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테크/기업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上] 中 17만원대 低價(저가) 스마트폰… 만만찮은 상대 (조선일보 2014.01.08 03:00)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上] 中 17만원대 低價(저가) 스마트폰… 만만찮은 상대

삼성 이어 中시장 2~5위, 사양에선 별 차이 없어… 日선 5000엔짜리 제품도

 

중국 업체 샤오미가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Mi3’. 삼성전자 ‘갤럭시S4’와 유사한 사양이지만 가격은 35만원이다

중국 업체 샤오미가 지난해 출시한 스마트폰 ‘Mi3’. 삼성전자 ‘갤럭시S4’와 유사한 사양이지만 가격은 35만원이다. /샤오미 제공

 

삼성전자 휴대전화의 가장 큰 승부처인 중국 시장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13억 인구를 보유한 중국 시장인 만큼 전 세계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레노버·샤오미 등 중국 로컬 업체들은 '고품질 저가(低價)' 전략으로 맞서고 있어 시장 확대가 쉽지 않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중국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20.4%)다. 하지만 그 뒤를 레노버(11.7%)·쿨패드(9.4%)·화웨이(8.8%)·샤오미(5.5%) 등의 중국 로컬 업체들이 바짝 따라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입지를 확보한 뒤 라인업을 다양화해 중저가 시장까지 잠식해가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중저가 시장에선 레노버·쿨패드·샤오미 등 중국 로컬 업체들이 삼성전자는 도저히 판매 단가를 맞추기 힘든 1000위안(17만5000원) 안팎의 스마트폰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 매 분기 점유율을 늘리며 삼성전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선 5000엔(5만원)짜리 스마트폰까지 있을 정도다.

저가 제품이지만 사양은 삼성·애플 수준의 고급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도 않다. 실제로 중국 업체 샤오미가 지난해 내놓은 'Mi3' 스마트폰은 갤럭시S4 수준의 사양이지만 35만원 가격에 출시해 1분 30초 만에 첫 물량 10만대가 매진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국내 포털 사이트에도 'Mi3를 구할 수 없느냐'는 글들이 올라왔을 정도였다.

작년 1분기 2.4% 점유율에 불과했던 샤오미는 2분기(4.8%), 3분기(5.5%)를 거듭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上] 스마트폰市場 정체와 中의 추격… 삼성 앞 두 장벽

 (조선일보 2014.01.08 03:00)

[삼성전자 영업이익 급감]

삼성전자 이익 70% 차지해온 스마트폰 가격 가파르게 하락
中업체들 신흥시장서 약진, 삼성과 기술격차도 계속 줄여
새 성장동력은 안 보이는 상황

 

거칠 것 없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질주에 경고등(燈)이 켜졌다. 7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은 작년 하반기부터 불안하게 지적돼온 '스마트폰 성장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8조3000억원이라는 분기 영업이익이 결코 나쁜 실적은 아니다. 그러나 전년 동기에 비해 6.11%, 전 분기(3분기)에 비하면 무려 18.31%나 급감한 것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70%가량을 감당해온 스마트폰 부문의 정체는 삼성전자 전체, 나아가 삼성그룹 전체의 비상 신호로 봐야 한다. '넥스트 스마트폰'을 위한 새 성장 동력 마련이 삼성에 무거운 과제로 떠올랐다.

예고된 스마트폰의 성장 한계

삼성전자는 이날 전체 잠정 실적만 발표했지 부문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 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이유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IM(IT·모바일)사업부의 이익 감소가 결정적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3분기 6조7000억원이었던 IM사업부의 영업이익이 4분기엔 5조원까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최근 2년간 분기별 매출과 영업실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시장 조사 전문 기관들은 일찌감치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확연히 꺾일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2012년 7억10만대에서 2013년 10억10만대로 43% 성장했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규모가 11억5010만대로 성장률은 15%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성장률이 3분의 1토막 난다고 본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판매가 하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이 가장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업체 중 하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은 작년 2분기 321달러에서 3분기 272달러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출은 별로 줄지 않았다. 이는 포화 상태에 달한 고가(高價) 스마트폰 시장에 '질보다 양' 전략으로 맞선 결과다.

