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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문제해결 방안/꼭 필요한 생활의 지혜

제품·서비스 진화시키는 `소비자의 힘` (조선닷컴 2010.04.25 23:40)

제품·서비스 진화시키는 '소비자의 힘'

입력 : 2010.04.25 21:48 / 수정 : 2010.04.25 23:40

뚜껑분리 밥솥… 침대매장에 '수면룸'… 잠금장치 있는 밀폐 유리용기…
기업들, 소비자불만 적극 반영… 200번 반품한 홈쇼핑 고객, 모니터 요원으로 모시기도

2005년 초 밥솥 전문업체 쿠쿠홈시스 고객센터로 한 주부가 전화를 걸어왔다. "밥솥 뚜껑 커버를 따로 뗄 수 없어 닦기 불편하다." 이런 불만 전화가 잇따랐고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쿠쿠홈시스는 그해 5월 분리형 커버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압력밥솥의 뚜껑 커버를 분리하려면 뚜껑과 몸체에 있는 16가지 안전장치 구성과 위치를 바꿔야 해 시간이 걸렸다.

2008년 커버 분리형 밥솥을 내놓은 데 이어 작년 9월 한층 개선한 밥솥 제품을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개당 40만원대로 일반 제품보다 두배나 비싸도 판매량은 2~3배 많다"고 말했다. 사소해 보이는 소비자 불만이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바꿔 회사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침대 매장에 '수면룸' 마련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은 침대 매장에 '수면룸'을 마련했다. 이상묵 생활팀장은 "침대는 직접 누워 보고 제품을 골라야 되는데 공개돼 있는 매장에서 마음놓고 누워 보기 힘들다는 고객 불만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만큼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고객의 성향에 따라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거나 음악을 제공하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작년 9월 수면룸 설치 후 신세계 영등포점 침대 매출은 40% 넘게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침대 매장에 마련된‘수면룸’에서 고객이 침대 제품에 직접 누워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
CJ제일제당이 작년 11월 내놓은 '호떡믹스'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간단하게 호떡을 만들어 간식으로 먹으려는데 기존 제품은 반죽 후 발효를 위해 3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게 불편하다는 소비자 지적 덕에 탄생한 것이다. 효소 기술을 바탕으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호떡믹스'를 출시하자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반품 잦은 고객을 모니터 요원으로 활용

이런 점에서 고객의 불만 사항은 '최고의 제품 아이디어'인 셈이다.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은 고객의 불만 때문에 2007년 내놓은 내열 유리용기를 두 차례 고쳤다. 처음 제품은 용기 뚜껑과 본체(그릇 몸통)에 부착된 네개의 잠금장치로 밀폐력을 높인 락앤락 특유의 '4면 결착' 방식을 적용하지 못했다.

내열 유리 소재 특성상 잠금장치를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 하지만 "밀폐 효과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소비자 지적이 잇따르자, 락앤락은 2008년 4면 결착형 내열 유리용기를 내놓았고 지난해에는 잠금장치 부분의 돌기를 없앤 깔끔한 제품을 출시했다. 이 덕에 내열 유리용기 매출은 300% 증가했다.


(사진 왼쪽)쿠쿠홈시스가 내놓은 뚜껑 커버 분리형 압력밥솥.“ 밥솥 뚜껑 커버를 뗄 수 없어 닦기 불편하다”는 소비자 불만 때문에 개발한 제품이다. (사진 오른쪽)밀폐용기 업체 락앤락이‘밀폐력이 떨어진다’는 소비자의 지적에 따라 4면에 잠금장치를 넣어 개선한 내열 유리용기.
홈쇼핑 업체 CJ오쇼핑은 구매 상품이 많지만 교환 반품이 잦고, 고객 상담팀에 전화를 해 불편을 조목조목 따지는 횟수가 많은 고객을 중심으로 '현고이사'라는 모니터 모임을 운영한다. '현고이사' 회원 중에는 반품 횟수만 200번이나 되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그만큼 열성 고객이어서, 200번 반품한 고객은 CJ오쇼핑에서 1000번 가까이 상품을 샀다. 현고이사 회원들이 "속옷을 주문할 때 상·하의가 세트로 돼 입지도 않을 옷을 함께 사야 한다"고 지적하자, 회사측은 상·하의를 각각 고를 수 있게 상품 구성을 바꿨다.

이동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소비자의 불만을 능동적으로 잘 활용·대응하는 게 기업 이미지와 매출을 동시에 높이는 유용한 방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