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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육

교육부 "교과서값 거품"… 출판사 "공책보다 싸져" (조선일보 2014.03.28 00:43)

교육부 "교과서값 거품"… 출판사 "공책보다 싸져"

[법정가는 교과서 가격 문제]

출판사들, 가처분 신청 추진… 분실·전학 때 책사기 어려워져
교육부, 학습권 침해하면 공정거래법 책임 물을 것

 

교육부가 "올해 책정된 교과서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강제 인하 명령을 내리자 출판사들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양측의 갈등으로 교과서 값이 아직 정해지지 않는 바람에 시중 서점에서 초·중·고 교과서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학기 학생들이 사용 중인 교과서는 지난달 학교를 통해 공급이 완료돼 수업에는 차질이 없다.

교육부, "교과서 가격 거품 심해"

교육부는 27일 초등학교 3~4학년과 고교생이 사용하는 신간본 검정 교과서 중 133개 교과서에 대해 희망 가격보다 값을 낮추도록 출판사들에 명령했다. 2009년 8월 교과서 가격 자율제가 도입된 이후 정부가 직권으로 출판사에 가격을 내리라고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의 가격 조정 명령을 따르면, 초등 3∼4학년 교과서 가격은 출판사의 희망 가격 평균인 6891원에서 34.8% 내린 4493원으로 결정된다. 고등학교 교과서는 출판사 희망 가격 평균인 9991원에서 5560원(44.3% 인하)으로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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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격 조정 명령은 지난달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교육부가 가격 조정 명령을 내릴 수 없었던 지난해에는 정부가 출판사들이 희망하는 교과서 평균 가격 8152원을 4953원으로 낮추라고 권고했으나, 출판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출판사 측에 교과서 가격 조정을 권고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가격 인하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발행 부수가 늘어날수록 전체적인 제작비는 줄어드는데 교과서 출판사들은 이런 가격 인하 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예상 발행 부수를 낮게 잡는 방법으로 희망 가격을 높여서 학부모와 학생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출판사들, "공책보다 싸다"

출판사들은 이날 교육부의 가격 조정 명령에 강하게 반발했다. 출판사들은 교과서 추가 발행 및 공급 중단 방침을 밝히고, 교육부 명령에 대해 가처분 신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교과서 출판사들을 회원으로 둔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는 "교육부가 평균 가격을 권당 5286원으로 낮추라고 명령한 한국사 교과서와 크기·중량·쪽수 측면에서 거의 같은 일반 공책 가격이 7200원"이라며 "학교 교육의 근원인 교과서가 줄만 쳐진 공책보다 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출판사들이 이처럼 교과서 가격에 민감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참고서 매출이 많이 떨어져, 교과서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교과서 출판사 관계자는 "EBS 교재 때문에 참고서 시장이 죽어 교과서 가격을 현실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교육부와 교과서 출판사들의 갈등이 확산되면서 학생들은 시중 서점에서 교과서를 구할 수 없게 됐다. 교과서를 분실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 갈 경우 새 교과서를 구입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 교과서를 공급하는 한국검인정교과서에 교과서 재고가 있으므로 학생들이 분실해도 교과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국검인정교과서는 "교과서 발행을 중단하기로 결의했으므로 일선 학교에서 추가 주문한다고 해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출판사들이 교과서 공급을 거부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경우 업무방해나 공정거래법 위반 책임도 묻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