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오픈뱅킹 서비스 전면 확대
KB국민은행이 오픈뱅킹을 지원하는 금융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11월21일부터 기존 계좌조회, 계좌이체 등 단순한 금융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웹페이지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도 오픈뱅킹에서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정인상 KB국민은행 신금융사업부 팀장은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에 다른 웹브라우저에서도 인터넷 뱅킹을 할 수 있도록 공인증서와 키보드 모듈이 개발되면서 오픈뱅킹 서비스 확대가 가능했다”라며 “통합계좌조회 등 일부 기업뱅킹 서비스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PC 웹사이트에서 누릴 수 있던 상품가입 등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를 지원한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오픈뱅킹 바람은 ‘윈도우 운영체제(OS) 기반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외에 다양한 웹브라우저에서도 은행 거래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라는 소비자들 요구에서 시작됐다. 시장 조사기관 스탯카운터와 넷애플리케이션 조사에 따르면 IE 사용자는 50% 밑으로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리눅스나 맥 등 다양한 OS에서 사파리, 오페라, 파이어폭스, 크롬 등을 쓰는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정인상 팀장은 “우리나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운영체제 환경에서 웹브라우저를 사용하고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들 고객들의 원활한 서비스 지원을 위해 오픈뱅킹 서비스 확대를 검토했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윈도우XP·비스타·7과 맥10.5, 10.6 그리고 리눅스 우분투와 페도라 OS를 지원한다. 윈도우에서는 익스플로러 6.0~8.0, 파이어폭스 3.6 이상, 사파리 4.0 이상, 오페라 10.0 이상, 크롬 9.0 이상을 지원한다. 맥 OS에서는 사파리 4.0 이상, 파이어폭스 3.6 이상, 크롬 9.0 이상을 지원하며, 리눅스에서는 파이어폭스 3.6 이상, 크롬 9.0 이상, 오페라 10.0 이상 웹브라우저로 이용하면 된다.
이번 오픈뱅킹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국민은행은 오픈뱅킹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다. 특히 시각장애인도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당분간 국민은행은 오픈뱅킹 전용 홈페이지와 PC용 웹페이지를 별개로 운영할 계획이다.
정인상 팀장은 “일부 기업뱅킹용 서비스의 경우 액티브X 환경에 최적화된 경우가 있다 보니,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PC용 웹페이지를 우선하고, 점진적으로 오픈뱅킹 전용 홈페이지와 통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새로운 오픈뱅킹 페이지는 스마트 기기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모바일웹에서 전용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의 경우 즉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으며, 아이폰·아이패드는 애플의 검수가 완료되는 시점에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된다.
블로터포럼] “은행이 열리고 있다”…오픈뱅킹
우리은행이 처음 오픈뱅킹을 시작한 것이 2010년 7월이니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올해들어 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오픈뱅킹에 합류하면서 더 많은 은행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올 하반기부터는 더 많은 은행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픈뱅킹의 기본 취지는 ‘이용자가 어떤 운영체제(OS)나 웹 브라우저를 쓰든 똑같이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제 와 주목을 받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로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 95% 이상이 웹브라우저로 인터넷 익스플로러(이하 IE)를 사용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도 굳이 다른 브라우저나 OS를 지원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오픈뱅킹을 둘러싼 논의는 주로 투자 대비 수익성(ROI)을 강조하는 은행과 웹 표준을 준수하고 접근성을 보장하라는 이용자의 요구가 부딪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은행들은 인터넷의 문을 좀처럼 ‘오픈’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 PC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뱅킹 서비스에서도 멀티 디바이스를 지원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2013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되면 웹 접근성을 고민하기에 앞서 웹 표준을 준수해야 할 처지다. 은행들에게 오픈뱅킹은 더 이상 투자 대비 수익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과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찌감치 오픈뱅킹 서비스를 출시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담당자들을 [블로터포럼]에 모셨다. 그동안 오픈뱅킹 서비스를 준비하고 운영한 경험과 앞으로의 고민을 들어보는 자리였다.
- 일시 : 2011년 3월 16일(수) 오후 4시 반~6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김규태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 차장, 이선호 KB 신금융사업부 차장, 블로터닷넷 도안구·주민영·오원석 기자
이선호 KB 신금융사업부 차장(왼쪽)과 김규태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 차장
도안구 : 물어보고 싶은 게 많다. 먼저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후 고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김규태 : 오픈뱅킹을 처음 시작했을 때 반응은 반반이었다. 공인인증서와 개인방화벽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게 무슨 오픈 뱅킹이냐, 플러그인 뱅킹이지’라는 지적도 많았다. 반대로 ‘이게 어디냐, 그동안 국내 은행에서는 이런 움직임 조차 없지 않았나’하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엑티브엑스는 배제할 수 있었지만, 결국 개인방화벽과 공인인증서는 고객들이 플러그인 방식으로 설치하도록 할 수 밖에 없었다. 저희도 출시를 앞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기술과 제도가 완전히 바뀐 후에 완전한 오픈뱅킹을 제공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단 출시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주민영 : 솔직한 말씀이다. 어렵게 준비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비판도 적지 않았다고 하니 아쉬움도 있었겠다.
김규태 : 그래서 블로그도 함께 오픈한 것이다. 처음에는 불만을 표시하는 글이 굉장히 많았지만, 인정하고 고객들에게 현 상황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고객의 의견을 듣고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히니까 고객들의 반응도 많이 달라지더라. 오픈뱅킹이 처음에 우리은행의 서비스 명이었는데 이제는 고유명사로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이선호 : 국민은행은 2009년에 오픈뱅킹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는데, 이름이 ‘KB오픈인터넷뱅킹’이었다. 우리은행이 비슷한 이름을 써서 정보가 유출된줄 알았다.(일동 웃음)
김규태 : 어쨌든 오픈뱅킹이 고유명사가 되고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
도안구 : 국민은행은 어땠나.
이선호 : 우리도 2009년 초부터 오픈뱅킹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지만 앞서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서 실제 출시는 다소 늦어지게 됐다. 출시하고 나니 ‘오래 기다렸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하는 반응을 많이 받았다.
