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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부 동 산

5개월 만에…주택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누더기’ (경향신문 2014-07-17 21:32:54)

5개월 만에…주택 전·월세 임대소득 과세 ‘누더기’

ㆍ당·정, 2주택자 전세 과세 방침 철회
ㆍ정부, 부동산 띄우려 ‘불로소득 세금’ 정책도 대폭 축소
ㆍ학계 “당정의 부동산 활성화 방안, 조세 공평성 흔들어”

 

새누리당과 정부가 17일 2주택자 전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전격 철회했다. 이러한 후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처음 임대소득 과세 방침을 내놓을 때부터 수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정부가 거듭 과세 대상과 액수를 줄여주면서 임대소득 과세 방안은 껍데기만 남았다. 부동산 시장을 띄우기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기로 한 데 이어 부동산을 이용한 불로소득에 세금을 매기기로 한 정책까지 대폭 축소한 것이다.

세법상 임대소득은 소득세 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집주인이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 세금을 내는 임대소득자는 거의 없었다. 임대소득은 세금 없는 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그러나 정부가 세입자가 내는 월세를 소득공제해 주고, 올해부터 국토교통부가 읍·면·동사무소에서 받은 전·월세 확정일자 자료를 국세청과 공유하면서 임대소득 파악이 쉬워졌다. 그동안 누락됐던 임대소득세를 제대로 걷을 수 있는 기회였다.

정부는 지난 2월26일 ‘주택 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부터 임대소득자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대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2주택자는 임금 등 다른 소득과 분리해 14%만 세금을 내게 했다. 종합소득세는 세율이 최저 6%에서 최고 35%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대체로 분리과세가 유리하다. 정부는 종합소득세로 했을 때 더 유리한 임대소득자는 종합소득세를 선택할 수도 있게 했다.

이러한 정부의 ‘당근책’에도 세금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자, 정부는 3월5일과 6월13일 연달아 보완책을 내놨다. 이 과정에 분리과세 대상이 많아졌다.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면, 3주택자 이상이라도, 시가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어도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나마 분리과세한 세금도 부담스러울까봐 2016년까지 3년 동안 내지 않도록 유예해줬다.

이날 당정회의에서 마지막으로 쟁점이 됐던 2주택자 전세 과세안이 철회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보완책에서 월세 소득자와의 형평성을 위해 2주택 전세 소득자에게도 세금을 매기기로 했지만, 정치권의 요청에 조세 원칙을 스스로 뒤엎은 셈이 됐다. 부동산 업계는 ‘악재가 걷혔다’며 반기는 분위기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주택자 중 절반이 전세를 놓는데 과세 부담이 사라지면서 1주택자들이 추가로 집을 구입할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에 임대소득으로 소득세를 낼 사람은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소수뿐이다. 월세로 따지면 한 달에 167만원 이상 받거나 전세 보증금 합계가 14억5000만원 이상인 사람들이다. 대부분 원래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금을 내던 사람들이다. 오히려 지난해 임대소득세를 낸 8만3000명 중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상당수가 비과세로 빠지게 된다. 당장의 세수는 이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공평하게 세수를 확충할 수 있는 방안인데, 당정이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연결지어 자꾸 바꾸다 보니, 과세안이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