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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1] 木造문화재 숙명인 균열… '과학'으로 풀자 (조선일보 2013.12.17 09:48)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1] 木造문화재 숙명인 균열… '과학'으로 풀자

700년 된 부석사 무량수전 도최근 복원한 광화문에도 균열
전문가들 "나무의 갈라짐은 숙명"
日, 콘크리트도 쓰며 3단 내진설계, 독일은 철근·地熱설비까지 동원
"우리도 옛날 건축기술 연연 말아야"

 

경복궁 근정전·사정전(3㎝), 월정사 극락전(3.7㎝), 부석사 무량수전(3.5㎝), 숭례문(1.6㎝)….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목조 건축물의 기둥은 모두 갈라져 있었다. 수백 년 전에 지은 것이든 최근 복구한 것이든 모두 마찬가지였다.

국보 223호 경복궁 근정전 건물에서 바깥으로 드러난 소나무 기둥은 모두 20개. 본지 특별취재팀 확인 결과, 4개 기둥에선 균열 폭이 3㎝에 달했고, 일부는 갈라진 곳에 나무를 덧대 보수한 흔적도 뚜렷했다. 기둥 15개에서 폭 1㎝ 이상의 균열이 확인됐다. 균열은 대개 2m 이상 뻗어 있었다. 근정전 뒤편의 사정전 균열은 손바닥이 쑥 들어가는 정도였다. 이 모두가 1867년(고종 4년) 경복궁 중건 당시 건립된 건축물이다.

경복궁 사정전 기둥에 3㎝ 틈(사진 왼쪽),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도(사진 가운데) 월정사 적광전 기둥도 갈라져(사진 오른쪽)… 수백 년 전의 건축물도, 최근에 지어진 건축물도 나무 기둥이 갈라지긴 마찬가지였다. 1867년에 지어진 서울 경복궁 사정전 기둥에 폭 3㎝의 넓은 틈이 나 있다(왼쪽). 고려시대의 건축물인 경북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가운데·2.5~3.5㎝)과 1964년 복원한 강원 평창 월정사 기둥(3.5~3.7㎝)에도 틈이 벌어져 있다. 이 건물들은 지금까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 /이진한·남강호 기자

 

지난 9일 찾은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18호)도 마찬가지였다. 14세기 건립된 무량수전의 바깥 기둥(느티나무)에선 1~2.5㎝ 정도의 균열이 보였다. 관람객들이 갈라진 틈에 손가락을 넣고 기념 촬영을 할 정도. 추녀를 떠받치는 기둥 '활주(活柱)'의 틈은 2.5~3.5㎝였다. 하지만 700년을 버틴 이 건축물은 지금까지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

2010년 복원한 광화문 문루(門樓)의 2층 창방(昌枋·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가로형 목재)도 가로나 사선(斜線)으로 길게 갈라진 곳이 보였다. 1964년 복원한 오대산 월정사 적광전 바깥 기둥에는 폭 3.5~3.7㎝ 정도 눈에 띄는 균열이 두 곳 드러나 있다.

옛 건물이라면 균열이 당연한 게 아닐까? 목구조학 전문가인 이전제 서울대 교수는 "균열은 나무를 자른 뒤 1~5년 안에 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이들은 건축 초기에 생긴 균열"이라고 밝혔다. 목재조직 전문가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통나무를 그대로 고건축에 사용한 나라는 한국·일본을 제외하면 드물다"며 "14세기 숭례문 첫 건립 당시의 전통 건축 기술에만 연연하면 균열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8세기에 건립된 목조 건축물인 나라(奈良)시 헤이조쿄(平城宮)의 다이고쿠덴(大極殿)을 지난 2010년 복원하면서 현대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4m 높이의 기단에는 콘크리트와 함께 고무형 면진 장치 등 3단 내진 설계를 도입해 진도 7의 강진에 버텨낼 수 있게 했다. 독일도 2차대전 때 파괴된 베를린궁을 복원하면서 지열(地熱) 설비 등의 첨단 과학기술을 총동원하고, 내부엔 철근 콘크리트 같은 현대식 자재도 쓸 계획이다.