김 차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저희도 진정한 의미의 오픈뱅킹은 아니다. 오픈뱅킹의 서비스 범위는 기술적으로 보안 프로그램의 서비스 범위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진정한 오픈뱅킹이 되려면 새로운 보안 패러다임이 등장해야 한다.
주민영 : 제도적으로 인터넷 뱅킹에서 꼭 필요한 보안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해달라.
김규태 : 기본적으로 4종의 보안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처음에 접속하자마자 웹 보안프로그램과 개인방화벽이 설치되고, 키보드 보안과 공인 인증서가 요구된다. 흔히 4종 세트라고 얘기한다.
주민영 : 현재 오픈뱅킹은 4종 세트를 어떻게 해결했나.
김규태 : 웹 보안은 SSL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해서 감독 기관의 승인을 받았고, 키보드 보안은 가상 키보드로 해결했다. 나머지 개인방화벽과 공인인증서에서 엑티브엑스를 제거했지만 결국 플러그인 방식으로 다운로드해야 한다.
도안구 : 현재 오픈뱅킹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김규태 : 일단 윈도우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 6 제외)와 파이어폭스, 크롬과 사파리, 오페라를 지원한다. 맥에서는 사파리, 리눅스에서는 파이어폭스를 사용할 수 있다.
주민영 : 그렇다면 맥에서 파이어폭스를 사용해서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는 없는 것인가.
김규태 : 아직은 안 된다. 보안프로그램이 지원하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다. 맥에서 파이어폭스를 사용하는 경우는 이달 안에 적용될 예정이다.
이선호 : 처음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보안 프로그램이었다. 이제는 감독기관에서도 상황이 많이 달라져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검토를 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서 오는 4, 5월에 인증방법 평가위원회를 열어서 공인인증서 외에 다양한 인증방식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다. 공인인증서에 준하는 인증방식이 무엇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도안구 : 은행의 입장에서는 인증 방식이 다양해지면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가.
김규태 : 인증방식은 은행이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규제 당국이 보안업체들의 다양한 인증방식을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도안구 : 고객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운영체제와 브라우저에서 인터넷 뱅킹을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국내 환경에서 IE의 점유율은 95%를 넘는다. 취지는 좋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투자수익률(ROI)이 안 보이는 사업 아닌가. 처음에 어떤 계기로 오픈뱅킹을 준비하게 됐나.
김규태 : 시작은 고객의 목소리에서 시작됐다. 2008년경에 김기창 고려대 교수가 강하게 민원을 넣기도 했다. 그 때만 해도 IE만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도 많았다. 우리 스스로가 왜 문제가 되는 지를 모르는 것이 문제였다.
이선호 : 인터넷 뱅킹이 IE 중심으로 구성된 것은 역사적인 맥락도 있다. 국내에 인터넷 뱅킹이 시작된 것이 1999년이었는데 그 때만해도 전부 IE 환경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에 마련된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등 인터넷 뱅킹을 위한 보안 시스템이 전부 IE 생태계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김규태 : 그래서 김기창 교수를 모셔 설명을 부탁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 때부터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되기 시작했다. 두 번이나 TFT가 구성됐다가 무산되는 어려움도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말씀하신 대로 ROI가 문제였다.
기존의 인터넷 뱅킹 전체를 오픈뱅킹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이 안 나오더라. 당시 인터넷 뱅킹 사이트는 우리은행의 경우 2만5천 페이지나 된다. 보안 솔루션 업체도 불확실한 오픈뱅킹 시장에 쉽사리 뛰어들지 않았다.
2009년에 세 번째로 구성된 태스크포스에서 생각을 바꾸면서 돌파구가 생겼다. 기존의 인터넷 뱅킹을 오픈뱅킹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이트는 그대로 두고 새로운 오픈뱅킹 사이트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오픈뱅킹으로 전면 개편하면 기존에 잘 쓰던 고객들에게는 또 다른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픈뱅킹 사이트를 별도로 만들고 조회·이체만 가능하게 해도 인터넷 뱅킹 사용 목적의 90% 이상을 커버할 수 있다.
생각을 바꾸니 비용이 크게 줄어들더라. 그렇게 일단 조그맣게 시작을 해서 점점 발전시켜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선호 : 오픈뱅킹이 의미를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PC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내에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미국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분명히 머지않아 국내에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바일에서는 PC보다 운영체제가 더 다양한데, 다양한 운영체제의 단말기가 출시될 때마다 일일이 앱을 개발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웹과 연동한 오픈뱅킹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2010년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마치자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2007년에 kbstar.com의 웹표준 작업을 수행한 바 있어 수월한 점이 있었다.
김규태 : 저희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모바일에 주목했던 것은 아니지만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 때마침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오픈뱅킹도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됐다. 주로 IE만 사용하시던 고객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사파리 등 새로운 브라우저를 이용해보게 된 것이다.
특히, 태블릿 PC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스마트폰에서는 앱이 많이 나와 있고, 웹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한 부분도 있는데, 태블릿에서는 10인치 이상의 큰 화면이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말씀하신 대로 새로운 디바이스가 나올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기는 것은 어렵다. 설령 운영체제별로 앱을 만들 수 있다 해도 운영이 쉽지 않다. 수정사항이 있을 경우 예전에는 PC 사이트만 건드리면 됐는데, 작은 부분 한 가지만 바꾸려 해도 수많은 앱을 일일이 다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PC와 태블릿을 아우를 수 있는 오픈뱅킹의 활용 가치가 높아진다.
이선호 :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이 블랙베리나 심비안 등 사용자가 많지 않은 플랫폼은 앱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그러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웹 표준으로 뱅킹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등장할 더 다양한 플랫폼의 개발 비용을 고려하면 오픈뱅킹은 충분히 ROI가 나올 수 있다. 말씀하신 대로 관리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감안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주민영 : 오픈뱅킹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사례는 없나.
