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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인물열전

[여성조선] 전 경호실장·주치의·조리장이 말하는 청와대 '속 이야기' (조선일보 2013.06.09 08:48)

[여성조선] 전 경호실장·주치의·조리장이 말하는 청와대 '속 이야기'

 

청와대에도 사람이 산다. 청와대의 안살림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청와대 전 조리장, 주치의, 경호실장에게 청와대 ‘속 이야기’를 들었다. 

前 청와대 조리장 문문술

profile 청와대 조리책임자를 거쳐 대한민국 조리명장에 올랐다.
경희대 조리과학과 졸업
1997~ 롯데호텔 근무
1998~2003 청와대 조리책임자
2003~ 메이필드 호텔근무
2008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수여하는 ‘대한민국 조리명장’ 선정
2013 현재 서정대학교 호텔조리학과 교수


	문문술 조리장은 DJ정부와 노무현 정부 초반까지 근무했다.
문문술 조리장은 DJ정부와 노무현 정부 초반까지 근무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관계된 행정기관을 통칭하는 말이다. 서울 종로구 청와대로 1번지에 위치한 관저에는 대통령 가족이 사는 상춘재, 비서 및 경호를 담당하는 대통령실, 대언론 창구인 춘추관 등이 있다. 본관은 대통령이 집무를 보고 외빈을 접견하는 공간으로 쓰인다. 영빈관은 대규모 회의가 있거나 외국 국빈들과의 공식행사가 있을 때 사용된다. 가족들이 생활하는 상춘재는 전통한옥으로 지어져 있다. 이따금 외빈접견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청와대 직원의 수는 2013년 현재 600명가량 된다.

대통령의 밥상에는 어떤 요리가 오를까. 이승만 대통령은 현미 떡국을, 김영삼 대통령은 칼국수를, 김대중 대통령은 홍어회를, 노무현 대통령은 국밥을 즐겼다. YS 칼국수, 김대중 대통령이 찾은 추어탕집 등은 지역 맛집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초의 대통령 요리사는 양학준 노인이었다. 나이 60세에 청와대(당시 경무대)에 들어와 72세까지 12년간 이승만 대통령과 함께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한 장면처럼, 대통령이 주방에 찾아오기도 하나요?
대통령이 주방에 오는 경우는 드물어요. 굉장히 바쁘시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여사님(영부인)은 들어오세요. 와서 맛을 좀 보기도 하고, 같이 만드시기도 하고. 아무래도 대통령이 예민하실 때는 영부인이 좀 신경을 쓰죠.
대통령이 스트레스가 많으시면 따로 별식이나 별미를 만든 경우는 없나요?
별식이 나가는 경우는 드물어요. 매주 식단이 미리 짜져 있어요. 일주일씩. 그 외에 음식이 나오면 경계하세요. 영부인이 식단을 늘 체크하시거든요.
밥상에 빠지지 않는 반찬이 있었다면요?
된장이랑 생야채는 매끼 드셨죠.


고기는 자네가 다 먹었구만
매운탕을  드렸는데, ‘고기는 어디 있느냐’고 찾으셨다는 일화가 있던데요.

생선은 원래 머리가 맛있습니다.(웃음) 맛있게 잡수시다가 좀 모자라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때가 민어 철이라 민어매운탕이 맛있을 때였습니다. 저를 보시면서 농담으로 “민어고기는 자네가 다 먹었구만!” 하시더라고요. 얼른 더 떠서 상에 놓아 드렸죠.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시면 저희로서는 참 보람이 있습니다.

바깥사람들은, 청와대의 밥상은 뭔가 좀 특별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평소 식단은 한식 가정식이랑 비슷해요. 청와대 음식도 궁중요리처럼 화려한 요리는 행사가 있을 때 먹어요. 국빈만찬이라든지요. 메뉴를 짜고 나면 주치의하고 상의를 하죠. 요즘 체중이 좀 늘었다 그럼 육류를 좀 줄여야겠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죠. 늘 점검합니다. 드시는 거, 안 드시는 거. 좋아하시는 거, 덜 좋아하는 거.

