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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신아시아구상

[韓中 황사프로젝트 가동]‘동북아 대재앙’ 원인-대책 찾는다 (사이언스 2002.12.10)

[韓中 황사프로젝트 가동]‘동북아 대재앙’ 원인-대책 찾는다

2002년 12월 10일

‘동북아시아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황사의 원인을 찾고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한중 황사문제 공동조사 연구단’이 10일 출범했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의 ‘황사와 한중협력’기획에 따라 한국과 중국의 황사 전문가 12명으로 구성, 이날 공식 출범한 황사 연구단은 최진호(崔鎭昊) 아주대 교수와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국토개발 및 지구경제연구소 두핑(杜平) 소장이 공동 단장을 맡았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국토의 종합 개발 및 경제 발전 계획을 기획·입안하는 국가정책연구기관이다. 연구단에는 한국에서 주성재 경희대 교수 등 7명, 중국에서는 국토개발 및 지구경제연구소 왕칭윈 박사 등 5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조사계획 어떻게

‘황사와 한중협력’기획은 한중 수교 10주년을 맞아 최근 두 나라의 공동 관심사로 떠오른 황사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한중 공동 프로젝트다. 올들어 한반도에도 11년 만에 가을 황사가 불어오는 등 황사는 그 규모와 출현 빈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피해도 더욱 커지고 있다.

황사 연구단은 지금까지 대기 과학 차원에 머물던 황사 연구의 폭을 크게 넓혀 기상학, 중국 지리학, 중국 지역개발, 국제 정치학, 환경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한중 전문가들이 참여해 황사의 원인과 해결책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새해 2월 중국 내몽고 지역의 사막과 황토 고원 지대, 베이징 동북부의 커얼친 사막 등 주요 황사 발원지를 현지 답사해 사막화 현상의 실태를 파악하고, 황사의 자연·사회·경제적 원인을 다각도로 규명하기로 했다. 또 중국 란저우(蘭州) 사막연구소와 깐수성(甘肅省) 지역의 사막화 방지 사업 현장을 방문해 현지의 황사 대응책도 살펴본다. 연구단은 내년 4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국제 황사 학술회의를 개최하며, 모든 연구 결과는 9월에 종합 보고서로 펴낼 계획이다.

공동 단장인 최진호 교수와 두핑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앞으로 황사 문제는 물론 두 나라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양국 협력 사업의 모델이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1세기평화재단·평화연구소는 각종 학술 문화 사업과 민간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화합과 번영을 촉진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0년 4월 창립된 공익재단이다.

[黃砂발원지를 가다]‘황사와 韓中협력’ 국제학술회의

2003년 04월 14일

동아일보사 부설 21세기 평화연구소는 한국지역학회와 함께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황사와 한중 협력’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날 학술회의에는 21세기 평화연구소 주관으로 지난해 결성된 ‘한중 황사 조사연구단’(한국 단장 최진호 아주대 교수중국 단장 두핑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소장)을 비롯해 박순웅 서울대 교수 등 한국과 중국의 황사 전문가 20여명이 발표와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황사의 발생 원인과 실태, 해결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중 황사 조사연구단은 지난달 중국의 황사 발원지를 답사했으며, 답사 결과는 4월 7일부터 9일까지 동아일보 지면에 소개됐다. 21세기 평화재단·평화연구소(설립자 김병관·金炳琯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는 각종 학술 문화 사업과 민간 교류를 통해 한반도의 화합과 번영을 촉진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2000년 4월 창립된 공익재단이다.
최진호 교수와 두핑 소장 등 이날 학술회의에 참가한 한중 황사 전문가들은 “황사 문제는 한 나라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동북아 국가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동북아 국가간의 환경 협력 방안 등 주요 토론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그림]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황사와 한중 협력’ 국제 학술회의에 200여명의 한중 황사 전문가가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기상청 전영신 박사(왼쪽)가 참가자들에게 황사예보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토론 주요내용

최진호 교수와 두핑 소장 등 이날 학술회의에 참가한 한중 황사 전문가들은 “황사 문제는 한 나라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동북아 국가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동북아 국가간의 환경 협력 방안 등 주요 토론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가오지시(중국 환경과학연구원 생태연구소장)=황사는 생태환경 파괴가 자연재해를 확대시킨 복합적인 재해다. 황사를 공황처럼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며 생태환경의 개선을 통해 강도와 빈도를 줄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사막 등 황사 발원지에 대해 인공조림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역에 따라 강수량이 적은 곳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방목을 금지하고 주민을 이주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강원(전북대 교수)=맞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사막에 나무를 심는다고 하면 무조건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획일적인 반사막화운동은 피해야 한다. 지역 실정에 맞춰야 한다. 중국 정부의 사막방지정책을 살펴보면 작은 마을 단위로 추진되는 등 비효율적인 면이 있다. 사막은 사막으로, 초원은 초원으로, 숲은 숲으로 유지해야 한다.

▽두핑(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소장)=좋은 지적이다. 미국은 사막을 사막으로 놓아두는 식으로, 이스라엘은 사막을 경작지로 바꾸는 식으로 사막 문제에 대처했다. 중국은 두 가지 방식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막화 방지는 결국 그 지역 주민의 빈곤을 해결해야 하는데 국제 협력 없이는 상당히 어렵다.

▽최진호(아주대 교수)=최근 황사 발원지 답사와 이번 회의를 통해 사막화 방지에 대한 정부간의 협력과 활동이 상당히 활발하다는 것을 알았다. 오히려 학자와 민간 기업의 협력이 부족하다. 황사 발원지의 가난을 타파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므로 민간 기업들이 중국의 ‘서부 대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학계는 공동 연구와 황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일 수 있는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박인성(국토연구원 연구위원)=황사 발원지의 사막화를 막고 그곳을 공업화하려는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 사업’을 한국의 대(對)중국 전략과 연결하자. 그동안 대중국 전략이 많이 논의됐는데 대개 동부에 대한 것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약했다. 황사 문제는 중국이 매우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며 우리의 협력에 대해 적극 호응할 것이다. 잘되면 중국 시장을 개척할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협력에도 큰 공헌을 할 것이다.