김규태 : 직접적으로 손익으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7월에 오픈한 이후 목표를 6개월 안에 이용고객 5천 명을 확보하는 것으로 잡았다. 그런데 지난 6개월 동안 기존 인터넷 뱅킹 회원이 아니었던 분들이 추가적으로 10만 명이나 오픈뱅킹에 가입했다. 이 중에는 우리은행 계좌 자체가 없었던 신규 고객도 2천500명이나 됐다. 이 분들의 여수신 잔액이 1백억 원 가량 된다.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선점 효과와 선도적인 이미지도 많이 챙길 수 있었다.
도안구 : 앞에서 좀 더 다양한 브라우저를 지원하도록 확장해나가겠다고 했는데, 이외에 오픈뱅킹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있거나 앞으로 개선하고 싶은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
이선호 : 저희는 오픈뱅킹 사이트를 별도로 구축하면서 기존 사이트와 가급적 동일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UX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은행 사이트에서 많이 사용하는 좌측 메뉴바를 모두 없애고 상단 메뉴만으로 쉽게 서비스에 접근하실 수 있다. 화면이 넓어져서 시원시원하다.
하단에는 사용자가 직접 자주 사용하는 아이콘을 배치해서 스마트폰과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주려고 시도해봤으며, 전체적으로 최대한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김규태 : 저희는 최대한 초기화면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포털 사이트를 보며 부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초기화면 자체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보통 2~3년에 한 번씩 리뉴얼을 해서 싹 바꾸는 경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오픈뱅킹을 책임지는 한 ‘우리은행의 오픈뱅킹 첫 화면은 이거야’하는 인식을 최대한 유지해보고 싶다.
최대한 겉모습을 유지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많은 개선을 해나갈 것이다. 보기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초기화면 개편보다는 사이트에 버전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가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
이선호 : 국민은행의 경우 하반기에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은행 오픈뱅킹은 OTP고객만 이용가능한 반면 국민은행 오픈뱅킹은 보안카드 고객도 이용가능하다. 기존 인터넷뱅킹 고객의 90%이상이 보안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김규태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생각이 다르다. 최근에는 어느 은행이든 보안카드 유출로 인한 부정이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은행의 보안 사고는 100만 명 중에 1명만 발생해도 위험 부담이 크다. 현재 법규는 은행의 보안시스템에 문제가 없고 고객이 보안카드를 분실했을 지라도, 은행에서 입증하도록 돼 있다. 보안카드라는 수단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알아서 관리를 잘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기존의 인터넷 뱅킹에서는 보안카드 고객이 워낙 많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에게 OTP를 강제할 수 없지만, 오픈뱅킹은 신규 고객이 사용하는 새로운 사이트라는 면에서 보다 안전하게 인터넷 뱅킹을 쓰실 수 있도록 OTP를 의무화했다. 지금 나와있는 보안 수단 가운데 가장 안전한 방식을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선호 :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보안카드는 그에 맞는 이체한도가 있어 특정한 보안수단을 제한하기보다는보안 시스템을 잘 갖춰놓고 고객들에게 선택권을 드리는 것이 맞다고 본다. 최근 보안 추세도 제한보다는 관리와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안전성 위에 편의성을 추구해야 하는데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하면 서비스를 알아서 제한할 필요는 없지 않나.
김규태 : 편의성과 보안 수준은 상충하는 면이 있기는 하다. 많은 고객들이 서너 개의 은행을 함께 이용하는데 보안카드를 쓰면 지갑이 두꺼워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스캔을 해서 PC에 보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유출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OTP는 한 번만 발급하면 여러 은행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다. OTP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3천원의 비용이 들지만, 3천원에 내 금융 보안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가치 있는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보안카드를 허용하면 이용 고객이 분명 크게 늘어날 테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도안구 : 보안카드에 대한 두 분의 입장 차이가 흥미롭지만, 다른 주제로 넘어가보겠다. 2013년 4월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발효되면서 은행서비스도 장애인에게 차별없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김규태 : 장애인에게 차별없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점도 오픈뱅킹을 시작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웹 접근성은 웹 표준을 준수하는 것보다 더 넓고 큰 범위의 논의이지만 웹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웹 표준을 따라야 한다.
주민영 : 뱅킹에서의 웹 접근성. 좋은 얘기이긴 한데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인터넷 뱅킹이 어떻게 바뀌어야 장애인도 차별없이 쓸 수 있는 것인가.
김규태 : 예를 들어서 이미지 하나하나의 뒷 단에 태그를 달아놓아서 시각 장애인이 리더기를 갖다 대면 화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방법이 있다. 색약이나 약시가 있는 분들을 감안해 화면 디자인을 할 때 채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선호 : 웹 표준을 넘어 웹 접근성으로 논의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안 패러다임이 달리지고 제도상 보완이 될 필요성이 분명히 있다. 일반고객과 전문가와 감독기관과 은행이 다함께 힘을 합쳐 준비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오픈뱅킹을 비롯해오래 전부터 단계별로 준비를 해가고 있다.
도안구 : 앞으로 더 큰 고민을 하셔야겠다. 우리은행의 경우에는 아까 말씀하신 대로 오픈뱅킹을 출시하면서 공식블로그도 개설하셨는데 은행이 고객 게시판을 외부에 개설한 것은 독특한 경우다.
김규태 : 오픈뱅킹을 하면서 고객들의 의견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이 필요했는데, 처음에는 오픈뱅킹 사이트 내에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사이트 내부에 게시판이 들어가면 생생한 얘기를 듣기 어렵고 답변도 딱딱하게 드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블로그를 개설하기로 했다. 고객들이 블로그에 굉장히 많은 글을 올려주셨다. 지금까지 2천 5백여 건 정도 된다. 고객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를 들어 파이어폭스 베타 버전이 새로 배포되면 ‘파이어폭스 베타 나왔는데 준비하고 계시나요?’하는 문의가 고객만족센터보다 블로그에 가장 먼저 올라온다.
