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죄, 그 참을 수 없는 모호함
글 |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의 모습. |
김상조 교수의 경제개혁연대가 정몽구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할 수도 있다는 군요. 이사회에서 입찰금액에 대한 논의도 하지 않고 너무 많은 금액을 써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한전에는 부당하게 이익을 준 것이 배임죄가 된다는 것이죠. 그것이 배임죄가 된다면 정몽구 회장은 무기징역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상 업무상 배임의 금액이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입찰한 금액이 10조 5500억 아닙니까? 그러니 위의 기준을 따르자면 무기징역을 받아도 여러번 받을 금액인 거죠.
부지매입에 큰 베팅을 했다고 해서 감옥을 가야 한다?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사람을 감옥에 보내려면 최소한 사악한 행위를 했어야 하죠. 회사 돈을 떼어 먹었든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기를 쳤든가 하는 것 말이죠. 땅을 사기 위해 큰 베팅을 한 것은 사악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결과적으로 승자의 저주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 땅을 이용해서 대박을 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땅을 비싸게 샀다고 감옥에 보낸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이 죄가 될지 안 될지의 여부는 고발과 기소와 재판의 과정을 거쳐서 드러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작용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를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제가 배임죄를 거론하는 것은 어제 마침 한 토론회에서 배임죄를 가지고 주제 발표를 했었기 때문입니다.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업무상 배임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였는데요. 업무상 배임죄의 적용 기준이 너무 모호해서 웬만한 경영행위는 배임죄가 될 소지가 있고 이런 상태에서는 경영자들이 소신 있게 경영을 하기 힘드니 배임죄의 폐지까지 포함해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토론회를 마쳤는데 마침 또 정몽구 회장에 대한 배임죄 고발 기사가 인터넷에 떠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배임죄는 정말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정몽구 회장은 비싸게 산 것이 문제지만 KT의 이석채 회장은 사옥을 헐값에 팔았다며 고발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처리되었지만 이같은 경영 행위가 형사고발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방송 화면에 죄인처럼 대서특필되고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했죠. 이런 일이라면 형사책임이 아니라 회사 내에서 경영상의 책임을 따지든가 아니면 손해배상 청구 등의 민사 소송으로 충분할 것입니다.
배임죄는 재산을 사고파는 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더 자주 폭 넓게 적용되는 것은 계열사 지원행위입니다. 그룹 형태의 기업들에서 어떤 계열사가 어려움에 처하면 사정이 괜찮은 계열사들이 나서서 돕곤 하죠. 그런데 그것이 바로 배임죄에 해당합니다. 도움을 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 죄라는 거죠. 대기업에 부도가 나면 총수를 비롯한 경영자들이 수갑을 차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입니다. 웅진의 윤석금 회장, STX의 강덕수 회장, 동양의 현재현 회장, 대우의 김우중 전 회장, 기아차의 김선홍 전 회장, 쌍용의 김석원 전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전 회장, 한화의 김승연 회장 등이 정상적 계열사를 통해 부실계열사를 살리려다가 배임죄를 적용받았습니다.
이렇게 한 번 가정해 보시죠. 10개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려움에 처한 그 계열사를 잘라서 부도를 내거나 법정관리에 넘기시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계열사로 하여금 도와주게 해서 살릴 것인가? 문제의 계열사를 버리겠다고 결심하면 배임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원을 해서 살려내겠다고 결정을 하면 배임죄에 걸리게 되죠. 그래야 하는 걸까요? 어느 쪽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결정이었다면 죄로 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오늘은 배임죄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2013년 8월에는 시민 731명으로부터 1억 8478만원의 출자를 받아 새로운 싱크탱크인 프리덤팩토리를 경영하고 있다. 그 밖에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이념분과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고,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정호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령 래퍼이기도 하다.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김박사와 시인들이라는 그룹을 결성해서 2011년 1월에는 <개미보다 베짱이가 많아>라는 음반을 냈다. 또 같은 해 6월에는 김문겸 중소기업호민관과 같이 동반성장을 주제로 하는 랩배틀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공개했다. 제목은 We Can Do It! 2012년 10월과 11월에는 대학로 갈갈이홀에서 <기호 0번 박후보>라는 시사 코미디에 래퍼이자 강연자로 출연했다.
「다시 경제를 생각한다 」「k-pop 세계를 춤추게하다 」비즈니스 마인드 셋」,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운대행 버스」, 「누가소비자를 가두는가」, 「땅은 사유재산이다」, 「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 등 여러 권의 저서와 논문도 펴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프리덤팩토리 대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거쳐 1988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2003년에는 숭실대학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2012년 3월 9년간 해오던 자유기업원장직을 떠나서 지금은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있다.2013년 8월에는 시민 731명으로부터 1억 8478만원의 출자를 받아 새로운 싱크탱크인 프리덤팩토리를 경영하고 있다. 그 밖에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이념분과의 민간위원으로도 활동 중이고,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정호 교수는 대한민국 최고령 래퍼이기도 하다.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김박사와 시인들이라는 그룹을 결성해서 2011년 1월에는 <개미보다 베짱이가 많아>라는 음반을 냈다. 또 같은 해 6월에는 김문겸 중소기업호민관과 같이 동반성장을 주제로 하는 랩배틀 뮤직비디오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공개했다. 제목은 We Can Do It! 2012년 10월과 11월에는 대학로 갈갈이홀에서 <기호 0번 박후보>라는 시사 코미디에 래퍼이자 강연자로 출연했다.
「다시 경제를 생각한다 」「k-pop 세계를 춤추게하다 」비즈니스 마인드 셋」, 「블라디보스토크의 해운대행 버스」, 「누가소비자를 가두는가」, 「땅은 사유재산이다」, 「왜 우리는 비싼 땅에서 비좁게 살까」 등 여러 권의 저서와 논문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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