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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따라 걷기ㅣ향일암 일출제와 금오도 비렁길] 일몰·일출 즐기며… 거북 형상 따라 동백 숲 따라 해안절벽 따라 (조선일보 2012. 12. 11 (화)

[축제 따라 걷기ㅣ향일암 일출제와 금오도 비렁길] 일몰·일출 즐기며… 거북 형상 따라 동백 숲 따라 해안절벽 따라

4대 관음기도처에서의 각별한 일출맞이… 광대한 바다 보며 새 각오 다져

 

이젠 임진년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때다. 연말을 맞아 연초에 뜻을 세우고 힘차게 출발했던 ‘흑룡의 해’의 결실을 거두고 정리해야 할 시점이다. 내년은 ‘흑사의 해’, 즉 60년 만에 돌아오는 검은 뱀의 해다. 60년 만에 다시 오는 뱀의 해니 뭔가 좋은 일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하면서 새해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선 특히 그렇다. 한국에서 기도 올리기 가장 좋은 곳이 몇 군데 있다. 동해안에는 낙산사 홍련암, 서해안은 석모도 보문사, 남해안은 남해 보리암과 여수 향일암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한국의 4대 관음도량 기도처라고 한다.


▲ 함구미마을에서 출발한 금오도 비렁길에서 미역널방전망대가 첫 전망대로 나온다. 비렁길이란 이름에 맞게 해안절벽 위를 따라 아슬아슬하게 걷는 길을 조성했다.
잠시 이 기도처가 어디서 유래했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민족 기도의 3대 원형은 산신기도, 용왕기도, 칠성기도다. 이를 한민족 삼신(三神)신앙이라 한다. 이 중에서 바다의 신에게 드리는 기도가 용왕기도다.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오면서 이 토속신앙의 용왕기도가 불교와 융합해 해수관음(海水觀音)보살로 변모한다. 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바다에서 꿈틀거리는 커다란 용의 등에 올라타 서 있는 모습이 해수관음을 상징하는 대표적 그림이다. 따라서 한국의 4대 기도처로 알려져 있는 곳은 용왕기도에서 유래한 해수관음 기도처인 것이다.

이 4곳 기도처의 공통점은 모두 기운이 뭉쳐진 바위산 끝자락에 암자가 자리 잡고 있으며, 탁 트인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영락없이 우리 전래동화인 용왕님께 기도드리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뿐만 아니라 4곳의 암자 모두 통일신라 전후에 창건된 매우 유서 깊은 사찰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수 향일암(向日庵)은 큰 자라가 바다로 헤엄쳐 들어가는 형세의 산인 금오산(金鼇山)의 거북이 등의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신기하게도 주변 바위들이 전부 거북이 등과 같이 갈라진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 3코스 마지막 전망대인 매봉전망대에서 학동마을로 들어가기 전 해안절경을 보면서 걷고 있다.
▲ 중간에 팽나무가 자라고 있고, 뒤로는 갈대, 앞으로는 쪽빛바다가 펼쳐져 있는 금오도 비렁길의 휴식처에서 잠시 쉬고 있다.
향일암은 글자 그대로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이다. 관음 기도도량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일출명소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다. 향일암은 원래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선덕여왕 9년, 659)할 때는 원통암(지금도 향일암 대웅전에는 원통보전이란 이름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이란 이름이었으나, 고려 광종 9년(958) 윤필 대사가 섬의 형세를 보고 금오암(金鼇庵)이라 개명했다. 금오암은 큰 자라 모양이란 뜻이며, 이때부터 거북바위에 대한 신앙이 유래한 것으로 전한다. 산 이름도 이후부터 금오산이라 불렀다. 조선 숙종 때는 인묵대사가 관음전 아래 대웅전(원통보전)을 짓고 현재의 모습으로 중건했다. 지금 이름은 인묵대사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향일암’으로 명명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향일암은 불교적으로는 대일여래(大日如來), 즉 비로자나불에 귀의한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금오산 자락 향일암 주변엔 원효대사가 앉아서 참선과 수도정진을 했다는 원효대사 좌선대, 원효대사가 책을 읽었다는 경전바위 등이 옛 자취를 전하고 있다.