치열해지는 신흥시장 쟁탈전

스마트폰 업체들은 성장 정체를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만회하려 한다. 포화 상태에 달한 고가 제품, 선진 시장 대신 중·저가 제품,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흥시장 공략에는 강력한 복병이 있다. 중국 업체들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순위에조차 없었던 화웨이(華爲)·레노버는 작년 3분기 LG를 5위로 밀어내고 세계 3·4위로 치고 올라왔다. 새해에는 이들의 공세가 더 거셀 전망이다. 당장 콜린 게일(Colin Gales) 화웨이 수석부사장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최소 8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거의 2배 가까운 목표치다.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 그래픽

 

중국 업체의 약진에는 거대한 내수 시장 힘이 컸다. 하지만 스마트폰 제조 기술의 우열(優劣) 차가 갈수록 줄고 있는 점이 더 큰 요인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 형성될 때는 애플 등 일부 선도 기업만 갖고 있었던 기술을 이제는 후발 업체들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연세대 조신 글로벌융합기술원장은 "스마트폰 제조 기술 자체는 이제 누구나 가지고 있는 범용 기술"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하드웨어적으로는 큰 차이 없는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넥스트 스마트폰'이 과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정체 돌파구를 구부릴 수 있는 '플렉시블(flexible)', 몸에 걸치는 '웨어러블(wearable)' 스마트 기기로 찾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손목시계형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 기어'와 10월 출시한 곡면 화면의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가 그런 예다. 또 스마트폰 시장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낮은 태블릿PC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도 4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래전부터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해 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은 의료 기기와 바이오, LED, 신소재 등에서도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분야에서 삼성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上] TV왕국 삼성, UHD(초고화질) 시장서도 거센 도전 직면

 (조선일보 2014.01.08 03:00)

1등 빼앗긴 日 소니 와신상담, 中 업체들은 저가·물량 공세… 발빠른 대처 못해 4위 머물러

 

UHD TV 시장점유율 순위.

 

TV는 삼성전자가 8년째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적도 좋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TV 시장의 경쟁 상황을 보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7일 "TV사업이 지난해 4분기에 매출액·판매량·영업이익 면에서 사상 최대에 근접하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은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취약한 제품군(群)이 TV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UHD(초고화질) TV다. 세계 TV 시장 주류는 UHD (초고화질) TV로 급속히 이동 중이다. 전문 시장 조사 업체들은 올해 세계 UHD TV 시장이 지난해보다 5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 부문 세계 4위(지난해 3분기)다. 일본 소니가 1위이고 중국의 스카이워스·TCL이 쫓고 있다.

소니는 삼성전자에 내줬던 TV 1위 자리를 UHD TV로 되찾기 위해 벼르고 있다. 소니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 시각) 65·85인치짜리 UHD TV 신제품을 공개했다.

UHD TV가 제 구실을 하려면 화면 해상도만 높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도 활성화돼야 한다. 제조사가 TV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TV로 볼 UHD 영상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니는 UH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이미 출시했고, 영화 제작·배급사인 소니픽처스를 거느리고 있어 UHD 영상 콘텐츠 활성화를 주도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삼성전자보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고 저렴한 제품을 앞세운다. 대형·고가 제품이 많은 삼성전자와 달리 보급형 제품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윤부근 CE(가전)부문 사장은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UHD는 다른 업체에 비해 시장 진입이 늦었다"고 했다. 물론 삼성전자가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1위 업체답게 제품 경쟁력과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향후 시장 확대에 기대를 걸 만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인 110인치 UHD TV를 들고 나왔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上] 한국 작년 수출 증가율 2.7%… 삼성전자 빼면 -3.6%

   (조선일보 2014.01.08 03:00)

[삼성전자 착시 현상]

GDP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현대車·포스코 합친 것의 2배
증시 시가총액의 19% 차지… 2위 기업과의 격차 G20 국가 중 둘째로 높아

 

한국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만들어 내는 '착시(錯視) 현상'을 지우고 나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민얼굴이 드러난다.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이 추락하고, 한국 증시는 쪼그라들게 된다.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도 줄어든다. 상장 기업을 기준으로 법인세의 20%가 줄어든다. 우리 경제가 여전히 활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라는 1등 기업을 빼면 한국의 성적표는 초라해진다.