▽원동욱(베이징대 박사)=한중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환경 협력이 중요한데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합적인 조정기구가 없다. 황사 문제가 협력기구를 만드는 데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황사 문제에 대처하려면 체계적인 협력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공동 연구와 조사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이 환경세를 도입해 ‘황사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만하다. 특히 일본은 이 지역의 유일한 선진국이며 국가간 분업을 통해 중국의 생태환경을 파괴했다는 점에서 황사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정서용(명지대 교수)=국제 협력을 위해 동북아 정부가 조약을 체결하려면 너무 오래 걸리고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도 지키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나는 권위있는 포럼을 만드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민간전문가들이 포럼에 참석해 서로 지켜야 할 원칙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환경정책이 잘 된 곳이고 민둥산을 녹화하는 데 성공한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의 경험을 중국에 전해 주자.

▽이민호(환경부 해외협력과 서기관)=이미 한중일 환경부 장관 회의를 통해 정부간에는 그런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민간부문은 앞으로 더 확대해야 할 것이다. 황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여러 나라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하지만 지원 규모는 각국의 재정 규모에 맞춰 적절하게 정해야 한다.

▽황태진(삼성전자 과장)=황사의 피해와 관련해 산업현장에서 황사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예보시스템이다. 지금보다 하루나 이틀 정도 황사를 더 빨리 예보할 수 있다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동북아 각국의 협력 연구를 통해 예보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연구 결과 황사가 오기 직전에 일반적인 황사 먼지보다 더 작은 먼지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흥미로운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정리=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중국 황사의 역사·특징 및 생성 원인

중국의 황사는 수백만년 전부터 존재한 자연현상이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영향권이 넓어졌으며, 피해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은 1820∼1890년에 5차례의 황사 빈발기가 있었다.

현재는 황사 비빈발기의 상승기에 속한다. 황사의 연간 발생건수는 1970년대 13회, 1980년대 14회, 1990년대 23회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황사는 발원지의 열악한 자연 환경과 지구 온난화같은 기후의 변화 등 자연적 원인으로 일어난다. 또 사막과 초원 지역의 과도한 개간과 방목, 벌목 및 땔감 채취, 수자원의 부족과 낭비, 무분별한 약초와 약재 채취, 소홀한 관리정책처럼 인위적인 요인도 많다. 특히 인위적인 요인은 지난 50년 동안 사막화를 가속화해 황사의 피해가 더욱 커졌다.


왕칭윈(王靑元)/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연구원
허카이리(何開麗)/부연구원


황사가 한국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

2002년 3월 한반도에는 186만t의 황사 먼지가 날아왔다. 이중 74.1%가 북한에 떨어졌다.

한반도와 일본에서 관측된 황사 먼지의 크기는 대략 1∼10마이크로미터다. 이런 미세먼지는 인체의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사망률과 질병 발생률을 높인다. 또 황사는 항공산업, 전자산업, 유통업 등에 피해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지난해 황사로 205대의 비행기가 운항을 못했으며 20억원의 매출이 줄었다. 전자 등 초정밀산업에서는 불량률이 4배나 늘었다는 보고가 있으며, 자동차는 대당 2만3000원의 생산비용이 더 들었다. 경제기법을 통한 연구 결과 지난해 3월 21일에 일어난 황사 때문에 건강 피해 비용이 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과장된 결과일 수도 있어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황사는 공기청정기, 홈쇼핑, PC방 등 실내 오락사업, 화장품 산업 등에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홍종호 한양대 교수/경제금융대학


중국 사막화 토지의 예방·개선과 연구
중국에서 사막화된 땅은 남한의 17배나 되는 174만3100㎢이다. 특히 지난 100년 동안 사막화된 땅이 전체의 62.4%에 달할 정도로 사막화 속도가 빠르다. 현재 매년 서울의 6배에 이르는 3436㎢의 땅이 사막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950년대 들어 사막화 토지의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1978년 베이징 북부 3개의 성(삼북지역)에 대한 방호림사업을 시작했으며, 1991년 전국 황사 방지 개선 프로젝트, 1998년 천연림 보호 프로젝트, 1999년 퇴경환림환초(退耕還林還草·경작지를 녹지와 초지로 되돌림) 사업, 2000년 베이징 주변의 황사 예방 프로젝트 등 대규모의 생태환경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삼북지역은 녹화율이 70년대말의 5%에서 현재 10%로 향상됐다. 그러나 현재 사막화 개선 작업을 하는 땅에 비해 사막화되는 땅이 30%나 더 넓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사막화가 멈출 것으로 예상된다.


[黃砂발원지를 가다] 中현지의 ‘사막화’ 방지 노력

2003년 04월 11일

조사단이 지난달 6일 사막과 가까운 민친(民勤)현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도로 오른쪽에는 텅거리사막, 왼쪽에는 바단지린사막의 높은 모래언덕이 멀리서 아른거렸다. 풀만 듬성듬성 있던 도로 오른쪽에 갑자기 나무들이 과수원처럼 빽빽하게 자라는 풍경이 나타났다.
간쑤(甘肅)성 계획위원회에서 나온 장후이(張暉·여)는 “65년부터 사막화를 막기 위해 심은 사막보리수”라며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 사막에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3일 전 만주의 커얼친사막을 답사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에서 밤차를 타고 동북쪽 츠펑(赤峰)역으로 향했다. 동이 틀 무렵 잠에서 깬 조사단의 눈앞에는 기찻길 옆 황량한 초원 지대에 이중 삼중으로 벽을 이루며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전북대 장호 교수는 “이 철도는 70, 80년대에 심한 황사로 모래에 묻혀 운행이 몇 번 중단됐다”며 “중국 정부는 이후 철도 주위에 대규모로 방풍림을 심었다”고 말했다. 조사단이 답사길에 이동한 도로는 물론 포장되지 않은 마을길에도 큰 은사시나무가 황사를 막기 위해 심어져 있었다.

사막을 다시 숲과 초원으로 바꿔 황사를 예방하려는 노력도 활발했다. 조사단은 중국 텅거리사막의 남쪽 솽허(雙河)마을을 찾았다. 94년 가까운 강에서 물을 끌어와 개간을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다. 주민인 안위후(安玉虎)는 “수년 전부터 정부의 지시에 따라 밭으로 개간한 땅 일부에 다시 나무를 심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농사를 포기하는 대신 정부로부터 나무를 심은 토지 200평당 1년에 200근의 양식과 20위안(약 3200원)의 현금, 50위안(약 8000원)어치의 땔감나무를 8년 동안 보조받는다.

이곳에서는 방목도 금지됐다. 사막에 붙어 있는 초원 지대에는 양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주민들은 다른 곳에서 풀을 뜯어와 양에게 먹이고 있었다. 조사단이 답사한 다른 마을에서도 가구당 기를 수 있는 양의 수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었다.

