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 치

[단독]박광온 딸 "선거에 20표 정도 영향 줬을뿐인데···" (경향신문 2014-08-06 12:50:23)

[단독]박광온 딸 "선거에 20표 정도 영향 줬을뿐인데···"

 

이번 7·30 재·보선에서 후보자들만큼이나 주목을 받은 사람이 있다. 트위터를 통해 출마한 아버지를 ‘디스’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도운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경기 수원정)의 딸 박효도씨(가명)다. 박씨는 공식선거운동 시작일 하루 전인 지난달 16일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snsrohyodo)’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재치있는 ‘드립’으로 누리꾼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선거가 끝나고 박씨는 공언대로 계정을 ‘폭파’(폐쇄)했다.

박씨가 ‘랜선세계’에서만 활동한 것은 아니다. 선거 막판엔 여름 휴가를 가려고 아껴뒀던 연차를 써가며 직접 수원 영통 곳곳을 발로 돌며 사진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활동처럼 아버지와 상의를 한 게 당연히 아니었다. 박씨는 “뭐라도 계속 SNS에 올려야겠는데 더 이상 드립이 생각나지 않아 고안해낸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갑작스런 ‘연차 몰아쓰기’에 직장 상사들에게 찍혀 현재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박 의원의 당선으로 ‘불효자’인 딸의 노력은 ‘해피엔딩’이 됐지만 아버지의 선거가 끝나면 평소처럼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바람은 조금 어그러졌다. 한 매체에서 나이와 본명 등 신원을 동의 없이 공개하면서 박씨는 적잖이 상처를 받았다. 우리에게 ‘정치인의 가족은 과연 공인인가’라는 고민도 하게 했다. 온라인에서는 아직까지도 ‘실제 딸이 맞느냐’, ‘당에서 홍보를 위해 직접 운영한 계정 아니냐’는 의혹 제기부터 ‘딸이 아닌 아들’이라는 낭설까지 사실인양 떠도는 실정이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근처 카페에서 박씨를 직접 만났다. 기사에 본인 사생활이나 사진 등 신원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박씨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싶었다”며 “이번이 언론과 만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박씨가 몇몇 매체들과 이메일을 활용한 인터뷰에는 응한 적은 있지만 얼굴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유일하다.

어렵게 언론에 나섰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1시간 내내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박씨는 유쾌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SNS에서 봤던 톡톡 튀는 ‘센스’는 대화 중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박씨는 작은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박 의원의 딸이 확실했다. 딸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부녀 관계를 자세히 설명했고, 비보도를 요청한 학교와 직장 생활 등에 관한 얘기는 기자가 사전에 알고 있던 내용과 일치했다. 박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트위터에 올라온 수원 영통지역에서 찍은 사진의 원본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당 차원에서 한 홍보행위라는 소문에) 당에서 어떻게 그런 식으로 홍보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아버지의 선거운동원으로서 당선을 위해 활동한 게 아니라, 딸로서 박광온이라는 괜찮은 사람이 유권자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알려질 수 있는 이벤트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신원이 공개된 데 대해서는 “아버지가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내 삶이 달라져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며 빨리 선거 전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전했다.



정치인 아버지가 새겨 들어야할 경고도 했다.

“아버지가 총선에 다시 출마하면 또 도움을 줄지는 더 생각해 봐야겠어요. 그때 마음에 들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으면…. 저도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제대로 안하면 ‘박캔디’(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의 딸 고희경(고캔디)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버지에 대한 폭로글을 게재해 논란이 된 것을 빗대 표현 한 듯)가 돼 버릴 거에요.(웃음) 제대로 활동하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겁니다.”

아래는 일문일답.

-트위터라는 수단으로 아버지의 선거 운동을 도운 이유는?

“활동을 시작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냥 시작한 게 아니라 나름 계획을 굉장히 신중하게 짠 거다. 물어본 사람들 중에 말린 사람이 없어서 이 고생을…(웃음) 평소 트위터를 즐겨 사용해서 그 감각을 가지고 가면서도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SNS라고 생각했다. 노출되지 않으면서… 진짜 노출되기 싫었다. 주변에서 아버지가 뭐하는지 다 모른다. ‘딸로서 아버지가 떨어지더라도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한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 한 것이지 반드시 당선시켜야겠다는 목적은 아니었다.”



-본계(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본인 계정)를 알아내서 동일인 아니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나?

“아직 없었다. 주변에 나를 직접 아는 사람들이 많이 실드(연막)를 쳐줘서… ‘아, 역시 의리 중 의리는 트위터 의리구나’라고 생각했다.(웃음) 실물(얼굴)까지는 털릴(공개될) 수 있는데 본계는 절대 털리고 싶지 않다. 본계를 털리지 않기 위해 트윗 올리는 시간도 조절하고 혹시라도 양쪽 계정을 헷갈려 실수로 잘못 올릴까봐 앱을 아예 2개를 깔아서 따로 사용했다. ‘실수하면 끝이다’ 생각했다.”



-박씨의 트위터 활동이 새정치연합의 수도권 전패를 막았다는 평가도 있다.

“내 생각은 다르다.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실제 표를 움직이려면 내 활동에 공감을 하면서 트위터를 사용하는 영통 유권자여야 하는데 확률이 너무 낮다. 아버지는 선거 출마가 처음이고, 진짜로 재미가 없는 사람이고, 기자로서 쌓아온 삶도 나쁘지 않은데 인지도가 너무 낮으니까 하나 기억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자, 재·보선이라는 좋은 타이밍에서 딱 한 번 할 수 있는 이벤트다, 그걸 계획하고 했기 때문에 표에 진짜 영향을… 20표 정도 미칠 순 있겠죠.(웃음)”



-처음부터 연차를 내고 아버지 선거구인 영통에 갈 생각이었나?