◇삼성전자가 없다면, 수출 코리아는 없다

대표적인 착시 현상은 수출 증가율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없었다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은 -3.6%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9월까지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수출 증가율(27.8%·해외 생산을 포함한 매출액 기준)을 빼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이다. 지난 2011년부터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하고, 세계 8위의 무역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삼성전자를 빼면 수출 코리아의 위치도 흔들거린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18.3% 하락한 8조3000억원이라고 발표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딜라이트 홍보관의 홍보 부스 앞을 한 삼성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18.3% 하락한 8조3000억원이라고 발표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딜라이트 홍보관의 홍보 부스 앞을 한 삼성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기준으로 무려 2.7%에 달한다. 2위 현대자동차는 0.9%, 3위 포스코는 0.4%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2012년 말 기준으로 G20(주요 20개국) 국가의 증시 시가총액에서 1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삼성전자)은 19%로 세 번째로 높았다. 1등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시가총액에서 1위 기업(삼성전자)과 2위 기업(현대자동차) 간 격차도 15%포인트로 아르헨티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우리나라는 중국(6%), 일본(4%) 등에 비해 1위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것이다. 1위 기업의 실적에 따라 경제 전체가 좌우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

한국 경제의 삼성전자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노키아 공화국'으로 불렸던 핀란드를 연상케 한다. 노키아는 지난 2008년 수출의 25%, 연구·개발(R&D) 투자의 35%를 차지했다. 지난 2008년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급격하게 몰락했고, 핀란드 경제는 휘청거렸다.

삼성전자가 없을 경우 급속히 악화되는 한국 경제 성적표.

2007년 5.3%였던 핀란드 경제성장률은 2008년 0.3%로 떨어진 데 이어 2009년에는 -8.5%로 추락했고, 이후 2년간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다가 지난해 다시 -0.8%로 떨어졌다. 실업률도 2008년 6.4%에서 2009년 8.2%, 2010년 8.4%로 뛰었다.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될 경우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의 정도를 짐작하게 하는 수치들이다.

한국 경제가 삼성전자의 실적에 끌려 다닌다면,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실적에 끌려 다닌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모바일사업부가 34조원 매출에 6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는 삼성전자 2분기 매출 57조원과 영업이익 9조5000억원에서 각각 60% 이상, 70% 이상을 차지한다. 스마트폰 실적이 나쁘면 삼성전자와 나아가 한국 경제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지는 작년 11월 장장 31페이지에 걸쳐 삼성전자를 해부하며, 과도한 스마트폰 의존도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선진국에선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을 정도로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라 삼성전자가 더 이상 수익을 내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다이아몬드지는 "삼성이 잘못될 경우 한국 경제도 함께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현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은 삼성전자에 너무 크게 기대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불안한 평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上] 2012년 삼성전자 영업이익, 그룹 수익의 61%… 나머지 57개 계열사 합친 것보다 1.6배 많아

 (조선일보  2014.01.08 03:00)

매출은 그룹 전체의 45%
지나치게 電子에 편중된 구조… 흔들리면 그룹 전체가 위험

 

삼성그룹 직원들은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후자(後者·나머지라는 뜻으로 만든 신조어)'로 나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말이다.