아침은 보통 몇 시에 드시나요?

대통령이 일찍 일어나는 편이시라 7시 반쯤이면 아침을 드세요. 저희는 5~6시부터 준비를 하죠. 출퇴근을 하면서 근무했어요. 호출하면 올 수 있는 10분 거리에 관저가 있어요. 대통령 생신날이나 가끔 방학을 맞으면 손자 분들이 오기도 하는데 이런 날은 좀 더 신경 써서 준비하죠.

문문술 조리장이 근무할 때 가장 화제가 됐던 일 중 하나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었지요. 김정일 위원장이 조리장이 만든 한식을 극찬했다고요.

그때 저희는 선발대로 갔어요. 평양에 가서 어떤 요리를 할지 보러갔는데, 긴장이 많이 됐죠. 어디든 행사를 가면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한 번 하면 거기서 한 번 하고. 다행히 만찬이 순조롭게 끝났고, 만찬 후 6.15 공동선언이 이어져서 나름대로는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역시 밥상에는 사람의 마음을 여는 힘이 있구나’라는 걸 느꼈고요.

대통령의 밥상에도 경호(?)가 필요했다고 하던데요.

저희가 한 번 밥을 차리면 3세트를 준비합니다. 대통령, 영부인 그리고 경호원용이죠. 그 날의 담당 경호원이 세 개의 밥상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해 맛을 봅니다. 혹시나 밥상에 다른 물질이 섞이지는 않았는지 검사하는 거죠.

청와대 생활을 마친 소감은 어떠세요?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못 할 것 같습니다.(웃음) 5년 동안 한시도 긴장을 늦춘 적이 없어요. 청와대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곳이니까요. 한편으로는 굉장히 외로운 곳이기도 합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누군가를 만날 수도 없으니까요.

前 청와대 주치의 허갑범

profile 최초의 비서울대, 사립대학병원 출신 주치의
연세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 소장
1998~2002 청와대 주치의
2013 신촌 허내과 원장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희호 여사와 함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희호 여사와 함께

 

주치의의 역할은 수시로 청와대를 방문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대통령의 휴가와 해외순방, 지방방문 등 모든 일정에 동행하는 것이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차관급의 대우를 받는다. ‘대통령실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 진료에 대한 최종결정은 주치의가 한다.

주치의가 당뇨병계의 권위자인 덕분(?)에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당뇨가 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까이 서 뵌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나요?

그러게 말입니다. 당뇨가 있지는 않으셨어요. 혈압이 좀 있고 당이 좀 높긴 했지만요. 가까이서 뵙기에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여린’ 분이셨어요. 농담도 곧잘 하시고, 감성적인 분이셨죠.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늘 책을 읽으셨다는 거예요. 심지어 휴가를 갈 때도 책을 잔뜩 들고 가서 읽으셨죠. 대통령을 떠올리면 책부터 생각이 나요.
청와대에서는 매일 대통령의 건강검진이 이뤄진다고요.

청와대에 상주하는 의무실장이 있어요. 늘 곁에서 보좌하면서 대통령의 건강을 돌봅니다. 매일 있는 건강검진은 의무실장이 담당하지요. 

워낙 고령(72세)에 당선이 된 터라 주치의로서 노심초사하기도 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 대통령과 연을 맺은 게 ‘단식투쟁’ 때문이었어요. 단식을 한 뒤로 몸이 약해지셔서 진료를 해드린 게 인연이 됐죠. 대통령 당선 전에는 상대편으로부터 ‘고령이라 국정을 수행할 수 없다’는 네거티브 공세를 받았죠. 그때는 주치의가 되기 전이었는데, 건강상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서를 써드리기도 했어요. 실제로 그랬고요.


대통령은 아파도 아플 수 없는 사람 
청와대 주치의로 지내면서 가슴을 쓸어내린 일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취임 후에도 대통령의 건강은 정권 내부의 비상한 관심사였어요. 원래 대통령께서는 젊어 고생을 많이 하셔서 ‘대퇴부염좌’를 앓고 있었어요. 일정이 너무 많아 건강에 무리가 왔을 때는 휠체어를 이용하기도 했죠. 4월에 핀란드 대통령과의 국빈만찬이 끝난 뒤에는 누적된 과로로 위장장애 증세를 일으켜서 입원하기도 했었죠.
대통령이 입원하는 병원은 어디인가요?