작년에 우리은행 오픈뱅킹 서비스가 ‘2010 웹어워드 코리아’에서 웹접근성 부문 ‘이노베이션 대상’을 수상했는데,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분이 블로그를 통해 ‘차라리 수상을 거부하는 것이 더 멋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의견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어떤 뜻으로 하신 말씀인지 공감이 가기도 했다.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만큼 과격한 의견을 올리시는 분들도 있다. 예를 들어 ‘너희들 때문에 모든 은행이 오픈뱅킹이 아니라 플러그인 뱅킹이 됐잖아’ 이런 식이다. 그럴 때에는 은행이 더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오픈뱅킹의 지원 범위가 기술적으로 보안 프로그램의 지원 범위를 벗어날 수 없고,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보안 수단이 등장해야 한다는 점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선호 : 국민은행은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에서 SNS로 고객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역기능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이제는 자정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이다. 잘못한 점이 있으면 비판을 받고 수용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김규태 : 지금까지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가장 많았지만, 이제부터는 여러 은행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요구가 늘어날 것이다. 고객들이 오픈뱅킹을 시작한 것만으로 고마워하는 단계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선호 : 지금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이 시작했지만 올 하반기쯤에는 더 많은 은행이 오픈뱅킹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 간에 서로 경쟁을 하면서 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도안구 : 포럼을 마치기 전에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오픈뱅킹으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을 설명해달라.
김규태 : 최종적으로는 오픈뱅킹 서비스가 더 풍부한 기능을 갖춰 기존의 인터넷 뱅킹 자체를 대체하고 하나의 플랫폼으로 다양한 채널을 지원하는 것이다. 법률적인 문제와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당장은 어려운 얘기다.
인터넷 뱅킹이 처음 등장한 이후 오픈뱅킹이 탄생하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 이제 와서 보면 너무 급격한 변화보다도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발전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방향은 정해졌고 끈을 놓지 않고 있으면 앞으로 환경이 개선되면서 진정한 오픈뱅킹을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선호 : 지금의 오픈뱅킹이 진정한 의미의 오픈뱅킹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묵은 인터넷 뱅킹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정한 오픈뱅킹이란 말씀하신 대로 고객이 언제 어느 기기에서나 은행 서비스를 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은행도 마찬가지지만 보안 패러다임도 좀 더 유연하게 발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인터넷 뱅킹 민원의 20%가 인증서와 관련된 문의다. 스마트폰에서는 인증서를 앱 형태로 만들어서 쓰고 있는데, 조금 더 편리한 방식이 나오면 스마트폰에서나 맥이나 리눅스에서나 더 많은 분들이 쓰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관계당국도 새로운 기술을 검토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하고 있다.
도안구 : 블로터닷넷 기자들도 금융 서비스가 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새로운 보안 기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감사 드린다. 마지막으로 질문이 있는데, 두 분은 오픈뱅킹을 담당하시면서 맥이나 리눅스, 파이어폭스나 크롬 브라우저는 많이 써보셨나.
김규태 : 맥은 많이 써봤지만 리눅스는 아직 생소하다.
이선호 : 저도 그렇다.
김규태 : 저는 개인적으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크롬 브라우저를 쓰게 된 것이 소득이다. IE말고도 좋은 브라우저가 많이 있더라.(일동 웃음)
“보안프로그램 자율 선택”…e뱅킹 지각변동
(2011. 10. 04)
PC상에서만 가능했던 ‘오픈뱅킹’이 이제는 모바일에서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금융권이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을 서비스하기 위해 갖춰야 했던 ‘공인인증서, 가상키보드, 개인방화벽’ 탑재 의무가 완화될 조짐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자금융감독규정 전부 개정안이 9월29일 규제위를 통과해 금융위원회 의결을 남겨 두고 있다”라며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앞으로 은행들은 가상키보드, 개인방화벽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보안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은행, 국민은행, IBK기업은행, 하나은행 등 ‘오픈뱅킹’을 서비스 하는 은행들은 ‘오픈’이라는 말과 달리 달리 PC상에서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반쪽자리 오픈뱅킹’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금융권 중 가장 먼저 ‘열린 금융’을 선보인 우리은행 ‘우리오픈뱅킹‘
각 은행들이 오픈뱅킹 서비스를 내놔봤자 모바일 기기에선 각 은행별 응용프로그램(앱)을 내려받아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주거래 은행이 많은 사용자의 경우 각 앱마다 공인인증서, 가상키보드를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그 동안 모바일 기기에서는 공인인증서, 가상키보드, 개인방화벽 등 보안상의 문제로 모바일 웹브라우저를 통해 은행 웹사이트를 이용하기 어려웠다. 공인인증서, 가상키보드까지는 모바일 기기에서 구현할 수 있었지만 개인방화벽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iOS기반 모바일 기기의 경우 일명 ‘탈옥’이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개인방화벽이 설치됐다. 더 안전하게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선 우회 경로를 거쳐야 하는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금융권은 진정한 ‘오픈’을 위해선 관련 제도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스마트폰 사용자가 1천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인데도 관련 제도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완벽한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구했다.
모바일 기기에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고 싶은 사용자들도 법안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결국 이 같은 흐름에 드디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움직였다.
