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이 74세 비서실장 택한 진짜 이유?
통상적으로 리더들은 자신보다 조금은 나이가 어린 참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박근혜 청와대에선 그런 세간의 고정관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삼촌뻘, 오빠뻘 되는 ‘고령 참모들’과 일하는 것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1939년생인 김기춘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은 74세로 박근혜 대통령(1952년생)보다 열세 살 위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종인 전 의원은 1940년생, 김용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938년생,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1945년생, 정홍원 국무총리는 1944년생이다. 대통령보다 적게는 7년 많게는 14년 위다.
현재 청와대의 김장수 국가안보실장(65), 박흥렬 경호실장(64) 둘 다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고 수석들의 연령도 과거 정권에 비해 높다. ‘원로들의 세상’ ‘원로가 대접받는 정부’이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뭘까?.
22세 퍼스트레이디로서 고령 참모진과 어울린 학습 효과
첫번째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삶의 역정 탓이 크다고 동아일보가 10일 보도했다. 10세부터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 박 대통령은 22세에 퍼스트레이디가 됐는데, 청와대 시절 내내 자신보다 스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이들의 보필을 받았다.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내며 박 대통령을 보필했던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1928년생)은 대통령보다 스물네 살이나 위다. 어릴 때부터 나이 많은 이들의 보좌를 받았으니 고령 참모에 대한 부담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정치 입문후 2004년 한나라당 대표가 됐을 당시 그의 나이는 52세. 그는 당 대표 시절 60대 이상의 3선 이상 중진들과 함께 당을 이끌었다. 박 대통령이 2006년 여름 김기춘 비서실장이 여행을 제안했을 때 동행자로 직접 꼽은 박희태(1938년생), 맹형규 의원(1946년생) 모두 본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이들이다. 편하게 여행을 갈 때 열 살 차이가 넘는 이를 동행자로 꼽을 정도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았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고령 참모들이 젊은 참모보다 오히려 박 대통령을 더 깍듯이 모실 것”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이들에겐 나라 잃은 공주가 나라를 되찾아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박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6일 민주당에 5자회담을 제안하면서 “윗분의 뜻을 받들어서 한 가지 발표를 드리겠다”며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고 ‘윗분’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심리의 발현이라는 해석이다.
정치적 배신의 트라우마
박 대통령이 배신을 당했던 경험이 검증된 고령 참모를 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사실상 유배 생활을 했던 1980년대 경험이 컸다는 지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1979년 아버지를 잃고 청와대에서 나온 뒤 우리 삼남매는 부모님의 기일을 포함한 어떤 공식적인 행사도 엄두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아버지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 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고 썼다. 그때 그나마 자신을 끝까지 지켜준 사람들이 고 남덕우 전 국무총리,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등 아버지와 함께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은 2004년 총선 때 탄핵 역풍 속에서 당을 구해내고 사실상 ‘박근혜 당’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선거 때는 꼭 와 달라고 부탁하다가 선거만 끝나면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난하는 의원들, 대표 시절 중용해 자신과 함께할 것이라고 믿었던 동지가 2007년 경선 때 상대 진영으로 가는 경험을 하면서 역시 믿을 건 내가 오래 봐온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을 거라는 게 측근들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리학과 교수는 “배신을 경험해 본 사람은 심리적으로 항상 경계하고 방어하는 것이 생긴다. 그러다보니 나이든 사람 중에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람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평문화 중시하고 연령 위계질서 덜 따지는 여성 리더의 특성도
대(代)를 이어 최고지도자에 오른 여성이 아버지 시대부터 검증된 인사를 중용하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자주 있다.
1966년부터 인도 총리를 지낸 인디라 간디는 1966년 총리로 취임한 직후 자신보다 나이가 네 살 많은 야슈완트라오 차반을 내무부 장관, 재무부 장관 등으로 중용했다. 차반은 인디라 간디가 그의 아버지 자와할랄 네루 총리 밑에서 총참모장으로 일할 당시 얼굴을 익힌 인물이었다. 인디라 간디는 또 1967년 자신보다 21년 연상인 모라르지 데사이를 재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는데, 그 역시 인디라 간디 아버지의 후광을 받은 인물이라고 동아일보는 밝혔다.
이와 함께 남성은 군대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통해 연령 등 위계질서를 많이 따지는 반면, 여성은 위계서열 보다 수평문화에 더 익숙한 것도 한 요인이다. 기업 내에서도 여성 경영자들은 남성 경영자에 비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부하직원과 일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일의 성과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낼지에 집중하고 남성 위주의 패거리 문화를 혐오하기도 한다. 경영 전문가들은 이런 특징을 가진 여성 경영자들은 사심이 없고 목표지향적인 리더십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강점이 많다고 평가한다.
고령(高齡)의 참모들을 포진시킨 또다른 이유는 이들이 사실상 공직을 마무리해 장관이나 후임 자리에 대한 욕심이 적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용인술과도 일맥상통한다.
박 전 대통령도 젊은 신진 인사 혹은 이미 장관을 지냈거나 새로 장관을 지내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원로들을 특별보좌관으로 임명해 내각과의 갈등 요인을 차단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젊은 사람들은 영향력 확대를 위한 돌출행동으로 대통령을 버겁게 하는 경우가 많다. 박 대통령은 성장과정에서 그런 것을 많이 봐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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