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모함 동원하고도 인질 구출 실패
요트로 세계 일주하던 미국인 남녀 4명,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돼 모두 피살
美軍 "해적끼리 내분 총질"
언론과 전화 통화한 해적 "미군이 먼저 공격해 사살"
해적들 인질 다루는 방식 거칠어졌다는 분석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던 미국인 4명이 22일(현지시각) 모두 해적들에게 피살됐다. 미국은 항공모함까지 동원했지만 인질을 구출하는 데 실패했다. 소말리아 해적이 창궐하기 시작한 뒤 미국인 희생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모함까지 동원했지만…
지난 18일 소말리아 해적들은 오만 살랄라 인근 해역에서 미국인 4명이 탑승한 요트 '퀘스트'호를 납치했다. 납치된 2쌍의 미국인 부부(스캇·진 애덤, 필리스 매케이·봅 리글)는 퀘스트호로 여행을 하며 태국 푸껫을 출발, 인도 뭄바이를 거쳐 오만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해적 19명이 모선(母船)에서 요트에 옮겨타 소말리아로 향했다.
정보를 입수한 미국은 즉시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등 중부사령부 소속 함정 4척을 급파해 퀘스트호를 근접 추적했다. 미국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동시에 군사적 구출작전도 준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해군에 무력사용을 승인했다.
21일부터는 해적 2명이 미군 함정 중 하나인 스트렛호로 건너와 석방협상을 벌였다. 이들은 22일까지 배에 머물며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2일 오전 아덴만을 통과하던 중 요트 내에서 총성이 들리더니 해적들이 아무런 사전경고 없이 미군 함정을 향해 로켓 추진 수류탄을 발사했다고 미군은 밝혔다. 미군은 이에 요트를 포위하며 작전을 시작했고 오후 1시쯤 요트에 올라 해적 2명을 사살하고 13명을 체포했다. 해적 2명은 미군이 배에 오를 당시 이미 숨져 있었다. 인질들도 모두 해적들의 총에 맞아 희생됐다. 2명은 미군이 발견할 때까지 숨이 붙어 있었으나, 치료를 받던 도중 끝내 숨졌다.
◆'구출작전 실패'인가 아닌가
미군 발표에 따르면 인질들의 희생은 '구출작전 실패' 때문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구출작전을 시작도 하기 전에 요트 안에 있던 해적들이 먼저 총을 쏘는 등 소요를 일으키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과정에서 해적들이 인질들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미군 관계자는 "해적끼리 의견대립이 있어 싸우다 서로 총질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미군이 요트에 오르기 전 이미 해적 2명이 숨져 있었다는 사실은 내분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자신을 해적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인물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군이 먼저 요트를 향해 조준 사격을 해 해적 2명이 죽자, 나머지 해적들이 곧바로 인질들을 사살했다"고 했다. 미군의 주장과는 달리, '선제적 구출작전'이 시작됐었다는 얘기다.
◆인질 다루는 방식 거칠어졌나
인질들이 어떤 이유로 살해됐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인질의 사망 원인과 상관없이 이번 사건은 소말리아 해적들이 인질을 다루는 방식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적들의 목적은 오로지 '몸값'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해적들이 인질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해 영국·말레이시아 등이 과감한 인질 구출 군사작전에 나서고, 미국은 붙잡은 해적에 대해 중형선고를 내리는 등 국제사회가 '강경 모드'로 나서자 해적들도 공세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법원이 2009년 자국 화물선 납치를 시도했던 해적에게 지난주 징역 33년형을 선고하자, '무세 압디'라고 자신을 밝힌 한 해적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이제 인질살해는 우리 규칙의 일부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예외적인 케이스일 뿐, 각국이 강력하게 대응하면서 해적들의 활동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는 반론도 많다.
`미국인 피살' 해적 사건서 FBI 역할 논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미국인 4명이 살해되는 과정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이 보여준 역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 당국은 지난 21일 두목급 해적 2명이 미 해군의 스테럿호에 올라탔을 때만 해도 나흘째 지속된 대치상황을 풀려고 온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FBI의 협상 담당자는 이들에게 진정성이 없다고 보고 감금한 뒤 요트에 있는 해적들에게는 대화가 통할 만한 다른 인물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그 직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과연 그들을 구금한 것이 적절했느냐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당시 해적들은 자신들의 지도자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안심하는 표정이었다고 군당국은 설명한다.
하지만 몇시간 뒤 요트의 젊은 해적들 사이에서는 극심한 동요가 발생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도자가 없는 와중에 미군에 체포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자중지란이 생긴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납치범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두목들이 요트를 떠나면서 자신들이 만약 돌아오지 않을 경우 인질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물론 미 관리들은 그게 사실인지는 분명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말리아 해적에 대처하는 방식에 대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광범위한 재검토 작업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23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5일 오만 해안에서 275마일 떨어진 지점을 항해중이던 퀘스트호에서 구조요청이 오면서 시작됐다. 해적들을 태우고온 예멘의 어선은 피랍 당시 요트 주변에 있다 미 해군함정 4척이 접근했을 때에는 사라진 이후였다.
미군이 요트를 에워싼 가운데 한때 해적들에게 돈을 댄 인물이나 마을 원로들과 협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이는 석연찮은 이유로 무산됐다.
해적들은 이후 계속된 대치상황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탓인지 21일 요트에서 600야드 거리에 머물던 스테럿호에 두목급 2명이 대면협상을 위해 승선했는데 FBI 관계자는 이들에게서 협상 의지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미군은 이들을 붙잡아둔 상태에서 대화가 통할 만한 다른 인물을 보내달라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원한다면 퀘스트나 아니면 다른 소형 함정은 내줄 수 있지만 인질들은 모두 석방해야 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해적들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하룻밤을 달라고 요청했고 미군은 8시간을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갑자기 로켓 추진 수류탄이 날아들고 요트에서 총성이 들려 현장을 급습해 보니 인질들은 이미 살해되거나 숨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해적집단과 자주 연락한다는 한 소식통은 돈이나 인질의 운명 등을 놓고 해적들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밝혔고 미군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인질들이 처형됐는지 아니면 총격전 와중에 살해된 것인지도 분명치 않은 상태다.
미군 당국자는 “인질들이 위험한 상태인지에 대한 어떠한 경고나 구체적인 사인도 없었다”면서 “이런 일은 속성상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적절한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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