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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기고] G20의 숙제, 보호주의 배격 (매일경제 2009.03.27)

[기고] G20의 숙제, 보호주의 배격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세계 경제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 국내총생산(GDP)에서 85%를 차지하는 G20 국가 정상들이 4월 2일 런던에서 다시 만난다.

작년 11월 워싱턴 회의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이번 회의의 주안점은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거시경제 공조, 보호무역주의 배격,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부실자산 처리, 국제금융기구 자본 확충과 금융감독 규제 개선 등이다. 이 중 세계 이목이 몰려 있는 의제는 단연 보호주의 배격이다.

세계무역기구(WTO)나 세계은행(World Bank)에서는 보호주의 확산이 아직 염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1930년대 대공황 시절과 같은 무역전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워싱턴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해 합의된 보호무역조치 동결(Stand - Still) 약속을 통해 반보호주의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된 점과 함께 WTO 다자통상체제라는 제어장치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보호무역조치는 관세 인상 외에도 여러 위장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딱히 보호주의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컨대 환경보호 식품안전 기술표준 조치라는 외형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인 것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호무역주의 발호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13~14일 개최된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무역ㆍ투자 장벽뿐 아니라 금융 등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하기로 합의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보호무역은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요 위축으로 올해 전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0.5~-1.0%)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WTO는 교역이 9%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호무역주의는 경제 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경제 회복을 위해 특히 수출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제사회 협력을 통해 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렇다면 보호주의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우선 보호주의 제어를 위한 국제 감시(monitoring) 체제를 운영하고 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무역에 대한 객관성과 전문성을 갖춘 WTO가 지금도 회원국 무역조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WTO는 각국이 취한 무역 관련 조치를 망라한 보고서를 작성해 회원국들에 회람한다. 사실상 어떤 조치가 보호무역 조치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지만 회원국 간 상호 견제(peer pressure)를 통해 보호무역 조치를 막아보자는 취지이고,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 WTO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모니터링 회의 주기를 보다 단축해 이러한 상호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번 G20 회의는 이러한 WTO 모니터링 기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보호주의 저지를 위해서는 도하라운드(DDA) 협상의 조속한 타결도 시급하다. 시장 개방 확대와 WTO 체제 강화야말로 보호주의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나라로서는 앞으로도 주요 교역상대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FTA 네트워크는 보호주의에 대한 안전판 구실을 해 줄 수 있다. 현재 협상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한ㆍ유럽연합 (EU) FTA가 타결되면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목도하게 될 것이다. EU는 우리의 FTA 파트너로서는 교역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한ㆍEU FTA 타결은 지속적인 무역 자유화에 대한 우리의 강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재천명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는 작년 11월 워싱턴 합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호무역주의 대두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2009/3/27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