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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문이과 통합에 과학계가 뿔났다 (주간조선 2014.06.30)

문이과 통합에 과학계가 뿔났다

 

▲ 일러스트 이철원

 

지난 5월 29일 기초과학 학회협의체는 김명환 회장(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명의로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한 통의 공문을 보냈다. ‘문이과 통합을 위한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의견’이라는 이 공문에서 협의체는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수학 및 과학 교육을 강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경제를 정책기조로 삼고 있는 바, 실질적인 ‘이과 폐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연구위원회의 개정안은 이러한 정책기조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문이과 통합은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중차대한 일인 만큼 서두르지 말고 진정한 문이과 통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연구위원회를 새로이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기초과학 학회협의체는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한국지구과학학회연합회 등이 모인 단체. 우리나라 전체 수학자·과학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단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단체에서 ‘이과 폐지’ 가능성까지 우려하며 교육부 장관에게 공문을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협의체가 공문에서 지목한 ‘연구위원회’는 문이과 통합 등을 목표로 내걸고 지난 3월 교육부가 구성한 ‘교육과정개정 연구위원회’(회장 김경자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를 지칭한다. 이곳에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문이과의 벽을 허무는 새로운 교육과정 마련 작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 소속 공무원과 10명의 교육학자들이 수개월째 새로운 교육과정을 짜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연구위원회의 교육과정 개편 작업은 작년 여름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이 꺼내든 이슈로, 교육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이미 교육과정 개정을 예고한 바 있다. 교육부는 오는 7월까지는 개정안 총론의 주요 내용을 결정하고 내년 8월에는 각론을 고시할 예정이다. 이 교육과정 개정 작업은 이미 교육계의 뜨거운 화두가 돼 있는 상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피로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이 교육계 보수·진보 세력이 충돌하는 이슈로 대두된 가운데 과학계까지 여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과학계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목표인 문이과 통합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고 있다. 기초과학 학회 협의체도 앞서 언급한 공문에서 “우리는 문이과의 구분을 없애려는 최근의 교육부의 노력을 환영한다. 미래에 국가를 책임질 청소년들은 마땅히 미래에 필요한 소양을 교육받을 권리가 있으며, 교육부에서 표방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두루 갖춘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과학계가 교육과정 개정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문이과 통합을 명분으로 내건 이번 개정 작업이 안 그래도 유명무실한 일선 고등학교에서의 과학교육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연구위원회가 마련 중인 교육과정 개정안 총론은 고교 교과목 편제 및 시간 배당이 핵심으로, 여러 번의 회의를 거쳐 지난 5월 14일 그 내용이 처음 알려졌다. 연구위원회가 작성한 ‘교육과정 총론팀의 고교 공통과목 기준단위(안)’라는 자료에 따르면, 개정안은 현재 시행 중인 교육과정(2009년도 개정)에서 모두 15단위로 돼 있는 공통과목(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5개의 필수 이수단위를 줄이는 방안을 모두 4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1안은 필수 이수단위를 15단위에서 모두 12단위로 줄이는 안이고, 2안은 모두 10단위로 대폭 줄이는 안이다. 3안은 국·영·수는 기존 15단위를 유지하되 사회·과학은 10단위로 줄이는 안이고, 4안은 국·영·수를 12단위로, 사회·과학은 10단위로 줄이는 안이다. 이 4가지 안 중에서는 2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단위란 한 학기 기준으로 주당 1시간짜리 수업을 1단위로 침. 고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모두 204단위를 들어야 하며, 이 중 필수 이수단위가 일반고는 116단위임)
   
   이 개정안의 취지는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필수 이수단위를 줄여줌으로써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넓히고, 궁극적으로 문이과 통합에 도움을 주도록 한다는 것이다. 연구위원회가 작성한 자료에는 이 개정안의 고려사항으로 ‘실천 가능한 수능체제를 고려한 공통과목 편제 구안, 공통과목 이외의 선택심화과목 수업의 정상화 지원, 문이과 통합의 취지 구현, 수험생의 학습 부담 및 수능시험 부담 적정화’ 등을 들고 있다.
   