“그럴 생각이 없었다. 원래 트위터 계정도 2~3일 정도 하고 폭파하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커지니까, 당에서도 동아줄처럼 붙잡고 있는게 보이니까… 저는 한 사흘차부터 (트위터 활동이) 재미가 너무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대하니까 계속 뭔가 올려야 되고… 그래서 ‘트위터도 주5일제 해야 한다’고 쓰고 했던 건데…(웃음) 뭐라도 쓰려면 영통이라도 가봐야지 했는데, 가니 막상 할 게 없었다.(웃음)”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 아들은 진지한 글을 써서 도움이 됐다.

“그 분은 진중한 느낌과 다음 아고라라는 매체가 딱 맞아 떨어진 거다. 거기서 모티프를 얻긴 했지만 절대 그렇게 하진 않았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이 방식이었고, 박광온이란 사람이나 딸이나 진지한 거 써봐야 주목을 끌지 못했을 거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트위터 활동을 시킨 거 아니냐, 심지어 당에서 운영하는 트위터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위험한데 시킬 리가 있나. SNS로 표를 모은다는 건 불가능하다. 골키퍼처럼 100번 잘하고 1번 실수하면 욕먹는 위험한 기획을 할 리가 없다. 미리 새정치연합에 트위터 활동을 하겠다고 말하면 절대 통과될 수가 없어서 묻지도 않고 계정을 파버린(만든) 거다. 당에서 막판에 이러저러한 내용을 트위터에 써달라는 요구도 했지만 다 무시했다. 조금이라도 당에서 개입하면 계정의 핵심이 죽어버리는 거다. 아버지를 지지하지만 나는 아버지랑 다른 사람이고 정치성향도 완전히 다르다.”



-처음에는 공보팀에서 트위터를 못하게 하다가 나중에는 기대하는 게 있었던 건가?

“기대까지는 아니고 사고만 안 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던 거 같다. SNS가 표를 떨어뜨릴 순 있어도 가져올 수는 없다. 지난 지방선거 때 정몽준 전 서울시장 후보자 둘째 아들 같은 경우도 그렇고… 엄청 불안했을 거다. 사실 진짜 미안하다. 엄청 조마조마했을 거다. 아버지도 나중에는 거의 비는 느낌으로 ‘말조심하라’고 하셨다.”



-선거 끝나고는 뭐라고 하시던가?

“손잡고 ‘고맙다’고 하셨다. 사람들이 당선 축하 인사할 때 ‘따님이…’라고 말하니까 좋아하시는 거 같긴 하다. 하지만 아버지께도 계속 말씀 드렸는데 선거에 영향을 미친 거는 정말 없다.”

-아버지의 정치 입문 계기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2011년 말 MBC 퇴사하기 2~3년 전이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이후 논설위원실로 가시면서 집에 계시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 당시 보도하고 싶은 것도 보도를 못하고, 방송국 분위기가 짜증이 나시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언젠가 ‘내가 이걸 바꿔야겠다, 국회의원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계신 걸 알게 됐다. 가족들 모두 남의 눈에 띄기 싫어하는 사람들인데, 난리도 아니었다(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왜 어울리지도 않는데 국회의원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하니까 ‘내가 이렇게 꼭 바꾸고 싶다’라고 너무도 정직하게 말씀을 하시니까 막을 수가 없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작은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공연 및 음반 관련 소일거리를 하고 있다. 회사에 일이 많은데 갑자기 연차를 몰아써서 회사에서 찍혀 나와야 할 거 같다. 그래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원래 부모님은 안정적인 일을 하길 원하셨는데 내가 기대를 많이 저버렸다. 이상하게 고집만 닮았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니’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결국 ‘알아서 잘 할 거라고 믿는다’고 하신다. 많이 고통스러우셨을 거다. 회사에서는 내가 박광온의 딸인지 전혀 모른다. 회사에서는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트위터에 혹시나 채용 제안이 오려나 하는 마음에 이메일 주소를 올렸는데 언론사 인터뷰 요청만 잔뜩 왔다.(웃음) 아버지 덕을 봤다는 소릴 듣고 싶지 않다.”



-아버지가 딸이 월급을 적게 받는다고 도와줄 사람이 아닌가?

“전혀 아니다. 이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웃음) 본가에서 나와 살고 있는데 여러해 전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앞으로도 도움 안 받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국회의원 딸인 게 알려져서 잃는 게 더 많다고 본다.”

-평소에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하는가?

“이번에 트위터에서 처음 아빠라고 해봤다.(웃음) 아빠라고 안 부른다. 아버지라고 부른다.”



-정치인 박광온에 대해 걱정되는 것은 없나?

“정치 영역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아버지가 가진 성실함, 공정성과 같은 가치들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런 가치들을 지켰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거라고 현실적으로 예상한다. 그동안의 아버지만큼 공명정대하기도 힘들 텐데… 그래서 정치하는 걸 반대했던 거기도 하다. 이번에 자식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무한한 존경을 보여드린 건데 그걸 무시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못된다. 어떤 판단의 기로에 섰을 때 하다못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의원으로서의 아버지는 어떨지 국정감사하고 할 때 다 지켜볼 거다.”



-아버지가 다음 선거에 출마하시면 또 도와드릴 생각이 있나?

“마음에 들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지 봐서 결정하겠다. 나도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단,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아니다. 다른 분들한테 죄송한 거는 이번 일로 SNS를 과대평가해서 유사한 계정을 분명히 만드실 텐데 그냥 내가 죄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첫 타를 먹고 나는 빠지겠다. 고생하세요.(웃음)”

-아버지가 인터뷰 기사 나가면 무척 두려워하실 거 같다.

“의정활동 잘못하면 ‘박캔디’가 돼 버릴 거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