 틀림 없다’‘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이 존경스럽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의사를 대변해줘서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믿는 구석이 있으니 강하게 나올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는 거죠. 그만큼 ‘열사’ 국장이 감수한 위험은 작지 않습니다. 최종 인사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강도 높게 추진하는 정책에 반대 입장을 공공연히 내비친 셈이니까요.
조만간 고위공무원단 바로 아래 직급인 과장급(3, 4급)까지 서명 동참 요청이 내려올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또 한번 열사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 한 중앙부처 과장은 “마음 같아선 절대 서명하고 싶지 않지만, 초등학생 아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면 우선 자리부터 보전하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고 토로했습니다. 직장인의 ‘간 크기’는 대체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 상생의 길은 (5) 해외 사례에서 배우자
(한국일보 2014.11.14 04:40)
독일은 연금 개시 1년 늦추는 대신 정년 5년 연장
박 대통령 예로 든 독일·오스트리아 공무원 저항·노후 충격 최소화 초점
獨, 10년에 걸쳐 연금 격차 줄이고 10년간 깎은 보수 재정안정기금으로
13일 오후 정부 대전청사에서 예정됐던 '충청권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에 참석하려는 박경국(왼쪽) 안전행정부 제1차관을 공무원노조원들이 막아서고 있다. 이날 포럼도 결국 공무원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지난 4일 영남권 포럼이 무산된 데 이어 다섯 번째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참고 사례로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꼽았다. 이 나라들의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연금 수령액을 줄이고, 지급시기를 뒤로 늦추고, 기존 수령자에게 재정안정화 기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이미 새누리당의 연금 개혁안에 반영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반영되지 않은 부분에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더 중요한 점이 있다. 공무원들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직기간은 오히려 늘리고, 수십년에 걸쳐 실행되도록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한 점이다. 또 개혁 후에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지급받는 등 전반적인 복지 수준이나 정부 부담 정도가 우리나라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독일, 공무원 특수성 감안 점진 개혁
독일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비교적 늦은 2000년대 들어 본격 추진됐다. 전문 직업공무원 개념이 발달한 만큼 공무원연금제를 유지하되 연금을 삭감하는 점진 개혁으로 정부 재정 부담을 줄였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은 공적연금이 직종별로 분리돼 있고 그 속에 공무원연금이 포함돼있다”면서 “그 틀을 유지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처럼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았던 공무원연금을 다른 연금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독일의 경우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수급액 차이가 우리나라만큼 크지 않고 공적 연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2003년 개혁 당시 독일은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2세에서 63세로 늦췄지만 동시에 재직기간을 3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했다. 연금급여는 2003년 퇴직 전 3년 평균소득의 75%에서 2010년 71.5%로 단계적으로 낮췄다. 여전히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유족연금 지급률은 60%에서 55%로 낮췄다.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특별기금이 설치된 점은 주목할만하다. 독일은 1998년과 2003년 법률 개정을 통해 재직 공무원 보수를 약 10년간 단계적으로 삭감한 재원으로 ‘공무원연금 재정안정화 기금’을 조성해 2019년까지 15년 동안 공무원연금에 충당하기로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 공무원연금은 연금보험적 성격보다 부양제도적 성격이 강해 국가가 조세로 전액 부담하는 구조”라고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점을 지적했다. 다만 그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연금을 삭감하고 재정안정화 기금을 운영한 것은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연금삭감ㆍ퇴직자 고통분담
오스트리아는 2005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실시했다. 가입 기간을 40년에서 45년으로 늘리고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연령은 60세에서 65세로 늦췄다. 65세까지 45년 동안 일하면 평균 소득의 80%를 받게 된다. 민간연금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치다. 역시 개혁을 했다고는 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수령액이 높다.