현재 삼성그룹 매출의 절반가량(45%)은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다.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할 때 58개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에서 61%, 당기순이익에서 59%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나머지 57개 삼성그룹 계열사들보다 1.6배 정도 많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삼성그룹의 실적이 초라하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내면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작년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2% 줄었고 영업이익은 40% 가까이 급감했다. 작년 초엔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와 성급한 수주 전략 탓에 2008년 영국에서 수주한 2조6000억원짜리 LNG FPSO(액화천연가스 생산 저장 하역 설비) 4척의 공급 계약이 해지되기도 했다. 삼성토탈·삼성석유화학·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삼성종합화학 등 5개 화학 계열사의 2012년 기준 합산 매출은 LG화학의 절반이 안 되고 영업이익은 5분의 1이 안 된다. 삼성정밀화학은 작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6.8%, -79.1%씩 감소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삼성그룹 매출과 이익이 지나치게 삼성전자에 편중돼 있어서 삼성전자가 어려워질 경우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中] 돌파구 찾는 삼성… 스마트 기기·車 접목, 의료장비 사업도 추진

 (조선일보 2014.01.09 03:05)

 

갤럭시기어로 BMW ‘i3’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모습.

갤럭시기어로 BMW ‘i3’차량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이후'에 대한 삼성전자의 내부 고민은 현재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1위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태블릿PC, 웨어러블(wearable·몸에 장착할 수 있는)기기로 이어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첫째고, '제2의 스마트폰'이 될 신수종 사업을 개척하는 것이 둘째다.

작년 3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35%. 전 세계인 10명 중 3~4명은 삼성폰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이제 태블릿PC에 주목하고 있다. 갤럭시탭은 국내에선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애플에 이어 2위다. 삼성전자는 올해 4억대 이상의 스마트폰과 8000만대 이상의 태블릿PC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기계를 파는 게 1단계였다면 이젠 자동차, 가전 등과 연결하는 2단계로 진화(進化)하는 것이 삼성의 전략이다. 올해 미국 CES(IT·가전 전시회)에서 삼성이 시계형 스마트 기기인 '갤럭시기어'로 BMW 전기자동차를 제어하는 모습을 선보인 것이 이 같은 맥락이다.

신규 사업 발굴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0년 신수종 5개 사업(태양전지·자동차용전지·발광다이오드(LED)·의료 기기·바이오)을 발표했지만, 아직 뚜렷한 실적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신수종 사업인 만큼 당장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면서 "예상보다 시장이 늦게 형성되는 태양전지만 제외하고는 모두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갑작스런 호황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만큼 '제2의 빅뱅'이 올 때까지 묵묵히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M&A(인수·합병)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10억달러를 들여 14개 기업을 인수했다. 기존 세트사업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의료 기기 분야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 초기에 있지만 10년 이내에 의료 기기 분야 글로벌 선두가 되는 것이 목표"라면서 "삼성이 강점을 가진 IT 디지털 기술과 압축 기술 등을 의료 장비에 적용하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中] 스마트폰 이후… 新성장 업종(2차전지·OLED·바이오 등)서 '개미 삼성' 100곳 키우자

 (조선일보 2014.01.09 03:12)

['삼성전자 의존症' 대안은]

-中企도 잘할 수 있는 사업 찾고
한국, 日 제치고 2차전지 1위… OLED 시장점유율 90% 넘어
바이오·제약·의료 기기도 유망

-강점은 더 강하게
車·화학·조선 등과 SW 연계해 高부가가치 사업 창출할 수도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무뎌지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것이 한국 산업계의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분기당 7조원 이익을 내온 스마트폰 사업이 더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 어렵고, 이것이 삼성전자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그동안 삼성전자와 같은 회사를 2개, 3개 만들자는 구호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기업을 만드는 일은 만만치 않다. 수조원대 거대 자본을 투입하고 한 분야를 석권해야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스마트폰이란 거대한 시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해당 분야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신사업 분야 기업을 대거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100개의 작은 삼성전자'라고 할 개미군단을 만들어야 전체 기업의 생태계도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2차전지 산업 급성장

