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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사들 빵 팔고 커피 팔고 (주간조선 2013.04.29)

불황에 허덕이는 출판사들 빵 팔고 커피 팔고

 

▲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북카페 ‘책다방’의 내부 모습. photo 이위재 조선일보 기자

 

국내 대형 출판사들이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출판 시장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대형 출판사들은 그동안 전자책의 활성화 등으로 인쇄매체 시장이 작아지면서 출판업에서 난 손실을 부동산 임대수익 등으로 만회해왔다. 대형 출판사들이 경기도 파주와 서울 마포구 홍익대 주변에 사옥 한두 개씩은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져들면서 임대수익마저 줄어들게 됐다. 그러자 최근에는 카페와 베이커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새로운 수익창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쉽게 눈에 띄는 게 북카페이다. 실제로 홍대입구와 지하철 합정역 사이에 있는 서교동과 합정동 인근 골목에는 출판사들이 직영하는 북카페만 해도 10여개가 넘는다. 대표적인 것이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 ‘꼼마’. 홍익대 주차장 골목 1호점에 이어 최근에는 홍대입구역 인근에 2호점을 열었다. 카페 꼼마는 1층과 2층을 트고 벽면에 15단 책장을 설치하는 인상적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 끌었다. 전문 바리스타까지 고용해 커피 맛도 다른 카페에 못지않다고 문학동네 측은 말한다.

문학동네는 카페 꼼마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3월에는 상수역 인근에 ‘꼼마 앤 브레드’라는 조각케이크 전문점까지 열었다. 카페에 이어 제빵사업까지 확대한 것은 문학동네가 처음이다. 꼼마 앤 브레드의 조각케이크는 입소문을 타고 벌써 홍익대 인근에서도 유명 맛집이 됐다. 3월에는 후마니타스가 합정역 인근에 ‘책다방’이란 북카페를 열었고, 2월에는 창작과비평사가 서교동교회 인근에 ‘인문카페 창비’를 오픈했다. 문학과지성사는 홍익대 산울림소극장 인근에 ‘KAMA’, 자음과모음은 북카페 ‘자음과모음’을 열었다. ‘KAMA’의 경우 다원예술(음악·미술·문학 등 다양한 장르를 혼용해 만든 예술) 자료 아카이브 공간이란 콘셉트로 각 분야 예술전문가들이 협업한 작품과 공연 자료 50여점,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한 도서 1000여권을 전시했다.

출판사 직영 북카페는 한때 홍익대와 대학가 인근에 많이 생겼던 북카페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기존 북카페들은 중고서적 몇십 권을 매장에 진열해 놓고 구색만 갖춘 ‘북카페’여서 인기가 금방 시들해졌다. 특히 혼자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몇 시간씩 책을 읽거나 업무를 보는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매출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직영 북카페는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최신 책부터 해외에서 직수입한 디자인 서적까지 다양한 책을 비치해 놓았다.

출판사들의 변신은 본업인 출판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있다. 이들 북카페에서는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을 10~30% 정도 싸게 파는데, 카페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한두 권씩은 책을 사들고 카페를 나간다. 책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도서 홍보나 유통 주도권이 대형서점이나 유통업체로 넘어간 상황에서 북카페는 출판사가 자체 홍보를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