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직업 군인들이 불안하다
소령서 중령 진급 때 절반은 계급장 못 달고
평균 43세에 전역
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14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5,860명이 소위 계급장을 달았다. 이들 대부분은 야전에 투입된다. 이후로도 주된 거처는 백화점도 학원도 없는 오지이고, 잦은 이사도 불가피할 것이다.
군이 장기(長期) 자원, 즉 직업 군인으로 분류하는 장교는 사관학교 출신들. 이들 2,000여명은 3년여 뒤 모두 대위가 된다. 하지만 소령부터는 경쟁이다. 1,300여명은 중령 계급장을 못 달고 '옷'을 벗어야 한다. 평균 연령 43.2세. 그 중 절반은 실업자로 전락한다.
한국 사회는 2012 대선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 탓이다. 그리고, 국정원의 든든한 조력자로 지목된 곳이 바로 군(국군사이버사령부)이었다. 군은 일부'정치군인'의 일탈이라 해명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전역 이후의 전망이 부재한 한국의 군대 조직에서 진급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인사권자의 사욕을 실현하기에 한국 군대만큼 안전한 구조는 없다. 그 구조는 군대로서도 사회로서도 반드시 벗어나야 할 굴레다.
그 굴레에 갇혀, 피 말리는 진급 경쟁의 복마전에 치이면서, 고생만 하다 한창 나이에 퇴출되는 대다수 선량한 직업 군인들….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 대한민국 직업군인 불안한 사회복귀
군사정권기 유신사무관 특채 등
신분상승·출세 보장 막강 위세
90년대 문민정부 이후 쇠락의 길
한반도 불안에 軍전성기 재연?
"극히 일부일뿐" 가시돋힌 항변
오지근무·가족희생 감내했지만
"명예·자부심은 옛이야기" 한숨만
유신사무관의 추억
"소령님은 군대가 좋으세요?"
"뭬 좋겠니, 발 들여 놨으니까 할 수 없이 하는 거지."
"군인의 꿈은 뭐죠? 장군이 목표인가요?"
"사람마다 다르겠지. 별을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을 게다. 하지만 그건 소수일 게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똑똑한 상관 하나 잘 골라 모시다가, 그 양반 사회에 나가 한 자리 하면 따라 나가는 거란다. 잘 보이기만 하면 그 밑에 한 자리 줄 거 아니냐."
1970년대가 배경인 이기윤의 장편소설 <군인의 딸>에 등장하는 병장과 소령의 대화다. 당시에는 정말 그랬다. 5ㆍ16 쿠데타가 일어난 1961년부터 문민정부가 들어선 93년까지 군대의 위상은 굳건했다. 국방은 국가 최우선 과업이었고, 국방부는 국가 예산의 30%안팎을 독식했다(2014년은 14.4%). 70년대 초반까지 군 장교는 한국 사회의 최고 엘리트 집단이었다. 미국 유학생이 6,000여명에 불과하던 50년대에만 무려 9,000여명의 장교가 미국의 각종 군사학교에서 유학했다. 무장력과 첨단 통신ㆍ수송 수단을 장악한 데다 기업보다 먼저 조직 관리와 경영학 개념을 도입한 것도 군이었다.
군사정권이라는 든든한 배경도 있었다. 장교 임관은 신분 상승과 출세의 가장 안전한 사다리였고, 실제로 예편 군인에게는 초법적 특혜가 주어졌다. 대표적 사례가 '유신 사무관'이다. 사관학교를 나와 대위까지 복무한 장교를 5급(당시 3급) 사무관으로 특채하는 이 제도는 77~87년 총 784명의 유신 사무관을 배출했고, 아직 50여명이 공직에 남아 있다. 당시 승진을 기다리던 주사(6급)들은 그 자리를 '군부정권의 전리품'이라 불렀다.