국군 서울지구병원이에요. 응급상황에 대비해 청와대에서 지정한 병원이 있어요. 대통령의 건강은 곧 국정수행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때마다 가슴을 쓸었죠. 대통령은 아파도 아파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해외순방 중에는 더욱 긴장하겠네요.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는 주치의, 의무실장, 의무대장, 간호대장 등이 동행합니다.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경우에는 각 나라의 수반들과 짧게라도 미팅을 갖기 때문에 일정이 정말 많아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언젠가 대통령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고요. 국내에 있을 때는 그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데, 해외에서는 회의에만 참석하면 되니까 그러셨던 거 같아요. 

대통령의 주치의는 대부분 대통령과 사적인 인연으로 임명된다. 대통령의 건강은 대외비에 속한다. 은밀한 건강을 돌보는 일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주치의인 서울대 최윤식 순환기내과 교수는 대통령의 사돈이었다. 주치의가 되기 전부터 오랫동안 대통령의 건강상담을 해왔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가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60대이고 한창 젊을 때라 평소에 생활관리만 잘 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대통령이라고 특별한 건강관리법이 있는 건 아니에요. 영양과 휴식과 수면 이 세 가지를 잘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前 청와대 경호실장 염상국

profile 다섯 명의 대통령을 경호한 경호실의 전설
경희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경호안전통제실장
대통령 경호실 경호2처장
2006~2007 대통령 경호실 차장
2007~2008 대통령 경호실 실장


	[여성조선] 전 경호실장·주치의·조리장이 말하는 청와대 '속 이야기'
전두환·노태우·김대중·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청와대에서 다섯 명의 대통령을 경호한 염상국 전 경호실장이 JTBC ‘임백천·임윤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해 경호 뒷얘기를 풀어놨다.

염 전 실장은 경호원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경호실장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경호하기 힘들었던 대통령”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루도 조깅을 거르지 않았다. 밥은 걸러도 조깅은 거르지 않았다는 게 당시 측근들의 증언이다. 청와대에서의 조깅은 통제가 가능했지만, 문제는 해외에 나가서도 조깅을 거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1994년 일본 오사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갔을 때였는데, 태양공원이라는 곳에서 조깅을 하셨다”고 했다. 당시 염상국은 APEC 경호안전통제실장이었다.

열린 공간에서 조깅하는 대통령을 수행하는 일은 진땀 나는 일이었다. “조깅라인이 미
리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경호실 직원이 중간중간 배치돼 있었고, 그것을 동선 삼아 뛰었다. 비가 내려 중간에 조깅을 다 마치진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에게 조깅은 늘 즐기며 건강을 챙기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청와대 주치의들은 ‘건강했던 대통령’으로 김영삼 대통령을 꼽았는데, 조깅은 그의 건강의 비결이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마사토 같은 부드러운 흙에서 뛰는 걸 좋아해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뒷얘기도 소개했다.


경호하기 힘들었던 대통령은 김영삼,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염 전 실장은 “취임 초기에 교통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국민을 위한 마음이셨지만 경호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경호의 고충이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분”이라고 기억했다.

부인에게 가장 잘한 대통령을 묻는 질문엔 “전두환 전 대통령은 주말에 꼭 이순자 여사와 운동을 하는 등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했다. 주량이 가장 센 대통령으론 노태우 전 대통령을 꼽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가장 즐겼던 대통령이었다고 기억했다.
염 전 실장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때 경호를 맡아 북한을 방문했다. 염 전 실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하는 사진도 소개됐다.

그 당시 김 위원장이 “경호실장이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말을 건넸다고 기억했다. 또 “김 위원장이 오찬에서 ‘나는 와인을 못 한다’라고 말해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병약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건강한 얼굴은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