맹아(萌芽)는 각 분야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2차전지(충전해 사용하는 배터리)는 IT 기기 시장이 커지고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급속히 패러다임을 전환하면서 한국이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다. IT 기기 2차전지 분야에서 2011년 한국이 시장점유율 40.7%로 일본(35.6%)을 처음으로 누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20년 동안 일본이 지켜왔던 2차전지 시장 판도가 바뀐 것이다. 지난해엔 42.9%와 27.0%로 한·일 간 격차가 더 커졌다. 이 분야는 D램반도체·TV·LCD에 이어 최근에 일본을 추월한 품목이다. 이미 10대 그룹 중 삼성·LG·한화·포스코·롯데·GS 등 7개 그룹이 2차전지 완제품과 소재 부품 시장에 진출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삼성SDI 등은 휴대폰·노트북용 소형 배터리에 이어 향후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대될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도 일본의 생산량을 앞설 전망이다.

2013년 중소형 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점유율. 국내 10대 그룹 주요 신성장 사업. 소형 2차전지 국가별 점유율 추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휘어지는 화면) 관련 신산업도 한국이 강점을 발휘하는 분야다.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90%가 넘는다. 바이오제약·의료 기기 등은 삼성·SK·LG 등이 장기적인 투자를 벌이며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서울대 공대 이정동 교수는 "우리 산업은 과거 개발 시대의 '캐치업(catch up·남을 따라가는)' 체제를 아직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지금은 개발 시대 방식에서 벗어나 중소기업도 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다.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중국 때문에 세계 1·2위로 나가는 데 실패했다. 최근까지 이어진 태양광 산업 구조조정으로 웅진·KCC·현대중공업 등이 조(兆) 단위 손해를 봤다.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휴대폰·자동차·석유화학·조선·철강 등 국내 주요 수출 품목에서 지난 10년간 서로 순위 바뀜만 있었을 뿐 새로 등장한 품목을 찾기 어려운 실정을 들어, 기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급선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것보다는 이 품목들과 SW(소프트웨어) 산업을 연결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소재 등 선진국형 부품·소재 분야에 기회가 많다고 말한다.

정부도 재작년 나노 패턴 필름, 스마트 시트와 같은 전략적 핵심 소재와 소프트웨어 융합형 부품 20개 과제를 선정하고 투자를 진행 중이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2020년까지 이런 부품·소재에서 나오는 매출은 모두 10조원, 신규 고용은 2만2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벤처도 개미군단 전략의 軸

다양한 분야에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핀란드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면서 '핀란드=노키아'라는 공식을 만들었던 노키아는 2008년 이후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면서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의 붕괴로 여겨졌지만, 핀란드는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노키아의 본사가 있어 '노키아의 도시'로 불렸던 에스푸는 이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주현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계속 글로벌 1등 기업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벤처기업들의 성공이 이어져야 한국 경제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中] "노키아 이후 청년 벤처붐 일어… 핀란드엔 되레 藥"

 (조선일보 2014.01.09 03:00)

알토大 세리스토 부총장


	한누 세리스토 알토대 부총장.
"핀란드 대학생들의 꿈은 노키아에 입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생각의 혁명'이 일어났고, 이제는 직접 꿈을 만들려고 한다."

지난해 12월 20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만난 한누 세리스토 알토(Aalto)대 부총장은 핀란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벤처들의 등장에 대해 "노키아의 몰락은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였다. 잠자고 있던 핀란드인들의 열정에 다시 불을 지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알토대는 2008년 노키아의 몰락이 시작된 뒤 핀란드 정부가 만들어낸 벤처 육성의 '요람'이다. 각각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헬싱키공대, 헬싱키경제대, 헬싱키예술디자인대 등 3개 대학이 통합해 지난 2010년 출범했고, 기술과 경영, 디자인 능력을 모두 갖춘 벤처 창업 인력을 배출 중이다. 핀란드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유럽 100대 대학에 포함됐다. 매출 1조원대의 모바일 게임 업체 수퍼셀(Supercell)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도 알토대 졸업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창업 교육을 하나.

