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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농업> ② 논산 딸기의 `기적` (연합뉴스 2009.11.23)

<新농업> ② 논산 딸기의 `기적'
충남 논산시 비닐하우스에서 겨울 딸기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日 로열티 요구 물리치고 국산품종 주도권 장악
억대 소득 딸기농가도 출현.."끊임없는 공부가 비결"

충남 논산시 부적면 마구평리에는 8천여평의 대지에 연구동과 조직배양동, 20개의 온실 등을 갖춘 `논산 딸기시험장'이 자리잡고 있다.

온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설향', `매향', `금향', `아끼히메', `레드펄' 등의 푯말이 나란히 서 있고, 각각의 푯말 뒤에는 딸기 넝쿨이 자라고 있는 단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이 바로 딸기 품종 국산화의 현장입니다. 일본 딸기에게 쓴 맛을 안겨준 곳이죠"
딸기시험장의 품종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이원근 재배팀장의 말이다. 국산화란 말을 힘주어 강조하는 그의 표정에는 승자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득의양양함이 배어있다.


◇ 日 로열티 요구하다 국산품종에 `큰코'
1990년대 말 국산 딸기농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가 2002년 `국제신품종보호협약'에 가입하게 되면서 그때까지 국내 딸기 재배의 주종을 이루던 일본 딸기 품종에 대한 로열티 지급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레드펄'과 `아끼히메'로 대표되는 일본 딸기 품종은 그 당시 국내 딸기 재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고, 일본 측이 요구한 로열티는 무려 700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1994년 설립된 논산 딸기시험장에서는 1996년부터 국산 딸기 품종 개발에 돌입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6년 만인 2002년 국산 품종인 `매향'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매향 보급은 쉽지 않았다. 기존 일본 딸기 품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데다 매향이 저온이나 병해충에 다소 약해 보급에 애를 먹은 것이다. 생명력이 강한 품종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팀은 다시 품종 연구에 매달렸고 드디어 2005년 `설향'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아 맛이 좋은데다 재배하기 쉽고 수확량마저 많은 `일석삼조'가 가능한 품종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설향은 무서운 기세로 일본 품종을 우리나라 땅에서 몰아냈다. 2006년산 딸기재배면적의 66.5%를 차지했던 일본 품종 `레드펄'은 내년 초 수확분에서는 겨우 28%만을 차지한다. 반면 설향의 재배면적은 같은 기간 2.4%에서 67.4%로 수직상승했다.

일본 딸기 품종에 대한 `KO승'을 거뒀지만 더 나은 딸기 품종을 향한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논산 딸기시험장의 총책임자인 남윤규 박사는 "국가 품종 경쟁은 현재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품종 개발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혁신의 열매..고소득 딸기농가 잇따라
전흥표(55)씨는 올해 5월 귀농했다. 23년 간 직장 생활을 하고 5년 간은 자영업도 했지만 이제는 딸기 재배에 전념하고 있다. 이달 6일에는 올해 첫 딸기를 수확했다.

"월급쟁이나 사업하던 시절보다 훨씬 낫습니다.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지만 평생 직업이라는 걸 생각하면 별 거 아니죠. 이 정도 투자로 이만한 고소득을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논산시의 1천900여 딸기 농가에서 재배한 딸기 매출은 지난해 총 998억원, 1가구 당 매출액은 5천200만원에 달했다. 딸기 재배에 들어가는 원가가 매출의 20%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딸기 재배만으로 가구당 4천만원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딸기 비닐하우스 11개 동을 가진 강대석(54)씨의 연소득은 딸기 재배에서 나오는 것만 1억원이 넘는다. 벼농사까지 짓고 있으니 정말 `강부자'라고 부를 만하다.

"96년이었죠. 월급쟁이 생활을 접고 처음 딸기 재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고생 많이 했습니다. 재배 노하우를 몰랐으니까요. 처음 3,4년 동안은 돈만 쏟아붓고 거의 수익을 올리지 못했죠"
성공의 비결을 묻자 그는 "공부 또 공부 뿐이죠"라고 답한다. 끊임없는 공부와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재배 노하우를 터득해야 비로소 고소득의 길이 열린다는 것. 지금도 그는 수요일 밤마다 지역농협에서 열리는 `양액연구회'에 참석해 더 나은 딸기 재배에 대한 정보를 다른 농가들과 교환한다.

2005년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고설재배'에 성공했다. 땅에 쪼그려 앉아 딸기를 가꾸는 토경재배와 달리 고설재배는 1m 높이의 단을 설치해 그 위에 딸기를 심어 재배해 노동 효율성을 훨씬 높인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먼저 시도했는데 그 지역은 실패했습니다. 병충해를 막기 힘들었던 거지요. 저는 많은 실패의 경험과 공부를 통해 얻은 노하우가 있어 성공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결국 첫해에 수확을 성공시켰죠"
고설재배를 하면 딸기의 맛과 당도가 뛰어날 뿐 아니라 수확량도 기존 재배법보다 1.5~2배 가량 많다. 처음에 주저했던 이웃 농가들도 이제는 다투어 고설재배에 뛰어들고 있다.

논산시 양촌농협의 김준수 조합장은 "이제 농가들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계속 공부하고 연구해 수확량을 늘리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논산 딸기가 성공한 비결이라면 바로 이런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