"문화재 복원에 '신토불이'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 국산 소나무보다 재질이 뛰어난 북미산 소나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전문가들 제안도 나온다. 기둥이나 대들보에 쓰이는 큰 나무는 국내 재고가 바닥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대체한다면 큰 나무(특대재)는 3.7년이면 재고가 소진된다"고 밝혔다.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1] '국보 1호'라며 전통 방식만 고집… 인공乾燥(건조) 등 현대기술 적용 안해

 (조선일보  2013.12.17 09:51)

[숭례문 기둥은 왜 몇달 만에 갈라졌을까]

나무 표면 건조만 체크, 내부 수분 함량 감안 안해
건조 기간도 1~2년 그쳐… 5~10년은 말려서 썼어야
日은 나무 나이테 지름 年 2㎜씩 자란 것 써 단단, 우린 年 1㎝씩 자란 것 써

 

지난 5월 복구한 숭례문의 소나무 기둥 한 곳에 폭 1.6㎝의 갈라짐 현상이 나타나면서 '총체적 부실 공사' 논란이 일었다. 목조 건축물은 다 갈라지지만, 1년 내 균열은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숭례문 기둥은 왜 몇 달 만에 갈라졌을까.

함수율, 표면만 체크했다

현재 문화재청의 문화재 수리 표준 시방서는 '함수율(나무 내 수분 비율)은 24% 이하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갈라진 숭례문 기둥은 이 기준을 통과했다. 그러나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목재 조직)는 "나무 표면만 함수율을 체크해서 그렇다. 표면 함수율이 20%라도 안쪽이 40~50%라면 내부 수분이 바깥으로 나오며 갈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숭례문에는 1~2년 건조된 나무를 썼는데, 5~10년간 그늘에 말려 썼더라면 갈라짐이 덜했을 것이란 진단이다.

균열은 5년 안에 일어난다

"수백년 전 지은 건축물 균열과 최근 지은 숭례문의 균열을 같은 수준에서 볼 수 있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전제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목구조학)는 "통나무를 말리면 함수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갈라져 빠르면 1년 내, 늦어도 4~5년 내 대부분 균열이 생긴다"고 말했다. 강호양 충남대 환경소재공학과 교수(목재 건조)는 "한국에선 유독 통나무 그대로 건축에 자주 사용해 왔다"며 "이 방식으로는 초기 균열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완공된 숭례문은 반년이 지나지 않아 목재가 갈라지고 단청이 떨어져 논란이 됐다. 사진은 숭례문 종합점검단이 목재, 단청 등 숭례문 내부를 점검하는 모습. /윤동진 객원기자

 

나무 자체의 질(質)은 의문

숭례문에 쓰인 나무는 '크기'와 상태만 육안으로 감별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벌채한 이 나무는 1년에 나이테 지름 1㎝씩 자란 100년생 안팎. 일본의 경우 이세(伊勢) 신궁을 새로 짓기 위한 편백나무 비축림에선 1년에 2㎜씩 촘촘히 자란 나무를 300년에 걸쳐 육성한다.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조림학)는 "빨리 자란 나무는 무르기 마련"이라며 "숭례문 목재를 고를 때 굵기와 길이의 외형적 기준만 있었지 치밀도를 가늠할 과학적 기준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21세기에 14세기 방식으로

이전제 교수는 "'전통 원칙' 때문에 옛날 방식만 고집했다"며 "온도와 습도를 맞춰 인공적으로 건조했으면 덜 갈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 건조는 ▲고온 건조실에서 더운 바람으로 말리는 열기건조 ▲진공 상태에서 열을 가하는 진공건조 ▲고주파열을 이용하는 전기건조법 등이 있다. 그러나 강호양 교수는 "얇은 판재나 작은 부재는 가능하지만, 기둥이나 보 같은 큰 나무를 넣을 수 있는 기계는 우리나라에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목재 전문가는 "균열이 그렇게 문제이고, 문화재 복원에 힘을 싣는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기계부터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목조 문화재에 전문가 참여 없다

강호양 교수는 "석재나 철재와 달리 목재는 항상 변하거나 손상될 위험이 있는데, 문화재청에선 장인과 고건축 전문가로만 자문회의를 구성한다. 목재 선별 과정부터 목재 전문가를 포함했어야 한다"고 했다.

