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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위기의 ROTC… 초급장교 60% '軍 인력풀'이 흔들린다 (조선일보 2013.02.19 03:01)

위기의 ROTC… 초급장교 60% '軍 인력풀'이 흔들린다

["매력 없다" 서울·수도권 대학서 지원 급감… 학사사관까지 합치면 장교 70% 충당]
"스펙 못쌓고 취업혜택도 없어 일반兵으로 입대, 빨리 제대해 취업 준비하는게 차라리 나아"
우수 학생 지원율 높이려면 - 복무기간 3~4개월 줄이고
사관생도 수준 봉급 줘야… 국가 차원 취업 지원도 필요

 

2012년에 임관한 ROTC(학생군사교육단·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 출신 장교는 4291명이다. 학사사관(학사장교) 출신은 816명이다. 둘을 합치면 전체 임관 장교(7164명)의 70%가 넘는다.

성신여대 김열수 교수는 18일 'ROTC 중앙회(회장 최헌규)'가 주최한 포럼에서 "과거에는 ROTC 장교의 복무 기간이 일반 병보다 짧고 제대 후 취직을 할 때도 우대하는 기업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장점이 모두 사라졌다"며 "현역병 복무 기간 단축과 반값 등록금 제도까지 시행되면 ROTC·학사장교 제도에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고 했다.

45년간 ROTC 복무 기간 28개월

1961년 ROTC 창설 당시 복무 기간은 24개월이었다. 당시 일반 육군 병사(30개월)보다 6개월 적었다. 1968년 김신조 등 북한 특수부대의 청와대 습격사건이 발생하자 ROTC와 병 복무 기간은 각각 28개월과 36개월로 늘었다. 이후 ROTC 복무 기간은 현재까지 변함이 없지만 병 복무 기간은 지속적으로 줄어 현재 21개월이 됐다. 현역병보다 8개월 적었던 ROTC 복무 기간이 7개월 더 많아진 것이다. 현재 학사장교 복무 기간은 36개월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병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면 ROTC와의 복무 기간 차이는 10개월, 학사장교와의 차이는 18개월로 벌어진다.

"제대 후 경쟁력 떨어져"

올해 서울 C대학 4학년이 되는 김모(22)씨는 ROTC 후보생이다. 김씨는 "하계와 동계 훈련을 하느라 방학 때 인턴십이나 어학연수는 꿈도 못 꾸고, 과외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게 됐다"며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못 쌓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D대학 ROTC 후보생 이모(21·영어영문학과 3학년)씨는 "반값 등록금 공약이 실현되면 ROTC를 그만둘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는데, 임관 이후 월급을 받으면 갚아나갈 생각이었다"며 "등록금이 반으로 줄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게 이득일 것 같다"고 했다.

서울 B대학의 학군단장 김모(53) 대령은 "서울과 수도권 대학의 ROTC 지원율은 점점 더 떨어지고, 지방 소재 대학의 경우 증가하는 ROTC 지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기준으로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의 지원율은 대부분 1.1대1~1.5대1 수준을 유지했으나 대부분 지방 대학의 지원율은 3대1~6대1 사이였다.

C대학의 경우 2006년과 2011년의 지원율은 1.4대1로 같지만 지원자 수는 같은 기간 113명에서 57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지원자 수에 따라 정원을 조정하는 군 방침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ROTC는 매해 임관 장교의 약 60%를 차지하는 만큼 적정 수를 확보해야 한다"며 "지원자가 부족한 대학의 정원은 줄이고, 많은 대학은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선 부대의 한 영관급 지휘관은 "성적이 우수한 대학생들이 ROTC를 점점 외면하게 될 경우 전체적인 초급 장교의 질이 떨어질까 봐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병사들이 ROTC 출신 장교의 수준이 떨어진다면서 지시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 않아 서로 다툼이 발생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장학금 늘리고 복무 기간 줄여야"

김열수 교수는 "우수한 학생들이 ROTC를 지원하게 하려면 사관학교 생도 수준으로 봉급을 주는 등 지원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대 박효선 교수는 "ROTC 장교가 군 복무를 마쳤을 때 국가적 차원에서 취업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와 박 교수는 "무엇보다 ROTC 복무 기간을 3~4개월 줄이는 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복무 기간을 줄이면 훈련량이 감소해 장교 수준 저하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날 ROTC 중앙회 포럼에선 ROTC 출신이 장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군 인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육군 영관급 장교의 경우 육사 출신 대(對) 비육사 출신 비율이 3대7이지만, 장성은 그 반대인 8대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무 기간 18개월로 줄텐데… 굳이 장교로 28개월을 軍에서 보낼 필요가"

 

 (조선일보 2013.02.19 09:51)

 

'초급 장교의 산실' ROTC 지원자 확보 비상

 

 

서울 A대학 1학년 이모(19)씨는 최근까지 ROTC(학군사관) 지원을 희망했지만, 올 들어 마음을 바꿨다. 이씨는 "곧 있으면 일반 병(兵)의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 텐데 굳이 장교로 28개월을 군에서 보낼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빨리 제대해서 취업 준비를 일찍 시작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ROTC와 학사사관(학사장교) 지원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A대학은 ROTC 지원율이 2006년 2.1대1에서 2011년 1.4대1로 줄었다. B대학 학군단장 김모(53) 대령은 "복무 기간이 일반 현역병보다 길고, 취업 때 장교 경력 우대 등이 사라져 ROTC 지원자 수가 계속 줄고 있다"며 "새 정부 들어 일반 병의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고 반값 등록금까지 시행되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때 결정된 방침에 따라 2008년 일반 병사의 복무 기간을 24개월에서 18개월(육군·해병대 기준)로 점진적으로 줄이는 안이 시작됐을 때도 ROTC와 학사장교 지원율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ROTC 지원율은 2007년 2.7대1에서 2008년 2.2대1로 떨어졌고, 2009년과 2010년에는 2.0대1까지 낮아졌다. 학사장교 지원율은 2007년 1.7대1에서 2008년 0.9대1, 2009년 0.7대1로 떨어지는 미달 사태도 빚었다.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병역 자원 부족 등을 이유로 군 복무 기간을 2011년까지 21개월로 단축한 뒤 이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ROTC·학사장교 지원율은 2011년 각각 3.3대1과 1.6대1로 다시 높아졌다.

청주대 박효선 교수는 18일 ROTC중앙회에서 개최한 '우수 ROTC 후보생 확보 방안' 포럼에서 "ROTC의 의무 복무 기간을 줄이는 등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전체 초급 장교의 60%에 이르는 ROTC 확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