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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김근배 교수의 '콘셉트 경영'] 제품 콘셉트를 感覺으로 느끼게 하라 (조선일보 : 2014.08.22 14:26)

[Weekly BIZ] [김근배 교수의 '콘셉트 경영'] 제품 콘셉트를 感覺으로 느끼게 하라

- 락앤락의 교훈
100% 밀폐 보여주려 지폐 담은 통 물에 넣어… 소비자에 강한 인상 줘

- CJ 어묵의 경우
본질의 변화는 없는 채 포장色 바꿔 매출 급락… 원모습 돌아가자 부활

 


	김근배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김근배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지난 4월 1일 당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앞으로 당사를 옮기고 당명을 바꾸고 당의 상징 색도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꿨다. 2013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당 상징 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두 경우 모두 여론은 냉소적이었다. 콘셉트 없이 포장(상징)만 바꾸려 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삼호어묵을 인수한 뒤 가장 잘 팔리던 '부산어묵'의 포장을 고급스럽게 개선한다고 빨간색을 검정색으로 바꾸었는데, 오히려 매출이 떨어졌다. 오랫동안 봤던 포장 색깔이 확 바뀌자 소비자는 내용물도 바뀐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포장 색을 원래의 빨간색으로 바꾸자 매출이 원 상태로 회복됐다.

마케팅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바로 소비자의 인식이다. 칸트는 "감각이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감각은 맹목적이다"라고 했다. 인간이 무엇을 인식할 때 감각 경험과 콘셉트는 서로 뗄 수 없는 하나로 인식한다.

어묵 사례에서 포장의 급격한 변화를 소비자는 제품 콘셉트에 대한 변화로 받아들였다. 당명이나 당기(黨旗), 당의 색깔은 유권자의 감각적 경험을 도와주는 상징이고 이것이 정당이 지향하는 콘셉트인 정강 정책과 하나여야 한다.

상징은 그 내용에 해당하는 정강 정책의 감각적 표현이다. 정강 정책을 바꾸고 그와 동시에 당명이나 상징 색에 대한 변화를 설명해야 유권자의 이해(인식)를 얻었을 것이다. 정강 정책에 대한 이야기 없이 당명이나 색깔만 먼저 바꾸니 유권자가 의아해 했던 것이다.

기업도 회사 로고나 사명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 반드시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여 대내외에 공포한다. 비전이란 다름 아닌 그 회사가 지향하는 콘셉트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여 업(業)의 개념이 바뀌는 경우, 사명이나 로고가 바뀐다. 이때 브랜드명만 바꾸는 게 아니라 제품의 내용에 해당하는 품질력을 '동시에' 개선하고 나서 출시해야 효과가 생긴다. 달라진 제품 콘셉트와 달라진 품질과 브랜드명에 대한 감각 경험이 결합해야 소비자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브랜드의 성공도 콘셉트와 감각 경험이 하나가 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락앤락이 미국 홈쇼핑 광고에서 화제를 모았던 용기 속 젖지 않는 지폐 장면
락앤락이 미국 홈쇼핑 광고에서 화제를 모았던 용기 속 젖지 않는 지폐 장면./락앤락 제공
밀폐 용기의 대명사인 락앤락(Lock & Lock)'은 처음부터 잘나가는 기업은 아니었다. 1999년 처음 제품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출시 당시 콘셉트는 '100% 새지 않는 완벽한 밀폐력'이었지만 매출은 저조했다. 반전의 계기는 2001년 미국에 진출해 미국의 홈쇼핑에서 소개된 이후다.

미국 홈쇼핑 담당자는 100% 밀폐가 되는 것을 보여주면 잘 팔릴 것으로 생각하고 '물속에서도 젖지 않는 지폐'란 광고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방송에서 락앤락 용기 가득 지폐를 담고 검정 잉크를 잔뜩 풀어둔 수조에 넣었다가 잠시 후 도로 꺼낸 후 용기 속에 들어 있던 지폐가 하나도 젖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방송이 나간 뒤 준비해둔 5000세트가 순식간에 동났다. '100% 완벽한 밀폐력'이라고 언어로만 되어 있던 콘셉트가 소비자 감각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락앤락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한 후발 주자 업체는 '100% 밀폐'라는 콘셉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밀폐는 기본에 항균까지!'라는 콘셉트로 제품을 출시했다. 콘셉트만 비교하면 분명히 진일보한 콘셉트이었지만,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진일보한 콘셉트인 '항균 기능'을 소비자가 감각을 통해 느끼도록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올갱이국을 잘하는 가게가 맛집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이 있다. 주인 할머니가 갑자기 달걀을 풀더니 그 위에 올갱이를 올려놓는다. 리포터가 뭐하느냐고 묻자 "이렇게 해야 올갱이가 위로 뜨는 걸 알 수 있어서"라고 대답한다. 올갱이가 가라앉지 않고 달걀 물위에 뜨도록 해 손님이 직접 두 눈으로 올갱이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올갱이국집 주인 할머니는 칸트를 공부하지 않고도 "감각 경험과 콘셉트가 하나여야 한다"는 것을 터득하고 있었다. 한국의 정당 지도자나 마케터들이 한 수 배워야 할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