▲ 금오도 비렁길 안내판을 보면서 문화해설가 최점자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금오도 비렁길은 바다 풍광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는 산의 풍광도 아름답다.

향일암은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

그 향일암에서 매년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출제를 벌인다. 올해도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열린다. 5만여 명의 인파가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일출을 보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금오산 자락 향일암 일대가 사람으로 뒤덮이는 것이다. 12월 31일의 일몰과 1월 1일의 일출을 보면서 기도 올리는 현상은 시각만 다르지, 전 지구적인 것이다. 한국에서도 전국의 유명 산과 사찰 등지에서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룬다. 올해는 여수 향일암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향일암 일출을 보고 난 뒤, 심기일전의 마음으로 새해 각오를 다지면서 전국 최우수 걷기길인 ‘금오도 비렁길’을 걸으면 더욱 남다를 것 같다. 금오도는 금오산 향일암 바로 앞에 있는 섬이다. 그 둘레길을 이은 ‘금오도 비렁길’은 2012년 7월 행정안전부의 ‘우리 마을 녹색길 베스트10’에 선정된 경관 좋고 걷기 좋은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인 금오도(金鰲島)는 지형이 자라를 닮아 한자 그대로 큰 자라라는 뜻을 의미한다. 금오도는 원래 거무섬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임금의 관(棺)을 짜는 목재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이었을 만큼 원시림이 잘 보존된 곳으로,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이 기록이 전한다. 이 거무섬을 비슷한 한자로 표기한 것이 거마도였다. ‘청구도(靑邱圖)’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는 거마도로 표기되어 있다. 이후 고종은 금오도를 명성황후가 살고 있던 명례궁에 하사했으며, 명례궁에서는 이곳에 사슴목장을 만들어 사람의 출입과 벌채를 금했다고 한다. 금오도는 결국 소나무숲과 원시림이 잘 보존된 모습으로 거무→거마를 거쳐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여수에는 거북이 모양의 지형이 9군데 있다고 한다. 그중 두 군데, 즉 향일암 임포마을의 거북이목과 금오도를 거치는 것이다. 향일암 축제를 즐기고 이 길을 걸으면 왠지 장수할 것 같은 느낌이다. 


▲ 남근바위같이 생긴 촛대바위에서 최점자 해설가가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금오도 비렁길 1코스의 미역널방 전망대에서 외나로도 우주발사기지를 볼 수 있다.

금오도 비렁길은 남해안에서 찾아보기 힘든 금오도 해안단구의 벼랑을 따라 조성되었기 때문에 벼랑길의 여수 사투리인 ‘비렁길’을 그대로 사용했다. 코스는 모두 5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1구간은 함구미마을에서 미역널방~송광사 절터~신선대~두포마을까지 6.8㎞, 2구간은 두포마을에서 굴등전망대를 거쳐 촛대바위~직포마을까지 3.9㎞, 3구간은 직포마을에서 갈바람통전망대를 거쳐 매봉전망대~학동삼거리까지 4.5㎞, 4구간은 학동삼거리에서 사다리통전망대~온금동~심포마을까지 3.2㎞, 5구간은 심포마을에서 막개~장지까지 3.3㎞ 등 총 21.7㎞에 이른다. 여수문화관광해설가 중에서 금오도 출신이면서 금오도의 역사와 유래에 박학다식한 최점자씨의 안내로 3구간까지 총 15.2㎞를 걷기로 했다.

비렁길, 5개 구간 21.7㎞ 이르러

자,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 출발하는 심정으로 걸어보자. 고려 명종 때 입만 열면 시가 되고 문장이 되었다는 명문장가 김극기(金克己)는 ‘적적한 골짜기 안에 절/ 쓸쓸한 숲 아래 스님/ 세간정분 다 떨치고서/ 슬기로운 물만 정히 맑게 고였네. (중략) 나 여기 와서 구슬단지의 얼음을 마주하듯/ 들뜬 근심 다 지우네’라는 시를 썼다. 1,000여 년이 지났지만 예나 지금이나 해가 바뀌면 마음이 적적해지는 건 마찬가지인가보다. 그의 표현대로 ‘들뜬 근심 다 지우러’ 출발이다.