중국환경과학연구원 가오지시 소장은 “중국 정부는 4년 전부터 경작지를 숲이나 초원으로 돌리는 퇴경환림(退耕還林), 퇴경환초(退耕還草) 정책을 사막이 많은 네이멍구 등 4개 성에서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2002년 전국으로 확대돼 지금까지 한반도 넓이 만한 19만8000㎢의 경작지에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사막화 방지법’까지 제정됐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황사 방지 정책은 아직까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막화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황사 발원지가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당장 생존이 급한 주민들에게 황사 방지는 사치스러운 이야기일 뿐이다.

한양대 홍종호 교수는 “중국의 개방 정책 이후 지역 정부는 환경 보호보다는 경제 성장률로 더 많이 평가받는다”며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성재 경희대 교수는 “주로 도로 주변에 나무를 심은 것은 시찰을 나온 중앙 공무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 같다”며 황사 방지책이 전시 행정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황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나서고 있다. 국가발전계획위원회의 두핑 소장은 “사막화의 핵심 원인은 서북 지역의 빈곤”이라며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4년 전부터 ‘서부대개발’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부 주민들이 목축과 농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 수 있도록 이 지역을 공업화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국가 투자의 60%를 이 지역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밖에 서부 지역 주민들을 동쪽으로 이주시키고, 양쯔강 등 남쪽 지역의 풍부한 물을 북쪽에 공급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박인성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부 지역에 기반시설이 빈약하고 인재도 부족해 공업화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천-지하수 끌어와 ‘오아시스 농업’▼
장예시의 인공 오아시스 연구소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한 주민이 남미에서 들여와 재배한 과일을 수확하고 있다. -장예=전영한기자
중국 서북부 장예(張掖)시에서 30여분 차를 타고 나가면 황량한 사막에 비닐하우스가 수십 채 늘어서 있다. ‘인공 오아시스 시범 연구소’였다.

이곳은 95년까지도 자갈과 모래로 뒤덮인 사막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역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함께 질 좋은 흙을 뿌리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외부 하천과 지하수에서 물을 끌어왔고 이 지역에서 잘 자라는 작물을 골라 재배했다. 한국의 개복숭아도 자라고 있었다. 쑹유녠(宋有年) 고문은 “물을 아끼기 위해 농사에 쓴 물의 90%를 회수한다”며 “1년에 4모작을 하고 비싼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고 말했다.

차로 30여분 더 가자 600여채에 이르는 대형 비닐하우스 단지가 나타났다. 이곳은 주민들이 사막과 초원을 개간해 살던 곳이었다. 그러나 소득은 보잘것없었고 밭을 더 개간할수록 사막화는 심해졌다. 빈곤을 끊기 위해 도입한 것이 비닐하우스였다. 한 여자 주민은 “가구당 200평의 비닐하우스 1채를 갖고 있다”며 “1년 소득이 4000∼5000위안(약 64만∼80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곳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내려온 사막을 옥토로 바꾸는 꿈이 실현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꿈이 또 다른 황사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손일 경상대 교수는 “주위 하천이나 지하수에서 물을 끌어오면 초원과 사막 지대에 가야 할 물이 부족해진다”며 “이곳은 옥토로 바뀌지만 더 넓은 다른 지역이 사막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현상은 중국 서북부 우웨이(武威)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은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하천을 이용한 ‘오아시스 농업’이 수백년 전부터 발달했다. 그러나 50여년 전부터 하천에서 가지치듯 물길을 계속 내면서 농토는 크게 넓어졌지만 주변 초원지대와 하류 지역은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조사단 한국단장 최진호 교수 "사막화 생각보다 심각…韓中日 협력 절실"▼
황사의 책임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도 있습니다. 황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중일 3국이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조사단의 한국 단장인 최진호 아주대 교수(사진)는 “황사의 원인을 중국에만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황사 발생에는 어쩔 수 없는 자연적인 원인이 큰 데다 한국과 일본인이 그동안 싼값으로 이용한 곡물과 각종 자원 때문에 사막화된 땅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황사 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것은 이른바 ‘동북아 공동체’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번 답사를 통해 사막화 현상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고 짧은 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는 것을 절감했다”며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기술적인 지원과 함께 가능하다면 재정 지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11일 열리는 황사 국제 학술회의에서 한중 학자들이 바람직한 황사 해결책과 협력 방안을 깊이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黃砂발원지를 가다]중국 서북 사막지대

2003년 04월 07일

흔히 황사의 발원지로 사막만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발원지는 훨씬 넓다. 한중 황사 조사연구단이 이번에 답사한 중국 서북의 텅거리·바단지린 사막, 광활한 황토고원, 중부 네이멍구 건조지역과 함께 주변의 광대한 반초원지대에서도 황사가 날아온다. 특히 커얼친 사막 등 만주에서 사막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어 앞으로 한반도의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지난달 6일 베이징과 란저우시를 거쳐 중국 서북 사막 지대와 가장 가까운 마을인 간쑤(甘肅)성 민친(民勤)현에 도착했다. 늘 모래 바람이 부는 지역이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주민 2명 중 1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민친현에서 소형 버스를 타고 서북쪽으로 두어 시간을 달리자, 길 옆의 풀들이 눈에 띄게 듬성듬성해졌다. 대표적인 황사 발원지인 텅거리 사막에 들어선 것이다. 차는 울퉁불퉁한 흙길 탓에 제 속도를 못 내며 뒤뚱거렸고, 그때마다 기자의 몸은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황사 발원지인 중국 서북부 텅거리사막 한가운데에서 한중 황사조사연구단이 동아일보사 사기를 들고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모래언덕을 오르고 있다. -텅거리사막(중국)=전영한/동아일보 기자
버스가 1시간을 더 달리자 흙길마저 완전히 끊기고, 거대한 모래사막이 펼쳐졌다. 크고 작은 모래언덕이 구름처럼 굽이굽이 누런 바다를 이루며 버스를 감쌌다. 차에서 내리자 얼굴을 못들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모래가 허공에 흩날리며 얼굴에 부딪혔다. 순식간에 시야가 누렇게 변했고 먼 곳이 보이지 않았다. 어느새 입안에서는 모래가 씹혔다. 모래언덕에 올라가려고 발을 디디면 바닥이 힘없이 무너지며 무릎까지 모래 속에 파묻혔다.

