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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 소장 안동권씨족도는 단종 외가 족보" (조선일보 2012.11.07 16:10)

"민속박물관 소장 안동권씨족도는 단종 외가 족보"

국립민속박물관 “1454-1456년 무렵 제작한 초기 족보”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최근 보존처리를 완료한 족보류 소장품인 안동권씨 족도(安東權氏族圖)가 조선 초기 비운의 왕 단종의 외가 계통의 집안 족보를 그림으로 표시한 자료임을 확인했다고 7일 말했다.

박물관은 1999년 입수 당시 만지면 부서질 정도로 훼손이 극심한 이 족도를 최근 첨단 기술을 적용해 보존처리에 성공하고 그 내용을 분석한 결과 “1454년에서 1456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현존 가장 오래된 족보로 알려진 안동권씨성화보(安東權氏成化譜. 1476년)보다 약 20년 정도 앞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보존처리를 완료하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1454-1456년 무렵 제작한 초기 족도임을 밝혀낸 안동권씨족도(安東權氏族圖). 이 족도는 조선 초기 비운의 왕 단종의 외가 계통의 집안 족보를 그림으로 표시했다. 보존처리 전 모습(사진 위)과 보존처리 후의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조사 결과 이 족도는 두루마리 혹은 장지 형태인 한 장짜리 비단에다가 문종의 비이자 단종의 어머니인 안동권씨 현덕왕후(顯德王后)의 고조인 권여온(權呂溫. 생몰년 미상)과 그의 자녀 자손 340여 명의 관계를 붉은색 계선(界線)으로 표시한 ’그림형 족보’로 드러났다.

나아가 족도에서 자녀는 기존에 알려진 조선 전기 족보에서와같이 남녀 구별 없이 출생 순서로 직함과 이름만 기재됐지만, 조선 후기 족보에서와같이 적서(嫡庶)는 구분했다.

박물관은 “이 족도의 가계 기록에서 5대에 걸친 조선 초기 안동권씨 동성혼 양상은 물론 진성이씨, 의성김씨, 예안김씨, 영천이씨 등 안동 명문가와의 중첩적인 통혼 관계도 엿볼 수 있다”면서 “가령 친손녀와 외손자가 혼인한다든가 친자매가 시집의 숙질지간 남자에게 각각 시집을 가는 등의 혼인 양상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족보 관계를 그림으로 표시하는 이런 족도 문서로는 해주오씨족도(1401년)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주손씨 손소 가문에도 15세기 족도가 최근에 발견됐다. 또한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시조로 유명한 고려말 이조년의 후손으로 ’묵재일기’라는 방대한 일기를 남긴 것으로 유명한 이문건이 작성한 16세기 초반의 성주이씨 족도도 남아있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안동권씨 족도는 이들과 더불어 현존하는 가장 이른 시기 족도 중 하나로 드러났다. 나아가 족도를 제외한 족보류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안동권씨 성화보보다 편찬 시기가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보존처리를 완료하고 내용을 분석한 결과 1454-1456년 무렵 제작한 초기 족도임을 밝혀낸 안동권씨족도(安東權氏族圖). 이 족도는 조선 초기 비운의 왕 단종의 외가 계통의 집안 족보를 그림으로 표시했다. 사진은 그 세부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민속박물관은 “족도는 족보 이전의 가계기록 또는 족보의 초기 형태로 일찍이 주목받은 데다 조선 초기 족보자료일수록 그 신빙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15세기 중반으로 완성 기시가 추정되는 안동권씨족도는 현존 여부만으로도 주목되는 역사자료”라고 말했다.

이 족도에는 권여온 후손인 현덕왕후(顯德王后)와 단종(端宗)이 원래는 포함됐었지만, 이들이 사육신 사건과 관련해 폐위되었기에 의도적으로 그 이름을 떼어낸 흔적만 발견됐다.

나아가 이 족도는 형식에서도 비단 바탕에 붉은색 계선을 사용하고 장황을 했다는 점에서 단종의 외가 계통을 드러내기 위한 족보의 일종으로 추정된다고 박물관은 덧붙였다.

이 족도에서는 상하 양변에 자주색 비단을 가늘게 댄 변아(邊兒)라는 부분도 발견됐다.

이런 형식은 악학궤범이나 몽금척족자(夢金尺簇子), 손소 적개공신교서(1467년)처럼 15세기 문서에서 발견되는 것과 같은 형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물관은 이 안동권씨족도에 대한 연구성과를 소개하고자 오는 16일 박물관 대강당에서 관련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