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황사프로젝트 가동]‘동북아 대재앙’ 원인-대책 찾는다 2002년 12월 10일 |
‘동북아시아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황사의 원인을 찾고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한중 황사문제 공동조사 연구단’이 10일 출범했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의 ‘황사와 한중협력’기획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황사 전문가 12명으로 구성, 이날 공식 출범한 황사 연구단은 최진호(崔鎭昊) 아주대 교수와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국토개발 및 지구경제연구소 두핑(杜平) 소장이 공동 단장을 맡았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국토의 종합 개발 및 경제 발전 계획을 기획·입안하는 국가정책연구기관이다. 연구단에는 한국에서 주성재 경희대 교수 등 7명, 중국에서는 국토개발 및 지구경제연구소 왕칭윈 박사 등 5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조사계획 어떻게 ‘황사와 한중협력’기획은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아 최근 두 나라의 공동 관심사로 떠오른 황사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한중 공동 프로젝트다. 올들어 한반도에도 11년 만에 가을 황사가 불어오는 등 황사는 그 규모와 출현 빈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피해도 더욱 커지고 있다. 황사 연구단은 지금까지 대기 과학 차원에 머물던 황사 연구의 폭을 크게 넓혀 기상학, 중국 지리학, 중국 지역개발, 국제 정치학, 환경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한중 전문가들이 참여해 황사의 원인과 해결책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새해 2월 중국 내몽고 지역의 사막과 황토 고원 지대, 베이징 동북부의 커얼친 사막 등 주요 황사 발원지를 현지 답사해 사막화 현상의 실태를 파악하고, 황사의 자연·사회·경제적 원인을 다각도로 규명하기로 했다. 또 중국 란저우(蘭州) 사막연구소와 깐수성(甘肅省) 지역의 사막화 방지 사업 현장을 방문해 현지의 황사 대응책도 살펴본다. 연구단은 내년 4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국제 황사 학술회의를 개최하며, 모든 연구 결과는 9월에 종합 보고서로 펴낼 계획이다. 공동 단장인 최진호 교수와 두핑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앞으로 황사 문제는 물론 두 나라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양국 협력 사업의 모델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는 각종 학술 문화 사업과 민간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화합과 번영을 촉진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0년 4월 창립된 공익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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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砂발원지를 가다] 中현지의 ‘사막화’ 방지 노력 2003년 04월 11일 |
조사단이 지난달 6일 사막과 가까운 민친(民勤)현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도로 오른쪽에는 텅거리사막, 왼쪽에는 바단지린사막의 높은 모래언덕이 멀리서 아른거렸다. 풀만 듬성듬성 있던 도로 오른쪽에 갑자기 나무들이 과수원처럼 빽빽하게 자라는 풍경이 나타났다. 간쑤(甘肅)성 계획위원회에서 나온 장후이(張暉·여)는 “65년부터 사막화를 막기 위해 심은 사막보리수”라며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 사막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3일 전 만주의 커얼친사막을 답사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에서 밤차를 타고 동북쪽 츠펑(赤峰)역으로 향했다. 동이 틀 무렵 잠에서 깬 조사단의 눈앞에는 기찻길 옆 황량한 초원 지대에 이중 삼중으로 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전북대 장호 교수는 “이 철도는 70, 80년대에 심한 황사로 모래에 묻혀 운행이 몇 번 중단됐다”며 “중국 정부는 이후 철도 주위에 대규모로 방풍림을 심었다”고 말했다. 조사단이 답사길에 이동한 도로는 물론 포장되지 않은 마을길에도 큰 은사시나무가 황사를 막기 위해 심어져 있었다. 사막을 다시 숲과 초원으로 바꿔 황사를 예방하려는 노력도 활발했다. 조사단은 중국 텅거리사막의 남쪽 솽허(雙河)마을을 찾았다. 94년 가까운 강에서 물을 끌어와 개간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다. 주민인 안위후(安玉虎)는 “수년 전부터 정부의 지시에 따라 밭으로 개간한 땅 일부에 다시 나무를 심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농사를 포기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나무를 심은 토지 200평당 1년에 200근의 양식과 20위안(약 3200원)의 현금, 50위안(약 8000원)어치의 땔감나무를 8년 동안 보조받는다. 이곳에서는 방목도 금지됐다. 사막에 붙어 있는 초원 지대에는 양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주민들은 다른 곳에서 풀을 뜯어와 양에게 먹이고 있었다. 조사단이 답사한 다른 마을에서도 가구당 기를 수 있는 양의 수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었다. 