다만 2005년 전에는 연금지급 기준이 ‘퇴직 직전 소득’이었던 것을 개혁안에 따라 ‘전기간 평균 소득’으로 바꿔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한 과정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급여 수준이 높은 1965년 이전 출생자들은 연금을 내는 기여율이 급여의 10.25%에서 12.55%로 올랐다. 반면 1966년 이후에 태어난 공무원들은 기여율이 10.25%로 그대로 유지됐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미 퇴직한 기존 연금수급자가 고통 분담을 위하여 연금액 일부를 재정안정화 기여금으로 내는 제도를 신설한 점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연금을 받는 개혁 이전의 수급자들에게 부과하는 것으로 새누리당 안에 반영돼 있다. 기여금은 매월 연금에서 자동 적립되고 퇴직 시점과 연금액에 따라 기여금을 떼는 비율은 1~3.04%로 차등 적용된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스트리아는 기존 수급자들의 연금을 직접 삭감하는 대신 목적세 형식으로 기여금을 부과한 최초의 국가”라고 설명했다.
점진적 개혁과 사회적 합의
해외 사례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고 점진적 개혁을 이룬 과정에 있다. 독일은 20년에 걸쳐 근로자와 공무원간의 연금격차를 서서히 줄인 덕에 공무원들의 저항 없이 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김진수 교수는 “우리도 3번에 걸친 개혁이 이뤄졌지만 그때마다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했다”면서 “연금 지급액을 당장 줄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고 실행을 다음 정부로 물려주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는 2005년 연금 개혁 이행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했다. 개혁으로 깎이는 연금액을 3~8.2% 수준으로 정해 노후보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고, 공무원이 매달 내는 보험료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기여율 인상은 최소한으로 했다. 대신에 근로 기간 연장을 통해 연금재정 안정화를 꾀하고, 근로 가능 기간을 최대 45년으로 연장해 근로자들이 일하면서 적정 연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윤석명 위원은 “두 나라 모두 각종 경과규정, 임시규정, 구제도와 신제도의 공존을 두어 최소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개혁을 이뤘다”면서 “이들 나라가 단계적인 개혁 속에 저항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데 고심했다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美, 사회보장·공무원 연금 동시 가입… 日, 내년부터 민간·공무원 연금 통합
우리보다 20~30년 앞서 개혁을 단행한 미국과 일본의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이 연계된 다층구조다.
1987년부터 다층 구조로 전환한 미국은 공무원에게 사회보장연금(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두 가지를 동시에 가입하도록 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재정을 통합 관리해 재정절감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그 전까지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연금과 공무원연금이 별개로 운영됐다. 또 공무원들이 개인연금에 해당하는 개인저축계정에 가입하면 정부가 급여의 최고 5%(개인은 최고 10%)까지 부담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장체계를 복층 구조로 바꿔 각 연금의 혜택을 모두 받도록 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재정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앞으로 개혁 논의를 진행할 때 사회보장 혜택을 넓히는 한편 공무원제의 특수성 또한 보장하는 다층적 연금제도를 고민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민간과 공무원들의 연금을 아예 통합했다. 1986년부터 개혁작업을 시작해 내년부터는 공제연금(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민간근로자연금)이 완전히 통합된다. 우선 1단계로 1986년 공무원과 회사원을 포함한 전국민을 기초연금(국민연금)에 가입시켰다. 이전에는 공무원과 회사원은 각각 공제연금과 후생연금에만 가입했다. 이어 후생연금보다 더 높았던 공제연금 수령액을 점차 낮춰 공무원과 민간 사이 연금 격차를 좁혀나갔다.
이를 토대로 2단계 개혁이 이뤄졌다. 2012년 8월 국회에서 ‘근로자연금 일원화법’이 통과돼 내년부터는 공무원이든 민간 회사원이든 같은 연금에 가입하게 된다.