시골 마을은 어디나 그렇듯 한적하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1코스 시작지점인 함구미마을도 마찬가지다. 어촌마을 특유의 짭짤하고 비릿한 냄새가 코에 확 스며든다. 숲에서 느끼는 분위기와는 또 다르다. 함구미선착장의 어선 몇 척과 바닷물, 그 위를 나는 갈매기떼와 “끼륵~끼륵~”하고 우는 울음소리는 어촌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낭만적인 풍경이다.


▲ 도포마을의 해안마을의 집에서는 돌담을 쌓아 눈길을 끈다.
▲ 금오도비렁길 곳곳에 대나무 군락이 나온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고 있다.

 


▲ 옛날 사용했던 초분을 비렁길 옆에 다시 만들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함구미(含九味)란 지명은 해안의 기암절벽이 아홉 골짜기의 다양한 절경으로 이뤄졌다는 데서 유래했다. 또 매봉산 줄기 끝부분에 위치한 이곳은 용의 머리와 같이 생겼다 해서 용두(龍頭)라는 지명과 함께 사용한다. 금오도 전체 지도를 놓고 보면 금오도가 거북이뿐만 아니라 용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함구미는 용의 머리 부분에 해당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수에서 오는 여객선이 정박하는 함구미선착장에는 금오도 비렁길이란 이정표와 함께 안내판이 걷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내 숲속으로 들어간다. 매봉산 끝자락이다. 대부산, 대대산이라고도 부른다. 원래 섬이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하더니 정말 섬 치고는 나무들이 많다. 동백나무·후박나무·서어나무·측백나무·비자나무에 봉산(封山) 역할을 했던 소나무까지 다양한 식생을 자랑한다. 마삭줄, 공난 등 많은 종류의 관목도 교목들 틈바구니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최점자 해설가는 “민비가 키웠다는 사슴은 보지 못했지만 노루와 고라니는 가끔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나무와 갈대군락도 나온다. 그 사이로 동물들이 머물렀던 흔적을 볼 수 있다. 바다와 원시림의 숲, 해안절벽이 어우러진 길이 초반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여태 본 길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이 길은 녹색길 베스트10에 들기에 충분하다. 평일인데도 서울·부산·순천·광양에서 온 여러 방문객과 마주쳤다.

이윽고 첫 전망대, 비렁길전망대에 도착했다. 이상한 조형물들이 여럿 눈에 띈다. 최씨는 “미역널방”이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건진 미역을 말리는 기구를 재현해서 만든 것이다. 바다에서 어떻게 이 낭떠러지 위로 미역을 올렸는지 궁금했다. 최씨는 “선조들은 참 지혜가 있었어요. 줄을 매달아 전혀 힘들이지 않고 미역을 옮겼다고 하네요”라고 했다.
 
살쾡이고래·수달피 등도 가끔 보여

절벽 아래 바다엔 물보라가 하얗게 부서지는 거친 파도가 일고 있다. 바람이 제법 불었다. 길이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무 데크길이 나타났다. 한쪽은 쪽빛 바다, 다른 한쪽은 숲. 눈이 충분히 호사할 만한 그런 풍광이다. 숲속엔 이름 모를 새들이 “짹짹~”하며 지저귀고 있다. 최씨가 다시 한마디 건넸다. “바로 이 앞바다에서 가끔 살쾡이고래가 출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지난 여름에 스위스 탐방객을 안내했는데, 감탄의 연속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또 다른 전망대, 수달피비렁전망대에 이르렀다. 수달피들이 바다에서 놀다 지치면 절벽 위에 올라와서 몸을 말린다고 한다. 최씨는 “조그만 게 얼마나 몸이 빠른지, 서로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쏜살같이 사라진다”고 했다. 여태 보지 못한 길의 모습, 아니 자연의 모습을 하나하나씩 꺼내서 보여주는 인상이다. 그 카드가 얼마나 더 남아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푸르디푸른 쪽빛의 겨울바다는 눈을 부시게 했고, 겨울 정취를 물씬 풍겼다. 바다와 인접한 갯바위의 아슬아슬한 곳에선 가끔 낚시꾼들도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옛 송광사 절터가 나온다. 전설에 의하면 보조국사가 모후산에 올라 좋은 절터를 찾기 위해 나무로 조각한 새 세 마리를 날려 보냈는데, 한 마리는 순천 송광사 국사전에, 또 한 마리는 여수 앞바다 금오도에, 다른 한 마리는 고흥군 금산면 송광암에 앉았다고 하며, 이를 삼송광(三松廣)이라 부른다고 전한다. 고려 명종 25년(1195) 보조국사 지눌이 남면 금오도에 절을 세운 기록이 있어, 이곳 절터는 송광사의 옛터로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 해안절벽의 동굴 위에 전망대가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굴등 전망대.
▲ 여수 돌산 임포마을의 거북이목 부근에서 매년 향일암 일출제가 열린다.
 