현재 금융위원회 의결을 남겨두고 있는 전자금융감독규정 전부개정안 제6절 34조 2항 3호는 “해킹 등 침해행위로부터 전자금융거래를 보호하기 위해 이용자의 전자적 장치에 보안프로그램 설치 등 보안 대책을 적용할 것(다만, 고객의 책임으로 본인이 동의하는 경우에는 보안프로그램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기존 가상키보드와 개인방화벽을 의무로 설치하게 됐던 규정을 완화한 것이다. 이로써 금융권들은 가상키보드와 개인방화벽을 대신할 안정성 있는 보안 프로그램을 통해 모바일상에서도 오픈뱅킹을 서비스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금융권은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는 눈치다. 아직 개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통과될 경우 모바일 기기 상에서도 ‘오픈뱅킹’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PC 웹에서도 각 은행별로 제공하고 있는 오픈뱅킹을 ‘플러그인 뱅킹’이 아니라 진정한 오픈뱅킹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공인인증서의 경우 여전히 플러그인을 통해 설치해야 하지만, 가상키보드나 개인 방화벽 같은 경우 자율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가능해지면서 은행들에게 선택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요컨대 지금 은행들이 PC 웹으로 제공하는 화면 그대로 모바일웹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들은 모바일 웹브라우저를 통해 각 은행의 오픈뱅킹 사이트에 접속한 뒤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박남기 하나은행 신사업추진본부 차장은 “만약 이번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오픈웹뱅킹’을 모바일 상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되는 등 은행이 좀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모바일 뱅킹 관련 앱 개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모든 웹브라우저에서 사용가능한 공인인증서를 기술인 ‘터치엔 앱프리’를 개발한 루멘소프트 조한구 PKI 연구소 소장은 “이번 개정안은 모바일 뱅킹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이번 움직임을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국민·기업도 ‘오픈뱅킹’ 합류…우리은행이 경쟁 불당겨
(2011. 02. 16)
오픈뱅킹 대열에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이 합류했다.
어떤 브라우저나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은 지난해 우리은행이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웹표준화 진영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을 뿐아니라 해당 은행 고객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에 인터넷익스플로러에 수많은 액티브엑스 지원 보안 프로그램을설치해야 되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은행이 촉발시킨 오픈뱅킹 서비스는 국내 소매 금융 1위 업체인 국민은행과 IBK 기업은행으로 순식간에 번지고 있다. 두 회사는 일부 제한된 오픈뱅킹 서비스를 선보인데 이어 오는 10월까지 명실상부한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분주하다. 우리은행도 지원 브라우저와 운영체제를 더욱 넓혀가면서 ‘오픈뱅킹’ 1호 은행으로서의 위상을 올해도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9일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은행은 이후 지속적으로 지원가능한 운영체제와 브라우저의 범위를 넓혀왔다. 지난해 11월 17일터 리눅스 64비트 운영체제에 대한 서비스를, 맥OS에 대한 서비스는 지난 1월 14일부터 시작했다.
초기 오픈뱅킹이 다양한 운영체제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은 다양한 브라우저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분투 운영체제에서 우리은행 오픈뱅킹을 사용하려면 현재까지는 파이어폭스를 사용해야 한다. 구글이 제공하는 크롬 브라우저는 조회 서비스만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오픈뱅킹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은행은 대부분 소프트포럼이라는 업체의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데, 현재 이 업체가 자사의 공인인증서를 크롬 브라우저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프로그래밍을 진행중에 있어 현재로서는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윈도우를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경우 파이어폭스는 물론이고 오페라, 사파리, 크롬 브라우저도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의 오픈뱅킹 관계자는 블로터닷넷과 전화통화에서 “현재 소프트포럼측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브라우저 사용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라며 “현재 4월 경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크롬, 오페라 등의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맥 OS에서 파이어폭스 브라우저 사용이 불가능했으나 이번달부터는 맥 OS에서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해 우리은행 오픈뱅킹 서비스 전체를 이용 가능하다”고 전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오픈뱅킹 서비스는 아직까지 리눅스와 맥 운영체제에서 100% 서비스를 이용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이 운영체제에서는 조회서비스만 이용이 가능한 상황. 왜 이런 것일까?
해당 은행의 관계자들은 “현재 운영체제와 호환이 가능한 적절한 보안프로그램을 적용하지 못해 전체 서비스 지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10월 까지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돼 전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포럼측도 전화 통화에서 “사전 테스트들을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저희가 시점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우리은행 오픈뱅킹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관련 기술을 확보한 만큼 지원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2011년은 오픈뱅킹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블로터포럼] 스마트폰 열풍 1년, 금융 서비스의 변화와 미래 (2010. 11. 21)
오는 28일이면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지 꼭 1년이 된다. 이는 곧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열풍이 불어 닥친 지 1년이 됐다는 얘기다. 그 동안 스마트폰은 짧은 시간에 가입자 5백 만을 돌파하면서, 통신 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은 스마트폰 열풍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산업군으로 꼽힌다. 아이폰이 출시되자 여러 은행과 증권회사가 앞다퉈 스마트폰 뱅킹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다.
이제는 단순히 스마트폰에서 뱅킹과 증권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태블릿, 스마트TV 등 새로운 디바이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금융 서비스가 보다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이번 블로터포럼에서는 금융권의 디지털금융과 IT 실무 등을책임지는 담당자 분들을 한 자리에 모셨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이 금융권에 미친 영향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가 됐다.
- 일시 : 2010년 11월 17일(수) 오후 5시 반~7시 반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김경호 하나은행 신사업추진부 차장, 신성 신한금융투자 IT지원부 차장, 이용희 우리은행 U뱅킹사업단 차장, 도안구·주민영 블로터닷넷 기자
도안구 : 국내 시장에 스마트폰 열풍이 1년 정도 불었다. 그 동안 금융권에서 보시기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들어보기 위해, 이렇게 금융권의 IT를 책임지는 분들을 한 자리에 모셨다. 그 동안 어떤 전략으로 스마트폰에 대응해 왔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용희 : 스마트폰 뱅킹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 동안 모바일 뱅킹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창기 SMS 방식, WAP 방식을 거쳐, 2003년에 금융칩 방식이 등장했고, 2007년에는 VM뱅킹이, 2009년에는 금융권 공동 USIM 뱅킹 등이 있었다. 그 다음에 나온 것이 스마트폰 뱅킹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모바일 뱅킹이 발전해 온 것이다.
스마트폰이 은행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금융권에서는 스마트폰에 대하여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년부터 개별은행 별로, 또는 금융결제원 모바일금융협의회 등을 통하여 통합으로 스마트폰 뱅킹을 준비해왔다. 여러 은행들이 모여서 보안관련 이슈와 해외 사례도 검토했고, 금융감독원과 보안 관련 문제를 검토하기도 했다.