마침 한 주민이 당나귀를 몰며 사막 가운데서 걸어오고 있었다. 이름을 펑인시우(彭銀秀·50·여)라고 밝힌 그 주민은 사막 가운데에 있는 오아시스에서 양을 치다 오는 길이었다. 팽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쭉 살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오래 전 마을 주민들이 많이 떠났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2명 중 1명은 떠날 계획이라고 한다. 펑씨는 “물도 부족하고 특히 매년 불어오는 황사와 모래바람 때문에 아주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바람이 그치고 해가 질 무렵에 본 사막은 뜻밖으로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고 고요했다. 그러나 봄만 되면 이곳에서 불어온 황토와 모래가 동아시아를 ‘황사’라는 이름으로 덮친다. 특히 2001, 2002년 두 해 동안 황사의 강도가 크게 증가했고, 중국에서 황사 발원지인 사막이 최근 급격히 넓어지고 있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텅거리 사막에 가기 앞서 조사단은 이틀 전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북에서 가장 큰 도시인 간쑤성 란저우(蘭州)시로 갔다. 비행기가 공항에 내릴 때 조사단은 창문 밖으로 내다본 풍경에 충격을 받았다. 약 1500m 높이의 고원지대인 그곳은 누런 민둥산 일색이었다. 사막과는 또 다른, 끝없이 계속되는 누런 바다였다.

비행기에서 내려 한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란저우 시내로 가면서 창 밖으로 민둥산을 계단처럼 깎아 나무를 일렬로 심어 놓은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황사를 막기 위해 벌이는 조림사업이었다. 그러나 공항에서 만난 현지 가이드 리화(李華)는 “이곳 속담에 ‘돈 써서 땔감 심는다’는 말이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는 애써 심은 나무가 부족한 강수량 때문에 대부분 잘 자라지 않고 쉽게 죽는다고 한다.

나무가 없어 속살이 다 드러난 민둥산은 가까이에서 보면 흙더미를 그대로 쌓아 놓은 듯 불안해 보였다.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말라붙은 흙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허물어졌다. 흙덩이를 손에 쥐고 비비면 황토가 고운 가루처럼 바람에 흩날렸다.

건조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되면 이런 황토나 사막의 모래에 따뜻한 햇살이 비쳐 땅에서 상승 기류가 생겨나고 흙 알갱이가 하늘로 올라간다. 마침 이곳에는 봄이 되면 나무가 뽑히고 사람이 서 있기도 어려운 초속 20m 이상의 편서풍이 분다. 흙과 모래는 이 바람을 타고 5000m 높이까지 올라가 중국 동부, 한국, 북한, 일본, 몽골을 위협하고 태평양 너머 미국까지 날아간다.

올해는 겨우내 황사 발원지에 눈이 많이 와서 아직 작년만큼 심한 황사가 오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따뜻해지면 큰 황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란저우시 한대 및 건조지역 환경연구소의 둥즈바오(董治寶) 박사는 “중국 정부가 사막화 방지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아직은 사막화 속도가 더 빨라 2020년까지는 황사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림]


▼‘발원지’ 네이멍구-서북지역의 소수민족들▼

중국의 황사 발원지인 네이멍구와 서북 지역에는 다양한 소수 민족들이 살고 있다. 그러나 소수민족은 중국에서 빈곤과 동의어이며, 황사가 재난이 된 후에는 과도한 개간과 방목으로 사막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네이멍구 동북 산지의 민족들은 원래 수렵 생활을 해왔다. 이들은 “우리는 대삼림의 주인, 곰, 노루, 사슴은 너무 많아 다 잡을 수 없다”는 사냥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이제 ‘농민’으로 변해 버린 이곳 주민들은 산지를 개간할 때 노동요로 이 노래를 부른다.

네이멍구 초원에서는 초지가 일반 경작지와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분배되었다. 유목민 생활을 했던 이들은 정착해 양치기나 농민이 되었다. 이곳에서는 만취 상태에서 질주하는 오토바이나 차량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말을 잘 다루는 몽골족 특유의 ‘초원의 혼’ 때문인지 아니면 전환의 고통에서 오는 ‘아노미 상태’ 때문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간쑤성 지역은 한무제 때 서사군(西四郡)이 위치했던 전략적 요충지이며 실크로드가 지나던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 중에 유난히 마(馬)씨가 많았는데, 이는 ‘마호메트(무하마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름이 한자식으로 바뀌었듯이, 곳곳에 눈에 띄는 이슬람 사원의 지붕도 동글동글한 것보다 기와로 지은 것이 많았다.

더 서쪽으로 가면 삼장법사와 손오공의 전설이 서린 신쟝의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다. 타클라마칸은 ‘한 번 들어가면 못나온다’는 뜻이다. 삼장법사는 이 사막을 불심으로 통과했지만, 그가 머물러 간 불교 사원들은 지금 모래 속에 묻혀 있다. 물과 하천을 잘못 관리한 탓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건조한 기후 덕에 박물관에 있는 것보다 보존 상태가 좋은 것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네이멍구와 서북지역의 하천들은 대부분 황허에 합류하지 않고, 사막 가운데서 물길을 다하며 사라진다. 장전불교(라마교)와 이슬람교를 믿는 이곳 주민들은 중국의 중심인 베이징이 아니라 서쪽인 라싸 혹은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한다. 이들의 마음을 톈안먼 광장으로 돌리는 데는 많은 갈등과 분쟁이 뒤따랐고, 그 결과 이들은 일종의 ‘분단 민족’이 되었다.

돼지고기를 높이 치는 한족과 달리 무슬림과 몽골족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거나 선호하지 않는다. 한족이 이주해 오면서 돼지 수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이곳의 소수 민족들은 부족한 땔감을 보충하기 위해 쇠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면서도 아무리 급해도 돼지똥은 사용하지 않는다. 비록 전환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난할지라도 긍지와 자존심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이강원 교수·전북대 사회교육학부


▼한중 황사조사연구단▼


■한국 연구진(괄호안은 전공)

○ 최진호(崔鎭昊)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한국측 단장)
○ 장호(張昊) 전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지형학)
○ 손일(孫一) 경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수문학)
○ 주성재(周成載)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경제지리 및 지역개발)
○ 남궁곤(南宮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제정치학)
○ 박인성(朴寅星)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중국 국토·토지정책)
○ 이강원(李康源) 전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중국 사회지리학)
○ 전영신(全映信)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관(대기과학 및 기상학)
○ 홍종호(洪鍾豪)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환경경제학)
○ 원동욱(元東郁) 베이징대 박사(국제 환경협력)
○ 홍용표(洪鎔杓) 한양대 정치외교학과(남북관계)

