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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료/바이오 산업

[BIO 코리아] 26조원 `백신시장` 뚫는다 (조선닷컴 2010.04.30 02:46)

[BIO 코리아] '세계 강자' 되는 그날까지 연구에 또 연구…26조원 '백신시장' 뚫는다

입력 : 2010.04.30 02:46

녹십자 화순 백신공장 르포

전남 화순 녹십자 백신공장. 유리창 너머로 우주인 복장의 연구원이 층층이 쌓여 있는 하얀 달걀을 조심스레 기계장치 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알코올로 '샤워(세척)'한 달걀은 매끈한 빛을 내고 있었다. 마치 탐스러운 과일 같았다. 이 달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과정을 거치면, 작년 세계를 휩쓴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백신이 만들어진다.

녹십자의 신종플루 백신 제조 능력은 작년 국내외에 인정을 받아 신종플루 백신 부문에서만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를 합쳐 약 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30일에는 결핵백신(BCG) 공장이 추가로 문을 연다. 본격적인 '백신 공략'이 시작되는 셈이다.

◆신종플루는 녹십자의 기술력을 검증한 무대

백신 제조 과정 자체는 단순하지만, 불순물 관리가 매우 어렵다. 백신 제조 과정은 2단계다. 먼저 달걀에 신종플루, 계절독감 바이러스 등을 증식시킨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인체에 투여할 수 있는 백신으로 만든다. 과정은 간단하지만, 바이러스가 자라는 달걀의 순도(純度)를 지키는 공정이 쉽지 않다. 만약 달걀에 해당 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불순물이 수 나노그램(1나노그램은 10억분의 1그램)이라도 더 들어가면, 오히려 백신을 맞고 새로운 병을 얻을 수 있다.

녹십자의 달걀은 순도와 양산 효율 모두 세계적인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외국 제약사의 불순물이 1인 접종당 5나노그램 수준이지만, 녹십자의 불순물은 2나노그램 수준이다. 달걀 하나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백신 접종량도 외국 평균 수준보다 20% 정도 더 많아 생산성도 높다.

전남 화순의 녹십자 백신 공장에서 연구원이 백신 개발에 필요한 샘플을 살펴보고 있다. / 녹십자 제공

특히 녹십자는 지난해 11월 신종플루 백신을 4개월 만에 개발해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는 매출 수십조원을 자랑하는 다국적 기업 노바티스, GSK의 신종플루 백신 출시 시기와 근접한 시점이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에 녹십자를 신종플루 예방에 기여한 회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녹십자는 해외 수출과 신종플루 백신 매출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연속으로 국내 제약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수십조원 백신 시장 뛰어드는 제약업계의 거인들

최근 백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전 세계 백신 시장은 240억달러(약 26조원) 규모에 달한다. 2013년이면 팽창을 거듭해 시장 규모가 364억달러(약 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 백신 시장에는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매출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다국적 제약업체들이 속속 백신 시장에 뛰어들거나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것.

존슨앤존슨(J&J)은 작년 9월
네덜란드 백신업체 크루셀의 지분 18%를 4억4100만달러에 인수했다. 애보트 역시 작년 9월 벨기에 종합화학업체 솔베이의 제약 및 백신사업 부문을 약 66억달러에 인수해 강화했다. 작년 10월 세계 제약업 1위인 화이자 역시 와이어스를 인수하면서 백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백신시장 수위권 업체들의 성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작년 세계 백신 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인 GSK는 백신으로만 55억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프랑스 기업 사노피-파스퇴르 역시 47억달러(약 5조1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국내업계가 뚫기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녹십자는 이런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그만큼 경쟁자들이 강력하지만, 반대로 시장이 커져 일정 점유율만 뚫어내도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 녹십자 관계자는 "5%의 시장 점유율만 달성해도 2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며 "2015년 1조 5000억원, 2018년 2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 어렵지만 팔기는 더 어려워