"학생들이 10명씩 팀을 구성해 1년 동안 협력해서 실제 제품을 만들어낸다. 기업의 후원으로 팀당 1만5000유로(약 2172만원)를 지원받는다. 어떤 기능(기술)을 넣어, 어떤 모습(디자인)으로 만들어, 어떻게 시장에 팔 것인지(경영)를 고민한다. 대학 교육을 받으면서 사실상 벤처 창업을 경험한다."

―핀란드의 창업 열기가 높아진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노키아의 몰락은 충격적이었지만, 대신 창업 열기가 뜨거워졌다. 젊은이들도 대기업 직원이라는 평이한 삶보다는 열정적인 도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실제로 10년 전에는 2% 정도만이 졸업 후 창업하고 싶다고 했지만, 지금은 4분의 1이 창업을 꿈꾼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下] 삼성 '5대 新수종 사업'… 자동차 전지 등서 슬슬 성과

 (조선일보  2014.01.11 03:00)

LED·태양전지는 실적 안나와

 

삼성전자 매출·영업이익 추이 그래프

 

삼성전자는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로 빚어진 스마트폰 열풍에 발 빠르게 대응해 최근 5년 새 매출을 배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노키아를 비롯한)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면서 '스마트폰 없는 삼성전자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유명 기업 CEO와 접촉을 최근 늘리고 있는 것도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서다.

삼성은 또 2010년에 5대 신수종(新樹種) 사업을 선정해놓고 새 성장 동력 발굴과 육성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電池)·LED(발광다이오드)·바이오 제약·의료기기 등 5대 사업에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23조원 이상을 투자해 새 먹거리로 키운다는 청사진이다.

그룹 수뇌부의 지원에 힘입어 5대 신사업의 성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용 전지 사업은 지난해부터 크라이슬러·BMW 등 외국 대형 기업들이 삼성 전지를 탑재한 자동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6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바이오 제약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그룹 5대 신수종 사업 투자·매출 목표 그래프

반면 2020년까지 10년 동안 각각 6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인 태양전지와 LED는 기대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5대 신수종 사업은 차세대 사업인 만큼 당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꾸준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下] "미래 먹거리 生命공학·의료·관광으로 삼성쇼크 막자"

 (조선일보  2014.01.11 03:00)

[전문가 긴급토론]

고교야구는 투수·4번타자만 잘하면 우승, 프로선 달라
삼성전자에 먹구름은 한국 경제 아킬레스건 될 것
대기업, 혼자한다 생각 버리고 벤처·中企와 협업해야

국민들에 反기업정서 범람… 제2의 삼성전자 못나와
기업들 각종 규제 넘치는 국내보다 해외서 더 성공
삼성도 꾸준한 R&D 필요… 여러회사로 분리도 검토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꺾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우리 경제가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로 고착되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지금은 정부·기업·국민 모두 저(低)성장 불감증(不感症)에서 벗어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조선일보가 이달 7~8일 연속으로 내보낸 '삼성전자 없는 대한민국' 시리즈와 관련, 8일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삼성전자의 지속적 고성장은 불가능할뿐더러 삼성전자 편중 현상 심화는 경제 건전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반적 경제 체질 개선과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회 부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엔 김형태(53)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이승철(55)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조동성(65) 서울대 경영대 교수, 황철주(55)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나다 순) 등 재계·학계·금융계를 대표하는 전문가 4명이 참석했다.

"삼성전자 실적악화, 경고등 켜져"

