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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經-財 북리뷰] 진시황 강의 (조선일보 2013.10.13 09:12)

[經-財 북리뷰] 진시황 강의

 

왕리췬 지음 | 홍순도·홍광훈 옮김 | 김영사 | 748쪽 | 2만2000원

진시황 강의
진시황 강의

 

“춘추의 제후들이 패주를 다투니 봉화가 난비하구나. 전국의 제후들이 제위를 다투니 백성들의 삶이 서러워지는구나.
일거에 육국을 쓸어버리고 통일을 이룩하니, 진시황의 성세가 바람과 우레를 벗하는 구나.
휘황찬란한 공적과 업적은 공전절후라, 사방에서 울리는 찬탄의 소리가 영주를 교만하게 만들어라….”

천고일제(千古日帝). 천년에 한번 나올만한 황제로 불리는 진시황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열세살에 왕위에 올라 대 제국 진나라를 건국하고 문자를 비롯한 수많은 제도와 통일을 일궈냈지만, 권력에 연연하며 소위 욕먹을 짓 또한 많이 했기 때문이다. 만세까리 영원하리라 꿈꿨던 진시황은 쉰의 나이에 생을 마쳤고 이후 중국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다.

이 책 ‘진시황 강의’는 바로 이 진시황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사기’ 연구가로 알려진 중국의 왕리췬이 130권의 방대한 사기 중 진시황 편을 40여년간 학문적 고증과 원전 해석을 거쳐 현대적 시각으로 다시 풀어썼다. 사기는 전설의 황제 시대부터 한무제에 이르는 2000여년의 역사를 기록한 53만자에 이르는 방대한 사서다. 앞서 왕리췬은 ‘항우 강의’, ‘한무제 강의’ 등도 출간한 바 있다.

이 책은 진나라가 부상하고 진시황이 황제에 오르며 그가 천하통일을 이루고 본격적으로 국가를 다스리다 진나라가 멸망에 이르는 역사를 방대하게 담았다. 진시황은 스스로를 시황제라 칭하며 분봉을 폐지하고 군현제를 실시하는 등 강력한 중앙집권제와, 문자와 도량형, 거궤, 화폐 통일등의 대단한 업적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백성들의 피와 눈물로 황릉과 만리장성을 축조하고 불로장생을 꿈꾸다 시경과 서경을 불태우는 분서 사건을 행하는 등 후대의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이 책 마지막에서도 이 진시황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폭넓게 다룬다.

이 책은 진나라가 빨리 망한 원인으로 대략 세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진시황의 통치사상이 부족했고 진나라 귀족들의 부정부패, 그리고 후계자 인선의 실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저자는 결국 한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도뿐만 아니라 사상이 더 중요했다고 평가한다. 진시황은 법가를 숭상하면서도 형벌 위주로 나라를 다스리려고 했는데, 당시 이를 막아줄 만한 ‘치국(治國)의 도’인 유가 사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또 저자는 진시황의 일생으로 보면 그가 죽기 4~5년 전에 집중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을 벌였다고 설명한다. 생명이 종착역을 향해 빠르게 달려갈 때 그는 실수투성이였고 결국 자신이 본인을 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독재자의 비극이라고 평가한다.

진시황의 일대기를 다시 곱씹으며 현대에 리더십과 경영, 권력의 본질 등을 꿰뚫어보는 데 도움이 된다. 700쪽이라는 방대한 분량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충분히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