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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귀문헌으로 가득… 실크로드의 보석 `돈황` (조선닷컴 2010.04.10 09:57)

진귀문헌으로 가득… 실크로드의 보석 '돈황'

입력 : 2010.04.10 03:07 / 수정 : 2010.04.10 09:57

돈황의 역사와 문화


나가사와 카즈토시 지음|민병훈 옮김|사계절
328쪽|2만5000원

고비 사막에서 낙타나 죽은 사람의 해골을 길잡이 삼아 열흘 남짓 나아가면 검푸른 초록색 지평선과 붉게 빛나는 명사산이 눈에 들어온다. 중앙아시아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황량한 사막의 도시 돈황이다.

1900년 초 왕원록이라는 한 도사는 돈황 막고굴(莫高窟)에서 조그만 방 하나를 발견했다. 현재 장경동(藏經洞)이라 불리는 제17굴이다. 삼면이 벽화로 장식된 내부에는 엄청난 양의 고문서가 보따리 형태로 쌓여 있었다. 왕 도사는 즉시 지방의 관리에게 신고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무렵 인근에는 서방의 탐사대와 학술 조사대가 들어와 있었다. 고문서에 대한 소문을 들은 이들은 앞다퉈 돈황으로 모여들었다. 1907년에는 영국의 스타인(Stein)이, 이듬해에는 프랑스의 펠리오(Pelliot)가 막고굴을 찾아 마제은을 주고 막대한 고문서를 가져갔다. 특히 한학에 정통했던 펠리오는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뛰어난 고문서를 골라내 돌아가는 길에 북경에 들러 일부를 전시하기도 했다. 고색창연한 이들 고문서 중에는 '시경' '주역' 등 경서부터 조로아스터교 등의 경전과 '왕오천축국전' 같은 역사지리서, 문학작품 등 진귀한 문헌이 가득했다. 북경의 학자들은 너무나 귀중한 고문서의 출현에 경악했다.

중앙아시아사 연구의 권위자인 저자는 일본에서 실크로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1965년 이 책을 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돈황의 변천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돈황 역사에 얽힌 수많은 인간 군상의 이야기를 입체감 있게 묘사했다.

굴 속에 파묻혀 1000년을 산 돈황의 고문서들은 한문·소그드어·팔라비어 등 상이한 언어로 작성되고 호적·계약문서·족보 등 당시의 사회경제사를 밝혀주는 사료가 많아 '돈황학'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고문서를 둘러싸고 쉽게 내놓지 않으려는 왕 도사와 어떻게든 빼가려는 탐험대 사이의 줄다리기는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