■중국 연구진

○ 두핑(杜平) 국가발전계획위원회 국토개발 및지역경제연구소장(중국측 단장)
○ 왕칭윈(王靑云) 〃 부연구원(지역경제학)
○ 천룽구이(陳龍桂) 〃 부연구원(자원경제학)
○ 허카이리(何開麗) 〃 부연구원(환경경제학)
○ 가오지시(高吉喜) 중국환경과학연구원 소장(환경생태학)



[黃砂발원지를 가다]몰려오는 사막, 떠나는 주민

2003년 04월 08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우란바쑤(烏蘭巴蘇) 마을에 살고 있는 거펑취안(盖鳳全)은 30여년 전 다른 주민과 함께 서쪽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왔다. 거씨는 “그 전에 살던 마을에는 모래가 너무 많이 날아와 도저히 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22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다시 사막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전 마을을 삼켰던 모래 사막은 이 마을에서 불과 1㎞ 앞까지 다가와 있다. 일단 나무 방벽과 웅덩이로 사막의 전진을 막았지만 언제 사막이 마을을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다른 주민인 장위콴(張玉寬)은 “대기에 모래가 섞여 있어 천식환자가 많고 지하수에도 모래가 많아 아침에 쌀죽을 먹고 나면 그릇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황사의 1차 원인은 사막과 황토 고원, 반초원 지대의 기후 및 지형 조건 때문이다. 황사 발원지는 워낙 비가 적게 내려 풀과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땅은 말라 사막이 된다. 그러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인간의 활동이 이 지역에 사막화를 촉진하는 2차 원인이 된다.

란저우 냉대 및 건조지역 환경연구소에서 만난 둥즈바오(董治寶) 박사는 “2000년대 들어 중국에서 매년 서울의 5배에 달하는 3000㎢의 땅이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와 비교해 매년 사막으로 변하는 땅이 20%나 늘어났다. 중국 정부는 사막화로 약 4억명의 중국인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사단은 우란바쑤 마을에서 사막화의 원인 하나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사막 주변의 초원 지대를 개간해 옥수수를 키운다. 마을 어귀의 밭에 가 보니 추수가 끝나고 10여㎝만 남은 옥수숫대가 박혀 있었다. 조사단원이 옥수숫대를 잡아당기자 해변에서 막대기를 뽑듯 힘없이 뿌리째 뽑혔다. 바짝 마른 고운 황토가 모래처럼 땅을 덮고 있었다. 그곳을 걸을 때마다 발목까지 흙 속에 파묻혔다. 심한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장이었다.

전북대 이강원 교수는 “이곳이 초원 지대였을 때는 풀이 흙을 붙잡아 황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인간이 심은 작물은 추수가 끝나면 겨울과 봄에 흙을 그대로 노출시켜 황사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원동욱 박사는 “중국은 50년대 이후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을 통해 대규모 개간사업을 했으며 80년대 개방정책 이후 개인이 불법적으로 개간한 땅도 많아 초원 지대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것이 황사가 심해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네이멍구 아오한치의 초원에서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네이멍구전영한기자
사막화의 원인은 개간만이 아니다. 조사단이 중국 서북 사막을 찾아가기 위해 중간에 들른 징타이(景泰)현의 대표적인 특산품은 면양의 털로 만든 모직물이다. 옷감뿐만 아니라 이 지역의 양고기는 중국에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고속도로 주변의 들판에는 어김없이 양들이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양들이 사막화의 또 다른 주범이다.

대규모로 치는 양은 초원 지대에서 그나마 나 있는 풀들을 남김없이 뜯어먹는다. 먹을 만한 풀이 없어 보이는 곳에서조차 양은 흙을 파내 풀뿌리를 먹는다. 양떼가 한번 지나가면 초원에는 남는 것이 없을 정도다. 중국환경과학연구원 가오지시(高吉喜) 소장은 “몇 년 동안 복원작업을 해 애써 풀밭으로 돌려놓은 땅도 한번 양을 치면 다시 사막으로 바뀐다”며 “개간보다 방목이 초원에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황사 발원지의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자원을 마구 채취하는 것도 사막화를 촉진시키는 한 원인이다. 중국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왕칭윈 부연구원은 “예전에 네이멍구와 서북지역에서 주민들이 땔감용 나무를 베거나 약용식물을 많이 캐 땅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강 상류에서 농사에 쓸 물을 빼내는 바람에 하류에서 사막화가 일어나고 지하수가 고갈돼 땅이 척박해진다. 왕 부연구원은 “이곳 주민들에게 자원 채취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수단을 제공해야 사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커얼친 시막(중국)김상연 기자

▼황사의 다양한 이름▼

베이징 주민에게 ‘황사(黃砂)’를 한자로 써서 물어봤더니 모래가게를 가리켰다. 그 가게에는 ‘황사 팝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중국에서 황사는 말 그대로 누런 모래였고 우리가 뜻하는 황사는 ‘사천파오(沙塵暴)’라고 부르고 있었다. 황사라는 말은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사용된다. 답사기간 중 베이징에서 만난 북한 여성인 한연옥씨(24)는 “지난해 봄 황사가 불어왔는데 그렇게 심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1960년 북한에서 출판된 ‘조선말사전’에는 황사를 ‘흙비’라고 써 그렇게 부르는 줄 알고 있었는데 북한 주민들도 황사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과거 기록을 보면 황사 현상에 대해 흙비(土雨, 雨土)라고 표현하고 있다.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의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며, 천문과 기상현상을 기록한 서운관지(1818)에는 ‘흙비는 사방이 어둡고 혼몽하고 티끌이 내리는 것 같다’고 기록돼 있다. 황사라는 말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됐다.

서양인에게 황사를 ‘Yellow Sand’라고 하면 잘 모른다. 서양에서는 황사가 ‘Asian dust’로 알려져 있다. 사하라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Saharan dust’라고 불린다.

전영신·기상청 연구관

▼北京이 묻힐라▼

답사 길에 들른 베이징의 3월 하늘은 약한 황사 기운과 스모그의 영향으로 잔뜩 찌푸려 있었다. 마스크를 하고 망사로 얼굴을 가린 사람들이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 간다. 간혹 강한 황사바람이 덮치면 자전거 대열이 흐트러지고 넘어지기도 한다.

