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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 미/여행정보

차마고도의 땅을 다시 보자 (문화일보 2012년 11월 21일(水)

차마고도의 땅을 다시 보자

 

▲  구이저우성의 마오타이주 생산공장.

정만영/駐청두 총영사

중국 청두(成都)에 있는 총영사관은 쓰촨(四川)성 중동부와 충칭(重慶)시 평원지역 외에도 쓰촨성 서부 티베트인 자치주들과 윈난(雲南)성과 구이저우(貴州)성 등 산악 고원지역을 관할 구역으로 하고 있다. 총면적이 114만㎢로 남한의 11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역인데, 그 중에서 윈난성과 구이저우성은 대부분 해발 1000m에서 2000m 높이의 고지대이며 통칭 운귀고원(雲貴高原)으로 불린다. 운귀고원은 위도상으로는 대만이나 미얀마와 비슷하지만 기후는 오히려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특히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昆明)은 기후가 사시사철 봄과 같다 하여 ‘봄의 도시(春城)’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2000년에 시작된 중국의 서부대개발정책이 10여 년의 가속 기간을 거쳐 최근 탄력이 붙으면서 세계 500대 기업 대부분이 청두시와 충칭시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고,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대부분 이 지역에 이미 공장을 짓고 있거나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윈난성과 구이저우성의 경우는 아직 이렇다 할 대기업의 진출이 없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의 진출도 거의 없는 편이다. 구이저우성도 황과수폭포 등 뛰어난 자연 경관지가 즐비하지만 그저 ‘마오타이(茅台)’술의 산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 우리 국민에겐 아직 미지의 땅인 것 같다.

쓰촨성과 충칭시는 말할 것도 없고 윈난성과 구이저우성만 합쳐도 57만㎢ 면적에 8400만의 인구 규모를 갖춘 상당한 경제권으로 요즘 한창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얀마나 이미 우리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있는 베트남 등 인근 동남아 대국들 못지않게 큰 시장이다. 윈난성은 동남쪽으로 베트남·태국·라오스, 서남쪽으로 미얀마·인도와 인접하고 있는 관계로 중국이 이들 국가로 진출하는 교두보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중앙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구이저우성의 경우도 올해 2월 중앙정부의 ‘구이저우성의 양호하고도 빠른 발전에 관한 결의’(국무원 2호 문건) 채택을 계기로 적극적인 대외 개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구이저우성을 방문한 기회에 현지의 TV를 보다가 진행자가 구이저우성의 발전 전망을 말하면서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의 일급 참모였던 유백온(劉伯溫)의 말을 인용하는 것을 들었다. 유백온이 “500년 후에는 윈난, 구이저우 지역이 당시 명의 수도가 있던 남경 일대의 강남지역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것이다.

윈난성과 구이저우성이 요즈음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 구이저우성의 당서기였으며 현재도 인민대표대회 주임직을 겸직하고 있는 리잔수(栗戰書)가 최근 우리나라의 대통령실장에 해당하는 중앙판공청 주임이 됐다. 후임으로 당서기까지 겸직하게 된 자오커즈(趙克志) 성장은 원래 개혁·개방 선도성 중의 하나인 산둥(山東)성에서 부성장을 하던 인물로 요즘 국무원 2호 문건을 토대로 강력한 개혁·개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필자를 직접 만나 한국 항공사의 직항 개설과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촉구할 정도였는데,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올 10월까지 구이저우성의 전년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중국에서 1, 2위를 다툰다고 한다. 지금까지 구이저우성보다 투자유치 성적면에서 조금 앞서 있는 윈난성도 당서기, 성장 등 지도자들이 홍콩, 상하이(上海) 등을 직접 방문하면서 투자유치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운귀고원 지역은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자연자원, 광대한 시장에 더해 최근 중앙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뒷받침과 지방정부 지도층의 개혁·개방 의지까지 갖추어져 유백온의 예언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상당한 경제발전의 가능성이 예상되는 블루오션이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 기회의 땅 운귀고원에 관심을 가지고, 치밀한 준비를 한 후에 과감하게 도전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정만영(57) ▲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제17회 외무고시 ▲주중국 대사관 1등 서기관 ▲외교통상부 외국어교육과장 ▲외교통상부 동아시아통상지원심의관 ▲주리비아 대사 대리 ▲주청두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