중국환경과학연구원 가오지시 소장은 “중국 정부는 4년 전부터 경작지를 숲이나 초원으로 돌리는 퇴경환림(退耕還林), 퇴경환초(退耕還草) 정책을 사막이 많은 네이멍구 등 4개 성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2002년 전국으로 확대돼 지금까지 한반도 넓이 만한 19만8000㎢의 경작지에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사막화 방지법’까지 제정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황사 방지 정책은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막화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황사 발원지가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당장 생존이 급한 주민들에게 황사 방지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뿐이다. 한양대 홍종호 교수는 “중국의 개방 정책 이후 지역 정부는 환경 보호보다는 경제 성장률로 더 많이 평가받는다”며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성재 경희대 교수는 “주로 도로 주변에 나무를 심은 것은 시찰을 나온 중앙 공무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며 황사 방지책이 전시 행정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황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나서고 있다. 국가발전계획위원회의 두핑 소장은 “사막화의 핵심 원인은 서북 지역의 빈곤”이라며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서부대개발’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부 주민들이 목축과 농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이 지역을 공업화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국가 투자의 60%를 이 지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밖에 서부 지역 주민들을 동쪽으로 이주시키고, 양쯔강 등 남쪽 지역의 풍부한 물을 북쪽에 공급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박인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부 지역에 기반시설이 빈약하고 인재도 부족해 공업화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천-지하수 끌어와 ‘오아시스 농업’▼ 장예시의 인공 오아시스 연구소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한 주민이 남미에서 들여와 재배한 과일을 수확하고 있다. -장예=전영한기자 중국 서북부 장예(張掖)시에서 30여분 차를 타고 나가면 황량한 사막에 비닐하우스가 수십 채 늘어서 있다. ‘인공 오아시스 시범 연구소’였다. 이곳은 95년까지도 자갈과 모래로 뒤덮인 사막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역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질 좋은 흙을 뿌리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외부 하천과 지하수에서 물을 끌어왔고 이 지역에서 잘 자라는 작물을 골라 재배했다. 한국의 개복숭아도 자라고 있었다. 쑹유녠(宋有年) 고문은 “물을 아끼기 위해 농사에 쓴 물의 90%를 회수한다”며 “1년에 4모작을 하고 비싼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로 30여분 더 가자 600여채에 이르는 대형 비닐하우스 단지가 나타났다. 이곳은 주민들이 사막과 초원을 개간해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소득은 보잘것없었고 밭을 더 개간할수록 사막화는 심해졌다. 빈곤을 끊기 위해 도입한 것이 비닐하우스였다. 한 여자 주민은 “가구당 200평의 비닐하우스 1채를 갖고 있다”며 “1년 소득이 4000∼5000위안(약 64만∼80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곳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내려온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꿈이 실현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이 또 다른 황사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손일 경상대 교수는 “주위 하천이나 지하수에서 물을 끌어오면 초원과 사막 지대에 가야 할 물이 부족해진다”며 “이곳은 옥토로 바뀌지만 더 넓은 다른 지역이 사막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서북부 우웨이(武威)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하천을 이용한 ‘오아시스 농업’이 수백년 전부터 발달했다. 그러나 50여년 전부터 하천에서 가지치듯 물길을 계속 내면서 농토는 크게 넓어졌지만 주변 초원지대와 하류 지역은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조사단 한국단장 최진호 교수 "사막화 생각보다 심각…韓中日 협력 절실"▼ 황사의 책임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도 있습니다. 