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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바로알기

칼로 긁어낸 백제목간 껍질 공개 (연합뉴스 2009.01.08)

칼로 긁어낸 백제목간 껍질 공개
부여박물관 ’백제목간’ 자료집 발간

고대 동아시아의 목간(木簡)은 재활용이 이뤄졌다. 글자가 적힌 나무 표면을 칼 같은 도구로 긁어낸 다음, 다시 글자를 써서 목간으로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마치 ’대팻밥’처럼 깎아낸 백제시대 목간 껍질 100여 점이 무더기로 공개됐다.

국립부여박물관(관장 권상열)은 부여 능산리 절터 출토품을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손칼로 긁어낸 목간 껍질 129점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백제시대 목간 전반에 관한 조사자료집 형태로 기획해 최근 발간한 ’백제시대 목간’을 통해 공개했다.

실무를 담당한 이 박물관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목간 껍질과 부스러기에서 벼와 같은 곡물류가 오고 간 문서의 일부로 보이는 ’석(石)’(1섬을 의미)과 같은 글자가 보이는가 하면, 문서가 종료되었음을 의미하는 ’了’(료)와 같은 글자를 확인함으로써 백제시대 문서행정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두께 0.2㎝인 ’나무 대팻밥’ 앞뒷면에다가 각각 묵글씨를 적은 이른바 ’파피루스형 목간’이 드러났다.

이 목간은 “애초에 종이를 의식하고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이 학예사는 덧붙였다.

나아가 지난 99년 부여 쌍북리 유적에서 백제시대 자와 함께 출토된 물품 꼬리표용 백제시대 목간은 그동안 글자가 있다는 점은 확인됐으나 그 정확한 판독은 이뤄지지 않다가 이번에 적외선을 통한 정밀 판독이 시도됐다.

그 결과 부여박물관은 “那●內連公”(●는 판독불능 글자)이라는 판독 성과를 제시하면서 “이 중 ’連’(련)이라는 글자는 일본 고대의 야마토 정권에서 관직을 기반으로 내린 성(姓)인 ’카바네’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連’을 고대 일본에서는 ’무라지’라고 읽는다.

이런 설명이 타당하다면 이 목간이 제작된 당시 백제에는 무라지라는 카바네를 지닌 왜인(倭人)이 활동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의 정사 중 하나인 주서(周書) 중 백제전에는 백제에는 중국과 신라, 왜인이 거주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백제 목간 껍질 129점 새로 확인 (조선일보 2009.01.09)
글자 긁어내 재활용 흔적

韓·日 교류 첫 문자 자료

백제 시대의 목간(木簡·나무조각에 먹 글씨를 쓴 것)을 재활용하기 위해 손칼로 얇게 깎아낸 목간 껍질 129점이 최초 공개됐다. 또 요즘 택배표처럼 백제 때 물건을 배달하는 데 쓰인 꼬리표 목간이 한·일 간 교류가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문자 자료라는 판독 결과도 나왔다.

국립부여박물관(관장 권상열)은 8일 소장품 조사자료집 '백제 목간'을 통해 "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사적 제434호)에 대한 6~8차 발굴조사(1999~2002년)의 출토품을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목간 껍질과 부스러기 129점을 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목간 껍질 129점은 두께 0.05~0.5㎝의 '나무 대팻밥' 앞뒷면에 각각 먹으로 글씨를 적은 것이다. 이용현 학예연구사는 "우리가 종이에 글씨를 쓰고 지우개로 지워 다시 쓰는 것처럼, 백제 시대에는 글자가 적힌 나무 표면을 손칼로 긁어낸 후 그 위에 새 글자를 써서 재활용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종이가 귀하던 시대에 목간은 물품이나 짐의 꼬리표, 혹은 메모지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500여점이 나왔지만, 이 중 백제의 목간은 70여점에 불과했다.

부여박물관은 또 1999년 부여 쌍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꼬리표 목간에 쓰여진 글자를 정밀 판독한 결과, '나○내연공(那○內連公)'(○는 판독 불능 글자)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학예연구사는 "'연(連·일본어 무라지)'은
일본 고대 야마토(大和) 정권에서 관직을 기반으로 내린 성(姓)인 '가바네'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내연공'은 무라지라는 가바네를 가진 왜인(倭人)의 이름으로 보인다"며 "백제와 일본 간 교류가 활발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문자 자료"라고 말했다.
▲ 국립부여박물관이 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 출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목간(木簡) 껍질. 목간을 재활용하기 위해 글자가 적힌 나무 표면을 긁어내면서 생긴 부스러기다. /국립부여박물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