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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IT 첨단산업

왕년의 영광을 기대하며… 베가 아이언 (조선일보 2013.05.10 08:00)

왕년의 영광을 기대하며… 베가 아이언

 


	베가 아이언

한화를 응원하는 야구 팬처럼 팬택을 응원하는 마음이 있었다. '베레기'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호되게 당해 온 팬택이 얼른 예전과 같은 명성을 얻길 바랐다. 상암동 팬택 R&D센터에서 있던 미디어 데이 행사에선 지난 수년간의 팬택의 행보를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니 더욱 옛날이 그리워진다.

그리하여 공개 된 베가 아이언은 예전 스카이 시절 생각이 많이 나게 하는 제품이었다. 독특한 디자인에 감성적인 기능들이 스카이의 그것들과 비슷했다.


	베가 아이언

	베가 아이언

	베가 아이언

일단 가장 눈에 띈 것은 디스플레이였다. 제품을 터치하기 전까진 진열되어 있는 휴대폰이 목업 제품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화면이 가깝게 느껴지고 또 선명했다는 얘기다. 세계 최초로 5인치 하이 브라이트 인셀(In-cell)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고 하는데 쉽게 말해 터치 센서와 액정이 합쳐져 화면이 더 가깝고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빛 투과율이 94%나 돼 햇빛이 강한 야외나 조명이 밝은 실내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보였다.


	베가 아이언

	베가 아이언

양 옆의 베젤도 극도로 얇아졌다. 좌우 베젤의 굵기는 겨우 2.9mm. 이 정도면 제로 베젤이라고 불려도 손색 없다. 베젤이 없으니 화면이 시원해 보이는 것도 당연지사. 이렇게 베젤을 줄임으로써 스크린 비율은 75.5%가 됐다. 그런데 혁신적인 제로 베젤임에도 세련된 느낌은 어딘가 부족하다. 메탈 링에 갇혀 있는 모양에, 상하로는 아직 베젤이 꽤 길게 남아있어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 그렇다. 그래도 제로 베젤을 제대로 느끼려면 화이트보단 블랙이 적당하겠다. (그렇지만 화이트가 훨씬 예쁘다는 점은 미리 얘기해두겠다)

크기는 딱 갤럭시S3만 했다. 한 손으로 요리조리 조작하기 딱 좋은 사이즈. 다만 두께가 아쉬웠다. 육안으로 느껴지는 두께감이 상당했다. 까놓고 보니 8.8mm. 갤럭시 S3와는 단 0.2mm 차이였는데 두껍게 보이는 것은 디자인의 문제겠다.


	베가 아이언

그러나저러나 팬택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놓은 기술은 엔드리스 메탈 링이었다. 개발 기간도 길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네, 애플이 이루지 못한 기술을 이뤄냈네 하며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는 메탈 링은 끊긴 곳이 없이 통으로 이뤄져있다. 하나의 금속판을 제품 틀에 맞춰 이리저리 깎아내고 다듬은 것. 플라스틱과 비교하면 튼튼한 것이 당연했다. 문제는 전파 수신. 애플이 곤욕을 치렀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팬택은 수천 번의 테스트를 통해 범퍼 없이 메탈 링 자체가 안테나가 되게끔 만들었다.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그들의 끈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면서,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다는 얘기는 전해야겠다. 어렵게 이뤄낸 성과인 것에 비해 팬택이 내세우는 메탈 링이 가진 심미성은 느끼기 어려웠다. 앞서 언급했던 두께감이 이 메탈 링의 투박스러움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색상을 바꾸든지 해서 조금 더 고급스럽게 만들 순 없었는지 의문이다.


	베가 아이언

팬택에서 기대하는 것은 감성적인 소소한 기능들이 크다. 이런 것들이 옛날 스카이의 자랑이기도 했으니까. 베가 아이언의 오른쪽 상단에는 삼각형으로 앞뒤가 투명한 LED 라이팅이 달려있는데 이 부분으로 휴대폰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전화, 메시지, 카카오톡 등의 알림에 따라 7가지 빛깔의 색을 내 맘대로 지정할 수 있다. 연락처의 그룹마다 색상을 달리해 전화가 오면 각 그룹의 색상을 나타내게 할 수도 있다. 가장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할 땐 더 세심하다. "하이, 베가!"라고 말을 걸면 파란 불빛이 대답을 한다. 말도 기똥차게 잘 알아듣는다. 음성 인식은 별도의 앱 실행 없이, 버튼 터치 없이 말을 걺으로 시작할 수 있다.


	베가 아이언

1300만 화소의 카메라는 눈에 드러나듯 체감하진 못했다. 반면 똘똘한 기능이 추가된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인텔리전트 모드가 그것인데, 이 모드에 놓고 피사체를 조준하면 총 9가지 모드 중 적절한 모드를 자동으로 설정해 환경에 적합한 사진을 찍도록 도와준다. 하이엔드 카메라에서 줄기차게 이용하던 모드라 반갑기 그지 없었다.

시선 인식 기능은 아직 완벽히 탑재되지는 않았고 5월 중에 탑재돼 판매될 예정으로 아직 일부 기기에서만 시연되고 있었다. 화면 스크롤 같이 디테일한 인식 기능은 확인할 수 없었고 시선으로 동영상 일시정지, 재생 정도는 가능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화면을 쳐다 보면 동영상이 재생되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화면이 멈추고 이 정도의 기능이다.

기존의 베가 시리즈에서 가장 개선돼야 할 부분은 배터리였다. 발표된 바로는 2150mAh의 배터리로 전류 효율을 37% 개선했고 고속 충전이 가능해 30분 만에 50%, 87분 만에 100% 충전이 가능하다는데 이 부분은 직접 써본 후에야 이야기할 수 있겠다. 프레젠테이션 중에는 타사 휴대폰과 전류 소비량을 측정해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LG의 휴대폰만 비교대상으로 사용해 탐탁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 CPU는 퀄컴 스냅드래곤 S600(1.7GHz 쿼드코어)을, 와이파이는 5세대 기가 와이파이를 적용해 보다 빠른 환경을 제공한다고.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안정적일지 역시 어느 정도 사용기간이 있어야 가늠할 수 있겠다.


	베가 아이언

이리저리 살펴 보니 베가 아이언의 라이벌은 아무리 봐도 갤럭시S4인 듯 싶다. 기본적인 스펙에서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다. 나란히 놓고 크기를 비교해 보니 두께 면에선 달리지만 제로 베젤 덕택에 전체적인 크기와 화면 크기에선 선방한 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게. 베가 아이언이 이름 만큼이나 묵직하다. 분명 라이벌이 강력한 것은 사실이다. 팬택 측은 갤럭시S4와의 싸움에서 이길 만한 요소로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웠다. 이번 행사를 통해 팬택 측에서 밝힌 목표 판매량은 베가 레이서의 판매량인 180만대를 갱신하는 것이다. 갤럭시S4가 라이벌인 것치곤 꿈이 소박하다. 일단 삼성보다 LG부터 이기는 게 시급하다.


	베가 아이언

팬택이 여태 애플이나 삼성에 비해 뒤처져 있던 부분들이 있으니 이만큼 따라온 것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확실히 칭찬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애플이나 삼성이 '혁신'을 외치면서 내놓은 아이폰5와 갤럭시S4가 전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에 비해, 팬택은 슬로건(All new VEGA is coming)처럼 완전히 새로운 베가를 내놓았다는 점이다. 하늘도 베가 아이언을 돕고 있다. 김연아에 밀려 검색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갤럭시S4와 달리 베가 아이언은 오늘 내내 순위권에서 놀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