황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중일 3국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조사단의 한국 단장인 최진호 아주대 교수(사진)는 “황사의 원인을 중국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황사 발생에는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원인이 큰 데다 한국과 일본인이 그동안 싼값으로 이용한 곡물과 각종 자원 때문에 사막화된 땅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황사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것은 이른바 ‘동북아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번 답사를 통해 사막화 현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짧은 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는 것을 절감했다”며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기술적인 지원과 함께 가능하다면 재정 지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11일 열리는 황사 국제 학술회의에서 한중 학자들이 바람직한 황사 해결책과 협력 방안을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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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砂발원지를 가다]몰려오는 사막, 떠나는 주민 2003년 04월 08일 |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우란바쑤(烏蘭巴蘇) 마을에 살고 있는 거펑취안(盖鳳全)은 30여년 전 다른 주민과 함께 서쪽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거씨는 “그 전에 살던 마을에는 모래가 너무 많이 날아와 도저히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22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다시 사막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전 마을을 삼켰던 모래 사막은 이 마을에서 불과 1㎞ 앞까지 다가와 있다. 일단 나무 방벽과 웅덩이로 사막의 전진을 막았지만 언제 사막이 마을을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다른 주민인 장위콴(張玉寬)은 “대기에 모래가 섞여 있어 천식환자가 많고 지하수에도 모래가 많아 아침에 쌀죽을 먹고 나면 그릇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황사의 1차 원인은 사막과 황토 고원, 반초원 지대의 기후 및 지형 조건 때문이다. 황사 발원지는 워낙 비가 적게 내려 풀과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땅은 말라 사막이 된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인간의 활동이 이 지역에 사막화를 촉진하는 2차 원인이 된다. 란저우 냉대 및 건조지역 환경연구소에서 만난 둥즈바오(董治寶) 박사는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매년 서울의 5배에 달하는 3000㎢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와 비교해 매년 사막으로 변하는 땅이 20%나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사막화로 약 4억명의 중국인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단은 우란바쑤 마을에서 사막화의 원인 하나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사막 주변의 초원 지대를 개간해 옥수수를 키운다. 마을 어귀의 밭에 가 보니 추수가 끝나고 10여㎝만 남은 옥수숫대가 박혀 있었다. 조사단원이 옥수숫대를 잡아당기자 해변에서 막대기를 뽑듯 힘없이 뿌리째 뽑혔다. 바짝 마른 고운 황토가 모래처럼 땅을 덮고 있었다. 그곳을 걸을 때마다 발목까지 흙 속에 파묻혔다. 심한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장이었다. 전북대 이강원 교수는 “이곳이 초원 지대였을 때는 풀이 흙을 붙잡아 황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인간이 심은 작물은 추수가 끝나면 겨울과 봄에 흙을 그대로 노출시켜 황사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원동욱 박사는 “중국은 50년대 이후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을 통해 대규모 개간사업을 했으며 80년대 개방정책 이후 개인이 불법적으로 개간한 땅도 많아 초원 지대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것이 황사가 심해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네이멍구 아오한치의 초원에서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네이멍구전영한기자 사막화의 원인은 개간만이 아니다. 조사단이 중국 서북 사막을 찾아가기 위해 중간에 들른 징타이(景泰)현의 대표적인 특산품은 면양의 털로 만든 모직물이다. 옷감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양고기는 중국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고속도로 주변의 들판에는 어김없이 양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양들이 사막화의 또 다른 주범이다. 대규모로 치는 양은 초원 지대에서 그나마 나 있는 풀들을 남김없이 뜯어먹는다. 먹을 만한 풀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조차 양은 흙을 파내 풀뿌리를 먹는다. 