 
지금은 공터로 남아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주변은 전부 밭으로 변해 농부들이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마늘, 고구마, 방풍나물 등이 자란다. 금오도의 대표적 특산물인 방풍나물은 겨울의 모진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봄에 수확하는 작물로, 중풍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숲속으로 길은 계속된다. 팽나무와 소사나무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고, 가시오가피나무도 줄기에 가시를 내보이며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 가시오가피나무도 금오도 특산물 중의 하나다.

길을 가다가 이상한 모양의 무덤이 눈에 띄었다. 안내문에는 ‘초분(草墳)’이라고 적혀 있다. 시신을 바로 묻지 땅에 않고 돌이나 통나무 위에 관을 얹고 이엉과 용마름 등으로 덮은 초가 형태의 임시 무덤으로, 2~3년 후 초가에 모신 시신이 육탈되고 나면 뼈만 간추려 일반 장례와 동일하게 묘에 이장하는 토속장례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약수터를 지나 경치가 아름다워 신선이 살았다는 신선대에 도착했다. 최씨는 “원래 이 길은 함구미 주민들이 낚시와 땔감을 구하기 위해 다니던 길이었다”고 했다. 그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조그만 평지가 보일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대나무 군락, 축대 등이 나타났다. 이들이 과거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다.

대나무 군락을 지나 어느덧 1구간 끝지점이자 2구간 시작점인 두포마을에 도착했다. 오전 8시50분에 시작한 1구간은 6.8㎞ 걸으니 11시10분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이다.

2코스는 영화 ‘박봉두살인사건’ 등 촬영지역

조선시대 소나무 보호구역인 봉산지역이라 할 만큼 유달리 소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수백 년 된 소나무도 쉽게 보인다. 마을 방풍림도 소나무다. 과실나무로 밀감과 유자나무도 비렁길 옆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노란 밀감과 유자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영화 ‘혈의누’, ‘하늘과바다’, ‘박봉두살인사건’ 등을 촬영한 굴등전망대도 표고 100m가량 높이의 절벽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촛대바위, 일명 남근바위도 비렁길 옆에 우람하게 솟아 있다. 촛대라기보다는 꼭 남근같이 생겼다.

▲ 향일암에서 바라본 일출과 일몰.
▲ 향일암에서 바라본 일출과 일몰.


촛대바위 지나자 꼭 여자 엉덩이 같은 봉우리 두 개가 저 멀리 눈에 들어왔다. 옥녀봉이란다. 유달리 숲이 우거져 있다. 나무꾼들은 옥녀봉에서 절대 나무나 풀을 베지 않는다고 한다. 불문율로 전하는 금기사항이다. 옥녀봉 아래의 나무나 풀은 옥녀의 은밀한 부분을 들춰낸다고 해서, 만약 이를 어기면 큰 재앙을 내린다고 전한다.

최씨는 금오도가 거무섬으로 불렸던 사연을 전하며, 이는 ‘여수에 가서 돈자랑 하지 말라’는 속담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옛날 검게 보이는 숲에 가면 숨어사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 중에 일부는 밀수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수엔 알부자, 숨은 부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마을 가는 곳마다 다양한 전설이 전하고 있다. 옥녀봉 전설이라든지, 선녀 전설, 불무골 전설 등 어촌이라 그런지 바다와 산이 두루 관련된 내용이었다. 2코스 시작점과 끝지점에 있는 두포마을과 직포마을도 옥녀봉에서 내려온 선녀의 전설과 관련 있다.