윤 교수는 “우선 전 국민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해 기본적인 사회보장체계를 확대한 뒤 30년에 걸쳐 공제연금과 후생연금 간 격차를 줄여 통합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통합은 공무원연금 재정 부담을 덜 여지가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학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두 연금을 통합하면 모든 연금이 하향평준화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준호 한신대 글로벌협력대학 교수는 “당장 체계를 바꾸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1단계로 사회보장을 강화한 뒤 연금 간 격차를 줄여가는 방식은 참고할 만하다”면서 “지금처럼 공무원연금의 보험료와 급여수준을 적당히 손보는 개혁으로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재정안정화를 통한 지속성도 담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상생의 길은 (6·끝) 특수직역연금 개혁은
(한국일보 2014.11.14 21:39)
공무원연금 따라 손질 불가피…사학·군인 연금도 발등의 불
공적연금 연계·신규교원 감소 탓 2022년부터 내리막… 2033년 고갈
1973년 이미 적립기금 고갈, 정부 보전금이 연금의 절반 넘어
14일 국회에서 2015년도 예산안 심사 및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식(오른쪽)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이 참석해 정종섭(왼쪽 세 번째) 안전행정부 장관의 답변을 듣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실상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은 사학 교직원 연금액을 계산할 때 공무원연금 산정방식을 상당 부분 따르도록 규정돼 있는 등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하는 규정이 많다. 군인연금법도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될 때마다 관례적으로 그 내용에 맞춰 바뀌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은 정치적인 부담을 이유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개혁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미 공무원 조직의 저항이 거센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큰 군인과 교사들의 반발이 확산될 경우 자칫 공무원연금 개혁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흑자지만 미래가 불안한 사학연금
사학연금은 공무원연금, 군인연금과 달리 현재 적립기금이 유일하게 흑자구조다. 사학연금공단에 따르면 사학연금은 2022년 기금액이 23조8,000억원으로 정점을 찍는다. 하지만 이후 기금이 줄어들기 시작해 2033년엔 고갈이 예상된다.
재정 고갈 원인은 공적연금 연계 제도와 지속적인 저출산율로 예상되는 신규교원 감소다. 기존 사학 교직원들은 20년 이상 근속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사학 교직원 퇴직자의 80%는 20년 미만 근속자로 이들에겐 퇴직수당만 지급됐다. 그런데 2009년 국민연금과 사학 연금 가입기간을 합산해 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면서 근속기간이 20년 미만인 수령자가 급속히 늘어나게 됐다. 저출산에 따른 지속적인 신규 교원 감소도 사학연금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사학연금 재정적자 규모를 2033년 5조4,000억원에서 2080년엔 연간 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사학연금도 공무원연금처럼 자동적으로‘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손질됐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맞춘 사학연금법의 개정은 이번 개혁에도 적용되지만 퇴직수당이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수당과 관련한 법 개정에 정부와 사립학교 법인간의 갈등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현행 사립 초ㆍ중ㆍ고 교직원의 퇴직수당은 정부가 모두 부담하지만, 사립대 교직원 퇴직수당은 법인(40%)과 정부(60%)가 나눠 부담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연금 삭감 보전 조치로 새누리당은 퇴직수당의 현실화를 내걸었기 때문에 사학연금법도 개정이 불가피한데 사립대 교원의 퇴직 수당을 올려줄 경우 사학 법인과 정부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는 “정부가 민간의 최대 39% 수준인 퇴직수당을 100%로 올린다면, 사립대 교원의 퇴직수당 재원마련을 놓고 서로 조금이라도 덜 부담하기 위해 사학법인과 의견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학연금의 특성이 무시된 채 공무원연금에 맞춰 개혁되는 것에 대한 사학 교직원들도 불만도 크다. 송선기 사학연금가입자연대 공동대표는 “사학연금은 특수직역 연금가운데 유일하게 부채가 없고, 정부 부담금도 2.9%(공무원ㆍ군인연금은 7%)에 불과하다”며 “사학연금을 개혁하려면 별도의 논의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A사립중의 근속 17년차 교사인 이모(41)씨는 “연금 개혁과 관련해 공단에 조회해보니 30년을 재직해도 연금액이 200만원이 채 안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또 무슨 개혁을 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더 강도 높은 사학연금 개혁을 주장했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는 “공무원연금은 기금이 모자라면 국가가 의무지급 해야 하지만, 사학연금은 의무지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적자가 나도 정부 지원 대신 사립학교 직원들 스스로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으로 적자의 절반을 메우는 군인연금
1960년 공무원연금과 함께 시작된 군인연금은 1973년 이미 적립기금이 고갈됐다. 이에 따른 정부의 적자보전금은 지난해만 1조3,7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군인연금 총 지급액의 50.5%다. 군인연금의 적자보전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2080년에는 3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군인연금은 1960년 이전 전역 간부에 대해 납부금을 면제하고, 6ㆍ25 전쟁 등 전투 참가자의 복무기간을 가산(전투기간 3배)하면서 초반부터 재정이 취약했다. 또 계급정년 등으로 군인의 평균 퇴직 연령(43~45세)이 낮아 연금수령 시기(전역 후 다음달)도 빨랐다. 국가 헌신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해 공무원ㆍ사학연금법이 개정된 2009년에도 군인연금은 바뀌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개정됐다. 급여 대비 납부금 비율이 5.5%에서 7%로 인상되는 등 타 연금과 형평성이 맞춰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 개혁이 ‘빈익빈부익부’가 가장 심한 군인연금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꾸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00만원 이상 군인연금 수급자는 2만5,300여명(36.3%)이었으며, 170만원 이하 수령자도 2만2,500여명(35%)으로 양극화가 뚜렷했다. 평균 근속기간이 29.4년인 예비역 대령의 월 평균 연금액은 330만원으로, 다른 연금 대비 수령액이 많았다. 지난해 군인연금의 1인당 국고보전금(1,663만원)은 공무원연금의 국고보전금(546만원)의 3배다.