군의 위상과 영향력은 90년대 문민정부 이후 표나게 하락했다. 민주화와 남북관계 개선 등 영향이었다. 동시에 잠재했던 반감은 커졌다. 올해 초 발표된 김병조 국방대 교수 등의 논문 '군에 대한 인식격차 연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군을 별로 노력하지 않는 권력 집단으로 여기며, 군이 정치 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4년 전 제대한 한 예비역 해군 중령은 "80년대 위관 장교 시절엔 군복을 입는 게 자랑스러웠지만 영관 때부터는 자연스럽게 군복 차림으로 외출하는 법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되돌아온 군 전성시대?
지난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과 불안한 한반도 정세 등 영향으로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경호실,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권력 핵심부를 육사 출신들이 장악하면서 말들이 많았다. 은근히 호시절을 기대하는 세력도 있었고, 새로운 군 전성시대를 우려하는 세력도 있었다.
한 군 관계자는 군부가 특권집단도 아닐뿐더러 일부가 군 전체를 대표할 수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현 정부 첫 국방부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로비스트 활동 의혹으로 낙마한 예비역대장 김병관씨의 예를 들었다. "당시 후보자였던 황교안 현 법무부장관이 2011년 검찰에서 퇴임한 뒤 그 해 9월부터 17개월 동안 로펌 고문변호사로 받은 돈이 16억원인데, 군 최고위 계급 예편자인 김씨가 무기중개업체에서 받은 연봉은 7,000만원이었다. 그게 대한민국 군의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비상계획관' 확대도 군의 위세 강화가 아니라 전역 장교들의 취업난 경감책이라는 게 국방부 측 반박이다. 비상계획관은 전시 업무 수행이나 직장민방위대 및 예비군 업무의 협조ㆍ조정에 관한 일 등을 하는 자리로 예비역 군 간부가 주로 간다. 휴전선 접경 지역인 서울ㆍ경기ㆍ인천ㆍ강원에만 있었으나 2012년 8월 개정된 비상대비자원관리법 시행 이후 다른 광역시ㆍ도들로 확대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심증적 비판에 앞서 직업군인들의 현실과 전역자 재취업 실태를 먼저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군 가족까지 희생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아들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
78년 군부정권은 가수 김민기가 짓고 동료 가수 양희은이 부른 '늙은 군인의 노래'를 금지곡으로 지정한다. 퇴행적이고 패배주의적인 가사가 군인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노래 가사처럼 오지를 전전해야 하는 군인과 군인 가족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특별'하다. 자초한 일이든 아니든, 늙은 군인(가족)의 명예와 자부도 까마득한 옛 이야기다.
야전 부대 생활은 사실상 상시 근무 태세다. 전방 근무를 하다 후방 참모직으로 옮긴 이모(36) 소령의 말. "군의 존재 목적 중 가장 큰 게 대기다,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도발 상황 때 한 발이라도 먼저 나가기 위해 네 인생을, 네 시간을 국가에 바치는 대가로 봉급을 받는 거다. 부하들에게 또 저 자신에게 수없이 되뇌던 말입니다. 하지만, 견디기 힘들죠." 30년 간 군 복무를 마치고 7년 전 예편한 한 예비역 육군 중령은 "책임감 강한 어떤 장교는 5년 간 집에 못 갔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희생도 불가피하다. 육군의 경우 10가구 중 3가구는 인구 밀집 지역과 떨어진 외딴 곳에서 지내야 한다. 자녀 교육이나 의료, 주거 등이 모두 불편할 수밖에 없다. 또 수시로 옮겨 다녀야 한다. 국방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육군 중령 33.6%와 대령 61.8%가 10회 이상 거처를 옮겼고, 영관급 장교의 주택 보유율도 20%가 채 안 됐다. 부부 별거율이나 주말부부 비율도 일반 가정과 비교가 안 된다.