홍콩의 일간지 홍콩명보는 2000년 ‘중국 정부가 황사 때문에 천도를 검토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보도했다.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했지만 그만큼 베이징은 모래바람에 떨고 있다.

베이징의 황사 문제가 공식 제기된 것은 1979년 3월 2일 광명일보에 ‘모래바람이 베이징성을 조이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뒤부터다. 그 후 다른 신문에도 ‘적병이 성 밑에 도달해 있다’는 기사가 잇따라 실렸다. 베이징 주민들은 사막화를 과거 중국을 침입했던 북방 유목민족만큼 두려워하고 있다.

조사 결과 베이징 황사의 원인은 시 내부의 모래층 토양과 외부의 사막화 토지로 밝혀졌다. 이후 1980년대 말부터 베이징에서 대대적인 녹화사업이 시작됐다. 베이징에서는 건설 공사 때 나무 한 그루를 살리기 위해 건물 위치까지 바꾸거나 중심가의 낡은 건물을 헐고 공원을 조성한다. 물론 지하수 사용과 건설 공사장의 분진도 엄격히 규제한다.

그러나 네이멍구와 서북 지역의 사막화가 확대되면서 불어오는 모래폭풍(沙塵暴)은 어쩔 도리가 없다. 특히 2000년 봄에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70여㎞ 떨어진 농경지가 모래에 덮이는 사태가 일어나자 수도 베이징도 모래에 덮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사막화와 모래폭풍을 막을 수 있는 각종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박인성·국토연구원 연구위원

황사 - 지나친 개간 · 방목이 원인

2002년 03월 22일

황사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의 심각한 황사는 중국의 무리한 개간과 방목이 초래한 것이다. 하지만 황사는 수천만년 동안 희말라야와 티벳고원이 치솟으면서 중국 북부 지역이 건조해져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과학원 과학자들은 바람에 의해 모래와 진흙이 200m 이상 쌓인 황토(뢰스)지대를 조사한 결과 황사 현상은 지금까지 생각보다 1400만년이나 앞선 2300만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과학잡지인 '네이처' 14일자에 발표했다.

이들은 중국 내륙의 사막화는 인도대륙판이 아시아대륙판에 충돌해 희말라야 산맥과 티벳고원이 갑자기 융기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내륙지역은 세계 최고의 산맥에 가로막혀 인도양과 태평양으로부터 수분 공급이 차단된 반면 산맥 양 옆의 인도와 동남아시아는 상습적인 홍수지대가 되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의 황사 전문가인 전영신 박사는 "중국의 황사기록은 기원전 1150년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나리에서도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부터 흙이 비처럼 떨어지는 우토(雨土)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황사의 역사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박순웅 교수는 22일 과학기술한림원 주최로 열린 황사대책회의에서 국내팀 5명, 베이징대, 중국과학원 학자들과 함께 3월10일까지 2주일 동안 황사가 자주 발생하는 중국 북부지역을 조사해 발표했다. 대부분이 이 사막인 이 지역의 연평균 강수량은 300㎜미만이다.

박 교수는 "전에는 초원이었던 지역이 과도한 경작과 양떼 방목으로 인해 모래 토양으로 바뀌고 있는 곳이 많은 반면 근처의 군사통제지역은 온 산이 수목으로 덮여 무리한 개간이 사막화를 초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북서부 자란사막에 98년 세운 기상탑 아래 지표는 모래가 바람에 깎여 나가 1m나 낮아져 있었다.


박 교수는 "중국이 방풍림과 초지를 조성하고, 방목금지지역 등을 지정하고 있지만 광활한 사막을 다스리기에는 중과부적이다"며 "특히 파괴된 생태계의 복원은 그 곳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 없이는 어려워보였다"고 말했다.

중국정부의 추정에 따르면 매년 중국에서는 내몽고, 간쑤, 신장을 중심으로 매년 2330㎢가 사막으로 변한다. 국제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가 13억으로 불어나면서 소 염소 양 등 가축은 1961년 1억7100만 마리에서 2000년 4억700만 마리로 늘어났다.

생태계가 취약한 사막 근처 초원의 경작과 방목은 지하수를 이용없이는 불가능했다. 이 결과 지하수 수위가 크게 떨어져 호수가 사라지고, 강물도 말라붙었다. 미국의 위성이 30년 동안 중국을 관찰한 결과 중국 북부지역에서는 수천 개의 호수가 사라졌다. 이런 물 부족이 사막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한 지리학자는 "중국 정부가 1994년 해안 도시의 팽창으로 농지가 잠식되자 이를 다른 곳에서 벌충토록 하는 토지정책을 취함으로써 중국 북서부지역의 과도한 개간을 초래했다"고 얼마전 '랜드유즈폴리시'라는 잡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목마른 지구, 사막화를 막아줘!

[KISTI의 과학향기]

2010년 04월 12일

봄이 되면 따뜻한 기운이 공기를 감싼다. 이 시기에는 나무가 싹을 틔우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도 기지개를 켠다. 봄은 단단하게 얼어 있던 겨울의 땅도 녹인다. 사막 지역에서 겨우내 얼어 있던 건조한 토양은 녹으며 잘게 부서진다.

그런데 건조한 토양이 녹을 때 크기가 20㎛ 이하인 모래먼지도 생겨난다. 이 모래먼지들은 강력한 바람을 타고 3000~5000m 상공에 올라간다. 이때 모래먼지를 이동시키는 바람은 땅에서 생긴 상승기류다. 사막처럼 땅이 메마른 지역에서는 햇빛이 땅에 반사되면서 공기가 뜨겁게 가열돼 위로 오르는 바람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모래 바람의 발원지에서는 바람의 높이가 1km를 넘기도 하고, 그 면적이 한반도 전체를 덮을 정도로 큰 경우도 있다. 2010년 3월 20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한 중국 상공의 위성사진은 거대한 황사의 위용을 거침없이 보여줬다.

비교적 큰 입자들은 발원지와 인근에 떨어지지만 작은 입자들은 초속 30m의 제트기류를 타고 먼 여행을 시작한다. 제트기류를 탄 황사는 1만 5000km를 날아 캘리포니아 연안에 도착한 뒤 다시 캘리포니아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또 로키산맥을 넘어 미국의 동부까지도 날아간다. 지구의 반 바퀴를 돌아가는 것이다. 중국의 황사만 이처럼 멀리 여행하는 건 아니다. 아프리카의 ‘황사’철은 5~10월. 사하라 사막에서 발생한 모래먼지는 며칠 만에 대서양을 건너고, 카리브해 연안과 미국 남동부까지 날아간다.