금융권 공동사업이 최초에 논의되기 시작된 것은 도입비용과 서비스 표준화 이슈때문이었다. 작년에 스마트폰 뱅킹 앱을 만들려다보니 여러 OS에 대응해야 했고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금융권 전체를 다 따져보면 그 비용이 엄청나다.
김경호 : 이 차장님이 오랫동안 모바일 쪽에 몸담고 있으시다 보니 모바일 뱅킹의 역사를 정리해주셨다. 우리은행은 원래 예전부터 모바일에 대응이 빨랐고 전략적으로도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보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 스마트폰 뱅킹이 기존 모바일 뱅킹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도 과거에 모바일 뱅킹을 했지만, 모바일 뱅킹은 가입자 숫자에 비해 실제 사용하는 비율이 높지 않았다. 모든 고객들이 휴대폰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입은 하지만 막상 잘 쓰시지는 않았다.
신성 : 증권업계도 비슷했다. 그래서 기존 모바일 트레이딩은 PC를 활용한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보조하는 역할로만 바라봤지 메인 채널로 보지는 않았다.
김경호 : 은행도 마찬가지다. 저는 인터넷 뱅킹이 처음 생기던 시절 하나은행에 합류했다. 그 동안 인터넷이 금융 서비스를 얼마나 많이 바꿔놨나. 그런데 지금까지 모바일 뱅킹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달랐다. 스마트폰 뱅킹을 준비하면서 인터넷 뱅킹 초창기와 같은 데자뷰를 느꼈다.
기존에 모바일 뱅킹에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새로운 폰이 나올 때마다 화면 사이즈도 다르고 서로 호환이 되지 않아 일일이 대응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바일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공동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을 수도 있다. 불확실한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주저했던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이용희 : 그건 좀 다르다. 은행들이 표준화를 준비했던 이유 가운데 또 한 가지는 한국의 스마트폰 뱅킹 표준을 가지고 해외로 나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관과 은행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외국에서 가장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과거 금융칩뱅킹에서 CD/ATM기를 통한 모바일 현금카드 서비스 개발 등에서 각 은행별로 서비스 추진방향이 달라서 또 다시 전체은행이 모여서 상호 호환이 가능한 서비스 개발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 스마트폰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전체 은행들과 한국은행, 금융결제원 등이 참여해 표준화 사업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김경호 : 표준화와 공동으로 하는 것이 분명히 순기능이 있을 것이다. 금융결제원 등이 있어서 한국의 전자 금융이 굉장히 발전할 수 있었고, 중앙 집중화된 컨트롤을 통해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서비스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희는 스마트폰을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공동으로 개발한 인프라는 은행의 소유인지 남의 소유인지 애매한 상황이다. 시스템에 매몰돼서 은행들이 공동 시스템의 개별 서비스 프로바이더가 돼 버릴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플랫폼을 만들어서 해외에 진출한다면 그 주체는 은행이 아니라 다른 사업자들이 될 것이다.
그 만큼 은행의 서비스가 몰개성화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것을 탈피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신성 : 그런 현상은 증권도 마찬가지다. IT 신기술은 분명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데 이를 통합해서 하다보면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것은 맞다.
도안구 : 스마트폰이 과거 피처폰보다 개발과 유지가 쉬워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여러 OS가 있고, 같은 OS라도 단말기에 따라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바다와 리모, 윈도우 폰 7도 나왔다. PC와는 대응 방식이 다른 것이다. 금융서비스는 보편적 서비스인 만큼 모든 OS에 다 대응해야 하는 것인가.
이용희 : 저희는 소수 OS는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고객들의 접근성 측면에서 대응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윈도우 모바일을 은행들이 공동으로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앞으로 바다나 심비안도 이러한 방식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김경호 : 그런데 꼭 공동으로 해야 하나. 인터넷 뱅킹 초창기에도 공동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결국 6개월도 안돼서 좌초됐다. 눈을 돌려 맥 뱅킹을 봐도 신한은행에서 한참 전부터 제공하고 있었고, 외환은행도 몇 년 후에 시작했다. 그런데 나머지 은행은 안 하지 않나. 전력적으로 필요한 곳에서 대응하는 것이 맞다. 우리은행이 최근 오픈 뱅킹을 시도한 것처럼 그러한 참신한 시도가 스마트폰에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용희 : 좋은 의견이다. 그러나 개별은행마다 추진전략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상호 입장이 존중되어져야 한다. 특히 각 OS마다 다른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에 하이텔, 유니텔 등 PC통신에서의 PC뱅킹 이용고객을 인터넷 뱅킹으로 마이그레이션 시켰던 과정을 보라. 고객에게 1개월이상 고지하고, 다시 고객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굉장히 힘든 과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왜 하느냐. 소수의 고객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때에도 투입비용 대비 효과와 고객의 활용도를 고려한 투자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그 비용을 최소화시키려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주민영 : 증권쪽은 어떤가. 증권은 기존에 PDA에서 이미 모바일 트레이딩을 많이 제공하고 있었는데, 올 들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신성 :은행에 비해서는 시작이 느렸지만, 증권업계의 특징은 대응이 빠르다는 것이다. 2월에 처음으로 아이폰 트레이딩이 등장한 이후 수개월내에 대부분이 증권사들이 개발을 마쳤다. 아이폰에 이어 안드로이드 버전도 시장에 맞춰 출시했고, 아이패드 등 태블릿도 준비하고 있다. 벌써 증권업계는 어느 정도 현존하는 여러 디바이스에 대한 대응을 마친 상태다.
모건스탠리가 인터넷 트렌드 리포트에서 지적했듯이 PC 위주의 인터넷 사용환경이 모바일과 태블릿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처럼 IT 플랫폼이 바뀌고 있다 보니 모바일에 집중해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증권은 모바일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PC에서 웹을 사용하는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말이다.