대령 56세·중령 53세·소령 45세
피라미드식 계급별 정년에 압박
두 차례 정년 연장 인사적체 심화도
"승전보다 승진이 중요" 자조까지
직업 교육기간도 복무연한별 차등
정작 필요한 사람은 혜택 못 받아
"전직 지원 체계화하고 배려 시급"
지나친 진급 경쟁 왜
직업 군인에게 진급은 생존의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승전보다 중요한 게 승진이라 자조하기도 한다. 일반 기업에도 승진 경쟁이 있고, '직급 정년제'도 있지만 군의 경쟁은 구조적으로 훨씬 치열할 수밖에 없다. 추저분한 아부, 크고 작은 비리의 네트워크, 효율보다는 상급자 심기가 우선시되는 전근대성…, 군의 진급지상주의 폐해는 그만큼 깊고 심각하다
한국군의 계급별 정년 연령은 엄격한 피라미드식, 한 마디로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이다. 대령이 56세, 중령이 53세, 소령은 45세…. 나이 많은 부하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전근대적 위계는 미국 영국 등 선진국 군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소령과 대령의 정년은 50대 중반으로 같거나 거의 차이가 없다. 중령과 소령의 급간 정년연령 편차때문에 장성 진급만큼 간절한 게 중령 진급이다. 진급 누락은 퇴출이다. 소령 전역 평균 연령은 약 43세. 그들 가운데 약 절반은 실업이라는 현실과 대면해야 한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육군의 진급 경쟁은 육사 38기 이후 더 치열해졌다. 78년 입교해 82년 임관한 육사 38기는 유신 사무관 특채 모집 요강을 보고 입교한 첫 기수다. 37기 정원보다 20% 이상 확대된 377명의 생도를 선발했는데, 그들 차례였던 88년 유신 사무관제도가 폐지되면서, 70~80명의 인사 적체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89년, 93년 두 차례 군 인사법 개정으로 대령 정년이 50세에서 56세, 중령 정년이 47세에서 53세로 연장되면서 군에 남는 선배들이 늘었다. 한 군 당국자는 "지나친 진급 경쟁과 인사 적체는 군 내 세력 간 상호 비방과 보신주의, 불필요한 조직 확대 등으로 이어져 전력 약화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갈 곳 없는 전역자
28년 간 복무하고 2010년 해군 중령으로 제대한 홍모(56)씨는 전역 후 현재까지 대리운전 기사와 병원ㆍ법무사 사무장, 식당 매니저 등을 전전하고 있다. 수입은 월 100만원 안팎이다. 월 320만원의 연금을 수령하고 있지만 아내와 대학생 두 아들까지 네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빠듯하다. 얼마 전 홍씨의 아내는 백화점 판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취업지원기관이 권하는 경비지도사나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딴다 해도 군 이력과는 무관한 일을 해야 하는 데다 경력을 쌓기에도 이미 늦은 나이죠. 국가 훈장과 미국 훈장까지 받았는데도 사회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네요. 군 업무에 매진하느라 사회에서 통할 만한 전문 자격증 하나 따두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 전역자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보험 영업이다. 2011년 육군 대위로 전역한 김모(33)씨도 현재 월세 40만원짜리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보험설계사로 일한다. 월 수입은 100만~200만원선. 그는"제대 직후부터 이 일을 해왔는데 벌써 세 번째 직장이다. 실적 저조가 이직 이유다. 이제 인맥도 거의 바닥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군 장교의 평균 전역 연령은 45.6세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퇴직 연령인 53세보다 7~8살 젊다. 자녀 교육과 결혼, 내집 마련 등 큰 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20년 이상 복무해야 받는 연금(소령 기준 170만원 안팎)으로는 생계 유지하기도 빠듯하다. 전역 군인 4명 중 1명은 연금 혜택도 없다.
