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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남녀 科동기, ROTC 역사 새로 쓰다 (조선일보 2014.03.03 03:02)

남녀 科동기, ROTC 역사 새로 쓰다

동국대학교 윤영환·김세나씨
52년 ROTC 역사상 처음으로 임관 성적 나란히 1·2등

오는 6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리는 학군단(ROTC) 52기 임관식에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출신인 윤영환(23)·김세나(여·24)씨가 나란히 전체 수석과 차석을 차지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 표창을 각각 받는다. 115개 대학 학군단 출신들이 참여하는 임관식에서 한 학교, 그것도 같은 과 출신이 임관 성적 1, 2등을 차지한 것은 ROTC 52년 역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동국대 학군단 출신이 임관식에서 표창을 받은 것도 40여년 전인 ROTC 6기 임관식 때 한 번 있었을 뿐이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동국대 학군단(ROTC) 임관 축하식에 참석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윤영환(23·왼쪽), 김세나(24·오른쪽)씨가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윤씨와 김씨는 오는 6일 115개 학군단 출신이 모두 참석하는 ROTC 52기 임관식에서 나란히 전체 수석과 차석을 차지해 각각 대통령 표창·국무총리 표창을 받게 된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동국대 학군단(ROTC) 임관 축하식에 참석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윤영환(23·왼쪽), 김세나(24·오른쪽)씨가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윤씨와 김씨는 오는 6일 115개 학군단 출신이 모두 참석하는 ROTC 52기 임관식에서 나란히 전체 수석과 차석을 차지해 각각 대통령 표창·국무총리 표창을 받게 된다. /동국대 제공
지난 28일 서울 중구 동국대 만해광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지난 2004년 3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수류탄 사고를 온몸으로 막아 훈련병을 구하고 순직한 고(故) 김범수 대위의 흉상(胸像) 옆에 서 있었다. "어떻게 한 학교 같은 과에서 임관 1, 2위가 나왔느냐"고 묻자 "서로 자극이 된 건 사실"이라며 웃었다.

학과 공부에서도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학군단에 들어가서도 학업과 체력 등 모든 부문에서 양보 없는 선의의 경쟁을 벌였다. 먼저 두각을 나타낸 건 여성인 김씨였다. 2012년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ROTC 여름 훈련 평가에서 남자 후보생들을 모두 제치고 1등 메달을 따왔다. 이듬해엔 윤씨가 훈련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하며 반격했다. 학업 성적도 윤씨와 김씨가 각각 평점 4.28, 4.19점(4.5 만점)을 받아 학과 졸업 석차 3, 4등을 나란히 차지했다.

ROTC 임관 성적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훈련 평가는 체력 평가, 사격, 교관화 평가 등으로 이뤄진다. 체력이 떨어지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 여성인 김씨가 불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두 사람은 모두 체력 평가에서 전 과목 특급을 받았다. 경찰행정학과에서 함께 유도를 하며 체력을 다진 김씨는 유도 2단·태권도 1단으로, 유도 2단에 태권도 3단인 윤씨에게 그리 뒤지지 않았다. 윤씨가 3㎞ 달리기에서 10분 30초를 기록하며 대대(大隊) 1등을 하면, 김씨는 여자 후보생 팔굽혀펴기 특급 기준(35개)을 훌쩍 넘기는 60개를 기록하며 응수하기도 했다. 윤씨는 "유도 대련 때 세나에게 기습 엎어치기를 당하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며 "고된 수련에도 쓰러지지 않고 여자 후보생 기준을 몇 배씩 넘겨버리는 세나의 '악바리' 근성에 큰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희귀병인 횡문근 융해증(허벅지의 세로 근육이 녹는 병)에 걸려 해군사관학교 입학 후 중도 포기했던 아픈 경험이 있지만 다시 ROTC에 도전했다. 김씨는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이 되겠다는 꿈을 위해 이 악물고 노력한 끝에 재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대학 생활 내내 희생과 봉사 정신이 남달랐다. 해외 봉사·시각장애인 활동 보조 등 봉사 활동 경력이 500시간에 가까운 '봉사 활동 마니아'로 소문이 났다.

이정각(52) 동국대 학군단장은 "성(性)이 다름에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은 이들이 자랑스럽다"며 "어느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