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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 로 필/칼 럼

협력과 상생의 바다거북이야기 (광주일보 2010년 06월 17일(목) 00:00)

협력과 상생의 바다거북이야기

2010년 06월 17일(목) 00:00
해를 머금고 있는 사찰 향일암으로 가는 길목인 여수시 돌산읍 무술목에는 전남도 해양수산과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바다 어·패류, 산호, 화석 등 해양수산생물과 각종 유물 등 2만5000여 점이 전시돼 있고 서남해안에 서식하고 있는 희귀 어패류를 관람객들이 직접 잡아보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수족관이 관람객들로부터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대형전용 거북수족관에는 국내 최다인 8마리의 바다거북이 느림의 미학을 상징하는 듯 유연하게 춤을 추고 있다.

바다거북은 산란기가 되면 바닷가로 올라와 모래 속에 구덩이를 파고 100여 개의 알을 낳아 모래로 덮어 부화되도록 하는데 이 행위를 반복적으로 5∼10회를 하고 있어 총 산란 수는 500∼1000여 개에 이른다. 이 알에서 부화한 어린 바다거북은 각자의 역할분담과 상생의 협력을 통해 모래구덩이를 탈출하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즉, 알에서 깨어난 어린 거북 중 맨 위에 있는 녀석은 천장을 뚫고 가운데 있는 녀석은 벽을 허물며 아래에 있는 어린 거북들은 떨어지는 모래를 밟아 다지면서 다함께 밖으로 기어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 실험을 해본 결과 알 한 개를 묻어 놓았을 때는 탈출률이 27%, 2개를 묻어 놓았을 경우 84%인데 비해 4개 이상일 때는 100%의 탈출률을 보였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서로 돕고 협력하면 다 같이 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향일암이 자리 잡고 있는 여수시 돌산도의 금오산도 풍수지리상 바닷속으로 막 들어가려는 거북의 형상이라 하며 바위표면은 온통 거북등처럼 문양이 새겨져 있어 쇠금(金)자와 큰바다거북오(鰲)자를 써 금오산(金鰲山)이 했고 향일암의 옛이름도 거북구(龜)자를 써 영구암(靈龜菴)이라고 하였으니 전남도 해양수산과학관에 바다거북을 다량 전시하고 있는 것도 필연이 아닌가 싶다.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 또는 보호야생동물로 분류되어 있으나 아직도 일부 국가에서는 식용이나 장식용품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바다거북을 보존하는 활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8개 주에 22개 보호기지가 있고 중국 팽호에서도 바다 거북을 보호하면서 관광상품과 연계해 여행객들에게 바다거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 일본도 붉은 바다거북 산란장으로 유명한 시코구 무로타 아난해안국정공원 일대에서 인공부화한 어린 거북 방류행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바다거북에 대한 자원보호와 함께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데로 어린 바다거북이 모래구덩이 속에서 빠져 나오는 데는 협력과 상생에 기인한다.

지방선거 등 지역사회 각분야에서 발생하는 대립과 반목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소모적인 싸움으로 공멸할 것인가? 아니면 협력으로 상생할 것인지 어린 바다거북의 탈출방법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이인곤 전남도 해양수산환경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