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폭행' 기내식 라면 맛없는 이유?
A380기 다른 항공기에 비해 전력 낮아… '라면'이 항의 최다
대기업 임원이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해 보직해임까지 당하게 된 데에는 맛없는 기내 라면이 촉매제가 됐다. 이 임원이 주문한 라면이 특별히 맛이 없는 이유는 뭘까.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A380 항공기 기내 전력은 380W(와트)로 560와트를 사용하는 다른 항공기에 비해 전력이 약한 편이다. 전압은 110V(볼트)로 다른 항공기와 같지만 전력이 약하다보니 A380 기내에서 물을 끓이게 되면 수온을 섭씨 70~80도 정도까지밖에 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기내에서는 끓는 점인 섭씨 100도에 미치지 못하는 미지근한 물밖에 구할 수 없다.
팔팔 끓는 물로 면을 익혀야 하는 라면의 경우 제대로 조리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있다. A380기에서 승무원들이 가장 많은 항의를 받는 부분도 바로 라면 요리다. 물이 끓지 않기 때문에 라면 면발을 익히기 위한 조리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보면 라면이 불기 일쑤다. 라면이 불지 않도록 조리시간을 줄이면 면이 설익게 된다. 결국 A380기에서 맛있는 라면을 먹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승무원과 탑승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탑승객들은 불은 라면 혹은 설익은 라면에 대해 승무원들에게 항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한항공의 A380기를 탑승한 여행객은 "주문한 라면이 불어 나왔는데 승무원이 A380 기종은 라면을 맛있게 끓이기가 힘들다고 사과했다"면서 "굳이 사과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의아했는데 워낙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승무원들이 지레 먼저 사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항공기에서 승무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폭행까지 한 포스코에너지 상무가 탑승했던 기종도 A380기다. 대한항공 (33,500원 0 0.0%)은 6대의 A380기를 도입해 인천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리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의 왕복노선에서 운항 중이다.
물의를 빚은 상무는 지난 15일 인천에서 로스앤젤리스를 향하는 A380기의 비즈니스클래스에 탑승했다. 그는 기내식이 입맛에 맞지 않다며 라면을 주문했으나 라면이 덜 익었다는 등의 트집을 잡아 수 차례 다시 끓여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또다시 라면을 주문한 후 라면에 나오지 않자 기내 주방으로 찾아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잡지로 승무원의 눈 주변을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A380기 제조사인 에어버스 측에서 항공기 기내 안전을 고려해 전력을 낮게 설계했다"면서 "제한된 환경 속에서 최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A380 항공기.
라면짜다" 승무원 폭행 포스코에너지 임원 결국
(머니투데이 2013.04.22 08:59)
美FBI 수사방침에 '입국 포기후 귀국'…대한항공측 "법적조치 포함 대응할것"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운항 중인 비행기 내부에서 여성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포스코에너지 임원 A씨는 지난 15일 대한항공 LA편 여객기 비즈니스석에 탑승해 밥과 라면 제공 등 서비스에 불만을 표출하며 손에 들고 있던 잡지로 여성 승무원의 눈 주위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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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등은 착륙 전 LA 공항 관계자와 수사기관에 이 사실을 신고했고, 이에 출동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A씨에게 ‘입국 후 구속 수사’와 ‘입국 포기 후 귀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제시했다. A씨는 두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하다가 미국 입국을 포기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 폭행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규정에 따라 법적 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 폭행이나 난동 상황은 승객 전체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에너지 측은 여객기 안에서 여성 승무원을 폭행한 자사 임원 소식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물의를 일으킨 점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감사 담당부서가 진상을 면밀히 조사 중”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엄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넌 하늘 위의 식모" "안아달라" … 술 취해 조종실 돌진하기도
(중앙일보 2013.04.27 02:43)
여객기만 타면 추태 부리는 진상 손님들
#지난해 인천발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한 50대 여성은 승무원에게 “당뇨병이 있으니 인슐린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승무원이 포도당과 인슐린을 착각해 “혹시 포도주스는 어떨까요?”라고 묻자 승객은 대뜸 “너 나 죽일 일 있니. 승무원이 당뇨도 모르니. 네 엄마한테도 이렇게 대할 거냐. 이 무식한 ×아”라고 폭언을 퍼부으며 한참 동안 소란을 피웠다. 그는 상급 승무원이 공식 사과를 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교육시키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잠잠해졌다.
