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아베 머리 맞댈 때 ‘박근혜 외교’는 지구 반대편에…
박 대통령, 반둥회의 대신 남미 순방 나서 경제외교 온힘
동북아 격변기 중-일 정상회담에 ‘허 찔린 것 아니냐’ 지적
아베는 미국과 밀착하면서도 중국과 관계 개선 저울질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났다. 중-일 정상 간의 두번째 만남이다. 아베 총리는 26일 방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일본 총리 최초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도 한다.
한-미-중-일 사이 정상 외교 4국지가 숨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같은 시기 12일간의 남미 순방 중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16일 출국해 27일 귀국한다. 22일 중-일 정상이 악수하던 순간 박 대통령은 칠레를 찾아 동포들과 만났다. 그는 “지난 시대의 눈부신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현재 국가경쟁력을 높여가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동북아 정세와 직결되는 격동의 외교 현장을 박 대통령이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과, 그 결과 중-일 사이에서 한국만 소외되는 상황에 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정상은 아베 총리다. 중국과는 역사 갈등 봉합과 관계 정상화의 가능성을 저울질하면서, 미국과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결정 등 군사 일체화의 길로 질주하고 있다. 방미에 앞서 반둥회의라는 국제회의를 찾아 시 주석과의 회동 무대로 삼는 등 치밀한 전략적 외교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시 주석 역시 전략적 필요성에 의해 아베 총리와 만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한 일본의 참여를 타진하고, 아베 총리의 방미와 의회연설에 앞서 중국이 바라는 바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미-일은 밀착하고 중-일도 관계 변화를 모색하는 중대 국면에서, 한국은 사실상 방관자 신세가 됐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박 대통령이 반둥회의 대신 남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5년치 정상외교 일정을 미리 짜놓는다. 남미는 올해쯤 가는 걸로 잡힌 상황에서 남미 국가들과 일정을 맞추다 보니 4월에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둥회의에서 중-일 정상이 만나리라는 점을 미리 예상하지 못하고 남미 순방을 잡았다가 허를 찔렸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중-일 정상 만남과 한국의 외교 고립을 등치시키는 시각은 오류라고 반박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일-중 관계와 한-일 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보는 시각 같은데 우리는 그런 시각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불쾌하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살리기 등 국정의 우선순위에 따라 순방 일정을 정한 것을 두고 왜 반둥회의 60돌 회의를 가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것은 지나친 비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중, 대일 외교 수위는 우리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반둥회의 참석 여부와 한-중-일 3국 관계를 연결짓는 것은 외교의 기본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청와대의 이런 태도에는 중-일 정상 만남과 아베 총리 방미 등이 당장 동북아 정세 변화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미묘한 외교적 국면을 읽지 못하는 안이한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는 “각국 외교 전략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임을 간과한 것 같다”며 “중·일의 움직임 정도는 예측하고 박 대통령도 참석해 아베 총리에게 할 말을 하거나, 시 주석과의 공조를 과시하는 등의 전략적 행보를 보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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