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제관계/국제분야

<`예멘 참변`…이번에도 `안전불감증`> (연합뉴스 2009.03.16)

<`예멘 참변'…이번에도 `안전불감증'>

여행사, 위험국 사전정보 충분히 제공하지 않아


`여행사의 방문국 안전수준 고객통보제' 도입 추진



예멘에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폭발사고로 숨진 것을 계기로 위험국가에 대한 사전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여행사들의 관행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6일 외교통상부와 관광업계에 따르면 치안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예멘은 사다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이 `여행자제' 지역이었다가 이날부터 모든 지역이 `여행제한' 구역으로 묶였다.

외교부는 해외 여행이 위험한 지역을 순서대로 여행유의-여행자제-여행제한-여행금지 등 4단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여행 자제지역에는 네팔, 동티모르, 쿠웨이트, 이스라엘(가자 지역 제외) 등이 포함되고, 제한구역은 파키스탄, 팔레스타인, 중국 티베트 등이며 금지지역은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 이라크 등 3개 국가다.

그러나 상당수 여행사가 `성지순례', `실크로드 탐방', `오지 문화체험' 등의 홍보문구를 내세워 여행객을 모집하면서 해당 지역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주요 여행사의 홈페이지 등 상품안내 문구에는 해당 지역이나 국가가 테러와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는 곳이 거의 없다.

이번 폭발사고가 발생한 예멘의 주요 지역을 둘러보는 `중동 고대문화 대탐방' 상품을 진행했던 H 여행사의 홈페이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여행사는 예멘을 `아라비아 반도의 서남쪽 끝에 위치한 나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사막이 있으며 시간이 멈춘 듯 예전의 흔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라'라고 소개했지만, 이곳에 테러 위협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예멘에서 작년 8월 일본인 관광객 2명이 현지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풀려났고 같은 해 1월에는 벨기에인 여행단이 총격을 받아 2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하기도 했지만 이 사실이 노출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블로그 등에 위험 국가를 다녀온 여행객들의 여행담과 사진 등이 많이 올라 안전 불감증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로선 여행사가 여행객들에게 방문 국가의 안전 수준을 고지할 법적 의무는 없으며, 이에 대한 보완장치로 여행사가 여행객들에게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개정안'이 마련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흡한 법 규정 문제를 떠나 재외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여행 위험 지역에 대한 홍보를 소홀히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여행업계는 예멘 등 중동지역 상품을 취소하거나 축소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환율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요가 끊길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여행사인 N사 관계자는 "이번 예멘 사고도 있고 해서 최근 중동 여행과 관련한 문의도 많지 않았지만 오더라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H사 관계자는 "애초 이달 25일 예멘 상품을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그러잖아도 환율이 너무 올라 취소했다"며 "당분간 예멘이 포함된 상품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