#올해 1월 제주발 김포행 저가 항공에 탄 50대 김모씨. 비행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승무원에게 음료수와 물·수건·슬리퍼 등을 요구하던 그는 “싼 비행기 탔더니 다리가 아파 도저히 못 앉아 있겠다”며 승무원 전용 좌석에 앉겠다고 떼를 썼다. 안전상의 이유로 만류하는 승무원에게 그는 대뜸 “내가 누군 줄 알아? 누구 앞에서 감히 항공법을 들먹여? 나 ○○로펌 변호사야!”라며 소란을 피웠다. 보다 못한 승무원과 기장이 착륙 직후 김씨를 공항경찰대에 인계했고, 그제야 김씨는 잘못을 시인하고 승무원에게 합의를 요청했다.
지난 21일 포스코에너지 임원 왕모씨가 대한항공 LA행 비행기에서 “라면을 입맛에 맞게 가져오지 않는다”며 항공사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내 승객들의 승무원 폭행 실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2007년 12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술에 취해 국내선 항공기에 탄 뒤 “이륙 때 등받이를 세워달라”는 승무원의 요청을 다섯 차례나 무시했다. 그러면서 “내가 누군데!”라고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피웠고, 결국 기내 소란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승객이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은 2010년 6건, 2011년 4건, 2012년 5건에 올해는 벌써 3건으로 최근 4년간 모두 18건이 발생했다.
비행기에서 한 사람에게 허락되는 공간은 가로 45㎝ 남짓. 400~500명이 한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승객과 승무원 모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작은 소란도 자칫하면 큰 사고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승무원들은 각별히 신경을 쓴다.
‘항공사의 꽃’으로 불리는 승무원, 많은 여성이 꿈꾸는 직업이지만 근무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공식 집계된 폭행 외에도 폭언과 성희롱 등이 끊이지 않는다. 이륙만 하면 안하무인이 되는 ‘하늘 위 진상 손님’ 때문이다.
‘밥이나 주는 주제’ 무시하기 일쑤
승무원들을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유형은 ‘성희롱하는 승객’이다. 아시아나항공 3년차 승무원 김모(26)씨는 “엉덩이를 만지거나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벨트를 매달라고 요구하는 손님들도 있다”며 “남성 승객들이 요구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승무원은 “여승무원들을 위아래로 훑어본 뒤 ‘히프 빵빵해서 애 잘 낳겠네’라며 음흉하게 웃는 승객들을 보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라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고 ‘이건 어떻게 달려 있는 거냐’며 만지는 승객에, 승무원들의 현지 숙소가 어딘지 물으며 밤에 데이트하자고 졸라대는 손님까지 부지기수”라고 하소연했다.
대한항공 승무원 김모(27)씨는 “여승무원들은 심한 말로 ‘노리개’ 취급을 당해 비행기 내에서 인권 최하위 등급이란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며 “‘무릎 꿇고 빌빌 기는’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는 승객들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승무원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작은 일로 꼬투리를 잡거나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는 ‘생떼형 승객’도 기피 대상이다. 지난해 11월 시카고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에 탄 한 남성이 기내식으로 제공된 멜론의 맛이 이상하다며 승무원에게 항의했다. 식약청(현 식약처)에 분석을 의뢰하겠다던 그는 “상한 멜론을 맛봤더니 배가 아파오네. 약도 가져와”라고 명령하듯 말했다. 조금 뒤 기내 음료로 커피를 받아 든 이 승객은 한술 더 떴다. “이 종이컵에 커피를 따르면 환경호르몬이 나오잖아. 커피잔 다 가져와 봐.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다. 아냐. 플라스틱잔도 못 믿겠으니까 그냥 와인잔에 따라 와!” 계속 생떼를 쓰는 고객에 승무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끙끙 앓아야만 했다.
