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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G20와 한국의 역할 (조선일보 2009.03.25)

G20와 한국의 역할

유명환 장관, 2009.3.25 조선일보 게재


지난해 11월 개최된 워싱턴 G20 정상회의는 세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 신흥경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매우 상징적인 회의였다. 일부 세계 언론은 미국, 영국 등 G7에서 G20로 '파워시프트(권력이동)'가 이루어지고 있다고까지 해석하였다.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신흥경제국이 지속적으로 부상하였으나 세계의 주요 이슈는 여전히 G7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G7이 세계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에 불과한 상황에서 신흥경제국의 참여 없이는 전대미문의 금융위기, 기후변화, 에너지문제 등 글로벌 경제 현안을 해결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은 이러한 기회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가 바로 G20 정상회의 참석이었다. 우리 정부는 1930년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이는 세계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제 논의의 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신속하고 총체적인 외교 노력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G20 정상회의가 새로운 국제 가버넌스로 대두되도록 기여하였고, 우리를 포함한 G20 정상들이 작년 11월 워싱턴에 이어 4월 2일 런던에서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지난번 역사적인 워싱턴 정상회의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재정정책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동결(standstill)을 제안하여 G20 국가 정상들의 공감을 얻었고, 이 내용이 정상 선언문에 반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G20 논의에 크게 기여함과 동시에 G20의 유용성을 제고하였다.

또 하나의 성과는 우리나라가 지난 3월 12일 금융안정포럼 및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 가입한 것이다. 작년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주요 국제금융기구가 신흥경제국의 참여를 확대키로 결정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상기 두 기구가 향후 국제금융체제 개편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을 감안하여 정상외교를 포함하여 관련 부처와 재외공관 등에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이들 기구에 가입하게 되었다.

오는 4월 2일 G20 국가 정상들이 런던에서 다시 만나지만 세계 경제 상황은 당장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년도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세계 교역은 급격히 수축되고 있으며, 실업은 모든 나라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G20가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G20 의장국단의 일원인 우리나라는 G20 지도자들이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지구촌 전체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촉구하여 왔다. 국내적으로는 G20 기획조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우리의 입장을 조율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주최국인 영국과 상시 협의체제를 구축하여 밀접하게 논의를 계속하면서 G20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G20 런던 회의가 구체적인 위기 극복 방안을 제시하여야 함을 적극 설명하여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다. 특히 금융 안정을 위해서는 부실자산 처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97년 외환위기 극복시 부실자산을 효과적으로 처리한 우리의 경험을 공유할 것이다. 작년 워싱턴 회의시 합의한 무역 및 투자와 관련한 새로운 장벽 동결에 합의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G20 정상 차원에서 거시경제정책 공조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신속히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할 계획이다. G20 의장국단이자 세계 13대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는 금번 런던 정상회의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적극 기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