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자. 쫄지 말자. 가능, 하다. 씨바.”
<닥치고 정치(김어준 지음/지승호 엮음/푸른숲 펴냄)>는 ‘딴지 총수’ 김어준 특유의 ‘쿨’ 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가 녹아 있는 책이다. 정치 무관심이 결코 ‘쿨’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정치도 나름 재미있다는 것을 알리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김어준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대담집으로, 지승호가 묻고 김어준이 답하는 형식이다.
언론계에서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 방송이 최고의 화제라면 서점가에서는 <닥치고 정치>가 최고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이명박 시대의 ‘꼼수’를 향해 통쾌한 어퍼컷을 날렸다. 폼을 잡지도 않고 굳이 돌아가지도 않는 직설화법이다.
통쾌한 어퍼컷 상대는 청와대, 한나라당, 삼성 등 한국사회 권력의 핵심을 망라하고 있다. 금기는 없다. BBK, 서울 도곡동 땅, 다스, 에리카 김 등 이명박 대통령 최대 아킬레스건은 물론이고 청계재단 의혹, 삼성 편법상속 의혹까지 주류 언론이 눈치를 보며 망설이는 의문에 과감한 ‘메스’를 들이댔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다양한 사안을 언급했지만, 핵심 현안은 역시 ‘정치’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다. 저자는 ‘각하’에 대한 깍듯한 예우(?)와 독설을 병행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가카의 돈에 대한 애착은 숭고하기까지 하다”면서 “돈에 대한 정신병적 집착,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천박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열함, 상상을 초월하는 뻔뻔함. 이게 우리 우의 정점에 오른 자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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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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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밝혔던 “해보자. 쫄지 말자. 가능, 하다. 씨바.”는 결국 대통령선거와 맞닿은 주장이다. 정치평론가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통찰력을 선보이며 대선을 둘러싼 ‘그랜드 디자인’을 전개하는 모습은 자체로 흥미롭다.
정치인 박근혜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대통령감으로서 평가는 혹평에 가깝다. “박근혜는 언제나 공중에 붕 떠 있어. 지상의 언어가 아니야. 그녀는 일부러 신비주의를 구사하는 게 아니야. 언어의 실체가 없으니까.”
그러나 진보진영 일각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과소평가’는 경계했다. 대선을 만만히 보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란 경고도 아끼지 않는다. 김어준이 생각하는 박근혜 전 대표 최대 고민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저자는 “이명박은 보수의 재집권 자체에도 관심 없다. 그것이 자신의 퇴임 이후 안전을 어떤 식으로 보장 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만 관심 있다”고 주장했다.
<닥치고 정치>는 정치인에 대한 김어준의 신랄한 평가가 담겨 있다. 박근혜는 물론 손학규, 유시민, 심상정, 이정희 노회찬 등 다양한 인물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닥치고 정치>의 서문은 정치권 밖 인사인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 얘기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오! 스펙, 얼굴, 기장, 음색, 사상, 이건 뭐, 토털 패키지. 이만하면 역대 최고 선수. 신난다. 달뜬 채 <진보집권플랜> 집어 들었다. 서문 읽다. 덮었다.”
조국 교수의 정치인으로서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짙은 아쉬움’을 드러낸 마지막 문장,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조국에게 바라는 건 유시민 언변에 진중권 독설을 가진 손석희거든. 지금 시대가, 시국이 그걸 원해.…‘진보집권플랜’을 보면 아직 자기 언어가 없거든. 자기만의 대중언어가 없다고. 그림 밍밍해.”
조국 교수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저자가 주목한 주인공은 따로 있다. 바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다. 어쩌면 이 책은 ‘왜 문재인일까?’라는 의문에 대한 저자의 해답을 말하고자 기획됐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박근혜를 대적할 사람은 문재인 밖에 없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자신의 정치지향성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김어준 특유의 직설화법이다.
“이념과 명분과 논리와 이익과 작전과 조직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보편준칙을, 담담하게, 자기 없이, 평생 지켜온 사람이 필요하다. 시대정신의 육화가 필요하다. 문재인이란 플랫폼이 필요하다.”
저자는 <나는 꼼수다>의 탄생 비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진보가 집권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메시지 유통구조를 보수에 장악당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어준은 보수언론이 장악한 그 메시지 유통구조에 맞서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게 바로 <나는 꼼수다> 방송이다.
“조중동+방송 3사면 메이저 유통 구조는 다 넘어간 거라고. 진보진영이 가진 게 뭐가 있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시사 IN>, <미디어오늘> 그리고 <딴지일보> 이거 다 합해 봐야 조선일보 하나가 유통시키는 메시지 분량 정도라고 본다.…<나는 꼼수다>의 전달자와 애티튜드와 컨텐츠로 새로운 메시지 유통 구조를 확보해 무엇을 하려는 거냐. 논리적 정합성과 명분, 이념을 중시하는 범 진보가, 자주 잊거나 잃곤 하는 감성의 부족분을 보완하고 싶어. 진보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그렇게 진보의 프레임을 확장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