‘밥이나 주는 주제’라며 승무원을 깔보는 ‘무시형 승객’도 적잖다. 저가항공의 승무원 문모(27)씨는 “저가항공은 물과 주스만 제공하는데도 일반항공과 똑같은 서비스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승객이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 불쌍해. 얼굴 예쁘고 반반한데 왜 이런 일을 해’라거나 ‘실력이 부족해 좋은 항공사 못 가고 여기 다니나 봐’라며 혀를 끌끌 차는 승객을 볼 때는 기가 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가항공사 승무원 정모(28)씨는 “승객들이 마치 비행기가 자신의 별장이라도 되는 양 ‘승무원이면 하늘 위의 식모 아냐? 그럼 서비스를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냐’라고 윽박지르거나 ‘내가 누군지 알아? 너네 회사 임원 친구야. 잘못하면 잘리는 수가 있으니까 똑바로 모셔’라고 으름장을 놓는 손님들을 볼 때면 일할 맛이 떨어진다”고 고백했다.
항공사의 화물운송 정책을 악용해 부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얌체형 승객’도 종종 등장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골프장에서 부러진 골프채를 수화물로 부친 뒤 ‘비행기에서 내리니 드라이버가 부러져 있었다’며 골프채 값 270만원을 보상하라는 승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상식 밖의 행동으로 승무원을 곤혹스럽게 하는 ‘변태형 승객’도 골칫거리다. 지난해 10월 방콕발 인천행 여객기에 탑승한 K씨는 자리에 앉을 때부터 비행공포증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수로 승무원과 살짝 다리를 부딪힌 그는 승무원에게 “이거 지금 내 발목을 부러뜨려 죽일 셈이냐?”고 윽박질렀고, 승무원이 사과하자 “조만간 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방송에서 듣게 될 줄 알아”라며 쏘아붙였다. 승객의 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승무원에게 “나 무서우니까 좀 안아달라”던 그는 난처해진 승무원이 거절하자 “승무원이라면 승객의 개인적인 부탁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냐? 태도가 싸가지 없네”라며 호통을 쳤다.
처벌 조항 있지만 법 적용 힘들어
지난 1월 아이슬란드발 뉴욕행 비행기에 탑승한 남성이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자 승무원들이 테이프로 승객의 손발과 입을 꽁꽁 묶었다. 이 남성은 착륙 직후 경찰에 연행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사진 더 선]
국내 항공사 승무원들은 최근의 라면 사건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며 “과도한 서비스 경쟁이 불러온 참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 장모(30)씨는 “외국항공을 이용할 때는 커피 한 잔 더 달라는 말조차 못하는 승객들이 국내 항공사 승무원은 종 부리듯 한다”며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고객 앞에서는 반드시 웃고 무릎 꿇고 서비스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정당한 문제 제기를 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 항공사들은 기내 난동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2004년 3월 밴쿠버발 인천행 에어캐나다 비즈니스석에 탑승한 대기업 간부 신모씨는 잠자고 있던 여자 승객의 몸을 더듬었다가 기내 난동 혐의로 공항 보안요원에게 인계됐다. 승무원들이 신씨의 손을 묶고 앵커리지 공항으로 비상 회항해 법적 조치를 받게 한 것이다. 미국 연방항공법에 따르면 기내 난동을 피우는 취객에게는 징역 20년 이하의 실형이나 1~2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승무원들이 난동 승객을 실력으로 제압하고 도착 때까지 포박과 격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질서 유지를 위해 기내 복도에서 다른 승객을 앞지르는 것도 단속하고, 기내 소란 전력이 있는 탑승객의 입국 승인을 거부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승무원의 지시에 불응하는 승객에게 2만5000유로(약 3600만원)까지 벌금형을 내릴 수 있고, 승무원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영국에서도 승무원 폭행 때 피해 정도에 따라 벌금 5000파운드(약 860만원)를 부과한다.
국내법에도 처벌 조항은 있다. ‘항공 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제43조에 따르면 승객이 폭행이나 협박 등 행위로 기장의 직무 집행을 방해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된다. 제49조에도 조종실 출입을 시도하거나 기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물릴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안전운항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면 이 법조항을 적용하기가 힘들어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기내 위해행위는 사실상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이번 승무원 폭행 사고까지 겹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국회 국토교통위는 지난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기장 등 승무원의 업무를 위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 가운데 일부 항공사는 ‘블랙 컨슈머 리스트’를 자체적으로 작성해 관리하기도 한다. 상습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승객은 ‘감시 승객’으로, 난동을 3회 이상 부리면 예약과 탑승이 불가능한 ‘기피 승객’으로 분류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10명, 아시아나항공은 5명의 기피 승객을 블랙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 안전을 위협하고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 컨슈머’들을 제지할 수 있는 강력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승무원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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