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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EBS, 연평균 순익 26억원인데 빚 얻어 새 사옥 짓겠다고...” 논란 (조선일보 2014.03.27 17:47)

"EBS, 연평균 순익 26억원인데 빚 얻어 새 사옥 짓겠다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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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로 운영되고 수험생들에게 교재를 판매하는 EBS가 빚까지 내서 새 사옥을 짓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김향숙·54·재수생 학부모·서울 잠원동)

“일산 신사옥 건립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EBS 관계자)

EBS(한국교육방송공사)가 요새 어수선하다. 오는 5월 일산 대화역 인근에 착공 예정인 ‘디지털 통합사옥’의 시공사 선정을 목전에 두고 사옥 이전 자체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신사옥 건설에 부족한 EBS의 재정 형편이다. 지난해 9월 EBS가 발표한 ‘통합사옥 신축에 따른 중·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신사옥 건립 및 방송 설비 투자, 기존에 소요되는 통상적인 고정 운영비 등에 필요한 총 비용은 부가세 포함 299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EBS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은 도곡동 사옥 매각대금 477억원, 정부지원금 506억원, 방송인프라 자본보조금 지원금 201억 원 등 총 120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EBS 측은 "2998억원이라는 비용은 새 사옥 완공 및 입주가 끝나는 2017년 4년 뒤인 2021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에 대한 대비 자금과 운용비용까지 모두 감안한 전사적인 중장기 종합계획에 따른 수치일 뿐"이라고 말한다. "새 사옥 건립과 이전이 아니더라도 계속 들어가야 할 방송인프라 비용과 감가상각비까지 모두 포함돼 있는 추정액이어서 실제 2017년 완공될 통합사옥 신축 및 관련 인프라 설비 비용은 그보다 적은 1906억원"이라는 것이다. 
 
◇ 부족한 신사옥 건설- 이전 사업비 마련 방안 논란

현재 EBS가 보유한 자금은 250억원이며, 도곡동 본사 매각 수익 477억원, 정부지원금 506억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EBS의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차입을 하거나 자체사업을 통해 2021년까지 총 1539억원의 수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둘째는 2021년까지 연평균 95억원의 방송광고 수입을 확대하고 전자출판 및 글로벌 신규사업 수입을 연평균 16억원, 애니메이션 사업 역시 60억원을 증대시킨다는 방안이다.

노조 측은 신사옥 완공과 입주 4년 뒤인 2021년까지의 모든 비용 대비 EBS의 확보 가능한 자금의 차이인 1700억원 이상을 차입할 경우 EBS는 매년 40~50억원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7년간 연평균 순익이 추정치의 6분의 1도 안 되는 26억원 남짓에 그친 EBS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방송광고 수입 확대의 경우, 지상파 방송광고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상업적 콘텐츠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EBS가 방송광고를 늘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EBS의 주 수익원인 교재 판매도 학령 인구의 감소와 수능 연계정책의 변화에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어 자금사정은 지금보다 더욱 불투명하다는 게 교육계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EBS 측은 "학령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자금 사정은 장기 재정 전망에 모두 감안-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또 "2998억원이라는 수치는 신사옥 완공 이후인 2021년까지의 전사적 운영 비용이고, 신사옥 완공 예정 연도인 2017년까지 들어가는 실제 신사옥 건설비용(1906억원)만 놓고 볼 때는 차입 총액이 부가세 포함 673억원 정도"라고 말한다.

"따라서 신사옥 완공 후 4년이 지난 2021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며, 사옥을 이전하지 않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일정한 인프라 및 장비 투자 비용은 발생하는 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신사옥 건립과 이전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게 된 걸까. EBS는 도곡동 본사와 우면동 한국교육개발원(KEDI) 무상임대 방송센터 등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다. KEDI 건물 일부를 무상 임대하게 된 것은 당초 교육부 산하 출연기관인 교육방송원에서 EBS가 분리돼 나오면서 받은 조건이다. 그런데 KEDI가 정부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충북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EBS는 더 이상 무상 사용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2008년 무렵부터 통합사옥 신축을 고려하게 됐다는 것이 EBS 측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0년 9월 EBS 제138회 이사회 보고서는 정부 지원금 등 실현 가능한 자금조달 예정액을 1780억원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3년 후인 2013년 9월에 발행된 자료에는 정부 지원 예정액이 506억원으로 크게 삭감됐다. EBS 경영진의 정부 지원액 예측이 3분의 1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 EBS 사원 73%가 "사옥 이전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EBS 사원들은 “공사의 명운을 담보로 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EBS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73%가 ‘사옥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상당수의 언론학자들 역시 “공영방송사의 불안정한 재무 상태는 공영성과 독립성에 치명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EBS 직원은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모든 책임이 EBS 사원들의 몫으로 남는다는 사실”이라며 “공공기관의 특성상 낙하산 임원들은 회사를 떠나면 그만인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EBS 신사옥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핵심 인물은 두 명이다. 한 사람은 곽덕훈(65) 전 사장이다. 일산 신사옥 건립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곽 전 사장은 일방통행 논란을 자초했다가 퇴임한 후 사교육 업체 임원으로 이적했다.

또 한 사람은 의결기구인 EBS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이춘호(69) 이사장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여성부 장관 후보까지 올랐다가 부동산 투기 등의 도덕성 논란으로 낙마한 바 있는 이 이사장은 최근 EBS 관용차를 무단으로 사용해 국회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최근 EBS 사원들의 특별감사 요청에 노사 양측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노조 측은 "이 자리에서 감사원은 EBS 측에 일산 통합사옥 건립보다는 지출액이 700억원 수준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 KEDI(한국교육개발원) 사옥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하는 대안이 합리적이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측은 "그런 권고를 한 적이 없다"며 "그런 내용의 의사를 타진하는 정도였을 뿐 권고가 아니었다"고 반박한다.

한편 감사원 측은 만약 사옥 이전으로 인한 재정 문제로 대국민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엔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