조동성 교수는 "삼성전자가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은 반(半)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이익이 줄어 성장세가 꺾인 것처럼 보이지만, 성과급 8000억원 지급으로 이익이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중·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의 부상으로 성장 정체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지금 위기가 진행 중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승철 부회장도 "삼성전자에 지금 위기의 먹구름이 몰려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조동성 서울대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사진
(사진 왼쪽부터)조동성 서울대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원장. /이명원 기자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착시(錯視)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14%대에 달하고 수출 기여도는 20%를 넘는다. 삼성전자가 구조적 침체에 빠지면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腱)'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고등학교 야구에선 선발투수 한 명과 4번 타자 한 명만 있으면 우승할 수 있어도 프로야구에선 모든 야수가 골고루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 2·3군(軍)도 필요하다"며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대한민국 전체가 심각한 쇼크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태 원장도 "최근에 만난 일본 정부 최고위 관료가 한국 경제 성장에 대해 '삼성이 지나치게 성공하고 있다'고 평가하더라"면서 "삼성이 잘못되면 한국 경제 전체가 한 방에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여러 회사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삼성전자는 물론 나라 전체가 위기감으로 무장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힘은 기본적으로 자본력과 인력"이라면서 "당장 급하다고 기본을 소홀히 하면 안 되고 꾸준한 연구·개발(R&D)을 통해 3년 후, 5년 후 히트칠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가 더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여러 회사로 분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삼성전자의 고속 성장이나 한국의 소득 2만달러 달성은 빵을 위해 토·일요일도 일하는 사람 때문에 가능했지만 빵 대신 가족을 우선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방식을 고수하면 삼성전자의 성장은 물론 소득 2만달러 유지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의 하나로 생명공학·의료·관광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생명공학은 IT(정보기술)보다 10배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면서 "관광산업 경쟁력을 높여 2010년 21억명이던 중국 국내 관광객을 1%만 우리나라로 유인해도 630억달러(약 67조원)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개발은 복잡한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해 보통 10년이 걸리지만, 외국에선 한국이 개발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할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대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버리고 상대적으로 절실함이 강한 벤처·중소기업의 창조 능력을 인정하고 협업과 개방형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기업·국민 모두 低成長 불감증 벗어나야"

이 부회장은 "우리 경제가 3% 성장도 감지덕지로 생각하는 '저성장 불감증'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심각한 불균형에 시달리는 이유는 정부가 성장에서 분배로, 기업이 확장보다 축소 지향적으로 중심축을 옮긴 부작용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건전성을 높이려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삼성전자가 나오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국민의 반(反)기업 정서가 극심하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가 범람하는 상황에선 강한 기업이 나올 수 없는 게 자명하다. 이 부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중소기업 보호에 치중하면서 강소(强小)기업, 강중(强中)기업, 강대(强大)기업 육성은 소홀히 했다"면서 "'크면 나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우리 기업이 그나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규제가 미치지 않는 해외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라면서 "다른 나라만큼 규제 덩어리만 없어져도 민간 부문의 창의력이 넘쳐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규제 친화적 국민 의식 때문에 공무원이 규제를 남발하는 면도 없지 않다"면서 "서비스산업 경쟁력이 높아지지 못한 것도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뭐했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공무원은 국민의 지원을 받아 규제를 남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정치권도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때문에 당장의 국내 문제에 매몰돼 있다"면서 "정치권이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갈 희망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참석자 약력]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1949년 서울 출생▲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미국 피츠버그대 객원교수(1976~1978)▲국제경영학회(AIB) 부회장▲서울대 경영학과 교수(1989~현)▲일본 도쿄대 초청교수▲서울대 경영대학 학장▲한국경영학회 회장▲주 핀란드 명예영사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1959년 경북 고령 출생▲동양공고, 인하대 전자공학과, 인하대 명예공학박사▲한국 ASM 근무(1986~1993)▲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창립▲주성엔지니어링 사장(1995~현)▲브이소사이어티 회원▲벤처기업협회 회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1959년 부산 출생▲경기고, 고려대 정경대 경제학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석·박사▲고려대 경제학과 강사(1989~1990)▲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 실장▲전국경제인연합회 기획본부 본부장▲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2007.4~2013.2)▲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2013.2~현)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1961년 서울 출생▲관악고, 서울대 경영학과 석·박사▲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2003.8~2008.4)▲한국증권연구원 원장(2008.4~2009.3)▲한국자본시장연구원 원장(2009.3~현)▲국민경제자문회의 제2기 민간위원(2010.3~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