   현재 과학계는 과학 과목의 필수 이수단위를 국·영·수보다 더 줄이는 3, 4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공통과목의 필수 이수단위를 똑같이 줄이는 1안과 2안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문제투성이라는 입장이다. 일견 공평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독소’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대한화학회장을 지낸 서강대 이덕환 교수는 이 개정안이 지닌 기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기존에 과학 과목의 필수 이수단위가 15단위라고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 이를 지키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입니다. 지난 6월 10일 ‘벼랑 끝에 선 수학·과학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린 한림원 원탁회의에서도 교육청에 보고되는 일선학교의 시간표와 학생들이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표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금처럼 수능에서 국·영·수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는 과학은 시간표에만 있을 뿐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우리 학교 문과 신입생들 중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배운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한 30% 정도는 손을 들지 않아요. 지금 수능처럼 표준변환점수라는 복잡한 체제에서는 응시하는 학생 수가 많은 과목일수록 점수 따기가 유리합니다. 문과생들이 대부분 사회탐구를 응시하기 때문에 과학탐구는 문과생들로서는 점점 더 외면하는 과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 지난 6월 10일 과학·수학 교육의 위기를 주제로 열린 한림원 토론회.

   이 교수는 “심지어 문과 대학생들 중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별이 움직인다는 천동설을 믿는 학생들도 있다”며 “현실이 이런데 과학 필수 이수단위를 또 줄이겠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모든 과목을 선택 대상으로 확대하고 과목군별 필수 이수단위를 최소화한 2009년 교육과정 개정이 처음 등장했을 때 과학계는 과학의 필수 이수단위가 국·영·수와 마찬가지로 15단위가 됐다고 좋아했지만 곧 90단위 가까운 나머지 선택 이수단위가 모두 국·영·수로 할애되는 현실에 경악했다”며 “오히려 지금의 고교 과학 교육은 과거 문과생들도 대학입시에서 과학시험을 봐야 했던 학력고사 시대에 비해 훨씬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지적처럼 실제 고교 교육 현장에서는 필수 이수단위를 제외한 나머지 선택 이수단위는 국·영·수 등 수능 주요 과목으로 쏠리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교육과정에서 국·영·수가 전체 교과의 50%(90단위) 이상 편성하지 못하도록 고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일선 학교에서의 국·영·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이러한 고시가 실제 지켜질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과생은 사회 과목으로, 이과생은 과학 과목으로 쏠리는 탐구영역 안에서의 편중현상도 심하다. 현재 시행 중인 2009년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사탐’ ‘과탐’이라는 용어에서 보듯 사회·과학 과목은 같은 탐구영역에 속하며 똑같이 필수 이수단위가 15단위로 지정돼 있다. 다만 ‘두 과목을 합할 경우 35단위가 되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문과는 사회 20단위·과학 15단위, 이과는 사회 15단위·과학 20단위처럼 일종의 가중치를 둘 수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이러한 ‘균형’도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난 6월 18일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했던 ‘과학교육과정 포럼’에서 토론자로 나온 이화성 서울시 교육청 장학관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2014학년도 대학 신입생의 고교 3년간 교육과정 편성 현황을 학교 유형별로 비교한 자료를 보면 일반고 문과생들은 과학은 13.7단위, 사회는 40.5단위를 들었다. 반면 일반고 이과생들은 사회 16.1단위, 과학 36.3단위를 들었다. 문과 이과생들이 각각 과학·사회 과목을 20단위도 듣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편중 현상은 일반고에 비해 과목 선택권이 넓은 자립형사립고에서는 더 심하게 나타났다. 예컨대 자사고 문과생들은 사회 42.8단위, 과학 11.9단위를 들어 일반고에 비해 과학 과목 이수단위가 1.9단위 적었다. 자사고 이과생들의 경우는 거꾸로 사회 14.6단위, 과학 37.9단위를 들어 반대로 사회 과목 이수단위가 일반고에 비해 1.5단위가 적었다. 이 자료를 발표한 이화성 장학관은 “인문·자연 과정 간 과목 편식이 일반고보다 자사고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자사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필수 이수단위를 줄이고 학교 자율선택권을 강화하면 결과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을 왜곡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장학관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사회·과학 교과군의 필수 이수단위를 높여야 한다”며 “국어·영어·수학은 필수 이수단위를 낮추어 제시하더라도 학생들이 2~3학년에 올라가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과학계에서는 일선 고교의 이러한 현실을 들어 우리나라 고교 졸업생 중 상당수가 과학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대학에 들어가거나 고등 교육과정을 마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체 고교생 중 문과생들이 65%로 이과생에 비해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서 과학에 무지한 고교 졸업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우려이다. 과학계는 과학에 대한 무지와 기본 소양 부족이 결국 2008년 광우병 파동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태의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주장도 편다.
   
