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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윗집 아이 쿵쿵 뛰는 소리, 1분 넘으면 소음 간주 (조선일보 2012.11.21 14:38 )

윗집 아이 쿵쿵 뛰는 소리, 1분 넘으면 소음 간주

[소음 민원 1330건 분석… 72% '애들 뛰거나 걷는 소리']
최근 8개월간 민원접수 급증, 망치질·청소기 소음도 많아
주택건설법 개정안 입법예고… 소음 차단 기준 강화될 전망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한 아파트 1층에 사는 A(42)씨는 칼을 품고 2층으로 올라갔다. A씨는 "밤만 되면 뛰어다녀 잠을 못 자겠다"면서 이웃 B(33)씨와 주먹다짐 끝에 급기야 B씨의 옆구리를 찔러 중상을 입혔다. A씨는 경찰에서 "(밤마다 쿵쿵대는 소리에) 내가 돌아버렸다"라고 말했다.

환경부가 내년부터 층간 소음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것은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이 갈수록 심각해져 이대로 두면 심각한 사회갈등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대구에서 위층 주민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는가 하면, 휘발유를 담은 소주병을 위층 아파트 현관에 던져 불을 지른 경우(2011년 8월 경남 창원)도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점점 심각해지는 층간 소음 분쟁을 최대한 줄이려면 소음 규제 강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기준으로는 층간 소음 피해를 구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기준 강화의 계기가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5~2011년까지 7년간 전국 16개 광역지자체에 접수된 층간 소음 민원은 총 1871건이었다. 그러나 이 중 층간 소음으로 인정돼 소음 발생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운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소음 전문가인 박영환 기술사는 "현행 소음 인정기준(5분간 평균 소음도가 45~55dB 이상)은 아무리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동안 유명무실한 제도가 운영돼 온 셈"이라고 말했다.

층간 소음 민원도 폭증 추세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이 올 3월부터 운영하는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전화 1661-2642)에는 지난 10월까지 하루 평균 32건씩 총 5025건의 층간 소음 민원이 폭주했다. 지난 7년간 전국 지자체에 접수된 민원 건수(1871건)의 세 배 가까운 민원이 최근 8개월 사이에 접수된 것이다.

층간 소음의 원인은 발걸음 소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웃사이센터가 소음 민원 1330건을 조사한 결과, '아이들이 뛰거나 쿵쿵대며 걷는 발걸음 소음' 민원이 전체의 72.3%인 962건이나 됐다. 나머지는 망치질(3.2%), 가전제품 돌아가는 소리(2.3%), 가구를 끌거나 가구로 바닥을 찍는 소리(2%) 등 순이었다. 이웃사이센터 한하규 팀장은 "아이들 발걸음 소음만 잘 관리해도 층간 소음 분쟁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층간 소음 피해를 봤을 경우 피해 배상 신청액이 1억원이 넘으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에, 1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각 시도의 지방환경분쟁조정위로 신청하면 된다. 신청 수수료는 배상 신청액 규모에 따라 1인당 2만~100만원이지만 법원 소송비용보다는 훨씬 적다.

소음으로 인한 피해 현황은 분쟁조정위가 현장을 찾아 직접 조사한다. 신청이 접수된 지 3개월~1년 안에 결정을 내린다.

아파트 시공사의 책임도 강화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앞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바닥 두께는 21㎝ 이상 ▲소리 차단 성능 실험 의무화 등을 동시에 지키도록 했다. 지금은 둘 중 하나만 준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