군 전역 간부의 재취업률은 날로 하락세다. 군에서 5년 이상 복무한 뒤 2012년 제대한 장교 및 부사관 중 그 해 취업자는 34.9%로 전년에 비해 6.4%포인트 줄었다. 전체 제대 군인 6,191명 중 2,158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5년 간 전역한 군 간부의 누적 취업률도 52.6%였다. 제대한 지 5년이 지난 군 전역 간부 중에서도 10명 중 4명은 실업자 신세다. 오한두 국방부 전직지원정책과장은 "10년 이상 장기 복무한 전역 간부의 나이가 40대 전후임을 감안할 때 같은 연령대의 사회 경제활동 비율에 비해 취업률이 30~40% 낮은 수준이다. 군 간부 특기 중 대다수가 사회 직업과 맞지 않아 재취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업안정성 보장해야"
정부는 5년마다 중기 군인복지기본계획을 세운다. 군인이 임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전역 후 대책도 있다. 현재 직업 군인 전직 지원 업무는 이원화돼 있다. 제대 1년 전을 직업보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직기본교육과 전직컨설팅, 심화교육 등을 받게 한다. 제대 이후에는 국가보훈처 산하 제대군인지원센터를 통해 취ㆍ창업 워크숍과 교육 과정을 수강할 수 있고 구직 상담 및 취업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복무 기간이 길수록 직업보도반 교육 기간도 길어지는 식이어서 정작 준비가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덜 돌아간다. 국방부는 2009년부터 병력 부족 등을 이유로 복무 연한에 따라 교육 기간을 5~12개월로 차등 적용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장기 복무 후 제대하는 군인 중 가장 취약한 계층은 20년을 채우지 못해 연금도 못 받고 취업률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사와 대위"라며 "직업보도반 교육 기간을 예전처럼 10년 이상 장기 복무자 모두에게 1년씩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년 조정 방안을 제안했다. 정주성 한국국방연구원(KIDA) 책임연구위원은 "현행의 지나치게 차별화된 계급별 정년 연령에서 계급 간 차이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영진 KIDA 국방운영연구센터장은 "군인 정년 연장은 단기적으로는 군인 인건비 부담을 늘리겠지만 장기 복무 제대 군인의 연금 부담은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지원도 체계화해야 한다. 송인주 가족세대통합연구소 공동소장은 "제대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인턴십 제도를 시행하고 이를 군 복무 기간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역 예정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전직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군이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홍선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제대 군인의 전직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정책 지원과 제대 군인 개개인의 노력 및 의지, 제대 군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 등 공동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민과 군의 상호 교류를 늘리고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현역 군인의 지역 주민화, 군 시설의 개방, 인적ㆍ물적 교류의 생활화 등이 그 예"라고 했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경우 군인이 전역 후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군 복무 시작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직업 역량 개발을 돕는 한편 민간 기업 등과의 협력 체계도 잘 갖춰놓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군 가산점제 등 직접적 지원 외에도 경험ㆍ훈련 인증서를 개발해 군 경력이 사회에서 연장되도록 했고, 프랑스는 군 복무 중 사회 자격증 취득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도 군 훈련성과를 평가해 인증하는 비즈니스ㆍ커리어 검정제도를 시행 중이다.
[Cover Story] 푸른 옷에 실려간 청춘 뒤 잿빛 자욱한 '취업 전선'
(한국일보 2014.03.08 03:30:49)
■ 대한민국 직업군인 불안한 사회복귀
![관련사진](http://photo.hankooki.com/newsphoto/2014/03/07/hjh0820201403072114550.jpg)
신분상승·출세 보장 막강 위세
90년대 문민정부 이후 쇠락의 길
한반도 불안에 軍전성기 재연?
"극히 일부일뿐" 가시돋힌 항변
오지근무·가족희생 감내했지만
"명예·자부심은 옛이야기" 한숨만
지난 해 말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박근혜 사퇴' 등을 요구하며 분신한 고 이남종(당시 41세)씨는 2001년 육군 대위로 예편했다. 그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며 부업으로 택시 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했고, '편의점 매니저'에 퀵서비스 배달부로 일했다.