건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기둥의 균열은 건축물 붕괴로 이어지는 것일까? 이전제 교수는 "소나무가 1~2㎝ 갈라져도 갈라진 그 틈이 나이테의 중심부인 수(髓·pith)를 통과하기 어렵다"며 "밖에선 안쪽 깊이 갈라진 것처럼 보여도, 안쪽으로 더 이상 균열이 진행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고건축)는 "기둥 균열은 미관상의 문제이며, 숭례문 기둥은 적절한 때에 틈을 메우는 보수공사를 하면 된다. 이전 건축물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숭례문 종합점검단은 "균열이 구조적 결함과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연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1] 우리 木造 문화재는 모두 소나무?… 고려시대엔 느티나무가 55%

 (조선일보  2013.12.17 02:59)

조선시대에 많이 쓰인 이유는 가장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
현재 굵은 소나무 고갈된 상태, 느티나무와 혼용 검토해야

 

소나무는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목재일까.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조선시대 궁궐에 소나무를 많이 쓴 건 가장 '좋은' 나무여서가 아니라 당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목조 건축물에 사용된 목재는 시대에 따라 변했다. 이광희·박원규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선사시대 건축물에는 참나무가 94%, 소나무는 4%였다. 삼국시대에는 참나무(54%), 굴피나무(21%), 밤나무(13%), 소나무(6%) 순. 고려시대 집터·주거지에서는 소나무가 72%, 느티나무는 22%였다. 소나무 비중은 조선 전기 73%, 조선 후기 89%까지 올라갔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국보·보물 건축문화재 79종에 사용된 기둥 부재 1009점을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에는 느티나무가 55%, 소나무가 40% 쓰였고, 조선 전기에는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각각 40%대씩, 조선 후기에는 느티나무 21%, 소나무 72%로 비율이 역전됐다.

전영우 교수는 "참나무나 느티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하면서 이 수종이 고갈되고, 척박한 땅에서도 살아남은 소나무를 많이 쓰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기후 환경 변화에 따라 굵은 소나무는 고갈된 상태. 정영훈 문화재청 궁능문화재과장은 "국보나 궁궐에는 소나무를 주로 쓰고, 일반 사찰에는 소나무와 느티나무를 혼용해 쓰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1] 국산·외국산 나무 분석해보니… 북미産 소나무가 국산보다 재질 좋아

 (조선일보 2013.12.17 09:50)

압축강도·휨강도 더 높아… 국산은 옹이 때문에 균열 커

 


	수종별 재질 강도 비교.

국산 소나무는 정말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목조건축용 소재일까. '우리 것이 최고'라는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민족주의적 환상'은 아닐까.

강호양 충남대 교수는 "국산 소나무는 옹이 때문에 뒤틀림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 균열이 생기는데 미송(美松)은 옹이가 적어 갈라짐이 덜하다"고 했다. 숭례문 종합점검단원인 서울대 산림과학부 이전제 교수도 "미송은 국산 소나무처럼 심하게 갈라지진 않는다"고 했다.

더글러스 퍼, 즉 미송은 소나무보다 강도가 뛰어나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산 소나무와 미송의 종(縱)압축강도(위에서 누르는 힘을 견디는 강도)는 각각 430㎏f/㎠과 510㎏f/㎠. 기둥으로 썼을 때 건물 무게를 견디는 힘이 더글러스 퍼가 국산 소나무보다 강하다는 얘기다.

휘거나 구부러지게 하는 외부 압력에 견디는 힘(휨강도) 역시 국산 소나무 747㎏f/㎠에 비해 미송이 897㎏f/㎠로 높다. 굵고 긴 나무를 옆으로 뉘어서 쓰는 창방, 보 등의 부재에도 소나무보다 미송이 더 우수하다는 뜻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는 "북미산 더글러스 퍼는 유기질이 많은 산성 토양, 볕이 잘 들고 습하지 않은 기후 조건 등 생육 조건이 한국보다 좋다"며 "국산 소나무와 재질이 비슷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미송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산 소나무의 강점도 있다. 강호양 교수는 "국산 소나무는 미송보다 송진을 50%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기둥으로 쓰일 경우 송진이 부패를 막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반면 박상진 교수는 "목재의 수명을 늘릴 만큼 송진의 양이 많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건축에도 '신토불이'가 있다면 우리 건축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우리 나무이고, '옹이'가 자연스러운 미감을 더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산·외국산 나무 분석해보니… 북미産 소나무가 국산보다 재질 좋아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1] 목재 과학자들이 말하는 문화재 복원

 (조선일보 2013.12.17 03:00)

 


	이전제 서울대 교수.