녹십자가 글로벌 시장을 뚫어낼 관건으로 보는 제품은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이다. 세포배양 방식은 백신에 필요한 바이러스를 계란 대신 포유류 동물의 세포에서 배양하는 방식이다. 세포배양 방식은 계란 사용 방식보다 백신 개발 기간이 6개월에서 3개월 정도 줄어드는 게 장점이다. 백신 개발기간을 줄이면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작년 신종플루 당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 질환이 출몰하자 제약업계는 이를 예방하는 백신을 한 달 먼저 출시할 수 있느냐를 놓고 회사의 사활을 건 경쟁을 벌였다. 반도체 회사가 한 발만 앞서 경쟁 회사보다 집적도가 높은 제품을 출시하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녹십자 이병건 사장은 "동종 업계에서 가장 빠른 2014년에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 개발을 완료하겠다"며 "개발이 완료되면 경쟁사보다 20%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수두 백신도 녹십자가 기술적 강점을 자신하는 분야다. 수두 백신의 원료가 되는 바이러스는 세계에서 두 종류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녹십자 소유이다. 특히 경쟁 바이러스와 비교하면 녹십자의 바이러스는 수율이 높아 백신의 원가 경쟁력이 좋다는 평가다.

물론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꾸준하게 해외 임상과 마케팅을 통해 '세계 표준'으로 인정을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녹십자는 1993년도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두 백신을 개발했지만 3조원 수두 백신 세계 시장에서 불과 100억원대의 매출만 올리고 있다. 녹십자 한준희 이사는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임상 능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결과"라며 "최근 남미 지역에 수두 백신을 수출하는 등 해외에서 점차 백신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vaccine)

신종플루, 계절독감은 바이러스가 신체에 침입해 발병하며 때로는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신체는 독성이 약한 바이러스를 접하면 질병을 이길 수 있는 항체를 만드는 면역기능이 있다. 이렇게 신체의 항체를 만들어 질병을 예방해 주는 물질을 백신이라 한다.

임상 시험(임상 1상, 2상, 3상, 4상)

임상시험은 의약품이 출시되기 전에 안전성과 약효 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임상시험은 1상부터 4상까지 단계별로 진행된다. 1부터 4까지 단계가 높아질수록 실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상 1상은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성 평가. 임상 2상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관찰하는 과정이다. 임상 3상에서는 수천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한다. 임상 4상은 약이 시판된 후 실제 약을 사용하는 일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녹십자 화순공장 결핵백신 생산시설 기공…백신자주권 기대
뉴시스 [2010-04-30 16:41:00]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결핵 백신녹십자 화순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녹십자는 30일 전남 화순군 녹십자 화순공장에서 결핵 예방 백신 생산시설 기공식을 가졌다. 이날 기공식에는 이병건 녹십자 사장과 최인기 국회의원,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김희진 결핵연구원장, 이준성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장, 임근기 화순군 부군수 등이 참석했다.

기존 녹십자 화순공장 부지 내에 연면적 1800㎡ 규모로 조성될 이 생산시설에는 연간 최대 1000만 도즈의 결핵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원액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을 갖추게 된다.

이번 사업은 대한결핵협회가 추진하는 87억 원 규모의 '국가 BCG 백신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사업'으로, 녹십자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녹십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2013년 임상실험과 허가를 마무리지은 뒤 2014년 본격적으로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결핵은 에이즈,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질병으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인 20억 명이 감염돼 있고 매년 900만여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해 13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지난 2008년 2323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특히 20~30대의 내성 결핵 발생율이 높아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국내 결핵백신 접종은 지난 1952년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 85%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으나 전량 완제품 형태로 수입되고 있다.

따라서 녹십자 생산시스템이 본격화되면 백신 자주권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건 녹십자 사장은 "국내 결핵의 완전 퇴치가 목표인 정부의 의지에 공감해 적극적으로 사업자 선정에 참여했다"며 "지난 신종 플루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처럼 결핵 역시 국내 백신 자주권 확보는 물론 향후 유엔아동기그(UNICEF) 등 국제기구를 통해 결핵 백신을 공급함으로써 세계보건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