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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아이디어

도전! FT 기후변화 챌린지 (사이언스올 2009.06.02)

75,000달러 상금 거머쥔 도쿄 박스


도전! FT 기후변화 챌린지

종이상자 2개를 준비하자. 한 상자가 다른 하나 속에 들어갈 정도로 조금 작은 것으로 마련하자. 작은 종이 상자를 덮을 만한 크기의 투명 아크릴 덮개도 필요하다. 그리고 검은색 물감이나 페인트, 알루미늄 호일도 찾아온다.


먼저 작은 종이상자에 있는 위쪽 덮개 부분은 제거한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물감이나 페인트로 검게 칠한다. 작은 상자 안쪽의 검은색은 햇빛을 최대한 많이 흡수해준다. 그런 다음 큰 종이상자의 위쪽 덮개는 안쪽으로 알루미늄 호일을 붙인다. 햇빛을 반사시키는 알루미늄 호일은 안쪽 상자로 햇빛을 모아주기 위해서다. 큰 종이상자 속에 작은 종이상자를 넣고 아크릴 덮개로 위를 덮어서 상자 안의 열이 달아나지 않게 해준다. 이렇게 해서 햇빛으로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태양열 레인지가 완성이다! 조리할 음식을 아크릴 덮개 아래로 넣으면 된다.


이 태양열 레인지의 성능은 꽤 괜찮다. 날이 맑으면 상자 안의 온도는 금세 80도에 이른다. 그리고 2-3시간 정도면 물을 10리터나 끓일 수 있다고 한다. 보통 생수 큰병 하나가 용량이 2리터인 것을 생각하면 10리터 얼마나 많은 양인지를 알 수 있다.


이 태양열 레인지는 아프리카 케냐에 사는 존 보머라는 사람이 발명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에 도쿄 박스(Tokyo Box)란 꽤나 멋진 이름을 붙였다.

태양열 레인지,도쿄 박스. 안쪽 상자를 검게 칠하고, 바깥쪽 상자 윗부분에 알루미늄 호일을 붙인다. 투명 아크릴을 덮으면 완성이다. 상자 안에 조리할 음식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이름이 꽤나 근사하고, 성능이 꽤 괜찮다고 한다 해도 이 발명품은 그리 대수롭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4월 이 발명품으로 존 보머는 우리나라 돈으로 1억원 가까이나 되는 거금을 거머쥐었다. FT 기후변화 챌린지(FT Climate Change Chanllenge)라는 대회에서 우승을 한 덕분에 말이다.


과연 FT 기후변화 챌린지라는 게 어떤 대회인 걸까? 그리고 집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어봄직한 발명품이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 이유는 뭘까?

FT 기후변화 챌린지는 언론인 파이낸셜타임즈, 기업인 휴렛패커드사,

그리고 영국의 씽크 탱크인 미래를 위한 포럼이 손을 잡고 만든 대회다.

언론, 기업, 민간단체가 손잡아 대회 마련


현재 인류가 당면한 최대 과제라고 한다면 기후변화를 꼽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파이낸셜타임즈와 세계적인 기업인 휴렛패커드(HP)사, 그리고 영국 기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조직인 미래를 위한 포럼(Forum for the Future)이 손을 잡았다. 그 결과, FT 기후변화 챌린지라는 상이 만들어졌다.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획기적이고 실용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발굴하고, 이것들이 시장에서 보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말이다. 언론사인 파이낼셜타임즈가 대회홍보를 기업인 휴렛패커드사가 돈을, 싱크 탱크인 미래를 위한 포럼이 머리를 담당한 것이다.


미래를 위한 포럼의 대표 피터 매든 박사는 이 대회를 이렇게 소개했다. “우리는 저탄소 혁신을 가져올 세계 최고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소개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의도는 기후변화의 해법이 있으며 그 해법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7만5천 달러의 상금을 내걸고 FT 기후변화 챌린지의 아이디어를 공모를 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말이다.


아이디어 공모는 개인이건 단체건 또는 기업이건 학교건 제한을 두지 않았다. 공모 마감은 올 1월 30일이었는데,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첫 번째 대회에 출전한 후보는 300개 가까이 됐다.