양떼가 한번 지나가면 초원에는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중국환경과학연구원 가오지시(高吉喜) 소장은 “몇 년 동안 복원작업을 해 애써 풀밭으로 돌려놓은 땅도 한번 양을 치면 다시 사막으로 바뀐다”며 “개간보다 방목이 초원에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황사 발원지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자원을 마구 채취하는 것도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한 원인이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왕칭윈 부연구원은 “예전에 네이멍구와 서북지역에서 주민들이 땔감용 나무를 베거나 약용식물을 많이 캐 땅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강 상류에서 농사에 쓸 물을 빼내는 바람에 하류에서 사막화가 일어나고 지하수가 고갈돼 땅이 척박해진다. 왕 부연구원은 “이곳 주민들에게 자원 채취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수단을 제공해야 사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얼친 시막(중국)김상연 기자 ▼황사의 다양한 이름▼ 베이징 주민에게 ‘황사(黃砂)’를 한자로 써서 물어봤더니 모래가게를 가리켰다. 그 가게에는 ‘황사 팝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에서 황사는 말 그대로 누런 모래였고 우리가 뜻하는 황사는 ‘사천파오(沙塵暴)’라고 부르고 있었다. 황사라는 말은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사용된다. 답사기간 중 베이징에서 만난 북한 여성인 한연옥씨(24)는 “지난해 봄 황사가 불어왔는데 그렇게 심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1960년 북한에서 출판된 ‘조선말사전’에는 황사를 ‘흙비’라고 써 그렇게 부르는 줄 알고 있었는데 북한 주민들도 황사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과거 기록을 보면 황사 현상에 대해 흙비(土雨, 雨土)라고 표현하고 있다.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의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며, 천문과 기상현상을 기록한 서운관지(1818)에는 ‘흙비는 사방이 어둡고 혼몽하고 티끌이 내리는 것 같다’고 기록돼 있다. 황사라는 말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됐다. 서양인에게 황사를 ‘Yellow Sand’라고 하면 잘 모른다. 서양에서는 황사가 ‘Asian dust’로 알려져 있다. 사하라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Saharan dust’라고 불린다. 전영신·기상청 연구관 ▼北京이 묻힐라▼ 답사 길에 들른 베이징의 3월 하늘은 약한 황사 기운과 스모그의 영향으로 잔뜩 찌푸려 있었다. 마스크를 하고 망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 간다. 간혹 강한 황사바람이 덮치면 자전거 대열이 흐트러지고 넘어지기도 한다. 홍콩의 일간지 홍콩명보는 2000년 ‘중국 정부가 황사 때문에 천도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했지만 그만큼 베이징은 모래바람에 떨고 있다. 베이징의 황사 문제가 공식 제기된 것은 1979년 3월 2일 광명일보에 ‘모래바람이 베이징성을 조이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뒤부터다. 그 후 다른 신문에도 ‘적병이 성 밑에 도달해 있다’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다. 베이징 주민들은 사막화를 과거 중국을 침입했던 북방 유목민족만큼 두려워하고 있다. 조사 결과 베이징 황사의 원인은 시 내부의 모래층 토양과 외부의 사막화 토지로 밝혀졌다. 이후 1980년대 말부터 베이징에서 대대적인 녹화사업이 시작됐다. 베이징에서는 건설 공사 때 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건물 위치까지 바꾸거나 중심가의 낡은 건물을 헐고 공원을 조성한다. 물론 지하수 사용과 건설 공사장의 분진도 엄격히 규제한다. 그러나 네이멍구와 서북 지역의 사막화가 확대되면서 불어오는 모래폭풍(沙塵暴)은 어쩔 도리가 없다. 특히 2000년 봄에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70여㎞ 떨어진 농경지가 모래에 덮이는 사태가 일어나자 수도 베이징도 모래에 덮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사막화와 모래폭풍을 막을 수 있는 각종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박인성·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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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지구, 사막화를 막아줘! [KISTI의 과학향기] 2010년 04월 12일 |
봄이 되면 따뜻한 기운이 공기를 감싼다. 이 시기에는 나무가 싹을 틔우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도 기지개를 켠다. 봄은 단단하게 얼어 있던 겨울의 땅도 녹인다. 사막 지역에서 겨우내 얼어 있던 건조한 토양은 녹으며 잘게 부서진다. 그런데 건조한 토양이 녹을 때 크기가 20㎛ 이하인 모래먼지도 생겨난다. 이 모래먼지들은 강력한 바람을 타고 3000~5000m 상공에 올라간다. 이때 모래먼지를 이동시키는 바람은 땅에서 생긴 상승기류다. 사막처럼 땅이 메마른 지역에서는 햇빛이 땅에 반사되면서 공기가 뜨겁게 가열돼 위로 오르는 바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모래 바람의 발원지에서는 바람의 높이가 1km를 넘기도 하고, 그 면적이 한반도 전체를 덮을 정도로 큰 경우도 있다. 2010년 3월 2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중국 상공의 위성사진은 거대한 황사의 위용을 거침없이 보여줬다. 비교적 큰 입자들은 발원지와 인근에 떨어지지만 작은 입자들은 초속 30m의 제트기류를 타고 먼 여행을 시작한다. 