   지금과 같은 수능 체제에서 문이과 통합을 꾀하기 위해서는 이화성 장학관의 제안대로 고교의 과목 자율선택권을 줄이고 오히려 과학·사회 탐구영역의 필수 이수단위를 높이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과학계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6월 10일 열린 한림원 원탁회의에서 발표한 ‘국가 미래를 위한 과학교육’에서 “연구위원회의 개정 2안에서 제시하는 과학 10단위, 사회 10단위는 현 교육과정이 지정한 탐구과목(과학·사회)의 비중(과학+사회 최소 35단위)에 비해서도 현저히 줄었다”며 “이는 문과 학생의 이과 소양과 이과 학생의 문과 소양을 증진하려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취지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과학계는 연구위원회가 공식 개정안에서는 밝히지 않은 ‘꼼수’도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연구위원회가 기존 사회 과목에서 역사를 떼어내 필수 이수단위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데,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과학 과목은 상대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 과목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이미 필수 과목으로 예정된 상태. 연구위원회는 내부 토론 과정에서 기존 사회에서 역사를 떼어내 필수 이수단위 6단위를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수 교수는 “연구위원회가 공개 자료에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개정안 2안에서 역사 6단위의 필수 이수단위를 추가할 경우 결국 사회 16단위(역사 포함), 과학 10단위로 균형이 깨져 문이과의 소양을 고루 갖추도록 하겠다는 취지에도 역행한다”며 “이 경우 과학 과목(10단위)은 사회·역사 과목(16단위) 대비 65% 수준으로 축소되며, 과학 과목을 구성하는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4과목을 기준으로 할 경우 ‘물리는 체육(10단위)의 4분의 1, 음악(음악·미술 합해 10단위)의 2분의 1 정도로 취급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비판했다.
   

   과학계는 과학 과목은 수능에서의 비중도 축소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2005~2011년의 경우 국·영·수·사회·과학의 배점이 모두 100으로 동일했지만 2012~2013년 수능에서는 사회·과학의 배점이 75로 줄었고, 2014년 교육부 가이드라인에서는 사회·과학의 배점이 다시 50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기초과학 학회협의체 측은 “연구위원회 총론 개정안에서 수능 교과목 배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르기 때문에 수능에서도 역시 과학이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필수 이수단위 축소와 수능 배점 축소 추세로 보아 현 총론팀의 안을 받아들이면 과학 교육은 실종될 위기”라고 주장했다.
   