2코스 종점이자 3코스 시작점인 직포마을이다. 500년은 족히 됐을 법한 소나무가 방풍림으로 마을 중앙을 지키고 있다. 워낙 모진 해풍을 많이 맞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욱 운치 있게 자라고 있다.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내달렸다. GPS를 보니 해발 10m도 채 되지 않았다. 조금만 센 파도가 몰려와도 금방 마을을 덮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여름 태풍이 할퀴어 마을도로가 무너져 내린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직포마을에서 출발한 비렁길은 바로 망산으로 치고 올라간다. 올라가자마자 동백나무가 좌우로 엄청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중간 중간에 유자나무가 노란 열매를 맺어 유혹하고 있다. 동박새는 나무 사이 이리저리 옮기며 짹짹거리며 지저귄다. 군락을 이룬 동백나무들은 빼곡히 자라, 저마다 햇빛을 보기 위해 키 경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가는 줄기가 하늘을 향해서만 뻗어 있다.

이곳은 유달리 바람이 세차다. 최씨는 서쪽에서 부는 갈바람이라고 한다. 갈바람전망대도 나온다. 바닷가 절벽 사이로 바람이 솟아나고 있다. 최씨는 “여름엔 냉기가 느껴질 정도”라고 한다. 그 세찬 바람에도 동백나무는 꿋꿋이 자라고 있다. 실제로 동백은 추위에 약하지만 해풍엔 강하다고 한다. 동백나무 군락이 끝이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최대 군락지인 오동도가 인근에 있지만 그에 못지않을 듯싶다.

동백나무 사이로 노란 꽃을 피워 눈길을 끄는 야생화가 있다. 털머위다. 일명 개머구라고도 한다. 널찍한 잎 중앙으로 꽃줄기만 30㎝가량 뻗어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동백의 빨간 꽃에 털머위의 노란 꽃, 바다뿐만 아니라 꽃으로도 눈이 호사를 누리고 있다.

매봉 전망대를 거쳐 능선을 넘어서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바람이 수그러들었다. 아니 사라졌다. 신기할 정도다. 매봉 전망대는 매봉 정상 바로 아래 시야가 확 트인 곳에 있다. 300도가량 조망이 가능하다. 쪽빛바다와 요철 같은 해안절벽, 바다를 오가는 배, 겨울 바다와 낭만을 만끽한다. 3코스 종점인 학동마을도 보인다.

학동마을을 향해 열심히 내달렸다. 서서히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마지막까지 동백나무가 이어진다. 3코스 내내 동백나무가 보인다. 학동마을에 도착하니 오후 3시 30분이다. 1~3코스 15.2㎞가 점심시간 포함 총 6시간 40분 걸렸다. 바다와 해안절벽, 동백나무, 다양한 나무로 이뤄진 아름다운 숲, 한적한 마을 등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절경이 눈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기억에 남을 만한 길이었다.

향일암 일출제 어떤 행사 열리나?

송구영신… 마을 화합 한마당, 방문객 공연 한마당 등 풍성

향일암 일출제 주행사장은 임포마을 거북이목 바로 위, 향일암 바로 아래 있는 공간에 조성을 막 끝냈다. 지난해까지 행사장이 협소해 불편했던 점을 감안해 2배 이상 대폭 늘렸다. 다양한 행사를 더 많은 인원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축제 운영은 여수시와 축제추진위원회가 공동으로 맡고 있다. 시는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임포마을 청년위원회에서 운영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임포마을청년위원회 김경선 회장이 축제추진위원회 부회장, 김영훈 사무국장이 축제추진위 사무국장을 도맡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축제 첫날은 ‘송구영신’이란 주제로 일몰 예정시각 오후 5시30분쯤에 맞춰 오후 5시부터 시작한다. 첫 행사는 돌산읍 43개 마을 주민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돌산읍민 화합 한마당을 벌인다. 일몰을 보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 풍물 길놀이 퍼레이드와 사물판굿 공연이 성대하게 펼쳐진다. 이어 여수의 소리·몸짓인 타악연주와 민요, 전통춤, 판소리 한마당 등 전통국악공연이 신명나게 공연을 펼친다. 묵은해를 보내는 마지막 인사인 것이다.