제트기류를 탄 황사는 1만 5000km를 날아 캘리포니아 연안에 도착한 뒤 다시 캘리포니아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또 로키산맥을 넘어 미국의 동부까지도 날아간다.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가는 것이다. 중국의 황사만 이처럼 멀리 여행하는 건 아니다. 아프리카의 ‘황사’철은 5~10월.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먼지는 며칠 만에 대서양을 건너고, 카리브해 연안과 미국 남동부까지 날아간다. 황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나타나는 기후 현상이다. 그 역사도 오래 됐다. 우리나라는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왕(174년) 때 우토(雨土)라는 기록이 최초이다. 중국의 황사 기록은 그보다 훨씬 전인 기원전 1150년의 것이 남아 있다. 황사가 꼭 악역만 맡아온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황사 속에는 농작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무기물이 있어 땅을 비옥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그런데 근래 황사가 더욱 빈번해지고 강도도 세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황사를 연구하는 대다수 학자들의 의견은 사막화로 모아진다. 사막화가 일어난 대표적인 지역은 아프리카의 사헬 지방이다. 사헬은 사하라 사막 남쪽 북위 14~20도에 걸친 거대한 초원지대다. 이곳이 사막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인구가 늘고 가뭄이 겹치면서 1972~73년에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고, 1982~85년에는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재난을 겪었다. 사헬 사막화는 경작지 확보를 위한 화전, 벌채, 가축 방목으로 인한 초원의 훼손이 원인이었다. 초원의 수목이 사라진 지표면은 바람과 물의 침식을 견디지 못하고, 영양분과 수분을 품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황량한 땅이 되며, 대기 중의 산소와 먹이 부족으로 동물들이 사라지게 된다. 애초에 존재하는 사막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사막은 빙하, 열대우림, 습지 등과 마찬가지로 지구 고유의 환경으로 보존되어야 할 가치를 지닌 생태계다. 하지만 인간은 ‘사막은 농작물이 자라지 않고 인간이 살 수 없는 나쁜 땅’이라고 인식했고 건조지를 개척해 사막이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했다. 그 결과는 오히려 사막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쪽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황사의 진원지인 중국 서북지역도 이러한 인간의 자연 개입 때문에 사막화되는 지역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혁명 이후 건조지역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고 토지를 개간해 농경을 시작하니 일견 비옥한 땅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댐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물줄기를 막아 사막의 면적만 늘리게 되었다. 지난 50년간 사막으로 변한 곳이 65만㎢ 더 늘었다. 최근엔 사막화 속도가 점점 빨라져 해마다 6~10㎢씩 느는 추세다. 지금도 건조 지역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이며 피해를 당하는 인구는 2억 5000만 명에 이른다. 사막화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심하지만, 중국, 미국 서부, 유럽 남부, 호주 등 전 세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가 더욱 강력해지는 요인에는 기후 변화도 있다. 국립기상연구소 김지영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칼호 부근 한랭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내몽골 동부 지역과 만주 지역에서 강한 바람이 발생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동부에서도 황사가 빈번하게 생긴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는 한반도까지 빠르게 이동하므로 예보가 어렵고, 황사 농도가 높아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우리는 이제 살랑 봄바람이 불면 황사 걱정부터 한다. 황사는 야외활동의 지장 수준을 넘어 기관지 질환, 결막염 등의 질병을 유발시키고 정밀 전자제품의 고장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 손실을 입히는 실질적인 문제가 된 셈이다. 2006년 일본 기상연구소는 황사에 포함된 카본블랙 같은 물질이 태양열을 강하게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립기후자료센터와 스크립해양학연구소도 2007년부터 PACDEX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황사 속 중금속과 각종 탄소화합물이 기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 환경에 개입해 점차 심각해지는 사막화와 그 결과물인 황사. 그리고 황사가 다시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는 목격하는 중이다. [글로벌 프로젝트]中 네이멍구 防砂林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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