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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국제분야

테헤란, 광장에 발 디딜 틈 없어`(연합뉴스 009.06.16)

테헤란, 광장에 발 디딜 틈 없어"

지난 12일 이란 대통령선거 이후 수도 테헤란에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결과에 항의하는 시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광장을 중심으로 연일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이 전했다.

교민 A씨는 16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상황이 좋지않다. 이슬람혁명 이후 3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저녁이면 여러 광장에 (인파로)발 디딜 틈이 없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승리를 확신했던 무사비 지지자들이 개표결과 압도적 표차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나자 허탈함이 분노로 뒤바뀌고 있는 것 같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테헤란 분위기는 어떤가.

▲상황이 좋지 않다. 낮에는 평온한 편이지만 오후 5시가 넘어서면 시민들이 주요 광장에 모이기 시작하고 경찰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많은 학교들도 오전 수업만 진행하며 단축수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대선 이후 시위는 어떻게 진행되는 양상인가.

▲개표결과가 발표된 지난 13일부터 어제(15일)까지 대규모 시위가 3일 내내 이어졌다. 테헤란 벨리야스르광장, 바낙 광장, 엥겔랍 광장 등은 저녁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 수천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어제 수만명에 달했다고 들었다. 이슬람혁명 이후 3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외신에서는 어제 집회에서 시위대와 경찰 충돌로 7명이 숨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나도 어제 테헤란 북쪽에서 총성을 들었다. 이란 현지인 사이에는 더 많은 인명피해가 있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대선날까지만 하더라도 테헤란 전체가 축제 분위기 아니었나.

▲축제 분위기였다. 젊은이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다. 자발적으로 지지 후보를 위해 함께 구호를 외치고 또 그러다가 어울려 즐겁게 춤추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웃고 즐기며 선거운동을 벌이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기존 선거 때와는 달라진 현상이었다.

--열기가 어느 정도였나.

▲대선을 며칠 앞둔 날 저녁 지인과 벨리야스르 거리의 람틴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오는데 차로 20분이면 오는 길이 2시간이나 걸렸다. 거리와 광장에 쏟아져 나온 인파 때문이었다. 선거 열풍은 막판 폭풍으로까지 번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선 이후 사태는 급반전됐다. 왜 이렇게 됐다고 보는가.

▲젊은이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무사비의 당선을 확실하게 생각했다. 부정선거만 없으면 무사비가 이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표결과 득표율 63%대 34%로 무사비의 참패였다. 지지자들은 처음에는 허탈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허탈함은 분노로 바뀌었다. 중장년층은 분을 삭히고 있지만 젊은층은 거리로 뛰쳐나가는 분위기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는가.

▲개혁파는 오늘 오후에도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 이런 대규모 집회는 계속될 것 같다.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국민들의 분을 진정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