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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핀란드도 주목한 `한국 녹색뉴딜` (매일경제 2009.03.17)

핀란드도 주목한 `한국 녹색뉴딜`

이호진 주핀란드 대사, 2009.3.17 매일경제 게재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는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국제 사회에서 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국가 의무`가 되고 있다.

일부 선진국은 성장 잠재력이 큰 녹색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기도 한다. 1990년 세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한 핀란드는 이미 널리 알려진 모범적인 친환경국이다. 핀란드 정부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을 총에너지 소비 대비 38%까지 확대하고 대규모 에너지ㆍ환경 산업클러스터(클린텍)를 설립해 2050년까지 녹색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국가 정책에 발맞춰 민간도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보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 국적 항공사인 핀에어(FinnAir)는 운항 중인 모든 항공기의 엔진 청소를 평소보다 두 배 자주 실시하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2% 이상 감소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핀란드는 정부와 민간 모두 이 분야 선봉에 서 있다고 자부할 만하다.

핀란드의 미래 전략을 들여다보고자 얼마 전 필자는 핀란드 국회 미래위원회 마르야 티우라 위원장을 만났다. 핀란드 미래위원회는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 정부 조직으로는 세계 최초 사례다. 1992년 임시위원회로 출발해 2000년에는 상임위원회로 승격되었다. 국회 임기 4년에 맞추어 미래 발전에 핵심적인 이슈를 선정해 전략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략을 심층 토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기회에 우리 정부의 `녹색 뉴딜`을 설명해 주었다.

티우라 위원장은 우리의 녹색 뉴딜이 환경개선,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대처방안을 접목ㆍ융합시킨 시의 적절한 전략이라고 평가하였다. 경제성장 녹색화라는 기존 패러다임 아래 많은 선진국이 환경정책을 추구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해서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부터 불어닥친 세계적 경제위기로 인해 기후변화, 개발원조 등 소위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는 각국 노력이 등한시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경제위기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할 정도다. 특히 선진 각국이 막대한 재원을 금융권 소생과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 부으면서 환경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핀란드도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초에 20억유로 규모의 `뉴딜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주로 도로, 철도, 주택 건설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핀란드는 당장 경기부양을 위한 긴급처방은 아니더라도 중ㆍ장기적인 관점에서 환경 문제 대처와 지속가능한 개발 실현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이 없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원전 추가 건설을 놓고 국회 내 논쟁이 다시 시작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우리 `녹색 뉴딜`은 지속가능 개발의 새로운 전략 추진을 위해 고민하던 핀란드에 시사점을 준 것 같다. 올해 초 유엔환경계획(UNEP)이 한국의 녹색 뉴딜을 경기침체와 실업 문제에 충분히 대응하면서 경기회복과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달성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한 것을 핀란드 미래위원회도 주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