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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치/규제 개혁

웃은 장관… 울상 장관 (동아일보 2014-03-22 16:03:38)

웃은 장관… 울상 장관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劉 “우리도 미치겠다” 눈길 확… 盧 ‘필요한 규제’論 공감 얻어
尹, 개통안된 번호 말하는 실수… 金, 대통령이 “철폐 미진” 핀잔

 

규제개혁 ‘끝장토론’에 참가한 각 정부부처 장관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보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아떨어진 장관이 있는 반면 “잠깐만요”라며 말을 끊고 시작된 대통령의 질타에 진땀을 뺀 장관도 있었다.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이 때문에 규제민원에 대한 장관의 답변과 대통령의 격려, 질타가 여과 없이 공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가장 눈에 띄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유 장관은 학교 주변에 관광호텔을 짓지 못하게 하는 규제에 대해 “우리도 미치겠다”라며 답답한 마음을 솔직히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유 장관은 또 “관광, 게임 등 우리 부가 관장하는 것들은 모두 척결 대상이 되고 있다”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그의 발언에 “시대와 현실에 안 맞는 편견으로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게 하는 건 죄악”이라며 편을 들어줬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부처의 담당 규제가 규제개혁 철폐의 ‘무풍지대’에 포함돼 상대적으로 무난히 토론을 넘겼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이 ‘필요한 규제’와 ‘불필요한 규제’를 선별해 폐지하겠다고 밝힐 때 공정거래 관련 규제를 필요한 규제의 예로 꼽았기 때문이다.

반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토론회에서 ‘스타일을 구긴’ 쪽에 속한다. 윤 장관은 아직 개통되지 않은 인증규정 콜센터 1381을 개통된 것으로 보고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김 국무조정실장은 “손톱 밑 가시로 선정된 규제 중 아직 40%는 (폐지가) 안 되는 것도 있고 검토해야 하는 것도 있다”라고 보고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그럼 손톱 밑 가시로 선정은 왜 했나”라는 핀잔을 들었다.



 

‘떡 인터넷 판매금지’ 등 안뽑힌 가시 92개

 (동아일보 2014-03-22 03:00:00)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朴 대통령 “왜 해결 안되나” 질타한 ‘손톱밑 가시’들은…
목욕탕 3배인 수영장 수도요금 개선… 부담금 카드납부 허용도 해결 지연

 

 

“(폐지)할 수 없는 것이면 왜 ‘손톱 밑 가시’로 선정했나요?”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정부가 지난해 선정한 ‘손톱 밑 가시’ 과제 중 상당수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이렇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이 정부에 ‘손톱 밑 가시’ 해결을 강하게 압박한 것은 중소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손톱 밑 가시’ 규제들을 없애야 한다고 수없이 강조했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답답함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을 구성해 선정한 397건의 ‘손톱 밑 가시’ 과제 가운데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는 92건에 이른다. 풀리지 않은 ‘손톱 밑 가시’ 중 대표적인 규제는 수영장 수도요금 체계. 과거 ‘호화업종’으로 분류돼 목욕탕의 3배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수영장 수도요금을 목욕탕 수준으로 낮춰 달라는 게 관련 업계의 요청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6월 말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영장 수도요금은 그대로다. 지자체들이 ‘수도사업 적자가 악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떡과 같은 ‘즉석 제조가공식품’을 인터넷으로 팔지 못하도록 규정한 식품위생법도 ‘손톱 밑 가시’로 선정됐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연구개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뿌리기술 전문기업’을 선정할 때 기술이 우수해도 매출액이 적어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선정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던 것 역시 주무부처인 중소기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의가 늦어져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법령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가 통과시켜주지 않아 해결되지 않은 ‘손톱 밑 가시’도 적지 않다. 정부는 기업들이 각종 부담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하도록 해주기로 했지만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보험회사에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문제도 의료법 개정안 국회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산업에 중소기업들이 쉽게 참여하게 해주는 ‘위치정보 사업 허가 규제 완화’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령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규제학회장이 “황사같다”고 꼬집은 의원입법 실태는…

 (동아일보 2014-03-22 03:00:00)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본인 발의 법안과 반대 주장 펴는 코미디도
의원 제출 법안 하루 13건씩 쏟아져… 사전심사 안받아 질낮은 규제 양산

 

 

김도훈 한국규제학회장은 20일 열린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의원입법을 ‘황사’에 비유했다.

무분별한 의원입법(황사)을 막지 못하면 정부가 규제개혁을 해봐야 집에서 먼지를 털어내는 수준일 뿐이므로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런 비유가 나온 배경에는 최근 의원입법이 불필요한 규제를 대거 양산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먼저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2년 5월 문을 연 19대 국회에는 이달 20일까지 9352건의 법안이 제출됐다. 하루에 14건씩 쏟아진 셈이다. 이 중 정부가 제출한 것은 5.9%뿐이고 나머지 94.1%는 의원들이 발의했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677건)이나 민주당 강창일 의원(687건)처럼 매일 평균 1건 이상 발의한 의원도 있다.

국회 제출 법안은 16대 2507건, 17대 7489건, 18대 1만3913건 등으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인다. 19대 국회의 경우 아직 절반도 안 지난 것을 감안할 때 최종 제출 법안 수는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많다 보니 본인이 발의한 법안을 스스로 반대하는 듯한 주장을 펴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2012년 11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지방대생 취업 비율을 의무화하는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 하지만 지난해 토론회에서는 “지방대생일수록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데 지켜지지도 않는 할당제나 목표제에 과도한 기대를 걸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정부 법안과 달리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질 낮은 규제 법안이 정치적 합의에 따라 통과되는 일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을 상정하기 전에 의무적으로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회에서도 이런 지적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운 규제와 관련된 의원입법의 경우 당 차원에서 규제입법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야당 제출 법안도 규제 영향 타당성을 검토한 뒤 여야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21일 라디오에서 “그동안 규제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생각해볼 점이 있다”며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