이전제 서울대 교수(목구조학)

"숭례문 기둥이 덜 말랐기 때문에 갈라진 것은 맞는다. '전통 복구' 원칙으로 인공 건조 등 과학적 대안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목재조직)

"북미산 더글러스 퍼(미송)가 국산 소나무보다 품질이 좋은 게 사실이다. '국산이 최고'라는 전통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강호양 충남대 교수.
 강호양 충남대 교수(목재건조)

"목조문화재의 관리와 복원에 '나무 전문가'가 배제돼 있다. 복원 원칙을 정하고 목재를 고를 때부터 목재 전문가를 포함시켜야 한다."








	전영우 국민대 교수.
 전영우 국민대 교수(조림학)

"나무가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재용 목재 생산림(면적 918ha)으로는 부족하고 최소한 2000ha 이상으로 확대돼야 한다."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2] 해본 사람도, 쓸 재료도 없었는데… 전통 단청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조선일보  2013.12.18 03:04)

숭례문 단청 부실 복원 왜

 

현재 숭례문에서 '부실'이 확실히 드러난 곳은 20여곳 이상 박락(剝落·칠한 곳이 떨어져 나감) 현상이 생긴 단청이다. 숭례문 단청은 한마디로 '죽은 전통의 부활'을 시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예다.

전통 단청 안료에 아교를 섞어 쓰는 방식은 1970년대 이후 명맥이 완전히 끊겼고, 마지막 기능 보유자인 만봉 스님도 2006년 별세했다. 숭례문 단청 작업을 맡은 홍창원 단청장은 전통 안료를 써 본 경험이 없었다. 작업 방식이 까다롭고 자동차 배기가스가 심한 요즘 환경에 맞지 않아, 화학 안료에 접착제인 아크릴 에멀전을 섞어 쓰는 현대 방식만 써봤다.

홍 단청장은 "현대 방식으로 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지만, 문화재청은 '전통 방식'을 밀어붙였다. 2011년까지도 전통 천연 안료 개발에 매달렸으나, 결국 실패했다. '일본산 안료를 수입해 쓴다'는 결론을 내린 건 지난해 초였다.

일본산 수간분채(水干粉彩)는 천연 호분(胡粉·조갯가루)에 염료를 염색한 것으로 100% 천연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전통 안료와 가장 가깝다'는 이유로 채택됐다. 아교 역시 국산 채색용 아교가 없어 일본산을 썼다. 접착제로 아크릴 에멀전을 썼다면 필요가 없을 '코팅제'도 마련했다. 문화재 자문단은 "옛 기록에 있고 소형 전통 목가구에 썼다"며 유동나무 기름인 동유(桐油)사용을 결정했다. 자문단이 결정하면 장인은 방식을 바꿀 수 없다.

'일본산 수간분채+일본산 아교+동유'의 '3종 세트'는 누구도 검증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전통에 따르면"이 유일한 근거였다. 홍 단청장은 본지 취재팀에 "안료와 아교가 불량품은 아니지만 강도를 검증하지 못했고, 다른 건물에 실험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현재 숭례문 단청 박락의 원인으로 ▲충분히 마르지 않은 나무 위에 채색한 것(임영주 경일대 교수) ▲안료와 아교 배합(박미례 서경대 교수) ▲접착제 자체(최명윤 명지대 교수) ▲동유 등을 들고 있다. 숭례문 종합점검단은 아직 박락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문화재 복원 전문가인 안병찬 고려대 연구교수는 "전통 안료를 지금 실제로 건축에 사용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내광성이 떨어져 햇빛에 약하고 ▲붉은색 안료인 주사에는 황화수은(HgS) ▲주황색에 가까운 장단에는 납(Pb)이 함유돼 있어 인체에 위험하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단청의 경우 전통을 복원하려면 처음부터 연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전통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그걸 고집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자문위원단]