황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나타나는 기후 현상이다. 그 역사도 오래 됐다. 우리나라는 삼국사기에 신라 아달왕(174년) 때 우토(雨土)라는 기록이 최초이다. 중국의 황사 기록은 그보다 훨씬 전인 기원전 1150년의 것이 남아 있다. 황사가 꼭 악역만 맡아온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황사 속에는 농작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무기물이 있어 땅을 비옥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그런데 근래 황사가 더욱 빈번해지고 강도도 세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황사를 연구하는 대다수 학자들의 의견은 사막화로 모아진다. 사막화가 일어난 대표적인 지역은 아프리카의 사헬 지방이다. 사헬은 사하라 사막 남쪽 북위 14~20도에 걸친 거대한 초원지대다. 이곳이 사막화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인구가 늘고 가뭄이 겹치면서 1972~73년에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고, 1982~85년에는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재난을 겪었다.

사헬 사막화는 경작지 확보를 위한 화전, 벌채, 가축 방목으로 인한 초원의 훼손이 원인이었다. 초원의 수목이 사라진 지표면은 바람과 물의 침식을 견디지 못하고, 영양분과 수분을 품지 못하게 된다. 결국 작물을 재배할 수 없는 황량한 땅이 되며, 대기 중의 산소와 먹이 부족으로 동물들이 사라지게 된다.

애초에 존재하는 사막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다. 사막은 빙하, 열대우림, 습지 등과 마찬가지로 지구 고유의 환경으로 보존되어야 할 가치를 지닌 생태계다. 하지만 인간은 ‘사막은 농작물이 자라지 않고 인간이 살 수 없는 나쁜 땅’이라고 인식했고 건조지를 개척해 사막이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했다. 그 결과는 오히려 사막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쪽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황사의 진원지인 중국 서북지역도 이러한 인간의 자연 개입 때문에 사막화되는 지역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혁명 이후 건조지역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고 토지를 개간해 농경을 시작하니 일견 비옥한 땅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댐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물줄기를 막아 사막의 면적만 늘리게 되었다.

지난 50년간 사막으로 변한 곳이 65만㎢ 더 늘었다. 최근엔 사막화 속도가 점점 빨라져 해마다 6~10㎢씩 느는 추세다. 지금도 건조 지역에서 사막화가 진행 중이며 피해를 당하는 인구는 2억 5000만 명에 이른다. 사막화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심하지만, 중국, 미국 서부, 유럽 남부, 호주 등 전 세계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가 더욱 강력해지는 요인에는 기후 변화도 있다. 국립기상연구소 김지영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바이칼호 부근 한랭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내몽골 동부 지역과 만주 지역에서 강한 바람이 발생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 동부에서도 황사가 빈번하게 생긴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황사는 한반도까지 빠르게 이동하므로 예보가 어렵고, 황사 농도가 높아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우리는 이제 살랑 봄바람이 불면 황사 걱정부터 한다. 황사는 야외활동의 지장 수준을 넘어 기관지 질환, 결막염 등의 질병을 유발시키고 정밀 전자제품의 고장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제 손실을 입히는 실질적인 문제가 된 셈이다.

2006년 일본 기상연구소는 황사에 포함된 카본블랙 같은 물질이 태양열을 강하게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립기후자료센터와 스크립해양학연구소도 2007년부터 PACDEX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황사 속 중금속과 각종 탄소화합물이 기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이 지구 환경에 개입해 점차 심각해지는 사막화와 그 결과물인 황사. 그리고 황사가 다시 지구의 기후를 변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우리는 목격하는 중이다.

[글로벌 프로젝트]中 네이멍구 防砂林 조성

2003년 07월 25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언거베이(恩格貝)는 구부치사막의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몽골어로 ‘길상평안(吉祥平安)’이라는 뜻이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그 이름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래태풍이 휘몰아쳐 올 때마다 양들을 놓아먹이던 풀밭이 사라지고 사막이 확대되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그럴 때마다 주민들은 모래바람을 탓하며 새로운 풀밭을 찾아 떠났다.

언거베이처럼 사막에 집어삼켜지는 마을은 한두 곳이 아니다. 중국 영토의 18.2%(174만km²)가 이미 사막이고 해마다 서울시의 5배나 되는 면적(3436km²)이 사막으로 변해간다. 모래태풍은 수도 베이징(北京)을 덮치고도 남아 동쪽으로, 동쪽으로 한국까지 날아와 심각한 황사현상을 일으킨다.

이런 거대자연의 횡포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2년 전 집념에 찬 한 일본인 교수가 언거베이 마을에서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한 후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의 나무 심기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구부치사막의 동쪽 끝을 막고 들어선 대규모 포플러 숲 덕분에 언거베이 마을은 더 이상 사막화가 진전되지 않고 서서히 토질이 회복되고 있다. -언거베이=이영이기자
네이멍구 최대의 상업도시 바오터우(包頭)에서 자동차로 1시간반 남짓. 언거베이 마을에 가까워지자 누런 사막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문을 열자 금세 눈이 따갑고 입안에 모래가 으적으적한다.

다시 10여분쯤 달렸을까. 가로로 길게 펼쳐진 녹색띠가 갑자기 나타났다. 높이 5∼6m는 족히 됨직한 짙푸른 포플러숲이었다. 몽골족 운전사는 “서쪽에서 밀려오는 모래태풍을 막아주는 굳건한 보호벽”이라며 “숲이 생긴 덕분에 한결 살기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언거베이 생태시범구’란 푯말과 함께 작은 동상 하나가 눈에 띄었다. 마을 청년 진융(金勇·30)은 “숲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사막이 될 뻔한 마을을 다시 살려준 도야마 세이에이(遠山正瑛) 선생”이라며 이 마을과 그의 오랜 인연을 소개한다.

올해 97세의 고령인 도야마 일본 돗토리대 교수는 고향인 돗토리에서 평생 사구(砂丘·모래언덕)와 씨름해온 원예학자. 불모지 모래밭에 농작물을 심는 데 성공해 고향 마을을 가난에서 구한 그는 1972년 중일 국교 수립을 계기로 중국의 사막에 눈을 돌렸다.

77세가 되던 1984년부터 중국을 방문하기 시작해 1991년부터는 아예 1년의 절반 이상을 언거베이에 머물며 토양과 수종을 연구했다. 일본에서는 그와 뜻을 함께 하는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일본사막녹화실천협회가 발족됐다.