군인연금은 고위간부 출신의 연금이 높은 대표적인 ‘상후하박’ 구조다. 1972년 육군 하사로 임관해 2007년 원사로 전역한 염모(64)씨는 “수입 없이 170만원 연금을 받아 주택대출 상환하면 생활이 빠듯하다”며 “연금으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장성급 정도일뿐 대부분의 군 동료들은 아파트ㆍ공장 경비 등 최저임금을 받고 여전히 일한다”고 말했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는 군인연금 개혁에 대해 “전역 이후 재취업 등을 강화하는 방식과 함께 수령 시기를 전역시점이 아닌 ‘60세 이후’처럼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등 다각적인 개혁을 진행해야 군인연금이 존폐 기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평균 수명 등을 고려해 2080년까지의 군인연금 운용과 관련한 장기 재정 전망치 등을 추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체 만들어 논의" 공무원단체·야당 한목소리 정부·여당은 "시간 끌기용"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체를 만들자는 주장은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 단체 모임인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가 지난달 초 정부에 공식 제안한 내용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올해 안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하려는 ‘속도전’에 초점을 맞추자, 공투본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모든 공적연금의 당자사들이 참가하는 사회적 합의체를 구성한 뒤 정부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혁 방향을 도출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사회적합의체 구성 방안은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지하고 나서면서 힘을 얻고 있다. 공투본은 현재 국내외사례 수집과 조사를 통해 사회적 합의체 안을 만들고 있다. 사회지도층, 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의 참여를 보장하고,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게 밑그림이다. 김한창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정책연구소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재정추계와 예산 관련 내용이 중요하므로 사회적 합의체 안에 재정과 예산 부분을 주요 분과로 설치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합의체에 대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늦추기 위한 시간 지연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9월말 한국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공개된 이후 공투본이 세 차례 공식 요구한 사회적 합의체 구성에 대해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내후년 선거가 있는 정치적 일정 등을 감안해 늦어도 내년 초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도 사회적 합의체 구성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들어가기 전 공무원연금 개혁을 끝마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에 시간이 있는 만큼 그때까지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모아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 수렴에 초점을 맞춘 공투본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입장이다.
아울러 연금 개혁과 관련해 공무원법상 공무원에는 속하지만 노조활동 등 단체행동에는 제약이 따르는 군인 등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느냐도 사회적 합의체 구성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갈등 해소 차원의 사회적 합의체 구성에는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지만 운영기간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제갈현숙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사학ㆍ군인연금법이 공무원연금법을 따르는 규정이 많아 연쇄 조정이 불가피한데도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만 신경 쓰면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 않다”며 “이것이 사회적 합의체가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국은 연금개혁에 사회구성원들의 합의를 도출하는데만 6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연금개혁만큼은 정권이 바뀌어도 이전 정권의 내용을 토대로 진행하는 정치적 성숙함도 녹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사회적 합의체가 연금 개혁의 속도를 늦추는 역할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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