▲ 지난해 향일암 일출제를 보러 향일암에 몰린 인파.
▲ 지난해 열렸던 일출제 행사에 참가했던 방문객들이 소원엽서·소원금줄·소원풍선을 각각 쓰고 있다.
▲ 금오산 위에서 내려다본 향일암 전경.
 
이어 새해를 3시간여 앞둔 밤 8시30분 성대한 개막식이 막을 올린다. 촛불을 밝히고, 촛불에 소원을 기도하고, 복주머니를 다는 행사를 한다. 식후 행사로 방문객 어울마당도 벌인다. 장기자랑, 게임, 댄스 페스티벌 등 경연을 벌여 순위에 들면 푸짐한 부상도 주어진다.

새해 직전 신년의 울림이란 주제로 ‘새로운 다짐’의 소원성취를 기도하고 새해 밤 12시에 맞춰 새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새해를 맞아선 불꽃놀이와 방문객 즉석 인터뷰, 여수시장 신년사, 방문객과 함께하는 강강술래 등 대동 한마당도 벌인다.

신년 행사는 소망 실은 풍선날리기, 소원금줄 날리기, 새해 덕담나누기 등 오전 9시까지 계속된다. 방문객들에게 새해 선물도 푸짐하게 증정한다. 이 외의 행사로 새해엽서보내기, 희망 연날리기, 선상일출 보기, 소망 촛불릴레이 등이 행사장 곳곳에서 잇달아 열린다.

주최 측에서는 몰리는 인파로 인한 주차난을 다소 해결하기 위해 2,30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 임포마을 청년회 회장 김경선씨.
▲ 향일암 일출제 부대행사로 열리는 전통춤. 행사에 앞서 출연자들이 관객들에게 절을 하고 있다.
▲ 향일암가는길.
▲ 향일암대웅전.

찾아가는 길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 논산고속도로→ 완주~순천고속도로를 타고 여수로 가면 된다. 약 4시간 소요. 고속버스는 성인 기준 우등 2만9,500원, 고속버스 1만9,900원. 오전 6시부터 밤 11시20분까지 50~60분 간격으로 운행. 소요시간 4시간 10분가량.

여수에서 금오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하루 두 편 오전 6시20분, 오후 2시30분에 운항한다. 운임료는 금오도 여천까지 8,650원. 1시간 소요. 문의 010-3550-3482.

여수에서 함구미 여객선은 오전 6시10분, 오전 9시40분, 오후 2시50분 등 하루 세 편 운항한다. 운임료는 9,000원. 1시간 20분 소요. 문의 011-622-2021.

돌산 신기에서 금오도 여천까지는 오전 7시45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7차례 왕복운항 한다. 소요시간 25분. 운임료 5,000원. 승용차 운임료는 1만3,000원. 문의 011-1773-3350. 동절기(9.15~4.14)와 하절기의 운항시간이 다르므로 필히 확인해야 한다.

금오도 내에서 버스와 택시가 운행한다. 버스는 구간요금 1,000~2,000원. 문의 011-616-9544 또는 061-665-0383. 택시는 5인승, 8인승 두 종류 운행. 기본요금 3,800원에 콜비 1,000원 등이다. 문의 011-608-2651 또는 061-666-2651~2.

숙박(지역번호 061)

향일암 주변 임포마을엔 많은 식당이 있다. 별미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갓김치. 어느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다. 민박은 마을 청년회장 김경선(010-3619- 4535)씨나 임영오 이장(011-621-4730)에 문의. 바다가 있는 풍경(644-4535) 등도 있다.

금오도로 들어가서는 함구미 섬마을민박(664-9133), 면소재지 우학리에선 상록수 민박·식당(665-9506), 안도 민박·식당(665-9363)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