고건축 -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
문화재 복원 - 안병찬 고려대 연구교수
전통문양 - 임영주 경일대 교수
고미술 - 박미례 서경대 교수
문화재위원 - 흥선 직지사 주지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2] 해외의 복원 사례

 (조선일보 2013.12.18 03:04)

日, 8세기宮 복원 때 첨단 耐震설계 도입
英, 불탄 윈저城 복구… 현대 기술·재료 이용

 

8세기 일본 나라(奈良) 시대 왕궁을 재현한 헤이조쿄(平城宮)와 1992년 화재로 주요 시설이 불탄 영국 윈저성은 복원 과정에서 현대 과학기술이 접목된 대표적 사례다.

왕의 즉위식이 열리던 헤이조쿄는 740년 수도를 교토부(府) 구니경(恭仁京)으로 옮기면서 건물은 없어지고 터만 남아 있었다. 지난 2010년 왕궁의 중심 건물인 다이고쿠덴(大極殿)이 천도 1300돌을 맞아 복원됐다. 폭 44m, 높이 27m의 이 대형 목조건물을 복원하면서 '내진(耐震) 설계'를 보탰다. 4m 높이의 기단에는 콘크리트와 함께 3단 내진 설계를 도입해 진도 7의 강진에도 버텨낼 수 있도록 했다. 건물 하부엔 고무 베어링 6곳, 선형 슬라이드 50개, 점성 댐퍼 4곳이 설치됐다. 복원 당시 "전통 구조물에 현대식 설계가 말이 되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본연의 정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오랜 기간 보존해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1992년 11월 12시간이나 화마에 휩싸였던 런던 윈저성의 복원에도 '기술'이 곳곳에 개입했다. 11세기에 지은 건물을 복원하면서도 그 방식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윈저성 재건위원회를 이끌던 에든버러 공은 "윈저성의 옛 모습을 되살리되 현대 기술과 재료를 도입한다"고 결정했다. 영국은 복구 초기 습기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쓸 만한 자재를 남기고, 돌 표면에 보호막 코팅, X선 촬영 기법을 통한 건물 진단, 자동 소화 시설 등 다양한 기술로 이 궁을 1997년 복원해냈다.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2] 전통만 집착한 숭례문… 베를린城은 21세기 방식으로 복원

 (조선일보 2013.12.18 04:36)

[전통과 현대 조화 이룬 獨 베를린성 재건]

-복원방식 10여년간 논의
현대기술·匠人실력 결합해야 최상의 복원 가능하다고 결정… 첨단 과학기술 총동원해 작업

-과거 계승하며 현대 맞게 재해석
내부는 견고한 요즘 資材 사용
이탈리아 건축가 파격 설계… 없던 통로 만들어 시민 쉼터로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수백년 전 지어진 건물을 복원한다는 이유로 그 당시 기술에만 집착하는 것은 멍청한(silly) 생각 아닌가요?"

독일 베를린성(Berliner Schloss) 복원 작업을 총괄하는 훔볼트포럼(Humboldtforum)의 대변인 베른하르트 볼터(Wolter)씨의 말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6억유로(한화 약 8693억원)를 투입해 국가 사업으로 베를린성을 복원하고 있다. 1505년 공사를 시작, 1901년 완공된 베를린성은 프로이센 왕가와 독일 황제가 기거해 500년 가까이 베를린의 상징물이 된 건물이다. 2차 대전 폭격으로 상당 부분이 파괴됐던 베를린성은 전쟁이 끝난 후 자취를 감췄다. 동독 정부는 봉건시대의 잔재를 없앤다며 이 성을 폭파하고, 그 자리에 인민궁전을 지었다.


