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경계선 130년 분쟁 마침표…페루-칠레, 공존 택했다
국제사법재판소 판결 수용에 합의
칠레 태평양해역 55% 페루에 넘겨
‘칠레 완패라기보다 윈윈’ 평가
협력강화로 교역증가 가속화할듯
페루와 칠레가 130여년간 지속된 해상경계선 다툼을 끝내고 미래로 나아가기로 합의했다. 지난 1월 국제사법재판소(ICJ) 판결에 따른 조정이다. 표면적으로는 칠레가 관할해온 분쟁수역의 상당 부분을 페루에 넘겨주게 된 ‘페루의 완승’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페루의 기대에는 못 미치고 칠레의 우려보다는 나은 대체로 공평한 배분’이라고 평가한다.
페루 국영 통신 <안디나>는 4일 페루와 칠레 정부가 지난 1일 실무협의를 벌여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태평양 해상경계선을 조정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 1월27일 칠레의 주권을 80해리(148㎞)까지로 제한했고, 그 경계선 바깥은 페루의 주권 범위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칠레는 1950년대 초반부터 관할해온 태평양 해역 3만8000㎢ 가운데 2만1000㎢를 페루에 넘겨주게 됐다. 분쟁수역 바깥 삼각지대 2만8000㎢도 페루의 영해로 인정됐다. 그런데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페루가 1800년대 후반 태평양 전쟁의 패배를 상징적으로 만회하고 칠레는 골치아픈 영해 논쟁에서 벗어나 “두 나라가 과거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고 양국 모두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코노미스트> 분석을 보면, 해상경계선 조정 이후에도 연간 1억달러어치가 넘으리라 추산되는 분쟁수역의 어족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어리와 고등어는 칠레 수역에 남는다. 칠레 정부는 이번 조정으로 피해를 볼 어부들한테 어획량 손실분을 보상해 주어야 하는데, 이 부담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페루는 황새치와 참치, 대왕오징어 어획량이 일부 늘어나리라 추산된다.
아울러 과거 앙금을 털어내고 가속도가 붙게 될 ‘협력 강화’는 양국 모두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페루와 칠레는 교역 규모가 연간 30억달러씩 증가하는 추세다. 소매업과 항공사 등 칠레 기업들은 페루에 130억달러 넘게 투자했다. 칠레 증시에서 페루의 투자 금액은 10억달러에 이른다. 칠레에는 페루에서 온 15만80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페루 식당 200여곳이 성업 중이다. 페루의 풍부한 천연가스는 칠레엔 없어서는 안 될 수입 자원이다. 양국 관계가 안정되면 이런 상호 투자와 교역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페루와 칠레의 해상경계선 다툼의 역사는 1879~1883년 남미의 태평양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페루와 볼리비아 연합군은 아타카마 사막의 광물 영유권을 차지하려고 칠레를 상대로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나 대패했다. 이때 칠레는 태평양 해역 관할권을 3만8000㎢로 넓혔다. 볼리비아는 12만㎢의 영토와 400㎞의 태평양 연안을 잃고 내륙국 신세가 됐다. 이후 페루와 칠레는 여러 차례 해상경계선과 관련된 협의와 조약을 체결해왔다.
그 과정에서 칠레는 1952년 ‘산티아고 선언’ 등을 근거로 이미 해상경계선이 정해졌다고 주장해왔다. 산티아고 선언은 페루와 칠레, 에콰도르가 남태평양 해양자원 개발 및 보존에 관해 협의하며, 연안에서 200해리까지 주권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페루는 칠레와 맺은 조약과 협정 등은 모두 어업권을 다룬 것이라 국경선은 국제법에 따라서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페루는 2008년 국제사법재판소에 칠레를 제소했고, 6년 만인 지난 1월 판결이 나왔다. 판결에 앞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과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은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칠레 내부에서 비판이 일긴 했으나, 칠레 상원은 같은 달 이 판결을 찬성 25표, 기권 1표로 승인했다. 오는 11일 취임하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 “고통스런 손실”이라면서도 수용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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