제가 보기에 증권업계는 일단 이렇게 빠르게 대응을 해놓고서 이제는 전략을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늦가을과 겨울에 걸쳐 내년 전략에 대해 각기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도안구 :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피처폰에서는 통신사를 통해서 서비스를 해야 했다면 이제는 앱스토어를 통해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 서비스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이용희 : 많이 편해진 것이 맞다. 모바일 뱅킹은 은행 서비스가 통신사 망을 통해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것인데, 기존에 통신사와 협력할 때는 통신사 직원이 휴가라도 가면 개발 과정이 지체되기도 하는 등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이런 구조를 바꾼 것이 앱스토어다. 앱스토어에서는 제조업체와 은행, 통신사가 모두 동등하게 경쟁하는 구조다.
그러나 앞으로 앱스토어 자체가 권력화된다면 새로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금만 해도 iOS가 언제까지 업데이트 된다고 하면 전세계 개발자들이 이에 맞춰서 업데이트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애플리케이션 검수가 늦어지면서 출시가 지연되고, 이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은 개발자들이 고스란히 지게 된다.
김경호 : 앱스토어 뿐만 아니라 국내 통신사 스토어에서도 이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초창기에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다가 이제는 자세가 조금 바뀌었다. 통신사 마켓이 앱스토어보다 검수도 더 오래 걸린다.
이용희 : 예전 통신사들이 주도하던 시절 만큼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마켓이 권력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 웹을 통한 직접 다운로드 방식도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앱스토어의 학습효과가 있어서, 모바일 웹과 앱스토어 등 다양한 채널로 고객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금융권이 별도로 앱스토어를 만들어야 하나 그런 고민도 나오고 있다.
도안구 : 올 초에는 스마트폰 가입자를 2백 만 정도 예상했는데, 벌써 5백 만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패턴은 인터넷 뱅킹이나 기존 모바일 뱅킹 사용자와 차이가 있나.
이용희 : 사용하는 수단이 피처폰의 VM뱅킹에서 스마트폰 뱅킹으로 바뀐 것 뿐이다. 기존에 인터넷 뱅킹을 많이 사용하시던 분들이 자연스럽게 모바일 뱅킹, 스마트폰 뱅킹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특히, 기술 발전이 빨라진 만큼 고객들의 기술 수용도도 더욱 빨라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 초창기에는 일일이 고객들에게 사용법을 교육해야 했지만, 이제는 고객이 알아서 기술을 수용하고 은행에 관련 서비스를 요구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프로슈머의 시대인 것이다.
99년 말에 우리은행이 처음 인터넷뱅킹을 만들었더니 고객들이 전화로 인터넷 뱅킹을 어떻게 쓰는 것이냐 문의를 많이 해왔다. 우리은행 인터넷뱅킹 이용과정을 일일이 설명해야만 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런 것이 몇 년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다.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쉽게 사용하고 고객 스스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면 고객들이 알아서 스마트하게 사용한다.
주민영 : 인터넷 뱅킹에서 시작해서 모바일 뱅킹, 스마트폰 뱅킹으로 넘어오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상품도 직접 판매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이용희 : 과거 모바일 뱅킹의 강점은 채널 비용 절감효과였다. 신규 상품을 가입하려는 고객이 은행 창구를 방문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대응에 1천 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모바일에서는 13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제는 비용 절감 효과는 당연한 것이 됐다. 그럼 그 다음은 뭐냐. 인터넷 뱅킹이 시작된 이후 지금은 4조에 가까운 금융 상품이 인터넷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이런 경험을 모바일로 가져와서 스마트폰에서 상품을 판매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스마트 정기예금’ 같은 상품이 등장했다. 이제는 주택 청약, 펀드, MMF 등의 상품을 스마트폰에서 가입할 수 있고, 소규모이지만 예적금 대출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다 이용할 수 있다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고객들의 상품 가입 패턴을 시간대별로 분석을 해봤더니, 물론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전 10시~11시와 오후 2~3시이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 혹은 새벽 2~3시에도 상품을 가입하는 고객들이 있다. 고객들의 후기를 보면 상품에 대한 반응도 좋다.
주민영 : 그렇다면 은행의 지점은 앞으로 줄어들게 될까?
이용희 : 아니다. 과거 인터넷 뱅킹 초기에도 앞으로 은행 지점이 없어지게 될까 하는 예상도 있었지만 오히려 지점이 늘어나고 있다. 소형 다점포화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큰 네거리 가장 목 좋은 곳에 은행 점포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파트 단지에도 있고 고층 빌딩에도 있고, 지하에도 생긴다. 지점과 온라인, 모바일을 포괄하는 멀티채널 전략인 것이다.
은행 지점마다 특성도 다 바뀌었다. 과거에는 입출금 업무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프라이빗 뱅킹(PB)과 자산관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김경호 : 다양한 전자 금융 서비스가 지점으로 고객을 보내지 않고도 상품을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영업 쪽에서는 고객들이 지점에 많이 방문해야 교차 판매(Cross Selling)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점을 방문하지 않도록 유도하면 안 된다는 반대론도 있다. 여전히 고객들도 은행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1번으로 꼽는다. 지점당 직원 수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지점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각 은행이 가진 전자 금융 채널이 지점을 밀어내고 전면에 등장할 때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 전용은행이 등장하려다가 실패했던 사례가 있긴 하지만. 백업 채널에 머무를 것이냐 전면에 등장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새로운 채널이니 스마트폰으로 가입하는 고객들에게는 금리를 더 주자”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 개념이고 당장 이익도 발생하지 않는다. 단순히 ‘온라인이기 때문에 더 싸고 금리가 높다’하는 경쟁으로 가면 어려워진다.
비용 절감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냐, 은행의 전면에 나서서 고객을 만나는 주요 채널로 성장할 것이냐는 작지만 큰 차이다. 여기 계신 분들이 이러한 일을 주도하고 계신데 앞으로 잘 되면 새로운 시대가 열리지 않겠나.
도안구 : 그렇다면 ‘채널 비용 절감’ 이외에 스마트폰 뱅킹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보는가. 하나은행이 맨 처음 아이폰을 공략했는데, 이제 다른 은행도 다 들어와 있다. 다음에 준비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
김경호 : 스마트폰에서는 훨씬 더 재미있고 스마트한 상품을 스마트하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다. 그 중에서도 쿠폰 비즈니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 소셜 커머스가 등장하기 이전에 그루폰 시절부터 준비를 해왔다. 안드로이드에서 서서히 시작하고 있고 조만간 아이폰 버전도 업데이트를 할 것이다.