	대형 건물 공사 현장을 연상시키는 베를린성 복원 현장의 모습(위 사진). 현장에 설치된 3대의 웹캠으로 누구든 실시간으로 복원 현장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완성된 베를린성 조감도.
대형 건물 공사 현장을 연상시키는 베를린성 복원 현장의 모습(위 사진). 현장에 설치된 3대의 웹캠으로 누구든 실시간으로 복원 현장을 볼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완성된 베를린성 조감도. /훔볼트포럼 제공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베를린성은 동·서독이 통일을 한 뒤 복원이 결정됐다. 볼터 대변인은 "인민궁전도 독일의 역사이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수많은 공청회 끝에 석면이 다량 검출된 인민궁전을 허물고 베를린성을 복원하자는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찾은 베를린성 복원 현장은 대형 건물 공사 현장을 방불케 했다. 타워크레인과 굴착기가 작업을 하고 있었고, 곳곳에서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거푸집이 눈에 띄었다. 볼터 대변인은 "공청회 과정에서 과거 기술과 자재를 그대로 사용해 베를린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10여년에 걸친 논의 끝에 21세기에 맞는 방식으로 복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500여년 전 짓기 시작한 베를린성을 복원하는 데는 현대 과학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환경을 중요시하는 요즘 흐름에 맞춰 베를린성 지하에는 지열(地熱) 활용 설비(ground heating system)가 설치된다. 건물 외관에 있었던 조각상 등의 조형물을 복원할 때는 3D 카메라와 3D 스캐너가 이용된다. 볼터 대변인은 "현대 과학기술과 장인의 실력이 만날 때 최상의 복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재도 마찬가지다. 베를린성 외관을 덮을 사암(沙岩)만이 원형에 사용된 것과 같은 자재다. 볼터 대변인은 "고증을 거쳐 건물 외관은 베를린성 건축 당시에 쓰였던 사암을 폴란드에서 수입해서 쓰기로 했다"며 "외관을 제외한 내장물은 지금 기후에 적합하고, 좀 더 견고한 현대 자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터 파기 후 골조 작업을 하고 있는 복원 현장에 철근콘크리트가 눈에 띄었던 이유다.

복원될 베를린성에는 원형에는 없던 중앙 통로가 생긴다. 공모전에 이런 파격적인 설계안을 낸 건 독일인이 아닌 이탈리아 건축가다. 볼터 대변인은 "과거를 계승하되 현대에 알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진정한 복원"이라며 "수도의 한가운데 복원되는 베를린성이 시민과 관광객의 쉼터가 되어야 한다는 이탈리아 건축가 생각에 심사위원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볼터 대변인은 또 "성 내부는 지금은 도서관으로 쓸 생각이지만, 이후 세대에서 내부 복원을 추진할 수도 있다. 그때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지 않도록 가변적 구조를 택했다"고 했다. 후대의 판단까지 고려에 넣은 것이다.

2019년 복원이 완료될 때까지 시민들은 복원 현장에 설치된 3대의 고화질 카메라로 24시간 현장 중계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일꾼이 담배 피우는 것까지 보인다"는 것이다. 볼터 대변인은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게 복원이라면 과거 사진을 보면 그만"이라며 "과거를 계승하는 동시에 먼 미래까지 고려해 현대식 자재와 기술을 사용하고, 그 모습을 시민들이 모두 지켜보며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 복원, 전통을 넘어 과학으로] [2] 전문가들이 말하는 문화재 복원

 (조선일보 2013.12.18 03:04)

 


	베른하르트 볼터 독일 훔볼트포럼 대변인.

베른하르트 볼터 독일 훔볼트포럼 대변인(베를린성 복원 총괄)

"과거를 그대로 재현하는 게 복원이라면 과거 사진을 보면 그만이다. 우리는 복원 현장을 24시간 중계해 일꾼이 담배 피우는 것까지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고건축·숭례문 종합점검단장)

"전통 방식의 단청은 40년 동안 단절돼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작업이다. 숭례문은 어떻게든 그 방식에 가깝게 단청 작업을 하려다 보니 박락 현상이 생긴 것이다."







	안병찬 고려대 연구교수.
안병찬 고려대 연구교수(문화재 복원)

"숭례문 단청 박락의 근본적인 문제는 전통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고집했다는 데 있다. 전통 안료를 지금 건축에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