그러나 한두 평도 아닌 끝없는 사막에 어떻게 나무를 심을 것인가가 문제였다.

그래서 일본인이 언거베이에 찾아와 나무도 심고 관광도 하는 ‘나무 심기 관광’ 패키지를 고안해냈다.

첫 회부터 60명이 참가하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녹색협력대’라고 불리는 참가자들은 1주일 이상 이 마을에 머물면서 무너져 내리는 사막에 구덩이를 파고 또 파 가느다란 포플러 묘목을 심으며 생명의 존엄성을 몸으로 체험했다. 그러기를 12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일본인은 1만명에 육박하고 숲은 포플러 300만 그루로 늘어났다.

10년이 넘게 숲을 지켜온 야스다 기요시(安田廉)는 “사막에 나무 심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았다”며 “절망감에 빠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털어놓는다.

가장 뼈아픈 경험은 100만 그루 식수를 돌파한 이듬해인 1996년 큰비가 내렸을 때였다. 숲 한가운데가 갈라져 자식보다 소중하게 키워온 나무 수만 그루를 삼켜버린 것. 그때부터 다시 모래밭과의 격투가 시작됐다. 말라버린 나무는 뽑아버리고 살릴 수 있는 나무를 하나하나 기록해 가며 더욱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녹색장벽’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리자 사막은 더 이상 마을을 침범하지 않게 됐고 숲 속에는 새들과 벌레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막과의 싸움에서 거둔 첫 승리였다. 뒤늦게 사막화 위기를 깨달은 중국 정부가 이 마을을 식림(植林) 모델지구로 지정하자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전국 각지에서 개척의 꿈을 안고 찾아오면서 10여년 전 20여명에 불과했던 마을 인구는 1000여명으로 늘었다.

숲을 보러 오는 중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다. 이 지역 기업가인 왕밍하이(王明海·51) 실업발전유한공사 총경리(사장)는 “600만평에 이르는 이 마을에 모두 나무를 심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단지로 만들겠다”며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언거베이 마을의 작은 성공을 계기로 각국의 지원단체들이 중국 전역에서 나무 심기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일본만 해도 50여개 비정부기구(NGO)가 이 마을 사례를 본떠 크고 작은 규모로 사막녹화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한국 독일 영국 등의 정부와 민간단체들도 중국의 ‘녹색장벽’ 만들기를 적극 돕고 있다.

중국 한 나라의 일이라고 외면하고 있기에는 사막화의 폐해가 너무나 심각하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사막화를 막고 푸른 숲을 되살려내는 거대한 지구촌 프로젝트에, 조용하지만 긴밀한 국제연대가 이제 막 생겨나고 있다.


▼나무를 자식처럼…'숲의 수호신'▼

언거베이에서 ‘숲의 수호신’으로 통하는 야스다 기요시가 자신이 심은 포플러를 살펴보고 있다. -언거베이=이영이기자
언거베이(恩格貝)에서 12년째 상주하다시피 해온 일본사막녹화실천협회 야스다 기요시(安田廉·54)는 이 마을에서 숲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통한다. 일본 돗토리(鳥取)현에서 환경운동을 하다가 사막녹화에 뛰어든 그는 어디에 있는 나무가 어떤 상태인지 거의 외우고 있을 정도.

“살아 남아준 나무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는 그는 날마다 숲을 둘러보며 살수차에 호스를 연결해 일일이 물을 주거나 말라죽은 나무들을 뽑아낸다. 추위와 건조한 날씨에 강한 포플러이지만 살아서 뿌리를 내리는 비율은 85% 수준.

그러나 나무가 죽었다고 해서 완전한 실패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 번 나무를 심었던 자리는 조금이라도 토질이 좋아져 다시 다른 묘목을 심으면 쉽게 뿌리를 내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요즘 그는 토질의 미묘한 변화에 부쩍 신경을 쏟고 있다. 나무들이 수년간 뿌리를 내리면서 모래흙이 조금씩 엉겨 붙기 시작하고 거름을 만들 수 있는 부양토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 한낮이면 뜨거운 태양열 때문에 70도까지 달구어져서 세균조차 살지 못하던 무균질의 사막에 숲이 생기자 새들이 날아들고 벌레가 꿈틀거린다. 얼마 전에는 숲에서 여우를 봤다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그의 다음 목표는 이 숲에 포플러가 아닌 과실수나 한약재 등 경제적 효과가 있는 나무를 심는 것. 그러려면 포플러로 일단 토질을 회복시켜 완전한 부양토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 해도 20년 이상 걸리는 일. 초창기에 조성한 숲이라 하더라도 10년을 더 가꿔야 한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세상 일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까지 우리 생명을 지켜준 지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면 남은 시간을 다 써도 아깝지 않습니다.”

그는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 사업을 하면서도 한시가 아깝다며 다시 숲으로 뛰쳐나갔다.


언거베이=이영이기자 yes202@donga.com


▼간쑤省등 5곳 자금 - 기자재 제공▼

중국 정부가 2050년까지 서부대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사막화 방지를 위한 조림사업이다.

황사 등 환경문제는 차치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사막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642억위안(약 9조2000억원·중국 ‘사막화방지통제연구개발센터’ 추산)에 달한다.

사막화를 막으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사막이 많은 북부지역을 동과 서, 중부로 나눠 방사림을 조성해 산림비율을 13%에서 2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 정부는 황사 공동대책 차원에서 2001년부터 5년 동안 500만달러를 지원하며 조림사업을 돕고 있으며 동북아산림포럼 등 시민단체들도 최근 산림조성 지원에 나섰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이뤄지는 한국 정부의 조림사업 지원 지역은 신장(新疆) 투루판과 네이멍구(內蒙古)의 사막지대, 간쑤(甘肅)성 바이인(白銀) 등 모두 다섯 군데. 자금지원뿐 아니라 조림전문가를 파견하거나 기자재도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바이인은 사막과 황토고원의 중간지대로 수분증발량이 강수량의 8.6배에 달하는 건조지역으로 한국 지원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척되고 있다. 여의도의 1.8배나 되는 면적(466만평)의 황토 야산들이 키 2∼3m의 측백나무나 포플러 등으로 ‘녹색옷’을 입기 시작한 것.

때마침 이달 초 조림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바이인을 방문한 정윤길(鄭胤吉) KOICA 과장은 “중국의 사막화 방지 사업은 서두르지 않으면 몇 백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계기로 민간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