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 '벼락감투'들이 지금 새겨야 할 것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16일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청와대에 근무하는 공직자는 윤창중 사태를 계기로 금주(禁酒) 선언을 하는 등 각오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본지 통화에선 "청와대라는 권부(權府)는 수많은 유혹을 뿌리쳐야 하고 최고의 긴장 상태에서 일해야 하는 곳"이라며 "길어봐야 5년인데 정권과 운명을 같이한다는 자세로 술도 끊고 친구도 만나지 않으면서 일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씨 사태 때 많은 사람이 놀랐던 것은 성추행과 함께 어떻게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 중인 고위 인사가 만취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민간 회사 대표의 외국 출장을 수행하는 임원이라고 해도 주요 일정을 앞두고 만취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할 일이다. 윤씨는 대통령이 미국 기업인들과 만남,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이라는 중요 행사를 앞둔 전날 밤에 만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기본도 없는 행태다.
5년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 청와대에 입성하는 사람 상당수는 관료 출신이 아니다. 공직자로서 행동 양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무엇이 위험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판별하는 경험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일수록 청와대 내에서 실질적인 힘은 관료 출신보다 더 많이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윤씨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 청와대 안에 윤씨 같은 사고 위험 요인을 다 갖춘 사람이 정말 더는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밖에서 청와대 권력에 줄을 대려는 사람들은 대선 후 갑자기 벼락감투를 쓴 사람들을 노리게 마련이다. 그런 연결은 대개 정권 초에 이뤄지곤 했다. 대선 때 무슨 캠프에 있었다고 벼락감투를 쓴 사람들은 정말로 '술도 끊고 친구도 만나지 않겠다'는 정도의 각오를 하지 않으면 언제 어떤 사태에 휩쓸릴지 모른다. 그게 우리 정권들의 역사다.
윤씨 사태 이후 청와대엔 "반주(飯酒) 외에 따로 술집에서 2차를 하는 일은 자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술은 개인의 기호품이다. 여기에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음주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터진 성(性) 추태는 거의 모두가 만취한 상태에서 저질러졌다. 공개되지 않은 사건도 한두 건이 아니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빈발하는 성폭력은 거의 전부 술과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에선 아직도 알코올에 대한 경고를 가볍게 흘려듣는다. 청와대가 다음 술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공직 사회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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