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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저호서 미생물 발견… 생명체 근원 밝혀줄까

남극 빙저호서 미생물 발견… 생명체 근원 밝혀줄까

 (조선일보 2013.02.19 03:05)

[美연구진 빙하 뚫고 호수물 채취]
두께 수백m~수㎞ 남극 빙하 밑 미국 1.5배 면적의 호수·강 존재
3000만년간 대기·햇볕과 격리… 극한 조건서 생명체 발견된다면
외계행성 생명체 존재할 수도… 각국 빙저호 뚫기 치열한 경쟁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사이언스는 지난 7일 남극에 있는 휠런스(Whillans) 호수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미국 연구진이 이 호수에서 미생물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소식이었다. 호수 바닥 침전물과 물을 채취해 배양하던 중에 단순한 생명의 형태를 찾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의 종(種)을 밝히기 위한 DNA 분석에 착수했다.

◇남극 빙하 밑에 호수 300여개 존재

지구상 한 호수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게 뉴스가 된 이유는 호수의 위치 때문이다. 휠런스호는 두께 800m 남극 빙하 밑에 존재하는 '빙저호(氷底湖)'다. 과학자들의 탐사 결과 현재 남극 빙하 아래엔 휠런스호와 같은 호수 360~380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수들 사이로는 강이 흐른다. 그 유역 면적은 세계 최대의 강인 아마존보다 넓다. 미국 전체 면적의 1.5배나 된다. 지구상 최대의 습지가 남극 밑에 숨어 있었던 셈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19세기 말 러시아 과학자 크로포트킨은 "수천m 두께의 빙하 아래에 얼지 않은 맑은 물이 존재한다"고 예언했다. 그의 예언은 순수하게 이론적인 것이었다. 거대한 압력 때문에 빙하의 가장 아랫부분의 온도가 올라가고 얼음이 녹은 상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그 이후 빙저호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돼왔다.

2000년대 들어 위성 관측에 의해 빙저호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거대한 빙하들이 수년간에 걸쳐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시 면적의 절반이 넘는 350㎢의 빙하가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9m가 낮아졌다. 미국 NASA의 과학자들은 빙하들이 물 위에 뜬 상태에서 오르락내리락하며, 물이 빙하층이 움직일 때 윤활층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빙하를 관통하는 레이더, 지구 중력과 지진파의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들이 동원돼 빙저호의 거대한 실체가 확인됐다.

◇생명체 근원 밝혀줄까

만년빙 아래에 어떻게 얼지 않은 호수가 존재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열과 빙하의 거대한 하중이 만들어내는 압력과 열, 그리고 빙하 아래의 얼음 유동에 의한 마찰열 등이 빙하 아래 물을 얼지 않게 만든다고 추정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호수들에 지금껏 인류가 알지 못했던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빙저호는 최소 3000만년 이상 지구 대기와 햇볕 등 외부환경과 격리된 상태에서 존재했다. 생명현상에 필요한 영양소도 극도로 결핍된 상태가 지속됐다.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극한의 조건이다.

이런 곳에서 미생물 등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얼음과 암석 투성이인 외계의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목성과 토성의 달(위성)이 바로 빙저호와 비슷한 환경이다. 거대한 얼음층 밑으로 물이 존재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휠런스 호수 발견에 과학계가 흥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극에선 빙저호를 뚫어 생명을 확인하려는 각국 과학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두주자는 러시아였다. 두께가 3.75㎞이자 빙저호 중 가장 큰 보스토크 호수를 향해 20년 가까이 굴착해왔다. 러시아 연구진은 지난해 말 마침내 이 호수의 물을 뜨는 데 성공했다. 미생물의 존재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영국팀도 지난해 빙저호 엘스워스의 코앞까지 뚫었다. 현재는 혹한으로 장비가 고장 나 철수한 상태다. 오히려 탐사에 늦게 뛰어든 미국팀이 가장 얕은 호수를 골라 미생물 채취에 성공했다.