학사장교 출신인 이씨가 군 생활 6년 만에 전역을 결심하게 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 결정이 자의였는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불확실하다. 현행 군 인사시스템상 대위 100명 가운데 30명은 승진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탈락할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그의 사회 복귀 계획이 순탄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씨의 죽음은 얼마간의 정치적 파문을 일으켰지만 파문은 더 큰 파도와 함께 잦아들었다. 하지만 그의 불운이 남 일 같지 않은 이들 즉 절대다수의 대한민국 직업군인에게는, 그가 목숨을 걸고 던진 요구 이면의 물음을 던졌다. 그것은 정치적 요구 이전의 존재론적 질문, 본인과 가족의 생계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Cover Story] "전역 결심한 순간 전직 준비 시작해야죠" (한국일보 2014.03.08 03:31:01)■ 취업 컨설턴트 변신한 예비역 중령 복장규씨"전역을 결심한 순간부터 곧바로 전직(轉職) 준비 및 구직 활동에 들어가야 합니다."
지난달 28일 서울 방배로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만난 취업상담컨설턴트 복장규(58)씨의 어조는 단호했다. 자신의 '쓰디쓴 경험담'이 이어졌다. 복씨는 2007년 10월 전역한 예비역 육군 중령. 3군사관학교를 마치고 1977년 9월 임관한 뒤 30년 간 국내 전ㆍ후방 각지에서 군 생활을 했다. 이사 횟수만 무려 26차례.고교 시절, 교련(학생 군사 훈련) 시간에 반짝이는 소위 계급장과 일사불란한 제식 훈련이 멋있어 보여 들어선 군문이라고 했다. "이왕 갈 군대, 장교로 가자 싶었죠. 군사정권 시절이어서 장교의 위상도 높았고, 가난한 청년에게 그만한 신분 상승 사다리도 없었어요. 거기까진 후회 없습니다. 3사에서 전문대 졸업장도 받았으니까요."
"누구보다 열심히 생활했다고 자부합니다. 열악한 격오지 야전 부대의 근무 여건과 24시간 상시 대기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긴장되고 피곤한 상황을 투철한 국가관과 사명감, 책임감으로 견뎌냈어요. 야전 생활 하다 보면 집안 행사에 갈 여유가 없습니다. 집에서도 군인은 없는 사람 취급하기 일쑤죠. 항상 제대하고 싶었지만 남들이 못하고 힘들어하는 '국가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인내해 온 겁니다.복씨는 전역 직전까지 밤낮 없이 긴장해야 하는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 인근 최전방 일반 전초(GOP) 연대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정년을 맞았고 전혀 직업을 바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사회로 복귀해야 했다. 그는 "돌이켜 생각하면 어리석었던 시절이라고 이따금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오로지 국가와 민족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한다는 참군인의 자세를 가다듬었던 때였죠. 하지만 아무 준비 없이 사회에 나와 보니 반기는 사람도 없고 저무는 해와 같다는 생각만 들어 서글프더군요. 중요한 시기에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한 셈이죠."
적성에 맞고 지휘관 경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지금 직업을 찾기까지 그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다시 2년을 허송했다. 공인중개사와 비상계획관, 주택관리사에 도전했고 중소기업에 취업, 베트남과 중국에서 골프장 관리도 해봤다. 다단계 회사에 기웃거린 일도 있다고 했다. "멘토(조언자)만 일찍 만났다면 겪지 않았을 시행착오였다"고 그는 아쉬워했다.
"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어디서 어떤 전직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그래야 멘토도 만날 수 있죠. 현장 지휘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3년 전부터는 전역 예정자가 조금씩 전직을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고요. '취업 절벽'인 육군 전투 병과 출신도 2~3년만 준비하면 전역 직후 취업이 가능합니다."
그는 "100세 시대에 살 날이 50년 남았다면 철저한 준비는 당연한 것 아니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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