하나은행의 강점은 신사업추진부에서 수많은 외부 제휴사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N플라자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알만한 기업들은 안 만나본 곳이 없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스마트폰 시대에 어떻게 적용할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우리 상품과 묶어서 제공하겠다는 것이고, 스마트폰에서 가능성이 있는 방식이 쿠폰이라고 본 것이다.
고객들에게 “정말 필요로 하는 쿠폰을 하나은행 앱을 쓰면 받아볼 수 있다” 하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인식이 고객들에게 누적되면 어느 순간 하나은행의 고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현재의 전략이다.
신성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것은 혼란스러운 일이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기업 IT와 소비자 IT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IT 기술을 기업 IT와 소비자 IT로 구분해서 바라보면, 지금까지는 기업 IT가 시장을 이끌어왔다. 인터넷 뱅킹만 봐도 소비자들이 원해서 시작됐다기보다는 기업 IT기술이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기업 IT가 소비자 IT의 도전을 받고 있다. 바로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등 때문이다. 아직 기업 IT 기술에서 소비자 IT를 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 등장하지 않았다. 글로벌 IT벤더도 아직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IT의 기술을 기업이 활용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편익을 제공해보고자 해도 마땅한 솔루션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이러한 것들을 빨리 적응해가는 장점이 있다. 지금 세계 관점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보면 일본이 선도적인데, 우리나라가 인프라가 일본에 크게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은 아직 스타트라인에 서지도 않았다. 앞으로 생각보다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만 봐도, HTS 이전과 이후에 증권사는 유독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은행은 여전히 지점이 늘어나고 있지만, 증권은 다르다. 더 이상 지점을 늘리지 않아도 되고, 과거에 폰 트레이딩을 위해 전화를 받던 인력들이 줄었다. 시끌벅적한 증권사 객장은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다.
더구나 자본시장통합법이 작년에 발효되면서 이제는 증권사가 은행과 보험을 뺀 나머지 서비스를 다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런 기술의 발전이 변화를 가속화시킬 여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용희 : 결국은 출시되는 모든 기기에 대응하게 될 것이다. 2003년에 TV 뱅킹을 시도했는데 반짝 하다가 안됐다. 이처럼 과거에 구상만 해놓고 실현하지 못했던 전략들이 많다. 과거에는 꿈처럼 생각했던 전략들이 기술 발전에 따라 구현이 쉬워지고 더욱 풍성하게 가지치기가 될 것이다.
신성 : 오늘 얘기 중에 ‘과거 인터넷 뱅킹의 데자뷰다’, ‘그 동안의 경험들을 다시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말씀하신 대로 과거에 고민했던 전략들이 이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김경호 : 개인적으로는 수많은 디바이스가 등장하겠지만 그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TV와 스마트폰이 인터랙션하고, 태블릿과 스마트폰이 인터랙션하면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컨트롤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이동 중에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집에서는 스마트 TV로 바로 이어지면서 스마트폰에서 못하던 기능도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주민영 : 예전에 TV 뱅킹은 왜 실패했었나.
이용희 : 리모컨으로 영문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했고, 공인인증서 설치 등 걸림돌이 많았다.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고객의 기술 수용성이 중요하다. 수용성과 유용성, 이 두 가지가 고객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TV에는 고객들이 기꺼이 사용하도록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부분도 상당 부분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면 고객입장에서 편의성이 증대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성 : 그만큼 IT 기술이 소비자화 한 것이다.
주민영 : 모바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금융권에서는 어떻게 SNS를 활용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신성 : 아직은 SNS를 적극 활용하는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증권 거래를 하시는 분들에게는 옛날부터 입소문이 가장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였다. 아까 이 차장님이 스마트폰에서는 주말이나 새벽에도 상품 판매가 이루어진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도 사실 생활 속의 소셜 활동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어떤 상품이 좋다더라 하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들어가서 확인하고 마음에 들면 가입을 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소셜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입소문이 오프라인에서 많이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SNS를 타고 전해질 것이다. ‘주식을 잘하는 친구가 오늘 OO 펀드를 샀네’, 이런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확산되면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다.
반면에 금융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려운 면도 많다. 평판이 중요한 업종인데, 안좋은 정보들이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상품은 실제로 수익과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더욱 반응이 크다. 펀드로 돈을 잃었다고 하면 그 펀드 상품 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에 대한 비방이 있을 수가 있다. 이러한 비방이 소셜을 타고 흘러나가면 굉장히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용희 : 우리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아직까지 모니터링만 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SNS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는데, 순기능을 잘 발전시캬야 할 것으로 본다.
신성 : 지금 상황은 딱 불가근불가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소셜 서비스가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주민영 :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기술로만 가능할까. 기업의 SNS 운영자들이 어떤 자세로 어떻게 SNS를 활용하는가에 달린 것 아닌가. 마치 식물 가꾸듯이 가꿔나가야지 기술적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김경호 : 그래서 금융기관에서 SNS를 활용해서 제휴나 마케팅을 해야겠다는 얘기는 많이 하는데,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도안구 : SNS의 경우 해외 서비스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영향을 미치는 점이 없나.
김경호 : 우리 입장에서 누가 SNS의 허브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협의가 필요할 때 참여할 수 있는 창구는 꼭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서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문제다. 아직까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방향성은 스마트폰의 경우처럼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
이용희 :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사실 은행들이 인터넷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가 많지 않다. 제휴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신규고객 유치나 비즈니스모델 공동발굴 등이 고려되어져야 할 것이다.
김경호 : 하나N프라자가 네이버 지점을 냈던 것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네이버 지점은 신규 고객을 획득하는 면에서 봤을 때 혼자서 30개 지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 네이버는 명동이나 강남대로와 같다.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들도 굉장히 빠르게 진화하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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