   이공계 교수들은 문과생들이 과학에 무지한 것과는 별개로 이과 학생들도 대학에서 공부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에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진수 충북대 교수는 “현실적으로 이공계생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으려면 고교에서 물리Ⅱ와 화학Ⅱ 정도는 들어야 정상이지만 이 두 과목을 모수 이수한 학생은 전체 수험생 중 0.015% 정도로 60만 수험생 중 90여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교 이과 졸업생 중 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 한의대, 약대로 진학하는 현실에서 이공계 진학자의 수준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공계 교수들의 우려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교육부에서는 대학에서 고교 교육을 탓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학생들을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수준을 갖춘 고교 졸업생의 풀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대학이 준비되지 않은 학생들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고 이것이 결국 대학의 면학 분위기를 흐리게 한다”며 “대학에서 신입생들을 상대로 다시 수학·과학을 가르치는 고역을 치르는 현실에서는 노벨상이고 뭐고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과학계는 이번 개정안에서 과학 과목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은 연구위원회의 인적 구성에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초과학 학회협의체는 지난 5월 28일 교육부 장관에게 보낸 공문에서 개정안을 다루는 연구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관련해 “연구진의 구성원이 거의 대부분 문과 전공자들로 구성되어 진정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개발하기에 부적절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연구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전공을 보면 위원장을 맡은 김경자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를 비롯해 교육과정, 교육사회학, 교육행정, 진로교육, 지리교육, 물리교육 등을 전공한 사범대 출신들로만 구성돼 있다. 기초과학 학회협의체 측은 “연구위원회 구성이 심각하게 편향돼 모두 교육학 전공자이고 90% 이상이 이과 전공자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연구진 중 유일하게 과학계를 대변하고 있는 송진웅 서울대 사범대 교수(물리교육)는 지난 6월 18일 한국과학창의재단 주관 포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과학을 배우는 마지막 기회”라며 “최근 교과별 수업시수가 20% 증가했는데 국·영·수는 늘어난 반면 과학은 축소되고 있다.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교육이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과학계는 이번 개정안을 맡은 연구위원회의 김경자 위원장이 지난 6월 11일 미래부 소프트웨어 교육강화 협의 회의에서 “학생들이 싫어하는 수학·과학 과목을 굳이 가르쳐야 하느냐?”고 반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반발하는 분위기다.
   
   과학계는 김 위원장의 인식과는 반대로 현재 세계 각국은 과학을 핵심 과목(core sbjects)로 중시 여긴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기초과학 학회협의체 측은 “영어권은 핵심 교과 3과목을 꼽을 때 국어·수학·과학을 들고 비영어권은 영어를 더해 4과목을 핵심교과로 꼽는다”며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역시 수학·과학에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표적인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인 TIMSS는 수학·과학을, PISA는 수학·과학과 읽기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4년마다 치러지는 TIMSS에는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국(74%)과 G20 15개국(60%)이 참여했고 3년마다 치러지는 PISA에는 2012년 OECD 34개국(100%)과 G20 15개국(75%)가 참여했다. 주요 국가별 교육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과학 교육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상당하다는 게 과학계의 주장이다. 기초과학 학회협의회 측은 “영국은 초·중등 전학년에 걸쳐 영어·수학·과학·컴퓨팅·체육만 필수 교과로 돼 있고 국가 교육과정이 없는 미국은 영어·수학·과학 세 과목만 국가 수준의 교육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초·중·고 학생의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연간 약 37억달러(2011년 기준)를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도 각 10단위인 국어·수학·외국어 과목에 비하여 과학(18단위)과 사회(12단위)의 필수 이수단위가 높다는 게 기초과학 학회협의회 측의 주장이다.
   
   정진수 충북대 교수는 “1957년 스프트닉 쇼크로 과학자 양성을 위한 개념 중심 과학 교육에 매달려온 미국은 이제는 기존의 개념 중심 교육에서 탈피해 과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미국이 2012년 새로 제시한 과학교육 표준(A Framework for K-12 Science Education)에서 밝힌 과학적 소양은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통합과학 교육이 뭔지를 알려준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가 소개한 미국 과학교육 표준에서 밝힌 과학적 소양은 다음의 다섯 가지다. ‘1. 과학의 아름다음과 경이에 대하여 감상할 수 있다. 2. 공적 논쟁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과학과 공학에 대한 지식을 갖춘다. 3. 일상생활 관련 과학·기술 정보에 대한 사려 깊은 소비자가 된다. 4. 학교 밖에서도 과학에 대한 학습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5. 자신이 선택하는 직업 진로에 입문하기 위한 기술을 갖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