빙저호의 물과 퇴적물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수㎞에 달하는 거대한 빙하를 뚫어야 한다. 시추 과정에서 외부 미생물이나 오물이 들어가 청정한 지하수가 오염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래서 남극 호수를 뚫고 들어가는 드릴은 물을 이용한다. 시추공에서 나오는 청정의 빙하를 녹여 5단계 필터로 거르고 다시 자외선 살균을 한 뒤 88도로 덥혀 시추공 속으로 고속으로 분사하는 원리다.

수㎞의 빙하를 뚫고 호수로 통하는 구멍을 열었다고 해도 기회의 창은 금세 닫힌다. 24시간이 지나면 시추공이 얼어서 막혀버리기 때문. 연구진은 단 하루 동안 호수물을 떠내고 호수 바닥의 침전물을 걷어 올려야 한다.

☞빙저호(氷底湖)

두께 수백m~수㎞의 남극 빙하 아래에 있는 호수. 햇볕도 대기도 스며들지 못한 가운데 지구환경과 수천만년 격리돼 존재해왔다. 과학자들은 생물 진화와 우주 생명체 존재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빙저호의 생명현상을 탐구해왔다.  

 

 

남극 얼음 밑 보스토크 호수서 신종 박테리아 발견

 (한겨레  2013. 03. 08)

 

4천m 얼음 밑 보스토크 호수서 러시아 과학자 발견

"화성에 생물체 있다면 이런 미생물일 것"…목성 유로파, 토성 엔셀라두스 얼음 밑 유사

 

 

 

 

 

 

 

 

 

 

 

 

 

 

 

 

 

 

 

 

 

 

 

 

 

 

 

 

 

 

 

 

 

 

 

 

Nicolle Rager-Fuller _NSF_640px-Lake_Vostok_drill_2011.jpg » 보스토크 호수의 위치와 굴착 개념도. 그림=니콜 라저 풀러, 미국립과학재단

러시아 과학자들이 남극 대륙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얼음 밑 호수에서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8일 보도했다.
 

신종 박테리아가 발견된 곳은 남극에 100여 개가 있는 얼음 밑 호수 가운데 최대 규모인 보스토크 호수로, 수백만 년 동안 지구 외부 환경과 고립된 곳에서 새로운 생물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여겨져 1989년부터 굴착 조사가 이뤄져 왔다.

nasa_radasat image_Lake_Vostok_Sat_Photo_color.jpg » 미 항공우주국이 레이더 위성으로 촬영한 보스토크 호수의 모습. 사진=나사

 

지난해 러시아 과학자들은 얼음을 4㎞가량 굴착해 호수의 물을 채취했으며 여기서 미생물을 확인한 것이다. 세르게이 불라트 상 페테르부르크 핵물리학 연구소 유전자 실험실 연구원은 “모든 (외부) 오염 가능성을 배제한 끝에 세계의 (미생물) 데이터베이스 어느 유형과도 일치하지 않는 디엔에이(DNA)를 발견했다. 이 미생물은 미분류, 미동정의 생명 형태이다.”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보도했다.
 

불라트는 또 “특정한 박테리아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데, 그 박테리아와는 디엔에이의 유사성이 86% 이하이다. 유사성이 90% 이하이면 알려지지 않은 미생물이라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일 이 미생물이 화성에서 발견됐다면 누구나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 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 박테리아가 지구에서 발견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640px-Wostok-Station_core32.jpg » 남극 대륙 한 가운데 위치한 러시아의 보스토크 기지. 여기서 지구 표면에서 가장 낮은 영하 89도를 기록했다. 보스토크 호수 탐사의 기지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보스토크 호수는 이곳 얼음 위에 1956년 보스토크 기지를 세운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높은 관심 속에 탐사를 계속했으며, 최근 외계 행성의 생물체 존재 가능성을 알 수 있는 시금석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와 목성 위성 유로파는 얼음 표면 밑에 바다나 호수가 있을 것으로 믿어지는데, 그곳에 생명체가 있다면 어떤 형태일지, 어떻게 탐사할지 등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외계 생명체 생존 비밀의 문, 남극에 있다).

보스토크 호수는 면적 1만 5000㎢로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와 비슷하며 수심은 800m인 담수호이다. 수백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움푹 파인 곳에 눈이 쌓인 뒤 지열로 녹아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올 5월 보스토크 호수에서 새로운 샘플을 채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