심사위원은 저명한 기후변화 전문가와 경제 전문가로 구성되었다. 2007년 미국의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국제연합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의장인 라젠드라 파차우리 박사를 비롯해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어스 챌린지라는 대기 중 온실기체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상을 제정한 리처드 브랜스도 이 대회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통해 지난 3월 최종 후보 5가지가 공개됐다. 글 앞머리에서 등장했던 도쿄 박스를 포함해서 말이다. 우승 후보는 심사위원의 평가와 함께 대회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한 일반인들의 투표결과를 종합해 선정됐다.

도쿄 박스가 1위 차지한 이유


도쿄 박스는 심사단 평가에서 2위였지만 대중들의 압도적인 지지에 힘입어 1위에 올랐다. 태양열 레인지인 도쿄 박스가 이 대회에서 우승을 한 배경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이보다 더 간단하면서 저렴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었다.


개발도상국에 사는 약 30억 인구는 아직도 나무 땔감으로 불을 지퍼 음식을 조리한다. 만약 도쿄 박스로 음식을 할 경우 나무를 태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를 발명한 존 보머의 주장에 따르면 도쿄 박스로 한 가정 당 연간 2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도쿄 박스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줄 뿐 아니라 땔감을 모아야 하는 수고도 줄여줄 수 있다.


도쿄 박스는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뿐 아니라 수많은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는 매년 불결한 물을 마심으로써 수백만 명의 어린아이들이 죽는다. 도쿄 박사는 물을 끓여 마실 수 있게 함으로써 이들 어린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 게다가 도쿄 박스는 나무 땔감을 구하기 위해 멀리 나가는 위험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무를 태울 때 들이마시는 연기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를 줄여준다.


무엇보다도 도쿄 박스의 좋은 점은 손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디자인이 워낙 간단해 기존의 종이상자를 만드는 공장에서도 교토 박스를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종이상자를 접으며 포장도 간단해져 보급도 쉬워진다.


이 대회에 아이디어를 공모할 때 상금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 적도록 되어 있다. 도쿄 박스의 발명가는 상금으로 남아프리카, 인도,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10개국에 이 제품을 보급하고 이를 통해 얻게 되는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다. 그가 자신의 발명품에 교토 박스란 이름을 붙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교토 박스가 필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를 발명한 존 보머처럼 누구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누구나 개발할 수도 있겠다 하는 점이다. 다음 FT 기후변화 챌린지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뛰어난 머리도 한 몫 하면 좋겠다 하는 바람도 있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최종 후보에는?

◇ 블랙 팬텀 (영국/뉴질랜드, Carnonscape 사)
나무를 비롯해 유기물질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블랙 팬텀은 이런 유기물질을 숯으로 변신시키는 기계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숯은 땅을 기름지게 하는 비료로 쓰일 수도 있고 가정용 스토브나 발전소의 연료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숯은 탄소가 매우 안정한 상태로 있기 때문에 이 기계로 만든 숯을 땅 속 깊숙이 매장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잡아 땅에 저장할 수 있다. 이 기계장치는 심사위원 평가에서 1위를 했지만 종합평가에서는 꼴찌였다.


◇ 디플렉터스 (미국, ADEF 사)
마찰을 줄여줌으로써 화물차의 연료 효율을 높여주는 바퀴 커버. 가볍고 저렴한 섬유로 된 이 장치는 바퀴의 구멍을 덮는다. 그 결과 연료 소비를 2퍼센트 정도 줄일 수 있다.


◇ 무트럴 (영국, 님 바이오테크 사)
님 바이오테크 사에 따르면 소나 양, 염소같은 가축이 지구온난화에서 20퍼센트 책임을 지고 있다. 이들 가축이 메탄가스를 배출하기 때문. 무트럴은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15퍼센트 가량 줄여주는 사료 첨가제이다. 이 첨가제는 마늘 추출물로 천연 항생제로로 작용한다.


◇ 증발 천장 타일 (영국, 러프버러대학)
건물 냉방에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천장 타일. 이 타일은 표면에 물을 함유하는 좁은 틈이 있다. 실내의 뜨거운 공기는 이 물을 증발시켜 타일의 온도를 낮춘다. 이를 통해 실내 온도를 낮출 수 있어 냉방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